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족할 때까지 환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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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탄지
작품등록일 :
2020.11.10 03:20
최근연재일 :
2020.12.16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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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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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화

DUMMY

회장 놈은 생각을 하는 건지 미소 짓기만 할뿐 아무런 말이 없었다.


‘어쩔 수 없어. 어차피 나는 저 회장 놈 소원 들어줘야 돼. 저 회장 놈이 나를 그냥 노쇠한 할아버지로 만들어버려서....’


회장 놈이 이런 내 상황을 악용하든 안 하든 나에게는 선택권이 없었다.



“그런 거면 진작 말하지 그랬나? 방법이 있었을 텐데. 돈을 받을 수 없다고 지레 짐작하고 포기하고 그런 행동을 보인 건가?”


“회장님 생각해 보십시오. 반대 입장이라면 안 그랬겠나.”


“나였다면 협상을 해서 문제를 해결했을 걸세. 아무튼 자네가 내 소원을 들어줘도 얻을 이익은 아무 것도 없다는 말이군.”



회장 놈에게 내가 꼭 환생을 해야겠으니 어찌 됐든 회장 놈의 소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 정도로 멍청하지는 않지. 내가 꼭 해야 할 일이면 대가를 지급하지 않을 거라는 건 뻔 하니까.’


“그러니 제가 회장님의 소원을 들어줄 이유가 없습니다. 저한테 아무런 이익도 없지 않습니까. 소원을 들어주면 끝인데.”


“자네 걱정은 미리 받지 못해서가 아니라. 소원을 들어준 다음에 받지 못하기 때문으로 보이는데 맞는가?”


“예. 소원을 들어주고 나면 받을 기회가 없다니까요. 저는 다시 회장님이 될 수 없어요.”


“종합해 보면 자네는 소원을 들어준 뒤에 돈만 받는다면 돈을 언제 지급해주던 상관없다는 말 맞는가? 그 용처야 어떻게 쓰던 자네가 알아서 하겠지만.”


회장 놈에게 내가 계속 환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는데 회장 놈은 내 말을 유추해서 정확하게는 아니지만 대충 내가 다시 환생해서 돈을 쓸 거라는 걸 예상하고 있는듯 했다.


“예.. 저는 돈만 받으면 되기는 한데. 소원을 들어주면 더 이상 회장님이 아니어서 돈을 받을 기회가 사라집니다.”



회장 놈은 아주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그럼 문제는 해결 되었네.”



“예? 뭐가 해결 됩니까? 그대로인데?”



“아닐세. 해결 되었네.”


회장 놈은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았는데 자신만만하게 말로만 해결되었다고 씨부리고 있었다.


“아니. 돈을 못 받는 다니까. 회장 놈 아니, 회장님이 아닌데 어떻게 회장님 돈에 손을 댑니까? 지금 회장님인 데도 돈에 손도 못 대고 있는데. 비밀번호를 알려줘도 소용없다니까요?”



“비밀계좌.”



“예?”



“내가 비밀계좌의 계좌번호와 비밀번호를 알려주겠네.”



“의미 없.. 네? 비밀계좌랑 비밀번호?”



“그래. 그럼 되지 않는가? 자네가 소원을 들어주고 다시 나로 돌아가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계좌번호와 비밀번호만 알고 있다면 돈을 찾을 수 있네.”



“그.. 계좌번호랑 비밀번호만 있으면 아무나 돈을 찾을 수 있습니까? 회장님이 아니더라도?”


“그래. 누구든 찾을 수 있지. 비밀 계좌이니까.”


회장 놈의 말이 사실이라면 베스트다. 사실 10억도 안 되는 돈을 옮기려고 갖은 고생을 하며 머리를 짜냈던 걸 생각하면 진짜 아무나 접근 가능한 계좌라면 그만 큼 좋은 건 없다.


‘부자 놈들 저런 걸로 탈세하고 증여세도 안내고 돈을 물려줬구나..’



“하지만.. 회장님이 제가 소원을 들어준다고 정말 그 번호와 비밀번호를 준다고 보장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하하하. 나는 약속과 원칙을 절대 어기지 않는다네. 100억이 든 비밀계좌의 계좌번호와 비밀번호를 알려주겠네. 그 돈을 찾을 수 있는 지점까지 알려주지. 여기까지가 내가 해줄 수 있는 마지노선일세.”




“100억? 어째 액수가..”


