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병이 아카데미 졸업을 안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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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0.11.13 22:57
최근연재일 :
2021.02.2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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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0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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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너먼트 – 넘사벽

DUMMY

8강의 첫 경기.

스피리아와 즈웬의 경기였다.


경기장 위에 내려앉은 백색의 눈과 같은 머리카락을 가진 스피리아.

맞은편에는 그녀와 조화를 이루는 눈부신 금발의 머리칼을 가진 순둥순둥해보이는 귀족 남성, 즈웬이 있었다.


“경기- 시작합니다!”


사회자의 시작 신호와 동시에.


쩌적!


즈웬이 스피리아에게 달려들었다.

그의 마나를 다루는 유형은 체내형.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그들은 체내형 ‘마법사’라고 부르기 어려웠으나.

그 전력만큼은 틀림없이 마법사에 필적한다.


쿠르르륵-


스피리아의 흙벽이 달려드는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허나 그녀가 만들어낸 마법은 즈웬의 발차기에 산산이 조각났다.


‘이번엔 스피리아도 고전하겠네’


마법의 강도가 약하다고 몇 번이고 지적받았던 그녀는, 모든 것을 파괴하며 달려드는 체내형 마법사를 상대하기 힘들 것이다.

특히, 몸을 거의 움직이지 않는 그녀라면 말이다.


쏴아아-


파도와 같은 물 마법이 허공을 갈라 즈웬에게로 쏟아졌다.

그의 신체 능력이라면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속도.

하지만.


“꼬르륵-”


그가 부순 흙벽의 잔해들이 그의 시야를 방해해 물 마법을 맞고 말았다.


스피리아의 전략.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전략이었다.


파지지직-


그녀의 번개 마법이, 그녀의 물 마법과 합쳐졌다.

분명 일반인이라면 여기서 졸도했을 것.

다른 마법사들이라 해도, 몸을 잘 움직이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상대는 체내형 마법사.

몸 안에서 빠르게 흐르는 그들의 마나가 번개 마법을 중화시켜준다.


즉, 그녀는 나와 대련을 할 때처럼 번개로 상대를 끝장낼 수 없었다.


타닷-


즈웬이 자신에게 몰아치는 물들을 헤치며 그녀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녀가 지금 물 마법을 고수하는 이유.

물은 땅 속성 마법과 달리 부술 수 없다.

그러나 화염처럼 순식간에 뚫고 지나갈 수도 없다.


자신을 사냥하러 오는 체내형 마법사의 전진을 늦추기 위한 그녀 나름의 최선의 마법이었다.

하지만 최선의 방법과 효과적인 방법은 다르다.


타다다닷-


어느새 그 물세례에 적응한 즈웬이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후우우,,,”


스피리아가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그녀의 1차 테스트를 함께했던 학생이라면.

그 심호흡의 뒤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잘 알고 있었다.


그녀의 마법에 적응하고 달려든 즈웬에게는 상당히 높은 점수를 주겠으나.

그는 그녀에게 너무 많은 시간을 주었다.


쿠구구구-


즈웬과 그녀의 물마법 주위로, 마치 어항같이 흙벽이 솟아났다.

그리고.


쩌저저적-


즈웬의 주위를 두르고 있던 물들이 서서히 얼어붙어 갔으며.

그 어항의 천장마저 스피리아의 흙 마법으로 메워졌다.


‘이거... 괜찮은 건가?’


그녀가 고전하겠다는 말은 취소하겠다.

즈웬의 생존 여부가 심히 걱정되는 대규모 마법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마법은 거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그 내부에서는 쿠르륵 하는 소리가 계속 울려 퍼졌다.

그리고.


후두둑


그 흙덩어리의 가장 바깥쪽 외벽이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


사람들은 그제야 그녀의 마법을 이해할 수 있었다.

녀석을 얼음에 가둬두고, 그 주변의 흙들을 이용해서 그것을 압축하고 있는 것이었다.


쿠르륵-

후두두둑


그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그 마법이 한계까지 압축되었을 때.


쩍!


즈웬을 둘러싼 모든 마법이 동시에 반으로 갈라지며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의 상태는 당연히 멀쩡하지 않았다.


처음 그가 그곳에서 빠져나왔을 때의 모습은 그저 멀쩡해 보였다.

허나 그런 생각도 잠시.


주르륵-


그의 몸에 있는 구멍이란 구멍에서 전부 피가 흘러나왔다.


“스피리아 브란트 승!”


즈웬의 패배가 선언된 이후, 다시 한 번 모든 사제가 경기장 위로 올라왔다.

내가 히스턴의 발목을 날렸을 때보다 그들의 움직임은 더욱 분주했다.


나는 생각했다.

이미 스피리아 그녀는 완성된 마법사가 아닐까... 하고.


***


불여우의 다음 경기는 나와, 로반의 경기.


