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

웹소설 > 일반연재 > 스포츠

최지건
작품등록일 :
2014.07.20 23:57
최근연재일 :
2015.10.05 00:51
연재수 :
53 회
조회수 :
388,396
추천수 :
9,206
글자수 :
200,772

작성
14.10.13 03:49
조회
7,928
추천
190
글자
8쪽

7장 목표는 같다. (3)

DUMMY

“요 매애앤~!”

그루브 리듬을 타는 동양인이 서있었다.

알빈은 이마를 짚으며 고개를 숙였다.



김홍준은 훈련장에 서서 포츠 옆에 서있는 선수를 쳐다봤다.

신장은 대충 봐서 170 초반대에 어떻게 봐도 아시아계스런 외모였다.

헌데 드레드였다.

헌데 좀 검었다.

껄렁껄렁한 모습이 어디 미국 슬럼가에서 건너 온 아프리카계 미국인 같았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생물을 보며 김홍준은 달리 어떤 평가를 내려야 할지 몰랐다.

그저 멍하니 바라보며 누군가 어떤 해석이라도 건네주기를 기다릴 뿐이었다.

“이번에 입단 테스트를 받을 선수다. 일본인이고 이름은 오마에 나이 포지션은 우측 풀백이다.”

등 뒤에서 부글부글 끓는 소리가 들려왔다.

돌아보지 않아도 김홍준은 누군지 알 수 있었다.

떠나온 조국을 떠올리게 하는 그리운 이름의 소유자임에 틀림없었다.

“일본 2부 리그에서 뛰었고 올해 21살이라고 하니 잘들 보살펴 주길 바란다. 궁금한 게 있으면 따로 물어보고.”

김홍준은 자신이 입단 할 때와는 달리 매우 친절한 선수 소개에 약간의 불만을 느끼며 오마에 나이를 쳐다봤다.

아까부터 계속 어깨를 들썩이는 게 마치 ‘존나 좋군.’ 이라도 연발 할 것 같은 모양새였다.

인터넷을 돌아다니는 짤방을 떠올리며 김홍준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잠깐, 여기 용병 카드, 두 장이 한계 아니었나?’

고개가 우뚝 멈춰 섰다.

번뜩 떠오른 문제를 머리에 담고 김홍준은 아까 전부터 눈에 거슬리던 존재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처음에는 누군가 했지만 계속 바라보니 조금씩 어떤 사진이 떠올랐다.

스톰포겔스 텔스타의 구단 홈페이지에 소개 되어 있던 사진이었다.

“저 사람, 구단주야?”

김홍준은 고개를 돌려 옆에 서있던 프랑크에게 물었다.

프랑크는 떨떠름한 시선으로 오마에를 쳐다보며 말했다.

“어, 맞아.”

코어페슈크니크에 병원 보유자의 대답에 김홍준은 이마를 짚으며 생각했다.

“네베스가 비 EU 출신자 아닌가? 이중국적 딴 적도 없고... 이거 잘못하면 완전히 나가린데.”

한국말로 중얼거리는 김홍준을 바라보고 있던 왼편의 요한이 말했다.

“나꽈뤼?”

“어, 나가리.”

옆에서 들려온 어설픈 한국어에 김홍준은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김, 나가리, 무슨 뜻?”

“어, 나가리는 말이야.. 그러니까..!?”

무심결에 대답하려던 김홍준은 경악한 표정으로 요한을 돌아봤다.

“X발, 너 지금, 한국어 쓰는 거냐!?”

놀란 김홍준을 보며 요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 한쿡어, 배운타. 형째를 위해!”

보통 외국인이 한국어를 배운다고 하면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호감을 표한다.

때로는 기쁨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요한은 평범한 외국인이 아니다.

이건 마치 외국에서 만난 스토커가 한국에 까지 와서 스토킹 하겠다고 커밍아웃이라도 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김홍준은 올라오는 소름을 억누르려 노력하며 고개를 돌렸다.

임대가 끝나는 시즌 후라면 벗어 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한 예상이 어쩌면 잘못된 예측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홍준이 불안한 미래에 몸서리 치고 있을 때, 어느새 소개가 끝난 오마에 나이가 선수들 사이로 들어왔다.

그는 흑백의 앙상블 속에서 유독 튀는 인물 둘을 발견하자 얼른 그쪽으로 다가갔다.

