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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지
작품등록일 :
2020.11.07 16:18
최근연재일 :
2020.12.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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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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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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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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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3화. 붉은 범 -1

DUMMY

13.



세종은 길 끝에 세워진 트럭을 발견했다. 차에 내려서 확인해보니 원구의 말대로 좌측 자체, 정확히는 문짝 쪽에 짐승이 할퀸 자국이 나있었다.


“아니 이 아저씨가 미쳤나 봐 진짜! 정말로 호랑이를 잡으러 온 거야?”


세종은 걱정도 되지만 화가 나기도 했다. 조선시대에선 호랑이를 잡기 위해 착호갑사라는 특수부대가 있었다.

현대에도 호랑이 한 마리를 사냥하기 위해선 노련한 사냥꾼들의 팀이 필요하다. 전설의 사냥꾼 ‘짐 코벳’조차 되어야 혼자서 사냥하지 않았다.


“호랑이라뇨?”

“아, 그게 옆집 아저씨가 호랑이에게 공격 당했대요.”

“한국에 호랑이가 어딨습니까?”

“호랑이가 아니더라도 그만한 크기의 짐승은 있나 보죠.”


세종은 트럭에 난 자국을 보여주며 말한다. 원구는 자신이 두 눈을 질끈 감는다.


“오세주 씨. 십자가로는 호랑이를 잡을 수 없습니다.”

“뭘 잡아요. 옆집 아저씨를 데리고 빨리 도망쳐야죠.”

“하, 우리 몇 분 전까지 토템을 심은 범인에 대해서 이야기하던 중입니다. 그런데 난데없이 호랑이라뇨?”

“그렇게 겁나시면 차 타고 돌아가세요. 전 옆집 아저씨가 호랑이 잡겠다고 설치는 꼴은 못 봐주겠습니다.”


세종은 성큼성큼 오솔길을 따라 올라간다. 원구는 이게 무슨 상황인지 싶었다.

자신과 큰 관계없는 일이니 그냥 돌아가도 상관없을 듯싶었다. 그러나 산속에서 별안간 ‘탕!’하고 총성이 들리더니 새들이 푸드득 날아오른다.


“에라이······”


원구는 세종이 장난치는 게 아니란 걸 깨달았다. 두 사람은 그 즉시 총성이 들린 산속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문제가 있다면, 원구는 체력이 엉망이었단 점이다.


“원구 신부님? 왜 이리 못 쫓아와요?!”

“허, 허억. 폐가 찢어지는 거 같습니다······”


원구는 얼마 오르지도 못하고 나무에 기대 헐떡이고 있었다.


“그렇게 줄담배를 피더니 약골이구만. 원구 신부님은 그냥 차에 시동 걸어놓고 대기해요! 옆집 아저씨는 제가 찾아올 테니까!”

“부, 부탁합니다.”


세종은 말을 미처 듣지도 않고 길을 타고 올랐다. 산길 끝은 무곡굴로 향해 있었다. 세종이 발을 디딜 때마다 뱀들이 풀숲으로 몸을 피했다.


“윽, 썩은 내가······”


멀리서도 맡아질 만큼 지독한 악취가 난다. 흙 바닥 위에 돼지역병으로 죽은 돼지 사체가 푹푹 썩고 있었다.


“아저씨가 여기 있나 본데?”


세종은 무곡굴 앞에서 컹컹 짖고 있는 누렁이를 발견했다. 평소엔 잘 짖지도 않는다는 개가 매섭게 짖고 있으니 수상쩍기 그지없었다.

그러던 그때 무곡굴 안쪽에서 불빛이 번쩍이며 총성이 또 한 번 울려 퍼졌다.


“주, 죽어 이 괴물아아아-!!”


옆집 아저씨, 곽태구의 목소리였다.


“아저씨!”

“으아아악!!”


무곡굴 안쪽에서 비명소리가 들리더니, 한 남자가 뛰쳐나온다. 아니나 다를까 옆집 아저씨였다.

다친 곳은 없었지만 한 손엔 엽총이 들려있었고, 얼굴은 완전히 사색이 되어있었다.


