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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다시 사는 탑셰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어디서본듯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0.11.18 11:43
최근연재일 :
2020.12.10 23:53
연재수 :
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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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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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8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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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3화

DUMMY

점심식사 후, 거실.


“니 솔찌 말해라. 서울서 뭔 일 있었나?”


선화가 만득에게 속삭였다. 그녀의 눈은 주방에 있는 민재에게 고정되어 있다.

만득은 눈을 흘기며 선화에게 말했다.


“서방한테 니가 뭐꼬?”

“아니 그렇지 않나. 멀쩡하던 아가 갑자기 와 미국으로 간다카노?”

“내도 모른다. 임자 보기에도 쟈 좀 돈 거 같제?”


둘의 시선이 같은 곳을 바라보았다. 아들 장민재.


민재는 냉장고를 뒤지고 있었다. 팔짱을 끼며 위아래를 훑고 있는 그는 아무리 봐도 낯설게 느껴졌다.


“어무니.”


냉동고를 열어젖힌 민재가 말했다.

우겨져 있는 냉동식품들이 테트리스처럼 쌓여있다. 검고 흰 비닐들이 프릴처럼 치렁거렸다.


“유통기한 지난 게 너무 많은데요? 이거 다 버릴게요.”


민재가 봉지들을 꺼내더니 바닥으로 내려놓기 시작했다. 만두, 떡갈비, 동그랑땡.

모두 유통기한이 몇 개월씩은 지난 것들이었다. 심한 것은 2년이 넘은 게 있을 정도.


선화는 얼토당토 않는다는 듯 소리쳤다.


“뭐하는 짓이고. 니가 무신 감독관이가!”

“예. 제 사전에 못 먹을 음식재료를 보관하는 건 없어요. 이런 건 못 넘어갑니다. 검문 들어가요.”

“야, 장민재!“


작은 언덕처럼 쌓여가던 것들이 음식물쓰레기통으로 집하되기 시작했다.


“집 냉장고 개판인 거 하루이틀이가. 그냥 좀 넘어가라.”

“거 묵어도 안 뒤진다! 좋게 말 할 때 안 집어넣나!”


우렁차게 퍼지는 선화의 고함.

민재는 움찔하다가 거북이처럼 목을 집어놓곤 웃었다. 고막이 울릴 만큼 우렁찬 목소리. 어릴 땐 듣기 싫었던 저 잔소리는 이제 듣기만 해도 좋았다.

그때였다.


띵동


“누구신교?”


선화가 밖으로 나가보니 택배원이 큼지막한 스티로폼박스를 내려놓았다.


민재도 궁금해서 나가봤다. 한눈에 보기에도 커다란 사이즈의 상자.

선화가 감탄을 내질렀다.


“와따라, 이게 뭐꼬?”

“김춘봉? 아 내 거래처 사람이 준 기다. 새벽에 동해 간다카더니 뭐 보냈나 본데.”


개봉을 하자 조각난 얼음들과 불투명한 비닐이 나타났다. 겉 비닐을 헤치고 나온 커다란 대구 한 마리.

성인남성 팔뚝의 1.5배는 될 길이였다.


“대구네!”


선화는 비닐 째로 대구를 집어 올렸다. 꼬리 부분이 높이 들렸다.


손질된 대구는 내장 전부가 제거되어 생전의 형체를 유지하고 있었다. 다만 요리하기 쉽게 토막들을 옅게 내놓은 채였다.


선화가 흔들거리자 도축자가 내놓은 칼집들이 너덜거리며 나풀거리기 시작했다.


뒤에서 지켜보던 민재가 말했다. 밑에는 허옇고 구불거리는 이리, 생선의 내장이 포장되어 있었다.


“참대구네요. 선물용이라고 예쁘게 해주신 것 같은데요? 와, 이리도 한 가득 싸주셨네.”

“그라게? 내가 이리 환장하는 건 우째 알고. 잠만 있어봐라.”


하며 만득은 핸드폰을 들고 방으로 들어갔다. 호탕한 웃음소리가 문틈으로 새어나왔다.


선화는 민재에게 넌지시 시선을 던졌다. 떠밀 듯 들이밀어진 대구.