타국에서 같은 인종을 만났다는 안심감은 이루 말 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게 설사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탈을 쓴 일본인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오우! 너 X 어디서 XX 왔어!? 혹시 XXX 일본인? 아니면 XX 중국인!?”

꼬리아에게 다가간 오마에는 말의 절반을 욕으로 채운 영어를 구사하며 국적을 물었다.

꼬리아의 앞에 서있던 김홍준은 혼잡스런 머릿속을 또다시 폭풍 속으로 밀어 넣는 오마에를 보며 기겁을 했다.

꼬리아의 이마에 힘줄이 돋아났다.

여러 의미에서 오마에는 스스로에게 사망 선고를 한 셈이었다.

그때, 감독이 손뼉을 쳐 선수들의 시선을 모았다.

언제 다가 온 건지 거대한 체구를 자랑하는 흑인 한 명이 감독의 옆에 서있었다.

위압감 넘치는 표정, 연륜이 엿보이는 눈가 주름, 옷 너머로도 느껴지는 강인한 근육의 박동.

혼돈의 폭풍 속을 헤매고 있던 김홍준은 눈앞의 존재를 본 순간 모든 혼란을 잊을 만큼 압도 되었다.

그는 아침, 김홍준이 본 동영상 속의 주인공이었다.

필드 위의 글레디에이터.

미친개!

싸움꾼!

빛나는 경력을 쌓아온 수비수!

김홍준은 숨을 들이켰다.

페르난도 네베스가 위엄 넘치는 눈빛으로 선수들을 훑어 본 후 입을 열었다.

모두가 침을 삼켰다.

“안뇽, 나는 페르난도 네베스라고 해. 모두 친하게 지내자.”

새침한 표정이 포인트였다.

유치원생들이 춤이라도 출 것 같은 율동감이 느껴지는 목소리는 덤이었다.

김홍준은 주저앉을 것 같은 다리에 힘을 주며 이마를 짚었다.

서쪽에 요한, 남쪽에 꼬리아, 동쪽에 오마에, 북쪽에 네베스를 두고 김홍준은 잠시 현실을 잊고 진정한 고민을 향해 내면으로 침잠했다.

프로 선수로서 생존을 위한 방법을 고민했다.

용병 카드는 두 장, 현재 카드 사용자는 세 명.

이 중 한 명을 밀려나야 한다.

미간에 주름이 질 정도로 심각한 고민이었지만 김홍준의 내면은 말하고 있었다.

그 심각한 고민조차도 실상은 지금 이 순간을 벗어나기 위한 작은 방편 일 뿐이라고...



“이렇게 직접 오시면 안 됩니다.”

프레야의 목소리에 앞서 걸어가던 구단주가 고개만을 돌려 힐끗 그녀를 바라봤다.

보는 것만큼이나 빠르게 회수되는 시선이 얄미웠다.

프레야가 또다시 입을 열려는 순간 구단주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안 될게 뭐 있나요. 구단주가 직접 오면 선수들도 긴장감을 가지고 좋죠.”

“하지만 평소에는 단 한 번도 훈련장에 찾아오지 않으셨잖아요. 선수들이 편애라고 느낄 겁니다. 그럼 신임감독에게도 부담이 가요.”

앞서와 달리 시선조차 주지 않으며 구단주가 말했다.

“그렇게 무능한 감독이라면 잘라야죠.”

번쩍 손이 치켜 올라갔다.

자신도 모르게 구단주의 뒤통수를 향한 손을 억누르며 프레야는 차분히 입을 열었다.

“감독에게 결정을 일임하겠다고 하셨잖아요.”

“그랬죠.”

“그런데 왜 이런 행동을...”

말을 자르며 구단주가 말했다.

“결정은 감독이 내리면 되요. 그 사이 저는 제가 하고 싶은 행동을 할 겁니다. 이 말에 무슨 모순이라도 있나요?”

프레야는 이를 악물며 걸음을 옮겼다.

“아니요. 없습니다.”

있다고 해도 없다고 할 게 분명했다.

지난 5년간 그랬다.

수없이 엎어진 선수 영입과 불안정한 시즌 성적에는 언제나 이 자가 있었다.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는게 소유주의 권리라고 하지만 그게 용납 될 수 있는 선이라는 게 있다.