『옆집 아저씨 : 곽태구』

【체력상태창 : 펼치기】

【정신상태창 : 닫기】

└이성수치 : 20

└정신력 : 0

└믿음 : 80

상태 : 《광란》

성향 : 중립/중립

특수능력 : 《없음》


옆집 아저씨의 눈빛은 완전히 맛이 갔다. 게다가 이성수치가 ‘20’밖에 되질 않았다.

옆집 아저씨는 뛰다가 자빠져 바닥을 구르더니, 온몸에 흙을 묻히고 일어서서 엽총을 다시 줍는다.


“아저씨! 무슨 일이에요!”


세종이 달려와 옆집 아저씨를 부축하려던 때였다. 별안간 옆집 아저씨가 세종을 향해 총구를 돌린다.


“으, 으악?!”


세종은 급하게 몸을 틀었다. 그 순간 발사된 탄환이 나뭇가지를 꺾고 지나간다.

총에 맞을 뻔했다.

세종은 목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옆집 아저씨는 누가 봐도 제정신이 아니었다.


“아저씨, 정신 차리세요! 저 오세주에요!”

“거, 거짓말 마라 괴물아!”


옆집 아저씨는 눈이 완전히 뒤집어진 채 엽총을 휘둘러댔다. 다행이 물린 탄환이 없어서 망정이지, 애먼 총에 맞아 죽을 수도 있었다.

간신히 세종이 힘으로 옆집 아저씨를 제압했다.


“아저씨! 대체 왜 이러는 거예요!”


옆집 아저씨는 완전히 발악하고 있었다. 상태창에서 보였던 《광란》의 상태인 듯했다.


“정신! 정신! 정신 좀 차리라니깐!”


세종은 거의 발작하듯이 공격적인 옆집 아저씨의 뺨을 여러 차례 때렸다. 그러자 옆집 아저씨의 눈빛이 돌아왔다.


[‘옆집 아저씨 : 곽태구’는 ‘오세종’에게 뺨을 맞고 정신을 차렸다!]

[일시적인 《광란》회복!]


《광란》이 잠시나마 해제됐다는 상태창과 함께, 옆집 아저씨가 세종의 얼굴을 훑어보곤 입을 연다.


“세, 세주야! 여기에 오면 안 된다!”

“아저씨야말로 여기엔 왜 혼자 왔어요? 호랑이한테 물려가고 싶어요?!”

“그, 그래 범이다 범! 범이 저 굴에 있었다!”

“네?”

“범이 와히드의 목소리를 흉내 내서 날 잡아먹으려 했다!”


옆집 아저씨는 거짓말하는 것 같지 않았다. 그런데 사람의 말을 흉내 내는 짐승에 대해선 들어본 바가 없다.

하지만 진위여부를 확인할 필요는 없었다.

무곡굴을 향해 컹컹 짖던 누렁이가 갑자기 잔뜩 겁을 먹곤 내빼기 시작했다.

사지가 떨릴 만큼 낮고 무서운 소리가 나더니, 무곡굴 밖으로 무엇인가가 뛰쳐나왔다.

붉은 범이었다.

눈은 부리부리하고 소름 끼치는 눈을 하고 있었다.


[‘오세종’은 ‘붉은 범’을 목격했다!]

[이성수치 -10]

[현재 이성수치 60]

[『혼돈 파편』 획득!]

[‘붉은 범’ 혼돈파편 : 2/4]


다행히 자고 난 후에 이성수치가 ‘70’까지 회복된 덕에 ‘-10’을 버텨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성수치의 문제가 전혀 아닌 걸?


“으, 으아아악. 범이 나타났다!”

“아저씨! 차로 도망칩시다!”


세종과 옆집 아저씨는 서둘러 산 아래로 뛰기 시작했다. 뒤를 돌아볼 시간은 없었다. 뒤에서 호랑이가 쫓아오는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붙잡히지 않고 산 아래로 도망쳤는지는 미스터리 그 자체였다.

몇 번이고 넘어질 뻔했지만 가파른 내리막이 되려 안전했다. 두 발 달린 짐승이야말로 사람보다 내리막에서 중심을 잡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단순히 운이 좋았거나, 붉은 범이 두 사람을 놓아준 걸지도 몰랐다.

