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의 복수귀와 바보 여경이 남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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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칼국수
작품등록일 :
2020.11.15 07:43
최근연재일 :
2021.02.13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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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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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위를 계승중입니다.

DUMMY

“젠장, 젠장......아니겠지? 아닐 거야.”


자칭 거지 왕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지금껏 모아둔 물건들을 자루에 쓸어담고 있었다. 지나가던 행인들이나, 가끔씩 소위 말하는 ‘상대적 우월감’을 느낀답시고 판자촌에 관광 오는 부자들을 노려 빼앗은 금품들이었다.


“설마, 설마하니 진짜 ‘거지 왕’이 나타날 줄이야......그 녀석은 몇 년 전에 감옥에 갇혔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갑자기 여길 찾아온 거지? 말도 안 돼.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마치 미친 사람처럼 혼잣말을 지껄이며 숨겨둔 보물들을 넘쳐흐르는 자루 속에 쑤셔박기 바빴다.


“만약 진짜로 그 놈이 거지 왕이라면, 거지 놈들이고 독두꺼비고 뭐고 전부 시간벌이가 한계다. 내가 아는 그, 열 살 때부터 사람 때려죽이는 데에 이골이 났다는 그 전설의 무법자라면.......이제 여긴 끝이야! 피해야만 해.”


자루는 너무 많이 담은 나머지 묶이지도 않았다. 하는 수 없이 그는 보물을 질질 쏟아가며 자루를 끌어당겼다.


그는 자신이 어제까지만 해도 걸터앉아 있던, 보석이 번쩍번쩍한 ‘왕좌’를 아쉬운 듯이 바라보며 생각했다.


‘젠장, 저걸 가져갔어야 하는데......아까워 죽겠네. 일단 아무 곳에나 멀리멀리 도망가서, 이걸로 평생 숨어지내는 거야. 이 정도라면 평생 놀고먹을 정도는 되겠지.’


“어딜 그렇게 바쁘게 가십니까?”


“흐, 흐아악! 잘못했습니다! 제가 몰라봽고.......이제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져드릴 테니 용서해 주십쇼!”


“예? 왕이시여, 무슨 일 있으셨습니까?”


술에 잔뜩 취해 곯아떨어졌던 거지 둘이 눈을 비비며 물었다. 가짜 왕은 부아가 치밀어올라 고함을 질렀다.


“아, 이런 개같은 놈의 새끼들이! 놀랐잖아! 아오!”


“에? 예? 갑자기 왜 그러시는......아니, 땀은 또 왜 그렇게 흘리십니까?”


“야! 잔말 말고 이것들......끙! 이것들 빨리 트럭에 옮겨! 시간 없으니까 빨리!”


“예? 아......예. 무슨 일인진 모르겠지만, 갑자기 왜 그러십니까? 누구한테 쫓기기라도 하는 것 같습니다?”


“이 새끼들이, 계속 말대꾸할래? 시키면 좀 시키는 대로 할 것이지, 거지새끼들 주제에 뭐가 이렇게 말이 많아?”


“어.......죄송합니다.”


가짜 왕과 거지들은 힘을 합쳐 자루를 질질 끌어다가 낑낑대며 트럭에 실었다. 거지가 태평하게 ‘아이고, 허리야.’하며 허리를 토닥이고 있자 가짜 왕은 열불이 뻗쳐 소리를 질렀다.


“야! 시간 없다는 말 못 들었냐? 다 실었으면 빨리 트럭에 시동 걸어! 빨리! 빨리빨리!”


“어딜 그렇게 바쁘게 가쇼?”


“아, 또 어떤 놈의 새끼야?!”


화가 머리끝까지 난 가짜 왕이 목소리가 난 쪽을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판초를 벗어던져 셔츠 차림인 현이 뚜벅뚜벅 걸어오고 있었다.


“전쟁이라도 났나? 꼭 피난이라도 가시는 것 같군.”


“어으, 어.......아........”


가짜 왕의 이빨이 딱딱 부딪쳤다. 입이 다물리지 않았고, 다리는 힘이 풀려 주저앉아버렸다.


그 때 술이 덜 깬 거지들이 트럭에서 다시 내렸다.


“아이고, 왕이시여. 죄송합니다. 트럭 차키가 어디 있었는지 까먹어서 말이죠. 금방 찾아보겠습니다.”


가짜 왕은 암에 걸리기 일보직전이었다.


“이, 이........이런 멍청한 놈의 새끼들이! 야! 트럭은 됐으니까 저 자식이나 못 오게 막아!”


가짜 왕이 현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거지들은 멍청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예? 누구 말입니까? 어잉? 당신 누군데 언제부터 거기 있었소?”


현은 거지들을 양팔에 한 놈씩 잡아다 내팽개쳤다. 놈들이 꼴사납게 꽈당 나뒹굴었다.


“이봐, 왕 폐하. 이야기 좀 하자니까?”


“다, 당신이랑 할 이야기 없소!”


가짜 왕은 그렇게 외치며, 자신의 비밀 서랍에 숨겨두었던 산탄총을 꺼내들었다. 번쩍거리는 황금 장식이 박히고 총열을 권총처럼 짧게 자른, 두 발짜리 산탄총이었다.


