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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다시 사는 탑셰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어디서본듯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0.11.18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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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10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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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8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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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DUMMY

이태원역에서 나와 언덕을 까마득히 올라야 보이는 경리단길. 그곳에 위치한, 루프탑이 딸린 3층짜리 작은 건물.


The Grim.


워싱턴 타임즈에도 실린 이 레스토랑은 국내최초로 와이너리와 레스토랑을 한데 묶어놓은 역사적인 곳이다.


그러나 명성은 과거의 것일 뿐, 쇠락해가고 있는 레스토랑이다.

간간히 받는 단체와 단골들로 연명해가는, 널리고 널린 레스토랑들 중 하나.


민재는 그 레스토랑의 셰프이다.

디너타임. 그는 초조한 마음으로 주방 아일랜드를 바라봤다.


20개의 스테이크가 줄지어 초상을 치루고 있었다. 나온 즉시 나가야 했던 스테이크는 3분이 지나도록 그 자리에 머물러있다.


헐레벌떡 주방으로 들어오는 알바생. 그가 접시를 집어 들었다.


“집기 세팅 때문에 늦었어요. 얼른 서브하겠습니다!”

“네. 식기 전에 가져다줘요. 제발.”


민재가 뻣뻣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신경은 곤두서있다.


코스요리.

코스요리는 손님의 먹는 타이밍에 맞춰 나가야 한다. 그렇기에 주방은 홀의 지원 없이는 잘 돌아갈 수 없다.


식전빵과 에피타이저를 먹는 구간, 파스타를 먹는 구간, 샤벳을 먹는 구간.

테이블마다 그 속도는 다를 수밖에 없고, 그를 파악하는 건 주방이 아니라 홀이다.


하지만 홀의 상황도 최악이다.

방금 스테이크 접시 네 개를 힘겨운 표정으로 들고 가던 알바생.


음식을 나르는 러너runner가 알바생 하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스테이크 20개가 한 번에 나가야 하니, 그는 주방이 있는 3층과 단체가 있는 2층을 5번이나 왔다 갔다 해야 한다.


그 시간만큼 고기가 굳어간다는 사실은 말할 필요도 없다.

민재는 안쓰러운 눈으로 스테이크를 내려다봤다. 속에 가득 차 있던 육즙이 빠져나가는 게 실시간으로 보였다. 달군 접시도 그에 맞춰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다.


“오빠, 이거 꺼낸다?”


그때, 민정이 말했다. 민재의 부탁으로 오늘 주방용병으로 온 후배. 그녀가 피자오븐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와중에 다른 테이블에서 시킨 마르게리타 피자가 완성된 것이다. 민재는 착잡한 심정으로 한숨을 내쉬며 앞치마를 벗었다.


노르스름하게 익은 도우와 고소하게 퍼져나가는 치즈향.


오랜 시간동안 오븐 속에서 있던 도우는 건조하기는커녕 촉촉하면서 황금빛이 감돌고 있었다. 넣기 전 발라둔 올리브오일 때문이었고, 덕분에 고소한 향도 배가 되어있다.


그리고 그 위를 덮은 토마토소스와 덩이째로 올라가있는 모차렐라 치즈. 울긋불긋한 색들이 물결처럼 흐르고 있다. 중간 중간 뿌려진 바질은 파릇한 색을 뽐낸다.


민재는 이를 꽉 물었다.

이 피어오르는 김을 방치하는 것은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


누가 말릴 새도 없이, 민재는 접시를 들고 좁디좁은 주방을 나왔다.


성큼성큼 걸어간 그가 손님에게 다가갔다. 그가 말했다. 입 꼬리를 애써 올리며.


“실례하겠습니다.”




***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고요하게 울려 퍼졌다. 마지막 설거지가 한창이었다.


민재는 내일을 위해 주방 상태를 점검 중이었다. 유통기한이 임박한 재료들이 침묵하며 썩어가고 있다. 오늘 단체만 아니었으면 이보다 더 많은 재료가 버려져야 할 운명이었을 테다.