“처음엔 아마 천 억이었지? 자네가 처음에 내 제안을 받아 들였다면 천억을 전부 받았을 걸세. 하지만 왜 돈이 10분의 1로 줄어버렸는지는 자네도 나도 이유를 알고 있지 않은가?”


백억. 백억도 확실히 큰돈이다.


‘어차피.. 나는 저 회장 놈의 소원을 들어주긴 해야 하는데. 이정도 보장이면 처음보다 나아지긴 했는데..’





괜히 뜸을 들인다면 회장 놈은 분명 또 돈을 더 깎을 것이었다. 큰 양보를 했다는 표정을 지으며 회장 놈에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회장님 꼭 약속은 지켜주십시오.”



“약속과 원칙이 지금의 나를 만들고 유지시켜줬다네. 내가 약속을 지키지 않을까봐 걱정하지 말고, 자네가 임무를 수행해낼 수 있을지를 걱정하는 게 더 도움이 될 걸세.”






“백억.. 백억이면 충분하지..”


사실 내가 회장 놈의 물건들을 팔아 마련한 돈도 만지기 힘든 충분히 큰돈이었다.


“아.. 회장 놈한테 죽으면 돈도 필요 없는데 왜 이렇게 구두쇠처럼 구는지 물어봤어야 했는데..”


이제 곧 떠난 다는 생각을 하니 묘하게 아쉬워 집을 한 바퀴 돌았다. 이삿짐이 빠져나간 빈 집처럼 집은 텅텅 비어있었다.


“후.. 이제 가는 구나. 그동안 즐거웠다.”



우선 내가 처분해서 코인지갑에 담은 돈들을 어디에 숨길지 고민했다. 땅에 파묻는 방법 이외에는 떠오르지 않았지만 불현듯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 못생긴 놈. 그 집에다가 숨겨 놓으면.. 아니지 환생이 길어지거나 해서 방이 다른 사람에게 나가버리거나 하면 낭패지.”



“잠깐만...”



그 못생긴 놈의 집 주소가 떠오르지 않았다. 아무리 떠올려 보려고 해도 그 못생긴 놈의 이름처럼 죽어도 생각나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름.. 주소...”


그 못생긴 놈의 주소도 이름과 마찬가지로 처음부터 몰랐던 것처럼.



“소원을 들어주면 이름뿐 만아니라 그 놈에 관한 모든 기억은 사라지나보네.. 아무 것도 기억 안나. 이름도 주소도 그 놈의 생김새조차. 못생긴 놈이었다는 것밖에는..”



수연이의 기억은 또렷하게 낫다. 수연이뿐 아니라 그 못생긴 놈으로 살 때의 모든 기억은 생생하게 기억 낫지만 그 못생긴 놈에 관한 기억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그 어떠한 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못생긴 놈뿐만 아니라 개를 비롯한 내가 소원을 들어준 다른 사람의 생김새도 생각나지 않았다.


“규칙 하나를 알아냈네. 그 개 이름도 생김새도 생각 안나. 그 개 털색이 흰색이었나? 그게 뭐가 중요하냐. 어차피 죽은 놈들인데.”


죽은 놈들보다 앞으로 창창한 인생을 살아갈 내가 더 중요했다. 회장 놈이 약속을 지킨다고 입으로는 말하지만 부자 놈들을 100% 신뢰하는 건 바보짓이다.


“어차피 난 환생해야 되니까 더러워도 소원을 들어준다. 주면 좋고 안 줘도 어쩔 수 없지 뭐.”


어차피 떠날 몸이니 회장 놈의 옷들도 팔아치우고 모두 코인으로 만들어 코인지갑에 넣어버렸다. 그리고 며칠 동안 회장 놈의 소원이 아니라 내 코인지갑을 숨길 곳을 찾아다녔다.



“누구나 쉽게 접근 가능하지만 누구도 찾아보지 않을 곳...”



산, 학교, 공원들이 떠올랐다.


“산을 누가 파헤쳐 보면 어떡하지? 잘 훼손이 되지 않는 곳은 학교인데.. 공사를 한다거나 하면...”



돈을 숨긴다고 생각하니 학교 같은 정적인 곳도 야생처럼 불안하게 느껴졌다.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얻을 건 없지..”


며칠 동안 여러 곳을 살폈다. 기사에게는 항상 멀리 떨어져서 차를 세우게 하고는 내가 혼자 가서 구석구석 살펴봤다.


“학교... 산은 너무 접근성이 쉽고.. 학교.. 애들이 안 파볼만한 곳.. 애들은 심심하면 땅을 파는데..”