“이, 이 이상 다가오면 온 몸에 총알구멍을 내주겠다!”


가짜 왕이 자신만만하게 소리쳤다. 다가오던 현이 우뚝 멈춰선 걸 보니 협박이 제대로 들어간 모양이었다.


탕! 그리고 울려퍼지는 총성. 솟아오르는 핏방울과 함께 저 멀리 튕겨나가는 황금 산탄총.


현이 무뚝뚝하게 말했다.


“그건 당신이 총을 쥐고 있을 때 얘기고.”


“크아악!”


가짜 왕이 비명을 지르며 총알구멍이 패인 손목을 움켜잡았다. 손목에서 피가 울컥거렸다.


‘제, 젠장! 저 놈 도대체 언제 총을 꺼낸 거지? 방아쇠만 당겼으면 되는 건데, 총을 뽑는 게 눈에 보이지도 않았어!’


현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권총을 도로 집어넣고는, 바닥에 떨어진 황금 산탄총을 주워들었다.


“총 멋진걸. 오, 뭐가 이렇게 번쩍거려? 이런 건 처음 보는데.”


현은 휘파람을 불기도 하고, 어린아이처럼 눈을 빛내기도 하며 보석이 박힌 황금 산탄총을 이리저리 살폈다.


“이, 이 새끼......너, 이........”


가짜 왕은 아직도 피가 흐르는 손목을 꽉 싸쥐고 윽박질렀다. 어떻게든 도망치려고 필사적으로 땅을 기었지만, 현은 성큼성큼 다가와 손목을 짓밟아버렸다.


“거 참, 얘기만 좀 하자니까 도통 말귀를 못 알아듣는군.”


현은 순식간에 가짜 왕의 멱살을 움켜잡고 벽으로 와장창 밀어붙였다.


“크, 크윽.......”


“몇 가지 묻겠다. 우리 집 불태운 거, 네놈이 시킨 짓이지?”


가짜 왕은 그 말을 듣자 대략 정신이 멍해졌다. 뭐? 뭐라고? 집을 불태워? 그거 내가 시킨 거 아닌데?


“저, 그러니까. 진짜 거지 왕이시여? 죄송하지만 무슨 말씀이신지 잘 모르겠습니다.”


“......쪽팔리니까 그렇게 부르지 말고, 묻는 말에만 대답해. 시켰어, 안 시켰어?”


“아니, 그게 진짜로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다니까요? 제, 제가 왜 당신 집을 불태우라고 시킵니까? 당신도 절 모르고 저도 당신을 모르는데, 피차 모르는 사이에 제가 왜 굳이 당신한테 미움 살 짓을 하느냐 이거죠.”


현은 한숨을 내쉬고는, 가짜 왕의 멱살을 더욱 세게 움켜잡고 말했다.


“그럼, 우리 누나를 없애라고 시킨 적은 있나?”


“아니, 제가 왜 당신 누나를......!”


그 순간 가짜 왕의 머릿속에서 모든 기억이 스쳐지나갔다.


우리 왕국을 배신했다던 어떤 꼬맹이, 그 꼬맹이를 잡으러 거지들을 보냈는데, 오히려 어떤 남녀 한 쌍에게 두들겨 맞고 돌아온 거지들. 그 놈들이 뭐랬더라......


남자는 그냥 거지 같았고, 여자는 경찰이었다고 했었는데.


그, 그럼 그 남자가 지금 내 멱살을 잡고 있는 이 놈이라는 말인가? 이 놈이 말하는 자기 누나라는 게 그 경찰이라는 년이고?


그런데, 무엇보다 난 그 여경 없애라고 시킨 적이 없는데!?!


가짜 왕은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조심스레 말했다.


“저, 저기......저는 당신네 누님 없애라고 시킨 적 없는데요......?”


그런 건 아무래도 중요하지 않다는 듯, 현은 눈을 부릅뜨고 놈의 코앞까지 이마를 들이밀었다.


“당신이 우릴 애타게 찾는다고 들었다. 그 소식을 듣자마자 누나가 있던 우리 집에 누군가 불을 질렀고 말이지. 당신이 우리 누나를 없앨 생각이 없었다면, 왜 우리 집에 불을 질렀던 거지?”


현이 언성을 높이자 가짜 왕은 필사적으로 손사래를 쳤다.


“아니 그러니까요, 그거 제가 지른 불이 아니라니까요? 그렇다고 누굴 시킨 것도 아니고요......그, 만약 당신네 집에 불이 났었다면 그게, 정말로 유감인데요. 제가 따로 시킨 일도 아니니 아마도 그 화재는.......우연이 아니었을까요?”


“독두꺼비. 듣자하니 당신 오른팔이라던데.”


그 말을 들은 가짜 왕은 순간 정신이 번쩍 뜨이는 기분이었다. 독두꺼비한테는 분명히 남자를 잡아오라고 시키긴 했었지만......여자를 잡아오라곤 안 했었잖아? 그러니까 난 거짓말 안 했어.