프레야는 가슴팍에 넣어둔 사직서를 쓰다듬으며 지금 이 순간 쏟아질 것 같은 분기를 억눌렀다.

그런 프레야의 감정 변화를 아는지 모르는지 구단주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클럽 하우스를 향해 걸어갔다.

“더 할 말은 없겠지요?”

구단주의 말에 프레야는 가슴에서 손을 떼며 대답했다.

“예.”

“일주일 후에 감독이 작성한 오마에 나이의 훈련 보고서를 제게 제출해 주세요. 일주일 후에 보죠.”

또 골프 투어라도 하러 가는 모양이었다.

프레야는 불만을 삭이며 긍정의 대답을 한 후 구단주에게서 등을 돌렸다.

구단주가 떠나간 자리에 홀로 남아 프레야는 치켜 올라간 눈가를 손가락으로 어루만지며 훈련장을 쳐다봤다.

훈련장에서 미니게임을 하는 선수들이 눈에 들어왔다. 실수인지 같은 팀 선수에게 태클을 하는 선수가 눈에 들어왔다.

어디에나 꼭 한 놈 쯤 있다.

프레야는 같은 팀 선수에게 태클을 한 선수를 보며 생각했다.

참을 만큼 참았다.

이제 끝장을 봐야 할 때였다.

프레야의 시선이 오마에 나이를 향했다.


작가의말

 오류 및 오타 지적 환영 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7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바퀴벌레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미리보기를 시작 했습니다. +2 14.11.04 1,897 0 -
공지 1권 분량을 완료 했습니다. +4 14.10.26 3,794 0 -
53 3장 그녀가 온다. (1) +1 15.10.05 1,368 26 9쪽
52 2장 터프해져야 하는 이유 (5) +8 15.09.23 1,178 36 7쪽
51 2장 터프해져야 하는 이유 (4) +4 15.09.19 1,412 31 7쪽
50 2장 터프해져야 하는 이유 (3) 15.09.15 1,266 23 8쪽
49 2장 터프해져야 하는 이유 (2) +9 15.09.12 1,621 35 7쪽
48 2장 터프해져야 하는 이유 (1) +4 15.09.08 1,542 30 6쪽
47 2권 1장 - 필연적 퇴장 (7) 15.09.06 1,681 32 11쪽
46 2권 1장 - 필연적 퇴장 (6) +4 15.09.01 1,593 29 10쪽
45 2권 1장 - 필연적 퇴장 (5) +2 15.08.29 1,851 39 11쪽
44 2권 1장 - 필연적 퇴장 (4) +3 15.08.25 1,775 35 9쪽
43 2권 1장 - 필연적 퇴장 (3) +2 15.08.22 1,968 38 8쪽
42 2권 1장 - 필연적 퇴장 (2) +2 15.08.18 2,136 38 8쪽
41 2권 1장 - 필연적 퇴장 (1) +5 15.08.15 2,399 45 10쪽
40 2권 서장 15.08.15 2,046 33 2쪽
39 후일담- 1. 비빔밥의 미학 (후) +17 14.10.30 6,570 147 10쪽
38 후일담- 1. 비빔밥의 미학 (전) +15 14.10.28 5,662 149 8쪽
37 7장 목표는 같다. (9) +18 14.10.25 6,260 167 10쪽
36 7장 목표는 같다. (8) +18 14.10.24 6,471 178 17쪽
35 7장 목표는 같다. (7) +13 14.10.22 6,670 159 7쪽
34 7장 목표는 같다. (6) +17 14.10.20 6,687 172 7쪽
33 7장 목표는 같다. (5) +18 14.10.17 6,849 161 8쪽
32 7장 목표는 같다. (4) +10 14.10.15 7,187 175 7쪽
» 7장 목표는 같다. (3) +17 14.10.13 7,929 190 8쪽
30 7장 목표는 같다. (2) +22 14.10.10 8,239 200 7쪽
29 7장 목표는 같다. (1) +8 14.10.07 8,865 199 10쪽
28 6장 당신이 잠든 사이에 (7) +10 14.10.05 9,095 227 10쪽
27 6장 당신이 잠든 사이에 (6) +10 14.10.03 8,730 228 11쪽
26 6장 당신이 잠든 사이에 (5) +7 14.10.02 8,225 189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