벌컥


문이 열렸고, 중년 남자가 들어왔다.


희끗한 머리와 고집스러운 눈매, 얇은 입술. 사장이었다.

그는 게슴츠레한 눈으로 주방을 훑더니 민재에게 시선을 두었다. 그가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장쉪! 오늘 수고 많았어. 갑자기 생긴 예약인데 덕분에 차질 없이 잘 마쳤다니까.”


차질 없이?

민재가 사장을 바라보다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장의 만족스러운 얼굴이 주절거렸다.


“그래서 말인데 지금 VIP왔거든? 그 왜 있잖아, 배성무역 사장. 지하 룸 내줬어. 디쉬 가능하지?”


그가 민재의 눈치를 보며 말을 늘였다.

민재는 대답 않고 핸드폰을 바라봤다.


22시 42분.

주방 마감이 한참 지난 시간이다. 그는 최대한 화를 누르며 사장에게 말했다.


“사장님, 저희 주방 마감 끝났습니다.”

“에이~ 그건 나도 알지. 그래도 중요한 손님이잖아. 알지? 우리 매출 계속 떨어지고 있는 거. 사정이 좀 안 좋아. 어떻게 안 될까? 이번 한 번만.”


사장은 두 손을 비비며 말했다. 비굴함마저 느껴지는 목소리였지만 어딘가 고압적인 태도가 서려있다. 민재는 속으로 욕지기를 뱉었다.


그건 니 사정이지. 매출 떨어지는 것도 너 때문이고.


민재가 말했다.


“30분만 있겠습니다. 대신에 애들은 보내주시고요.”


그 말에 굳은 얼굴로 상황을 지켜보던 조리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안한 표정이 있었지만 앞치마를 벗고, 옷을 갈아입는 행동은 그대로다.


“역시 장쉪 밖에 없다니까. 오케이. 내가 단단히 일러둘게.”


사장이 나가고, 민재는 이어폰을 끼었다. 사장의 말은 당연히 안 믿었다. 그를 믿을 바에야 길거리에서 처음 본 사람의 말을 믿는 게 낫다.


그는 지하 룸에 있을 홀 매니저에게 연락을 넣었다.


“매니저님. 지하 손님들 주문 지금 바로 받아주세요. 코스는 무조건 안 된다고 말씀드리고요. 상황 가능하시면 단품으로, 서비스는 단 한 차례만 가능하다고요. 네, 주방 마감됐다고. 네. 고마워요.”


몇 분 후, 주문을 알리는 멜로디가 울려 퍼졌고, 홀로 남은 주방에서 멍하니 앉아있던 민재가 일어났다.


파스타 둘, 와인플레이트 하나.


민재가 주문표를 들고는 피식 웃었다.


“새끼들, 그래도 상도는 있네.”


그가 팬을 놓고, 버너를 켰다. 공중에서 뿌려진 올리브오일이 번들거리며 향을 뿜어대기 시작했다.




***




지친 몸을 이끌고 2층으로 내려온 민재가 매니저를 찾았다. 지하 손님이 있으니 퇴근을 못 했을 테고, 인사라도 할 생각이었다.


매니저는 빨간 린넨천을 들고 와인잔을 닦고 있었다. 그 옆으로 바를 가득 채운 와인잔들의 향연.


그녀가 민재를 발견하고 물었다.


“가게?”

“응. 끝났으니까 가야지.”


민재는 볼을 긁적이다가 말했다.


“지하 상황은 어때, 누나.”

“어떠긴, 진상이 진상 짓하지. 지금 세 명이서 200 넘게 시켰어. 하는 짓 봐서는 지들 돈 쓴 만큼 있는다고 할 거 같은데, 하. 새벽 2시 넘어서 퇴근하겠다.”

“또?”

“내가 드러워서 빨리 그만둬야지... 사장 진짜 존나 웃겨. 돈 되는 단골이니 잡아는 둬야겠고, 지는 술 마시고 싶으니까 밖은 나가야겠고. 나 내일 10시 반 출근인 거 모르나?”


