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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지
작품등록일 :
2020.11.07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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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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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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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 자원구 신부 -1

DUMMY

20.



“······네?”


장형사가 되묻자 거구의 사내가 피식 웃는다.


“형사님이시죠? 절도범 수사 때문에 저희 교회를 들렀다고 들었습니다.”


이거 어떻게 대답해야 하지?

장형사는 말을 흘긴다.


“아, 뭐. 그럭저럭 잘 되가고 있습니다.”

“다행이군요. 공무에 도움을 드릴 수 있다니. 교인으로서 영광스럽습니다.”


거구의 사내는 장형사를 보면서 혀를 찬다.


“쯧, 그런데 아직 용무가 남으셨나봐요?”


불편한 티를 엄청 내는구만?

장형사는 머리를 긁적이며 대꾸한다.


“이거 커피를 왕창 마셨더니 오줌이 마려워서. 화장실을 가고 싶은데 어디로 가면 나오는지 아십니까?”


거구의 사내가 어느 한 곳을 가리킨다.


“저쪽에 가시면 비상계단이 있습니다. 거기로 올라가시면 바로 옆에 화장실이 있습니다.”

“그렇군요. 덕분에 바지에 안 지려도 되겠어요.”


장형사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사내를 향한 의심의 눈초리는 거두지 않고 있었다.


“망치를 들고 나오셔서 오금이 저리더라고.”

“아, 이거. 교회를 위해 힘쓰시는 분들이 앉을 의자가 고장나서요. 못이 빠져있더군요”

“아하~, 공구 찾으러 오신 거구나.”


그런데 그런 공구가 왜 차에 있을까?

장형사는 그런 의문이 들었지만, 거구의 사내는 더 이상 상대할 생각이 없는지 주차장 출구로 걸어간다.

저렇게 눈치를 주는데 더 이상교회에 남아있을 수가 없었다. 장형사는 어쩔 수 없이 퇴각하기로 마음먹었다.


‘교회관계자인 모양이지? 뭔가 숨기고 있는 거 같지만 더 이상 캐낼 순 없겠다.’


장형사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비상구로 탈출하려던 때였다.

주머니에 넣어둔 휴대폰이 울린다.


“어, 덕철아. 뭐냐.”


한때 자신의 부사수였던 친한 후배인 ‘덕철’이었다.


[선배님, 지금 여기로 와주셔야겠습니다.]

“왜, 뭔데? 나 지금 일하는 중인데.”

[그게, 조금 설명하면 잘 안 믿길 건데······]

“바쁜 거 아니면 다른 사람 데려가. 나 지금 밖이야.”

[아, 팀장님이 선배님 데려가라잖아요. 그냥 현장만 대신 보고 오래요.]

“씨, 뭔데?! 뭔 사건인데!”

[······그게, 호환이요.]

“뭔 환?”

[호환이요 호환! 호랑이가 마을사람들 물어죽여서 시체가 한 둘이 아녀요!]

“······지금이 조선시대냐?”



****



덕철이 보낸 주소는 무곡군의 어느 민가였다. 장형사는 투덜거리며 차를 몰고 해당 주소로 향했다.


“에이 씨······하필이면 무곡군이야. 기분 나쁘게.”


장형사는 무곡군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수사팀에서도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풍수지리를 믿는 편은 아니지만, 산에 둘러싸여 음기가 가득한 탓일까? 이상하리만큼 불쾌한 시골구석이었다.

종종 의문의 실종사건이 벌어지고, 굿을 벌인다고 칼부림을 부리다 동네 노인 몇 명이 상해를 입어 줄줄이 병원에 입원해 넘어가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엔 호환이라고?

저녁시간 전에 간신히 도착하니, 사건이 벌어진 밭 일대에 폴리스라인이 넓게 펼쳐져있었다.


“이게 다 뭔 상황이야? 사건현장이 왜 이리 넓어.”