그의 정보라면 완벽하게 수집해 놓았다.

먼저, 케인오빠와 같은 근접형 마법사.

불 속성과 번개 속성을 다룰 수 있다.

하지만 특이하게 땅 속성까지 다룰 수 있었다.


16강까지의 전투들을 보아도, 땅 마법을 적극 활용하는 공격들을 볼 수 있었다.

녀석의 땅 마법은 접촉형에 비해 그 거리가 짧았지만.

그와 근접한 상태에서 땅 마법에 발을 묶인다면 상당히 골치가 아파진다.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싸운다.’


다행인 것이, 그는 체내형 마법사나 케인오빠처럼 순식간에 거리를 좁힐만한 방법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에게서 최대한 멀리 떨어져 싸우기만 하면 승리는 반드시 보장된다.


‘케인 오빠가 보고 있는데 질 수는 없지!’


저벅 저벅


사회자의 선수 소개가 끝난 이후, 나와 로반은 경기장 위에서 마주 섰다.


서로 짧은 인사를 마친 뒤, 각자의 자리에 섰다.


사회자의 거창한 소개말이 이어진 뒤, 시작 신호가 울렸다.


타다다닷-


역시 근접형 마법사답게 바로 달려온다.


스스스-


공중에 수백의 물 마법을 공중에 띄운다.

그리고, 송곳과 같이 뾰족하게 얼린다.


동시에.


챠라라락-


얼음을 서리와 같이 바닥에 흩뿌려 바닥을 미끄럽게 만든다.

이것으로 로반은 혼자 미끄러져 몇천, 몇만의 관중 사이에서 웃음거리가 되지 않으려면 속도를 줄여야만 한다.


예상대로 로반은 속도를 줄였다.

속도를 줄인 그를 향해 송곳과도 같은 얼음들을 날린다.


정면, 측면, 후방, 머리 위까지.

얼음 송곳들은 모든 방향에서 그를 동시에 공격할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만족하지 않는다.


쩌저적-


커다랗고 뾰족한 얼음 기둥을 하나 만들어 그를 향해 날린다.


사면초가.


녀석이 빠져나갈 구멍 따위는 없었다.

분명 그랬을 터다.


쿠르륵!


로반의 발밑에서 흙이 솟아올라, 그의 몸을 공중으로 띄웠다.

그리고.


화륵-


“크으윽...!”


그는 온몸에 화염을 두르고 얼음송곳을 맞아가며 그 곳에서 벗어났다.

덕분에 후속타로 날린 커다란 얼음 기둥은 허공을 가를 뿐이었다.


바닥으로 착지한 그의 몸은 상처투성이였으나.

그 상처들이 내가 의도한 것보다 얕았다.

분명, 근접형 마법사들이 마법을 사용할 때 자동으로 펼쳐지는 마나 방어막 때문일 것이다.


‘공격을 맞아가면서까지 벗어나다니...’


확실히 모든 공격을 맞는 것보다는 일부 공격을 맞고 덜 아픈 게 몇 배는 낫다.

하지만 자신이 그 상황에 부닥쳤더라면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아직 나도 멀었네.’


스피리아를 꺾겠다고 해놓고 이런 것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해서야, 천재라고 불리는 그녀를 이길 수 있을 리 없다.


쿠르륵!


녀석은 바닥에서 사선으로 땅을 솟구치게 하여 자신의 몸을 내게로 날렸다.


그리고 몸에 감싸던 화염을 번개로 바꾸었고.


후웅!


내 머리통을 향해 묵직한 발차기를 날렸다.

다행이 그 발차기는 피할 수 있었으나.


퍽!


“커흑!”


발차기의 관성 탓에 공중에서 뒤를 돌게 된 녀석은, 곧바로 다른 쪽 발을 이용해 발의 뒤꿈치로 내 안면을 때렸다.


물론 녀석은 체내형도 아니고, 심지어 공중에 떠 있었기에 그 모든 힘이 전달된 것은 아니었으나.




난 균형을 잃고 뒤로 넘어졌다.


감전으로 덜덜덜 떨리는 손을 인중으로 가져다 대었다.

코에서 코피가 추하게 흘렀다.


‘아... 케인 오빠한테 이런 모습 보여주면 안 되는데...’


쿵!


“으그그극!”



온몸에 번개를 두른 녀석이 내 위로 올라탔다.


덜덜덜덜-


눈동자가 뒤로 넘어갈 것 같았다.

몸이 말을 안 듣고 덜덜 떨렸다.

하지만 이를 악물고 버텼다.


“슬슬 항복할 때가 된 것 같은데?”


로반이 뭐라고 지껄였다.

역시 바위를 깬 녀석답게 마지막 한 방이 남아있는 모양.


하지만

나는 반드시 저 스피리아라는 여자를 꺾어버리고 오빠가 나만을 바라보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불여우한테 쓰려고 했던 기술이었지만...’


