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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다시 사는 탑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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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본듯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0.11.18 11:43
최근연재일 :
2020.12.10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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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21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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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DUMMY

만족. 그리고 기대감.


순자가 하나의 코스를 먹고 가진 감정이었다. 예상치 못한 감동은 늘 기꺼운 법이다. 그게 미래에는 더 커질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면 사람은 그 감동을 다시 한 번 느끼기 위해 선심을 다한다.


호텔 안의 카페, 순자는 한 천재의 유학을 후원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 그녀의 앞에 있는 사람은 민재와 그의 부모님, 장만득과 이선화였다.


후원자 되기를 자처한 순자는 긴 시간을 들여 둘을 설득했다.

학비와 숙소, 기타 생활비. 2년 동안 민재의 모든 경제적 활동이 그녀 수중의 돈으로 해결될 것이라는 약속. 물론 액수가 액수이니 만큼 조건이 있었다.


본인이 원하는 때, 2년간은 한국에서 셰프로서 있을 것.


이때 그 식당의 오너, 혹은 공동대표는 순자일 것.


유학에 들어간 비용은 나중에 상환할 것.


사실상 투자에 가까운 후원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지극히 개인적이고 물렁하기 없는 투자였다. 계약서도 없고 구두로만 이어진 계약. 무이자와 상환기한조차 없는 상환약속.


그 기막힌 제안에 사업가인 만득은 처음에 사기가 아닌가 하고 계속 의심을 했다. 그러나 순자의 태도는 어딘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열망이 서려있었다. 순수한 미식에 대한 애정. 그리고.


민재라는 인물이 가진 재능에 대한 확신.

그것이 만든 결과가 바로 지금이었다.



떠오르는 숫자들과 지명들.

분주히 어딘가로 향하고 돌아오는 사람들로 가득한 곳. 인천공항.


민재는 출국을 앞두고 선화를 바라봤다.


“고추장은 부족하면 말하고. 웃돈 주고라도 보내주께.”


걱정 어린 눈빛이었다. 미국으로 향하는 아들. 한두 번 한국에 들르겠다고 했지만, 걱정되는 건 매한가지였다. 민재는 2년 동안 타지에서 다른 피부색을 가진 사람들과 부대껴야 한다. 스폰서(직업비자를 마련해주는 법인)라도 얻게 된다면 그 이상을 지낼 수도 있다.


순자는 푸근한 미소로 어머니를 달랬다.


“자동차를 마련해줄 걸세. 어디 마트 같은 데 가기는 힘들지 않을 게야. 걱정 마시게나.”

“아이고, 그럽니까. 선상님 고맙십니더. 우리 아가 뭔 천재성이 있다꼬... 민재야. 괜히 삐레-하게 있지 말고 선상님 뒤만 꼭 붙어 다니라. 알았제?”

“어무니도 참...”


제법 사투리 억양이 돌아온 민재가 웃었다. 그가 팔을 벌리더니 대뜸 선화를 안았다. 품에 들어온 어머니. 그가 꼭 안아주다가 굳은 얼굴로 말했다.


“두 분 다 건강검진은 매년마다 받으세요. 검사 결과는 꼭 보내주시고요.”


암이 발견될 시기는 아직 한참 멀었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 여러 번 반복되었던 민재의 당부에 선화는 마냥 웃었다.


“알따. 고마 치대고 가라. 단디 하고, 뭐든 다 경험이라 생각해라. 선상님 고맙십니더. 우리 민재 잘 부탁드려예.”


선화와 순자가 몇 마디 나눈 뒤, 둘은 복도로 향했다. 일방향으로 걸어가는 사람들. 민재가 순자에게 말했다.


“선생님 감사해요. 이 모든 게 선생님 덕이에요.”

“나야 말로 고맙구나. 덕분에 미국도 가고, 아주 여행가는 기분이다.”

“가고 싶으셨던 곳 같이 다녀요. 아 그런데, 얼마나 있으실 예정이세요? 10일 후에는 입학이라 이곳저곳 모시고 가고 싶은데 그 이후는 제가 여건이 안 될 것 같아서...”