매니저 나영은 으르렁 거리듯 말했다.


그 순간, 등 뒤에 있던 번호판에서 숫자가 떠올랐다. 지하에서 불렀다는 의미였다.

나영은 이글거리는 눈으로 번호판을 바라보다가 콧김을 길게 내뿜었다. 그녀가 말했다.


“아우 또 부른다. 얼른 가고. 난 배웅 못 한다?”


그녀는 손을 흔들며 계단 내려갔다. 하이힐을 신은 발이 빠르게 나무계단을 두드렸다.


민재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단체가 한바탕 몰고 갔던 2층 홀은 정리가 되다 만 상태였다. 어수선한 분위기. 난장판에 가까운 상태.


내일 영업을 위해선 오늘 테이블을 정리해두어야 했다. 그리고 그 정리는 오롯이 매니저인 나영의 몫이었다.


민재가 중얼거렸다.


“정 없게 어떻게 그냥 가냐?”


단체가 왔을 때의 홀 배치는 평상시와 다르다.

남산타워가 정면으로 보이는 경리단길의 레스토랑. 대부분의 배치는 창가 쪽을 바라보는 식으로 되어 있다.


문제는 가격대가 되는 레스토랑답게 인테리어 가구들도 비싸다는 것.

가구들이 비싸다는 건 상당히 무겁다는 뜻이고 여성 혼자 이 많은 걸 옮기는 건 혹사에 가깝다.


민재는 이전부터 도와준 적이 여럿 있었기에 테이블배치는 눈 감고도 읊을 수 있었다. 그 혼자서 낑낑거리며 배치를 겨우 마무리지어갈 즈음.


아래층에서 급하게 또각 거리는 소리가 올라왔다. 높은 나영의 목소리도.


“내가 이럴 줄 알았어. 내가 그냥 가랬지! 오지랖 부린다, 또!”

“그냥 가면 서운할까봐.”


민재가 능글맞게 웃었다. 그녀도 마주 웃더니 민재의 등을 떠밀었다.


“얼른 가, 얼른. 내일 알바 일찍 와서 같이 옮기면 되는데 굳이 도와주고 있어. 셰프가 홀 도와주는 거 아니다?”


문고리를 잡고 축객령을 내리려던 나영이 멈칫했다. 문 앞에 누군가 있었다.


“어? 안녕하세요. 디너에 오셨던 분이시죠? 무슨 일로...”

“짐을 놓고 갔습니다. 혹시 백 같은 거 발견하신 거 없으십니까?”

“백이요? 아, 죄송해요! 저희가 정리를 하다 만 상태라서 미처 발견 못 했나 봐요. 얼른 찾아드릴게요. 안에서 기다리시겠어요?”


나영은 능숙하게 응대하며 손님을 안으로 들였다.


민재는 고개를 까딱하여 나영에게 인사를 한 뒤 퇴근길에 오르려 했다. 남자가 부르지만 않았어도.


“저, 셰프님.”

“예?”

“이제야 인사를 드리네요. 요리들, 너무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남자는 민재의 손을 두 손으로 잡더니 위 아래로 흔들었다. 민재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감사합니다. 식사는 즐거우셨어요?”

“즐거웠습니다. 기본에 충실하고, 먹는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이 가득한 음식이더군요. 그래서 말입니다.”


남자가 말을 이으려던 때, 나영이 내려왔다. 그녀의 손에 들린 와인. 한눈에 봐도 고급스러운 포장이었다.


“기다리게 해드려서 죄송해요. 의자 밑에 있던 걸 이제서야 찾았네요. 이 와인 맞으시죠?”


남자의 미소가 환하게 퍼졌다. 민재는 순간 화사한 빛이 그 얼굴에 내려앉았다 생각했다.


“예. 이거 맞습니다. 이 와인, 셰프님께 드리죠.”

“예? 이걸 저한테 왜.”

“셰프님의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제 마음이니 부담 없이 받으세요.”