실신 직전.

마나를 한가득 끌어 올렸다.


스르륵-


“너 뭐 하는...”


물 마법.

그것이 내 몸을 감쌌다.

전기가 흐르는 몸에 물을 들이붓는 자살행위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나는 살기 위해 마법을 사용한 것이다.


쩌쩌저적!


나를 둘러싼 물이 순식간에 얼어붙었고.


“...어?”


내 몸 위에서 거대한 얼음 기둥이 한순간 솟구쳐 올랐다.


덕분에 로반의 몸은 공중 저 높이 떠올랐다.

전기덩어리가 몸에서 떨어져 나가 한결 편안해진 나는 모든 마나를 끌어모았다.


슈와아아악-


스피리아에게 필적할 만한 양의 물들이 공중에 생겨났다.

그리고 그 물은 64개의 거대한 덩어리들로 나뉘었으며.

공중에 떠있는 로반의 주위를 구처럼 둘렀다.

그리고.


쩌적-


그 물들이 얼어붙었으며.

64개의 거대한 얼음 뭉치에서, 거대하고 뾰족한 얼음 기둥들이 솟아나 로반에게 향했다.


콰가가가각!


얼음 기둥들이 로반이 있던 자리에서 굉음을 내며 서로가 서로를 부수고, 갈았다.


그 모든 것들이 다시 경기장의 바닥으로 떨어져, 얼음 조각들이 부서지며 얼음 안개를 형성했다.

그리고 안갯속에서 멀쩡하게 서 있는 인영이 눈에 들어왔다.


‘...실패했나.’


이제는 마나가 없다.

온몸이 저렸다.

분하지만, 기권하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안개가 모조리 걷혔을 때.

그곳에 서 있던 것은 로반이 아니었다.


푸른 제복을 입은 남성.

당황스러운 듯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볼을 긁적였다.


“이야... 올해 슈헬리움 1학년생은 대단하네.”


왕실의 마법기사단 단장이었다.


그의 뒤로 놀라울 정도로 견고하고 투명하며, 완벽한 구형의 얼음 구체가 있었고.

그 안에는 로반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쭈그려 있었다.


“기사단장이 로반을 도와, 지니아 시산드라 승!”


그렇게 된 것이었다.

기사단장이 이대로라면 로반의 생명이 위험하다고 판단해 난입한 것이다.

그렇게 도움을 받은 사람은 자동으로 패배 처리.

철저한 안전제일의 규칙이었다.


“... 기쁘지는 않네.”


앞선 스피리아의 싸움에서는 단장이 난입하지 않았다.

아마, 그들도 어떻게 할 수 없으므로 그녀의 마법이 끝난 뒤 사제들이 뛰어든 것이었을 테다.


내가 그녀의 아래가 된 기분이었다.


‘아직, 우리 경기는 시작도 안 했어.’


4강때 보자는 생각으로, 경기장에서 내려갔다.


***


“...”


꿀꺽


지니아의 경기를 지켜보던 나는 마른 침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저런 강력한 마법을 숨겨두고 있었다니...”


1차 테스트 이후로 급격한 성장을 한 것인지.

아니면 1차 테스트때 힘을 감추고 있었던 것인지 전혀 모르겠다.

아니, 그녀라면 오히려 후자가 더 어울렸다.


또 내 앞에서 연약한 척을 한다며 힘을 숨겼을지도 모른다.


“...둘이 싸울 때 무승부 났으면 좋겠다.”


스피리아의 대규모 마법.

지니아의 전방위에서 공격해오는 마법.

둘 다 완벽하게 피할 자신이 없다.


스피리아는 이 마법뿐만이 아니라, 더욱 많은 조합이 있을 터.

지니아 또한 다른 마법을 아직까지 숨기고 있을지 모른다.


그들의 마법을 보고 있자니, 내가 초라해진 기분이었다.

저 둘이면 베헤드만의 기지 따위, 서너 개는 거뜬할 것이다.


“하아... 경기하기 싫다.”


그렇게 중얼거렸지만.


“그의 상대... 케인 아칸더스!”


이미 선수 소개가 끝난 이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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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진격 기관차 21.02.05 247 4 11쪽
71 머리 21.02.04 255 4 12쪽
70 작전상 후퇴 21.01.29 270 4 11쪽
69 전략 회의 21.01.28 275 4 11쪽
68 대비 21.01.27 277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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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제국 - 설상 추격전 +1 21.01.22 295 4 12쪽
62 제국 - 왕도 (3) +2 21.01.21 312 4 11쪽
61 제국 - 왕도 (2) 21.01.20 295 4 11쪽
60 제국 - 왕도 (1) 21.01.19 309 4 12쪽
59 수배 21.01.18 332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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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탈출 +2 21.01.16 335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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