어쨌거나 산길 아래로 내려가자, 원구와 누렁이가 경차에 타서 기다리고 있었다.


“원구 신부님! 시동 걸어요!”

“아, 알았습니다!”


워낙 급하게 소리 지른 탓에 원구는 순순히 시동을 걸었다. 세종과 옆집 아저씨는 좁은 경차에 몸을 비집고 넣었다. 먼저 내려와 뒷좌석에 타고 있던 누렁이가 반가워하며 얼굴을 핥아댔다.


“출발! 출발! 액셀 밟아!”

“나참, 누가 보면 호랑이라도 본 줄 알겠습니다!”

“맞으니까 닥치고 액셀 밟아-!!”


원구는 급하게 액셀을 밟아 산길을 벗어났다. 세종은 뒤를 바라보며 산길에 붉은 범이 따라내려 왔는지 확인하려 했지만 숲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원구는 차를 몰면서 백미러를 힐끔 쳐다본다. 두 남자가 뒤를 보며 무엇인가 쫓아오지 않나 감시하고 있는 모습이 여간 수상한 게 아니다.


“산에서 뭘 봤습니까? 뭔데요 대체.”

“호랑이를 봤어요.”

“뭐요?”

“호랑이요. 털이 없긴 했지만 얼굴을 보니 분명 호랑이입니다. 피처럼 붉은 피부를 가졌더군요.”

“그런 호랑이는 처음 들어봅니다. 어디 동물원에서 빠져나온 짐승 아닙니까?”

“그랬으면 좋겠네요.”


세종은 어쨌든 자신이 옆집 아저씨를 구해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아저씨. 엽총은 대체 어디서 났어요?”

“으, 으응? 나가 예전에 멧돼지사냥 좀 했응께.”

“아이고. 그 총으로 호랑이를 어떻게 잡아요.”


세종은 탄식한다. 긴장하지 말라는 건지 누렁이가 손등을 핥는다.


‘뭐, 일단 살아남은 게 중요한 거겠지. 게다가 『혼돈 파편』도 늘었고.’


세종은 조금은 긍정적인 마음을 갖기로 마음먹었다. 그렇지 않으면 제정신을 유지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축사의 귀신’ 이후로 이번엔 ‘붉은 범’이 나타났다. 형 오세주의 부탁으로 무곡군에 들어온 이후로 비정상적인 일들이 연달아 벌어지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토템과 연관이 있는 거 같아.’


세종은 운전 중인 원구를 슬쩍 바라본다.


[풀어야 할 비밀 : 3/3]


원구가 숨기고 있는 비밀을 풀 적기인 듯싶었다.

세종이 호시탐탐 비밀을 노리고 있는 사이, 운전 중이던 원구는 백미러로 이상한 물체를 발견했다.


‘······뭔가 빠르게 다가온다?’


산길이다 보니 차가 빠르게 달리지 못했기 때문인지, 풀잎을 들썩이며 불그스름한 형체가 다가오고 있었다.

처음엔 평범한 잡짐승 쯤으로 보였다. 고라니나 꿩 같은 부류 말이다. 하지만 그 형체가 매우 크고 묵직했다.


“어, 어어······??”


원구가 당황하는 사이, 뒷좌석에 앉아있던 누렁이가 거세게 짖기 시작했다.

크르르르······컹컹!


“누렁이가 갑자기 짖는데?”


세종이 누렁이를 달래려고 하는 사이, 차량 뒤쪽에서 ‘쿵!’하고 무엇인가가 부딪쳤다.


“뭐야!”


원구가 사이드 미러로 보자, 정말로 ‘붉은 범’이 뒤쫓아오고 있었다. 호랑이라고 하기엔 매우 이질적인 생김새였으나, 얼굴과 몸뚱이는 호랑이가 맞았다.


“젠장, 진짜로 호랑이가 있었네!”

“뭐라고요?!”


원구는 악셀을 밟았지만 워낙 오솔길이 좁고 낭떠러지가 있어 범의 추격을 피하기 어려웠다.