민재가 곤란한 듯 나영과 손님을 바라봤다. 나영은 뭘 고민하냐는 표정이었다. 마지못한 손. 와인을 건넨 남자가 민재를 응시했다.


후광이 아른거리는 것만 같은 얼굴이다. 그 아래, 흐릿하게 보이는 입술이 움직였다.

굵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것은 끈덕지게 달라붙더니 귓바퀴를 떠나지 않고 웅웅거렸다.


“좋은 기회가 될 겁니다. 이 와인, 꿈을 펼쳐줄 거거든요.”




***




집에 들어온 민재는 핸드폰을 바라봤다. 12시에 가까운 시간. 머리만 감고 누워버린 민재는 와인을 건넨 손님을 떠올렸다. 얼굴이 기억이 날 듯 말 듯 하다.


“별 이상한 사람 다 봤네.”


민재는 피식 웃더니 고개를 돌려 바닥에 놓인 와인을 바라봤다.


물에 적신 솜처럼 무거운 몸, 말랑하다 못해 흐물해진 정신.

곧바로 잠이 들어도 무방했지만, 이상하게도 민재는 와인에 시선을 거둘 수 없었다.


“한 잔만 마셔볼까...”


홀린 듯 일어난 그가 주방으로 향했다.


그린올리브 몇 개와 마감세일로 산 쵸리조, 건망고 몇 개.

대충 한 플레이팅이지만 힘들었던 하루를 마무리하기엔 충분했다. 그가 잔에 와인을 따르고 가볍게 흔들어 향을 맡다가 돌연, 들이켰다.


평범한 맛이고

평범한 향이다.


평범한 내 인생처럼.


민재는 공짜 술치곤 괜찮다고 생각했다. 밋밋한 술이 무조건 나쁜 건 아니니까. 음식의 맛을 헤치지 않으니 오히려 더 좋다 할 수 있다.


하지만 나의 삶도 그러한가.


민재는 입을 꾹 다물었다.


하루 15시간씩 일하고, 일주일에 하루만 쉬는 삶.

이름뿐인 셰프라는 직급. 300이 조금 넘는 봉급.


같은 요리만 주구장창 반복하는 조리사나 다름없는 삶.


이것이 과연 좋다고 할 수 있는 삶인가.


민재는 침묵했다. 최근 그의 머릿속을 가득 채운 질문이 또 다시 고개를 불쑥 들이밀었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그는 찰랑거리는 와인잔을 멍하니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


요식업계에 몸담은 지 17년. 꿈과 열정이 가득했던 스무 살의 청년은 마흔을 앞두고 있는 아저씨가 되었다.


치열하게 살아온 삶이었다.

순간의 선택들을 후회한 적은 있지만 그 안에서 어떻게든 최선을 만들어왔다.


그러나 그는 더 이상 이 일을 이어갈 자신이 없다.


매일 매일이 고난이고, 몸과 정신은 노쇠하고 있다. 더 이상의 목표가, 삶의 이유가 사라져가는 느낌이다.

이 바닥에서 열정이 사라진 조리사는 어떤 선택을 하는가. 주저앉거나, 뛰쳐나오거나, 가게를 차려 다른 지옥으로 들어간다. 해야만 하는 선택. 민재는 속으로 탄식을 흘렸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처지긴 한가.


민재는 붉은 액체를 입에 머금다가 꿀꺽 삼켰다. 참아왔던 숨이 파하고 터졌다. 단맛에 숨겨져 있던 떫은맛이 입안을 죄여왔다.


“다시 돌아간다면.”


숨결을 따라 술 냄새가 진동했다. 그가 씹어뱉듯 말했다.


“다르게 살 거야.”


다르게 살 것이라는 선언.


그 말을 끝으로 얼굴이 벌게져가던 그는 와인을 끊임없이 비우다가 그 자리에서 엎어졌다. 쌕쌕 대는 숨소리가 떠다니는 와중, 텅 빈 와인병이 바닥을 굴렀다,


그리고 그 다음날.

아니 15년 전의 어느 겨울날.


민재는 잠에서 깼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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