“3일.”


순자는 민재를 바라보며 말했다. 선글라스 너머의 눈이 옅게나마 드러났다. 전에는 보지 못했던 표정이었다.


서글한 눈매에, 그렇지 못한 눈빛.


“민재 너하고 같이 지낼 시간이 3일 밖에 없겠구나. 처리할 일이 원체 많아서 말이다.”


차갑게 느껴지는 눈빛은 잠시 머무르다가 사라졌다. 순자가 민재를 바라봤다.

단호한 목소리와 우려 섞인 눈빛이 공존했다.


“미국은 지금 터지기 직전의 폭탄을 끌어안고 있다. 아마 1년만 좀 지나면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하게 될 게지. 요식업계가 얼마나 커다란 타격을 입게 될지는 모르겠지만은...”


그제야 민재는 잊고 있었던 것을 떠올렸다.

2007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불거지는 해.


 “솔직한 심정으로는 말리고 싶었다. 프랑스, 일본, 이탈리아도 좋은 곳이니 말이야, 허나 민재 네가 추구하는 방향을 듣고 보니 미국이 적격이겠다 싶더구나. 최대한 도울 것은 도와줄 것이니 걱정은 말고, 수학에 집중해야 한다. 알았니?”


민재는 고개를 끄덕이며 찜찜한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무려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다.


대량의 실업자와 회생불가의 파산자들을 만들어낸 사태. 월스트리트의 모럴 헤저드가 불러일으킨 참사.


2006년 여름, 민재는 범세계적 경제 불황을 야기 시킬 미국으로 향한다.




***




뉴욕시티에서 기차로 1시간 40분을 달리면 민트색 천장을 달고 있는 역에 도착한다. 허드슨강 옆에 위치한, 뉴욕주의 남부. 포킵시역


변방에 위치한 지역답게 안은 한산했다. 적당히 드문드문 거리를 두며 걷는 사람들. 조용한 웅성거림. 그 가운데, 민재와 선화는 역내를 거닐었다.


둘을 기다리고 있던 젊은 여성이 반갑게 외쳤다.


“할머니!”


커다란 목소리였다. 주위를 밝게 만드는 에너지. 전반적으로 넉넉하다는 인상을 주는 풍채에 화사한 옷들을 걸친 여성이었다.


“아이고- 우리 은실이...”

“론다 킴!”


김은실, 아니 론다가 말했다. 웨이브가 들어간 그녀의 흑발이 찰랑였다.


“나 미국사람이에요. 은실 이름 버린 지 언젠데 그 이름으로 부르시면 어떡해. 근데 할머니는 여전히 세련되셔? 뵐 때마다 옷들이 너-무 이쁘다니까.”

“간만에 쇼핑이나 가자꾸나. 헌데... 할미가 이 먼 미국까지 왔는데 공항으로 마중도 안 나온 겨?”

“죄송해요. 아시잖아요. 요즘 좀 심상치가 않아서... 아, 옆에 분은 장민재 씨?”


론다가 민재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녀의 두툼한 입술이 호선을 그렸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잘 부탁드려요.”

“저야 말로 잘 부탁드려요. 할머니 말씀으로는 천재라고 하시던데.”


천재는 아니고, 조기교육을 받고 오긴 했지.


민재가 살짝 씁쓸한 미소를 걸치며 물었다.


“천재는요. 부끄럽습니다. 그런데 실례가 안 된다면 관계가 어떻게...?”

“내 손녀다.”


민재의 눈이 커졌고, 론다가 손사레를 쳤다. 그녀가 깔깔 거리며 말했다.


“친손녀는 아니고요. 할머니 직속 제자에요. 현재는 미국 시민권자고요. 긴 비행 때문에 피곤하시죠? 얼른 숙소로 가요 우리.”

“그래. 이 할미 무릎이 너무 아파.”

“차 불러드린다니까 한사코 싫다면서 전철 타고 오신 분이.”

“그리 펑펑 쓰다간 돈이 줄줄 새는 법인 게야. 그리고 우리 민재한테 뉴욕 지하철도 보여주고 싶었다.”