연달아 뒤를 들이박던 붉은 범은 별안간 풀쩍 뛰어 차량 위에 올라탔다. 경차인지라 차내에서 받는 충격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었다.


“내려와! 이 더러운 사탄의 짐승아!”


원구는 차를 옆으로 틀었지만 붉은 범은 떨어지지 않았다. 굵고 날카로운 발톱을 철판에 박아 버티고 있었다.


“원구 신부님! 어떻게 좀 해봐요!”

“그게 제 맘대로 됩니까?!”

“기다려라잉! 내가 한 발 먹일 테니께!”


옆집 아저씨는 천장을 향해 한발 발사했지만 범을 막기엔 역부적이었다.

차에 올라탄 붉은 범은 낮게 으르렁거리며 천장을 찢기 시작했다. 구멍이 뚫리자 한 쪽 눈을 가져다 대면서 안쪽을 바라봤다.


“이, 이런 미친!”


세종과 붉은 범이 눈을 마주쳤다. 그러자 붉은 범은 눈웃음을 지었다.


“······오세종, 진짜 넌 누구지······?”

“······!!”


붉은 범이 세종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세종은 기괴한 느낌을 받았다. 짐승이 말을 건다는 것보다도, 자신의 비밀을 모두가 있는 자리에서 말하고 있는 것이다.


“······세종아······언제까지 거짓말을 할 거야······?”

‘하지 마, 하지 말란 말이야!’


세종은 범이 천장을 뜯어내는 동안 불쾌한 감각에 휩싸였다.


[‘오세종’은 ‘붉은 범의 속삭임’에 불쾌감을 느낍니다!]

[이성수치 -5]

[현재 이성수치 : 55]


“보통 호랑이가 아니네! 오세주 씨, 저 호랑이가 하는 말을 듣지 말아요! 현혹하려는 거야!”


원구는 그렇게 말하며 천장에 붙은 붉은 범을 떼어 내기 위해 핸들을 옆으로 틀었다. 급격하게 방향이 바뀌자 경차는 손쉽게 균형을 잃었다.


“어어?!”


비명조차 내지 못하고 차량이 낭떠러지로 떨어졌다. 경사로를 따라 경차가 마구 뒹굴었고, 유리창이 깨지며 회전하는 동안, 누군가가 유리창 밖으로 튕겨져 날아갔다.


작가의말

어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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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연재중단과 그 이유 20.12.15 39 0 -
공지 프롤로그 삭제 + 8화 내용추가 20.11.17 94 0 -
22 22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야 -1 20.12.04 46 1 13쪽
21 21화. 자원구 신부 -2 20.12.03 38 1 12쪽
20 20화. 자원구 신부 -1 20.12.02 54 1 12쪽
19 19화. 대악마 -3 20.12.01 53 1 12쪽
18 18화. 대악마 -2 20.11.30 52 1 14쪽
17 17화. 대악마 -1 20.11.27 64 1 12쪽
16 16화. 붉은 범 -4 20.11.25 64 1 12쪽
15 15화. 붉은 범 -3 20.11.24 53 1 14쪽
14 14화. 붉은 범 -2 20.11.24 140 1 11쪽
» 13화. 붉은 범 -1 20.11.23 62 1 11쪽
12 12화. 돌발상황 20.11.20 65 2 12쪽
11 11화. 범을 보았다 -2 20.11.19 90 2 12쪽
10 10화. 범을 보았다 20.11.18 88 3 13쪽
9 9화. 범인을 보았다 +2 20.11.17 78 2 12쪽
8 8화. 복선 -1 20.11.16 78 1 12쪽
7 7화. 엑소시스트 -2 20.11.14 80 1 12쪽
6 6화. 엑소시스트 -1 20.11.13 88 1 13쪽
5 5화. 축사의 귀신 -3 20.11.12 96 2 12쪽
4 4화. 축사의 귀신 -2 20.11.11 93 0 12쪽
3 3화. 축사의 귀신 -1 20.11.11 104 2 12쪽
2 2화. 나는 상태창이 보인다 +2 20.11.09 136 6 14쪽
1 1화. 나는 상태창이 보인다 +2 20.11.09 207 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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