“도, 독두꺼비라고요? 아하하, 아시는구나. 그 친구가 좀 별나긴 하죠? 뭐......그 친구가 그쪽한테 뭔가 민폐라던가 피해라도 끼쳤나요? 만약 그렇다면 제가 대신 사과드리.......”


“그 독두꺼비란 놈이 겨울이 누나를 죽였다.”


가짜 왕은 쇠망치로 뒤통수를 세게 후려맞는 기분이었다. 천지가 뒤집어졌고, 온 몸의 핏줄이 곤두섰다.


그리곤 생각했다. ‘뭐가 어쩌고 어째? 이런 망할 곱사등이 새끼가, 내가 분명히 경찰은 건들지 말라고 했을 텐데......감히 내 명령을 어겨?’


“뭐, 뭐라고요? 아니, 그러니까. 그, 누님 분께서 사고를 당하신 건 안타깝지만, 그거 절대로 제가 시킨 게 아닙니다. 저는 그냥 당신만......아니, 아무튼 전 아니라니까요!”


“네놈이 시킨 게 아니란 말이지?”


현이 붙잡은 손아귀 힘이 조금 약해졌다. 가짜 왕의 마음 속에서 드디어 빠져나갈 수 있다는 희망이 꽃피기 시작했다.


“그, 그럼요. 독두꺼비놈이 무슨 짓을 했는진 모르겠지만, 그건 전적으로 그 놈이 독자적으로 행동한 일입니다! 전 그 놈이 여경을 죽이겠다고 했을 때 오히려 말렸다고요!”


“그랬군.”


현이 멱살을 잡았던 손을 놔주자 가짜 왕은 곧바로 땅으로 곤두박질쳤다.


“쿠헥!”


한 쪽 팔이 피범벅이 된 가짜 왕은 드디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돼, 됐어. 끝난 거야. 어서 빨리 여길 벗어나야 해. 저 괴물 같은 놈을 더 상대하다간 내 수명이 십 년은 더 줄어들겠다.


“그건 그렇고, 지금은 네놈이 ‘거지 왕’이라고 불리는 모양이던데.”


“히, 히익! 잘못했습니다! 제가 몰라봽고 건방을 좀 떨었습니다! 용서해 주십쇼!”


“그런 게 아니라.”


현은 쭈그리고 앉아, 가짜 왕의 두 어깨를 붙잡았다. 육중한 지방의 물렁한 촉감이 일품이었다.


그리고는 선언했다.


“이제부터는 네놈이 진짜 ‘거지 왕’이다. 내가 정식으로 승계시켜 주지.”


“에.....예? 그게 무슨 말씀.......”


“알아들었나? 이제부턴 네가 거지 왕이라고.”


눈동자가 꿰뚫릴 듯이 노려보는 현의 위압감에, 가짜 왕은 자기도 모르게 시선을 피하고 얼버무렸다.


“예, 예......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현이 말하고는, 들고 있던 황금 산탄총으로 가짜 왕의 무릎을 쏴버렸다.


펑! 귀를 찢는 폭음과 함께 놈의 무릎이 산산조각났다. 사방에 핏조각과 살점들이 튀었고, 놈이 짐승 같은 비명을 질렀다.


“으, 으흐아아아악!!!”


“다음부턴 부하 관리 똑바로 해.”


현은 아직도 비명을 질러대는 놈을 뒤로하고 매정하게 천막을 나가버렸다.


이제 끝을 볼 시간이었다.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당....용서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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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잘못된 만남 21.01.08 83 0 13쪽
19 거지 왕국의 최후 21.01.06 112 1 15쪽
18 어떻게 이렇게 안 맞아서야 21.01.05 78 0 14쪽
17 아니 누나가 왜 거기서 나와? +2 21.01.03 143 0 12쪽
16 절 잊으시면 섭섭해요 20.12.24 74 0 13쪽
15 아버지, 죄송합니다. 20.12.21 90 0 15쪽
14 네놈은 나를 화나게 했다. 20.12.16 89 0 14쪽
» 왕위를 계승중입니다. 20.12.02 141 0 11쪽
12 우리 두꺼비에겐 독이 있어요 20.11.30 137 0 13쪽
11 드루와. 이 X발놈들아 드루와. 드루와! 20.11.27 121 0 13쪽
10 망했어요 20.11.26 106 0 12쪽
9 경찰이 존많이로 보이냐 +1 20.11.25 124 1 17쪽
8 여자애도 잘못을 했으면 맞아야지 +1 20.11.24 180 1 12쪽
7 김치찌개도 아니고 된장국수라니 +1 20.11.23 167 1 13쪽
6 너희 같은 남매가 어디 있어? +1 20.11.20 171 1 16쪽
5 거지들의 왕 +1 20.11.19 217 2 14쪽
4 선전포고(宣戰布告) -3 +3 20.11.18 251 3 13쪽
3 선전포고(宣戰布告) -2 +3 20.11.17 249 4 11쪽
2 선전포고(宣戰布告) +1 20.11.16 282 6 9쪽
1 프롤로그. +3 20.11.15 397 8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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