산 지형을 깎아 만든 밭이었다. 저녁이 되기 직전의 마지막 일광이 닿는 곳마다 시체가 누워있었다. 시체마다 감식반과 경찰들이 날파리처럼 들러붙었고, 경관들은 폴리스라인 밖으로 몰려든 구경꾼들을 쫓아내고 있었다. 개중엔 서로 아는 얼굴이 있나 힐끔거리며, 누구 엄니가 죽었다느니 신령이 노했다느니 곡소리를 내고 있었다.

장형사는 밭 앞쪽에 차를 세워뒀다. 경관들의 경례를 받으며 현장으로 들어가자 덕철이 기다렸다는 듯 뛰쳐나왔다.


“선배님 오셨습니까.”

“야야, 이게 다 뭐냐? 뭔 일이래?”

“말했잖아요. 호환이래요.”

“아니, 대한민국에 호랑이 씨가 마른지가 언젠데.”

“생존자들이 그렇게 말하는 걸 어째요.”

“진짜야? 말도 안 돼. 멧돼지나 삵 같은 거 본 게 아니고?”


장형사는 비닐로 덮어놓은 시신들에 다가갔다. 비닐을 들춰보자 구토가 나올 지경이었다.


“우욱······이건 대체······”


형사밥을 먹으면서 시체는 꽤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까지 물어뜯긴 시신을 보자 할 말이 없었다.

너무나도 참혹한 현장의 모습에 덕철로 평소의 장난기 어린 얼굴을 찾아볼 수 없었다.


“민가에서 노인들이 모여서 노는데 호랑이로 추정되는 큰 짐승이 내려와서 공격했답니다. 사망한 시신은 총 6구 확인했고요. 이 지역에서 외국인 노동자 한 명도 실종됐는데 이 사건과 연관성이 있는 거 같기도 합니다.”

“많이도 죽었네. 진짜 호랑이라도 있는 거야? 아니면 사람이 한 걸까.”

“혹시 몰라서 인근 동물원이나 야생동물보호소에 연락 돌리고 있었어요.”

“뭔가 잡히디?”

“아뇨, 사라진 동물 하나 없다는데요.”

“이거 난리나겠다. 대서특필감인데······”

“엄, 그렇겐 안 될 걸요.”

“왜?”

“직접 보시죠.”


덕철은 그렇게 말하면서 장형사를 데리고 그들이 모임을 가졌던 민가로 향했다.

평범한 산속의 낡은 자택이었다. 하지만 구석구석 범상치 않은 물체들이 있었다.

누가보더라도 무속신앙과 깊은 연관이 보이는 제단이 있었다. 거대한 멧돼지의 사체가 제단에 올라가있었다.


“단체로 모여서 바비큐파티를 벌인 건 아닐 테고, 뭐 때문에 이런 제삿상을 차린 거지?”

“저희도 모릅니다. 방안에 있는 것 좀 보시죠.”


덕철은 그렇게 말하면서 어느 방을 가리켰다. 감식반이 이미 증거를 수집하고 있는 방에 들어서니, 끔찍한 악취와 함께 기괴한 조형물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살다살다 이런 건 처음 본다야.”


장형사는 입이 떡 벌어졌다.

십자가에 묶여있는 유해와 바닥에 쌓여있는 뱀의 사체들. 그리고 발로 문대어 지운 듯한 핏자국까지······

장형사는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중얼거렸다.


“왜 나까지 불렀는지 알겠다.”

“이제 아시겠어요? 대형사건이에요.”

“하필이면 이 시기에? 하, 씨······”


아무래도 무곡군에 거주하고 있는 노인들이 기괴한 컬트집단을 구성하고 있는 모양이다.

대체 무슨 짓을 했기에 6명의 노인들이 끔찍하게 살해당한 걸까.

장형사는 시기가 너무 나쁘다고 생각했다.


“우리 서장님 기자들 입단속 한다고 바빠지겠구만. 덤으로 우리들도 야근에 죽어나고.”


장형사는 검게 변색된 유해를 바라봤다. 예수처럼 십자가에 못박힌 누군가의 유해는 상식을 너무 멀리 벗어난 사건을 대변하는 듯했다.



*****



그날 저녁.

세종과 원구는 거의 뻗은 채로 잠들어있었다. 깨어나고보니 이미 해가 진 상태였다.