“민재 니 요리한다켔지? 이걸로 오늘 저녁 함 만들어봐라.”

“좋죠. 뭐 먹고 싶은 거 있으세요?”

“대구하면 지리 아니겠나? 찜도 좋고.”


대구를 움켜진 민재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것들도 좋긴 한데요. 일단.”


커다란 대구. 대구를 기본으로 한 코스요리.

대구잔치.


이 큼지막한 생선으로 민재는 부모님을 만족시킬 하나의 코스요리를 만들 생각이다.


“셰프 추천 코스부터 한 번 잡숴보세요.”





대구.


바다의 빵이라 불리는 이 생선은 구하기가 쉬운 만큼 다양한 요리법으로 조리되곤 한다. 구이, 튀김, 샐러드, 파스타, 수프.


부레와 눈까지 버릴 것이 없어 수천 가지 요리법이 전 세계적으로 존재한다고 한다. 보통 서양에서는 버터나 크림과 함께 조리하거나 말린 것을 사용하지만.


민재가 오늘 요리할 것은 서양식 대구요리가 아니다.


“냉장고 상태가 영...”


방금 전 살펴보았던 냉장고.

있을 것이 없고, 그나마 있는 것은 소생술로 살려야 할 지경이다. 서양식 요리를 할 생각은 일찌감치 버려야 하는 상황.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대구하면.”


국물.


한국은 이 대구를 탕으로 자주 먹는 나라들 중 하나다. 우리는 대구를 지리나 알탕, 찜으로 보통 먹는다. 시뻘건 것을 좋아하는 나라답게 맑은 국물에도 칼칼함은 필수다.


“일단 지리는 넣자.”


만득과 선화를 고려한 결정이었다. 둘은 외국에 나간 적이 몇 안 되고, 입맛이 토종 한국인에 가깝다. 정확히는 바닷가 사람에 가까운 편. 이러니저러니 해도 음식을 먹는 것은 손님이다.


셰프는 손님을 배려하여 음식을 내놓아야 한다.


“자 그럼 먼저.”


민재는 대구를 도마에 올렸다. 그의 손놀림에 따라 칼이 유려하게 움직였다.

칼이 몇 번 왔다 갔다 하자 뼈와 살이 분리됐다. 군더더기 없는 솜씨.


민재는 뼈 부위를 미니 오븐에 굽기 시작했다.


언젠가 선화가 홈쇼핑에서 사놓고 처박아놓았던 오븐. 그 안에서 서더리가 노릇하게 구워져갔다. 이 과정은 육수에서 느껴지는 생선기름의 감칠맛을 더욱 극대화 시켜줄 것이다.


“옛날 생각나네.”


민재는 회귀 이전, 진래 호텔에서 생선파트를 맡았을 때를 추억했다.


당시 그는 주구장창 버터와 생선 비린내를 맡았었다. 그때의 냄새가 지금의 주방에도 퍼지는 느낌이었다.


“그때 정치질 때문에 개고생이었어.”


겨우겨우 올라간 것이 chef de partie, 생선요리파트의 장이었다.


조금만 더 버텼다면 그 이상의 자리도 올라갈 수 있었겠지만, 멘토나 다름없었던 헤드셰프가 돌연 미국으로 가버렸다. 방패막이 사라진 민재는 갖은 협잡질 때문에 결국 그곳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그때, 민재에게 같이 미국으로 가자고 했다.

소스 담당 셰프로 같이 일하자던 제안. 황금과도 같았던 기회.


“나도 가고는 싶었지.”


어머니의 암이 전이되었던 시기였다. 좋은 기회도, 상황이 허락해야만 잡을 수 있었다.


“내년이면 그 사람이 CIA에 갈 때야.”


본인 시간을 쪼개서 한낱 스타지였던 민재에게 칼질부터 가르쳐주었던 헤드셰프.


수지 리.


민재가 CIA행을 결정하게 된 이유에는 학벌도 있지만 그녀의 존재가 유독 컸기 때문이다. 조리기술 뿐만 아니라 셰프로서의 음식관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사람.