“교사 화장실 변기 안에..”



“아니야.. 청소하는 사람들이 죄다 열어볼 거야..”



“아흐!!!”





“고작 10억도 안 되는 돈을 옮기는데도 이렇게 머리가 터져나가고 있는데 천억을 옮기려고 했으니..”



“회장 놈처럼 계좌번호와 비밀번호 하나로 손쉽게 돈을 옮길 수만 있다면 좋으련만..”


내 머리로는 땅에 파묻는 거 말고는 도저히 돈을 옮길 방법은 떠오르지 않았다.


“코인을 사서 코인지갑에 넣고 코인지갑을 묻는 다는 발상을 한 것도 많이 발전한 거지.. 처음에는 돈을 묻으려고 했으니까.”


접근하기 좋지만 많은 사람이 접근하지 않는 곳은 학교가 딱 이었다. 중학교 고등학교보다는 초등학교가 더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없이 많은 초등학교들을 돌아다녔다. 학교 안에 들어가 숨기기 적당한 곳은 없는지 구석구석을 뒤졌다.



“화단은 땅을 쉽게 파보니까 화단은 안 되고.. 그래 저기!!!”


운동장 한 쪽에 운동장보다 높은 지대에 위치하고 펜스로 둘려 쳐져있는 곳이 눈에 들어왔다. 안에는 풍향계와 온도계가 있었고 어린애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게 펜스가 쳐져 있었지만, 높은 곳에 잠금장치를 바깥에서 풀면 안으로 들어 갈 수 있었다.


“딱이야.. 여기라면 애들도 쉽게 들어오지 못하고. 딱히 들어오려는 사람도 없고. 바닥도 흙이니까 쉽게 팔 수 있고....”



각고의 노력과 답사 끝에 최적의 장소를 찾았다.


“이제 됐어. 이제 한 시름 덜었다.”


막상 땅을 파서 묻으려고 보니 어디에 팔까 고민이 됐다.



“풍향계 밑을 팔까? 아니면 구석에다가 파가지고 돌로 덮어서 표시를 할까?”


묻을 곳을 정하자 다른 고민이 불쑥 튀어 올랐다.


“혹시 누가 파볼 수도 있으니까 그냥 묻지 말고 코인지갑을 랩으로 감아서 김치를 담은 봉지 안에 넣어버릴까?”


“아니야.. 그랬다가 쓰레기인 줄 알고 통째로 버릴 거야..”


“통에 넣은 다음에.. 그럼 열어 볼거야..”


“그냥 넣기는 찝찝한데. 최대한 티가 안 나야 되는데.. 종이로 몇 겹을 감싼 다음에 검은 매직으로 칠해서 돌처럼 보이게 만들까?”











“이제 됐다. 이제 소원만 들어주면.”



계획대로 검게 칠한 종이로 몇 겹을 동그랗게 감싼 코인지갑을 묻었다.


묻고 나면 모든 게 끝날 거라 생각했는데. 혹시나 누가 파서 가져가지는 않았을까 불안한 마음에 몇 번이고 다시 파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아니야. 그냥 불안감이야...”


억지로 내 자신을 억누르고 회장 놈의 소원 들어주기에 착수했다.


“다리를 부셔 달라니.. 너무 구체적이잖아.”


사회적으로 자신에게 망신을 준 사람의 다리를 부셔달라는 건 회장의 소원이라기에는 너무 치졸했다.



“아무러면 어떠냐. 이제 이 돈도 없는 노쇠한 노인네의 몸을 버리려면 소원을 들어줘야 하는데.”


회장이니 밑에 사람이건 직원이건 누군가를 시켜 다리를 부숴버리면 되는 간단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오진명이라고 그랬지.”




이제 비밀번호를 결제하지 않아 요리사와 집을 관리하는 가정부들까지 모두 떠났지만 집사는 아직 남아있었다.


‘집사만 왜 다른 월급체계를 갖고 있는 거야? 회장 놈이 다 이유가 있었겟지. 뭐 나야 좋지만..’


집사를 불렀다.


“오진명 이라는 사람을 불러오게.”


“회장님 오진명 말씀이십니까?”


“그래 오진명.”



“회장님에게 비난을 하고 망신을 줬지만 저희 회사에 고용한 그 오진명을 말씀하시는 게 맞습니까?”


“그래. 그 오진명이..”


“회장님.. 죄송합니다만.. 그 오진명이는 얼마 전에 사망했습니다...”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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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9화 20.11.20 5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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