‘밤새 뛰어다녔더니 아주 곯아떨어졌네.’


‘붉은 범’ 에피소드가 완료된 후, 세 사람은 간신히 마을로 내려와 경찰에 신고를 했다.

옆집 아저시와 헤어진 후, 세종은 곯아떨어지기 직전의 원구에게 거실 소파를 내주고 단잠에 빠졌다.


‘원구 신부님은 불면증이 있었지. 간만에 푹 잠든 거 같은데 깨우지 말아야지.’


세종은 거실의 소파에 누워 깊게 잠든 원구를 확인하고선 2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곤 서재로 돌아가 세주의 노트북을 켰다.


[『혼돈 파편』 수집보상 – ‘혼돈의 기록’]

[‘광기의 무곡군’이 집필됩니다!]


이번에도 세종의 손가락은 귀신이 들린 것처럼 제멋대로 타자를 치기 시작했다.

그리곤 순식간에 ‘붉은 범’에 대한 이야기를 기록했다.


“볼수록 신기하네······가만히 있는데 손이 알아서 움직이잖아.”


‘붉은 범’이었던 발락을 봉인한 내용까지 적고 나서야 손가락이 멈췄다.

하지만 이번 보상은 단순히 소설을 자동적으로 집필한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파편이······『혼돈석』으로 바뀌었어?’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혼돈석』 입수 보상획득!]

[믿음 +15]

[추가 목숨 +1]


갑작스런 스테이터스의 변화와 『추가 목숨』의 등장에 세종은 최대한 담담하게 생각하려 했다.


‘우선······믿음 +15부터 확인해보자.’


『정신상태창』을 열어봤다.


【정신상태창 : 펼치기】

└이성 : 85

└정신력 : 0

└믿음 : 65


‘믿음······은 대체 뭐에 쓰이는 스테이터스지?’


아직까지 단 한 번도 『믿음』과 관련된 이벤트를 경험하지 못한 세종이었다.

『이성』은 정신적인 체력이고, 『정신력』은 방어력······정도로 이해하고 있다.

그렇다면 『믿음』은 뭐지? 공격력 같은 건가?


‘그래도······『추가 목숨』은 좀 더 직관적으로 이해가 가능하다. 이건······무조건 좋아!’


만약 예상하지 못한 사건으로 인해 목숨을 잃더라도, 한 번 정도는 괜찮다는 걸로 이해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세상을 너무 게임처럼 이해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후우, 이 동네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 그리고 오세주는 무슨 관계인 걸까.’


세종은 깊게 들숨을 내쉬며 노트북을 닫았다. 처음엔 허둥지둥 사건에 휘말리기만 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세종에게도 어떠한 깨달음이 다가오고 있었다.

목표가 명징해진다.


‘······오세주와 무곡군의 연관관계 밝혀내자. 살았는지 죽었는지는 몰라도 휴대폰에 붉은 범의 사진이 찍혀있었어. 그래도 하나뿐인 혈육이야. 죽으면 이래저래 곤란해. 유일한 돈줄이기도 하고. 만약 그 녀석이 죽는다면······내가 오세주가 될 수 있어.’


세종의 돈 앞에 냉정해졌다.

지금도 세종은 오세주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물론 완전히 모두를 속일 수 있는 건 아니겠지만, 지금의 오세주가 영영 사라진다면 오세주가 가짜란 걸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진다.

그 순간 세종의 눈 앞에 새로운 정보창이 떠올랐다.


[『혼돈 파편』을 획득했습니다!]

[‘오세주’의 『혼돈 파편』 : 1/4]



서재를 내려가니, 어느새 원구가 깨어나 물을 마시고 있었다.

원구는 세종과 눈이 마주치자 컵을 들어올린다.


“물 좀 마실게요.”

“마음대로 드세요. 좀 개운해보이시네요.”

“전 꿀잠 잤습니다. 어젯밤 일이 워낙 거칠다보니 깨기 힘들더군요. 세주 씨는 잘 잤습니까?”


평범한 대화를 나누다가 세종이 눈을 찌푸린다.


“······조금 징그럽게 들리니 하지마요.”