“학생일 때의 그 사람을 꼭 봐야겠어.”


그러기 위해선 넘어야 할 벽이 있다. 부모님.


“식사하러 오세요!”


텅 빈 밥상.

물과 수저, 그리고 앞접시. 어떤 음식도 놓인 게 없었다.


“뭐꼬. 니 상 다 차린 거 맞나?”


의자에 앉은 김선화 여사가 황당하다는 듯 물었다. 그녀의 눈썹문신이 크게 휘적거리려던 찰나.


“자자, 첫 번째 음식 대령합니다.”


민재는 작은 그릇을 들고 왔다. 종지보다 조금 더 큰 사이즈의 그릇이 그의 손에 들려있다.

만득과 선화의 앞에 대구잔치의 첫 타자가 등장했다.


그릇에 담긴 것은 삶은 이리였다. 한 입 크기로 잘라져 데쳐진 이리들. 허옇고 구불거리는 것들이 검은 물에 담겨있다. 그 위에는 곱게 갈린 무와 고춧가루가 뿌려져 있다. 잘게 썰린 오이와 미역이 떠다니는 하얀 섬들의 주변을 장식했다.


민재가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부지 이리 좋아하시죠.”

“그제.”

“이리를 데쳤어요. 그대로 초장에 찍어먹어도 좋겠지만, 유자폰즈. 그러니까 유자청을 넣고 끓인 간장을 끼얹었어요. 올려진 건 간 무하고 고춧가루, 쪽파고요.”


이리는 생선의 정소관, 결국 내장이다.


이리를 먹을 때는 반드시 익혀 먹어야 한다. 한국에서는 보통 지리나 알탕에 넣어먹지만 이 외에도 다양한 조리법이 있다. 그 중 한국과 가까운 일본에서는 이리를 데친 후 과일식초나 유자폰즈소스와 같이 아카오로시(간무와 고춧가루를 섞은 것)를 올려 먹는다.


시라코 폰즈.


안주로도 많이 먹고 에피타이저로도 많이 쓰인다.

상큼하면서 담백한 맛이기에 코스의 첫 인상을 주는 데는 적격인 요리.


민재는 자신감 어린 미소를 하며 뒤로 물러났다.


“한 번 드셔보세요. 오이하고 미역을 같이 올려서 한입에 드시면 더 맛있을 거예요.”


멀뚱히 서 있는 민재에게 선화가 물었다.


“니는 퍼뜩 안 앉고 뭐 하노? 같이 묵어야제.”

“어무니 아부지는 오늘 손님이에요. 저 요리유학 얘기하기 전에 처음으로 드리는 밥상이잖아요. 코스요리 아시죠?”

“...알제.”

“차례대로 요리들 대령할 테니까 저 신경 쓰지 마시고 대접 한 번 제대로 받아보세요.”


그 말에 만득과 선화가 웃음을 터뜨렸다.


바람 빠지는 웃음이었지만, 그 안에는 간질간질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내심 기분 좋은 눈초리였다.


둘은 마지 못 하는 척 숟가락을 들어 올렸다.

한입 크기로 분절된 이리와 오이, 미역이 한데 올라가 둘의 입속으로 들어갔다.


우물거리는 입. 커지는 두 눈.


맛이 없을 리가 없다.

이리는 부드러우면서 탱탱한 식감이 느껴지도록 딱 알맞게 익혔다. 소스는 자칫 신맛을 낯설게 느낄 수 있는 만득과 선화를 고려해 단맛과 산도를 조절했다.


민재의 세심한 배려와 노련한 기술로 만들어낸 결과물. 입맛을 돋우면서 적당히 이국적인 느낌을 줄 것이다.


민재는 그 사실을 알면서도 어쩐지 그 어느 때보다 긴장을 했다. 오랜만에 가족에게 작정하고 선보이는 요리였기에.


“...어떠세요?”


살짝 얼은 목소리가 물었다.


“새콤-하면서도 맛있네. 근데 양이 좀 짝다. 이게 다는 아니제?”

“더 있죠. 흐흐. 나중에 부족하시면 더 드릴게요. 잠깐만요.”


민재는 그렇게 말하며 다음 요리를 준비했다.


끓고 있던 물에 소면을 삶고, 얼음물에 담갔다 뺐다. 미리 끓여진 생선육수를 국그릇에 담고, 투하되는 소면.


탁탁탁탁.


다시물을 낼 때 사용했던 다시마를 잘게 썰어 깔아놓고 오븐에 구워진 대구의 자투리 살을 고명으로 올린다. 한쪽엔 채파가 동글게 말아져 한 덜기 꽃처럼 몽글거린다.


두 번째 요리.

대구서더리지리 국수.


국물이 담기는 순간, 만득과 선화는 침을 꿀꺽 삼켰다.

진한 생선뼈 육수의 향이 퍼졌다. 한 번 구운 생선뼈와 자투리 살들로 우려낸 육수. 고소하면서도 눅진한 생선기름이 벌써부터 입안으로 들어온 느낌이다.


“빨리 좀 내온나. 코스가 뭐 이리 늦노!”


만득과 선화가 칭얼댔다. 둘은 입맛을 다시면서도 들뜬 눈으로 하늘거리는 김을 쳐다봤다. 벌름거리는 콧구멍. 다시 한 번 삼켜지는 침.


“채파를 국물에 풀어서...”


설명은 필요 없었다. 그릇이 놓이자마자 젓가락이 놀려졌다.


후루룩거리는 소리가 계속됐다.


둘은 입안에서 뜨거운 것을 식히면서도 내용물을 씹기에 바빴다. 담백하면서도 진한 육수가 소면의 가느다란 가닥을 타고 넓게 흐트러졌다.


“맛있죠?”

“미쳤다. 니 언제 이런 거 배워왔노?”

“7년 전인가?”


민재가 장난스럽게 말하다가 만득과 선화의 표정을 보고는 서둘러 말했다.


“장난이고요. 저 일했던 주방 있잖아요. 거기 이모가 알려줬어요.”

“국물이 댄나 진하네. 니 그 분 놓치지 마라. 완전 달인이시다, 달인.”


둘은 그릇에 코를 처박고 있었다. 이대로 있다간 배고픈 자들의 성화를 다시 듣게 될지도 모른다.


조리대로 향하던 민재는 뒤를 돌아봤다. 두 쌍의 눈. 어느새 그릇을 다 비운 만득과 선화는 형형한 눈을 빛내고 있었다. 흡사 굶주린 짐승의 눈이었다.


민재가 살짝 떠는 목소리로 물었다.


“...두 분 며칠 굶으신 건 아니죠?”




***




대구 잔치. 그 이후로 네 개의 요리가 이어졌다.


대구껍질을 피로 한 만두, 누르미.

세 가지 버섯으로 우려낸 육수와 찐 대구.

된장소스를 바른 대구구이와 무밥.


마지막으로 얼큰한 알탕.


코스는 성공적이었다. 양념하나, 국물하나 없이 싹싹 긁어먹은 식기들.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맛있는 한상이었다는 것을.


셋은 이제 술상을 벌이고 있었다. 용암처럼 끓고 있는 시뻘건 국물. 만득과 선화는 기분 좋은 날에만 내놓던 안동소주를 벌써 두 병째 비우고 있는 중이었다.


만득은 이리를 고추냉이를 섞은 간장에 푹 찍더니 입에 넣어 오물거렸다. 아무리 산해진미가 앞에 있다 하더라도 익숙하게 먹던 것들이 제일인 법이다. 그가 눈을 감고 내장의 고소함을 느끼다가 술을 들이켰다.


알싸하게 퍼지는 향과 타오르는 듯한 통증이 입 안 가득 찼던 내장의 맛과 뒤섞인다.


“이래서 내가 이리에 환장한다니까.”


만득은 술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벌겋게 달아오른 만득의 볼. 만득이 민재를 한 번 바라보다 청양고추를 넣어 다시 한 번 끓인 생선육수를 내려다봤다.


숟가락에 갇힌 뽀얀 국물. 호록 하는 소리.


이것들을 민재가 만들었다 이거제. 고작 1년 좀 넘게 주방에서 일한 아가.