“성직자에게 못하는 말이 없군요.”

“일어난 김에 밥이나 좀 먹죠. 배에 구멍이 날 거 같이 배고픈데.”

“여긴 배달됩니까?”

“시골인데 될 거 같아요? 라면이나 끓여먹죠.”


두 사람은 부스스한 거지꼴로 라면을 끓였다. 3봉을 끓여 두 명이서 나눠먹고나선 설거지도 안 하고 계수대에 처박아둔다.

배도 부르겠다, 세종은 원구와 약속했던 주제를 입에 올린다.


“우리 서로 오픈하기로 했었죠?”

“오픈이라기보단 정보공유겠죠.”


세종과 원구 사이엔 다시 은은한 긴장감이 흘렀다. 남자 대 남자로서, 또한 각 개인으로서의 자존심이 걸린 중대사항이었다.


“일단은, 신부님은 나이가 어떻게 되십니까?”

“오세주 씨는 몇 살이십니까?”

“전 28살입니다.”

“제가 형이군요. 29입니다.”

“저 빠른입니다.”

“빠른은 학교에서나 친구로 치는 겁니다. 사회에선 형 동생이죠.”


세종이 두 눈을 가늘게 뜬다.


“오케이, 이건 넘어가죠.”

“앞으론 원구 형이라고 부르십쇼.”

“원구 신부님은 어째서 무곡군에 오게 된 겁니까? 쫓고 있다는 사건이 대체 뭐죠?”


세종은 원구를 째려본다. 여전히 그의 상태창에는 [풀어야 할 비밀 2/3]이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신부님은 대체 정체가 뭡니까?”


[풀어야 할 비밀]이 남아있으니, 당연히 진실을 함구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의외로 원구는 손쉽게 털어놓는다.


“오세주 씨. 저에게 들은 이야기를 어디에도 발설하지 않고, 창작물에도 쓰지 않는다고 약속하십시오.”


원구가 새끼손가락을 내민다.


“전 오세주 씨를 믿습니다.”

“누가 뭐래요.”


세종이 새끼손가락을 걸자 원구가 자신의 정체를 털어놓는다.


“제가 소속된 교구는 한국에 없습니다.”

“그럼······?”


원구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제 소속은······교황청 산하의 국제수사기구입니다. 한국에서 ‘토템’이 발견되었단 제보를 받고 석달 전, 한국에 입국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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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프롤로그 삭제 + 8화 내용추가 20.11.17 94 0 -
22 22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야 -1 20.12.04 46 1 13쪽
21 21화. 자원구 신부 -2 20.12.03 38 1 12쪽
» 20화. 자원구 신부 -1 20.12.02 54 1 12쪽
19 19화. 대악마 -3 20.12.01 53 1 12쪽
18 18화. 대악마 -2 20.11.30 52 1 14쪽
17 17화. 대악마 -1 20.11.27 64 1 12쪽
16 16화. 붉은 범 -4 20.11.25 64 1 12쪽
15 15화. 붉은 범 -3 20.11.24 53 1 14쪽
14 14화. 붉은 범 -2 20.11.24 140 1 11쪽
13 13화. 붉은 범 -1 20.11.23 61 1 11쪽
12 12화. 돌발상황 20.11.20 65 2 12쪽
11 11화. 범을 보았다 -2 20.11.19 90 2 12쪽
10 10화. 범을 보았다 20.11.18 88 3 13쪽
9 9화. 범인을 보았다 +2 20.11.17 78 2 12쪽
8 8화. 복선 -1 20.11.16 78 1 12쪽
7 7화. 엑소시스트 -2 20.11.14 80 1 12쪽
6 6화. 엑소시스트 -1 20.11.13 88 1 13쪽
5 5화. 축사의 귀신 -3 20.11.12 96 2 12쪽
4 4화. 축사의 귀신 -2 20.11.11 93 0 12쪽
3 3화. 축사의 귀신 -1 20.11.11 104 2 12쪽
2 2화. 나는 상태창이 보인다 +2 20.11.09 136 6 14쪽
1 1화. 나는 상태창이 보인다 +2 20.11.09 207 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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