만득은 애꿎은 대구의 살을 숟가락으로 부수다가 민재를 쳐다봤다.

가족 간의 술잔이 부딪혔다.


“그라서.”


만득은 말했다.


“유학 가고 싶다꼬?”


올 것이 왔다 싶은 심정이었다. 민재는 술잔을 조심스레 내려놓고는 말했다.


“네.”

“그 어데라 했지? CIA?”

“1946년에 만들어진 요리학교에요. 세계 3대 요리학교로 꼽히고요. 100명이 넘는 셰프들이 강사진으로 있고...”

“됐고. 민재 니. 한국은 좁은 거 같나?”


만득의 속눈썹이 내리깔렸다. 그가 술잔을 만지작거렸다.


“이 땅덩이. 좁지만 넓다. 니한테 이 국물 알려준 아지매도 고작 주방이모나 하지 않나. 고수도 많고, 배울 곳도 많다. 굳이 말도 안 통하는 외국 가서 뭐할 낀데.”


현실적인 지적이었다. 부모라면 응당할 수밖에 없는 걱정이기도 했다.

다만 만득이 알지 못한 것이 있었다.


민재는 주방이모한테 조리를 배운 것도 아니고, 영어를 못 하지도 않는다.


“아부지.”

“와.”

“저 영어 잘 해요.”

“뭐?”

“영어 잘 한다니까요. 적어도 얼빵하게 있다가 눈 뜨고 코 베이진 않아요. 보여드려요?”


유창한 영어가 흘러나왔다. 발음은 딱딱하지만 말문이 막히지 않고 쉼 없이 터져 나온다. 만득과 선화는 벙 찐 얼굴이 되었다.


“니 언제...?”

“아부지.”


원맨쇼를 보이던 민재는 진지한 표정으로 돌아와 말했다.


“주방이모한테 배운 게 이 정도에요. 미국. 넓잖아요.”


그가 두 손을 한껏 펼쳤다. 민재가 선보인 요리들이 만득과 선화의 시야에 들어온다. 생전 처음 맛보았던 요리들도 상당했던 오늘.


“그곳에서 배우면 저, 더 잘 할 수 있어요.”


아들이 성과를 보이며, 자신의 길을 가고 싶다고 한다. 만득은 울컥하여 잠시 말을 삼키다가 내뱉었다.


“...더 잘 하겄지. 더 높게 날 끼고.”

“예. 한 번만 믿어주세요. 저 잘 할 자신 있어요.”


만득이 선화를 바라봤다. 부창부수라고 똑같이 붉어져 있는 얼굴이었다. 그녀가 빠글거리는 파마를 몇 번 매만지더니 말했다.


“말하이소.”

“당신은 우케 생각하는데?”

“내야 뭐.”


그녀가 떠듬거렸다. 깜빡이는 눈동자. 확신이 없는 목소리가 말했다.


“갑작시럽다. 어매된 입장에선 당연히 말리고 싶제. 근데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꼬... 아가 이래 작정하고 덤비는데 내가 우야 말리노.”


그녀는 울먹이기 시작했다. 어깨를 토닥이던 만득이 결정했다는 듯 말했다.


“유학 보내주께.”

“부대비용 포함하면 넉넉잡아 1억은 들 건데요?”


1억.

예상하지 못한 금액에 만득과 선화는 술이 다 깨는 느낌이었다. 민재는 피식 웃었다.


“아부지 어무니한테 손 빌릴 생각 없어요.”


그가 단호하게 말했다.


“학비는 제가 어떻게든 해결해 볼 테니까.”


기껏 회귀했는데, 부모님 등골이나 빼먹을 순 없지.


민재가 혼자 술을 따르더니 냅다 들이 부었다. 크 하는 소리와 함께 그가 진한 미소를 띠었다.


미래를 알고 있는 자의 미소.

그 미소를 본 만득이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 믿고,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작가의말
대구 서더리 지리국수

https://www.youtube.com/watch?v=7-Bc_KXRBao&t=684s


유투브 채널 hoonylife라는 곳인데, 집에서 해먹기 좋은 일식들을 알려주는 곳입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들어가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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