“들으셨죠? 우리 정선생님, 민재 씨한테 푹 빠지셨다니까. 미국 지하철은 어땠어요? 한국하고는 많이 다르죠?”


더럽고,

냄새났지.


말을 삼킨 민재가 말했다.


“새로웠어요. 특히...”


민재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드러나는 얼굴색들부터가 달랐다. 압도적으로 많이 보이는 것이 백인, 그리고 흑인. 가끔 동양인이나 히스패닉.


다양한 색이 바글거리는 느낌이었다. 물론 이곳 포킵시는 시골이기에 바글거린다는 느낌보단 한국에 있는 시골 어딘가를 보는 느낌이었지만.


“사람들부터가 다른 것 같아요.”

“금방 적응될 거예요. 지레 겁먹진 말고요. 여기는 사람들이 다 순딩순딩해요. 한 번 붙잡고 길 물어보면 딱 아실 걸?”


한동안 론다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빠른 말들이 속사포처럼 쏟아졌다. 역의 정문을 나서고 보이는 주황색의 스포츠카. 론다가 앞쪽 차문을 열면서 말했다.


“숙소에서 짐 풀고 좀 쉬다가 저녁 먹으러 가요. 괜찮으시죠?”

“좋지.”

“저도 좋아요”

“민재 씨, 어디 가고 싶은 데 있어요?”

“CIA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이 있다고 하던데 거기... 어떨까요? 학생들이 한 음식들은 어떨지 궁금하더라고요.”


민재가 물었고, 론다는 양 눈썹을 들어 올린 채 오리 입을 만들었다. 그 표정에 의아함을 느낄 즈음, 론다가 말했다.


“그럴 줄 알고 미리 준비해놨죠.”


그녀의 눈은 민재에게 향해있다.


“카테리나 데 메디치Ristorante Caterina de Medici. CIA에서 운영하는 이태리 레스토랑인데 이번에 특이한 걸 한다더라고요?”


민재의 귀가 쫑긋했다.


“한식의 재해석.”

“오.”


의식할 새도 없이 터져 나온 감탄사. 론다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씨익 웃었다.




***



한식의 재해석.


CIA에선 종종 단발성 이벤트가 열리곤 한다. 바비큐 파티, 굴까기 대회, 팝업 레스토랑.


그 중 오늘은 일반적인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코스에 맞춰 한식을 제공하는 이벤트가 진행된다. 론다는 그 티켓을 발 빠르게 구해놓은 상태였다.


대다수가 CIA 학생들로 가득 찬 식당 안. 두 명의 외부인과 입학예정자 하나가 앞에 놓인 음식을 바라봤다.


코스의 첫 시작. 한입거리 음식을 지칭하는 아뮤즈 부쉬. 총 셋의 음식들이 나란히 놓였다.


“이건...”


민재가 말했다. 그의 시선이 꽂힌 것은 탱글거리는 질감을 자랑하는 고체였다. 하얀 겉면과 약간의 점성을 보이는 간장소스. 그 위에는 정체모를 가루 같은 것이 뿌려져있다.


“연두부네요?”


첫 등장부터가 심상치 않았다. 아뮤즈 부쉬는 코스의 개성을 알리는 입간판이나 다름없다. 앞으로 진행될 여정의 실마리를 보여주면서 손님의 혀와 위장을 깨우는 역할.


그런데 연두부라니. 처음부터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이건... 다시마구나.”


순자가 한입 떠 먹더니 스푼으로 연두부에 뿌려져 있던 가루를 바라보며 말했다. 민재도 따라 우물거렸다.


“짠맛의 층위를 다양하게 하려고 한 것 같은데요? 감칠맛도 더하면서, 근데 간장소스가 짠 편이라 이거 말고 저는 시소 같은 것을 썼을 것 같아요. 부족한 향도 챙겨줄 수 있고...”


민재가 말을 하다 멈췄다. 론다가 미묘한 미소를 띠며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제 얼굴에 뭐 묻었어요?”

“아니 그냥. 확실히 초장부터 다르다 싶어서요. 코스요리를 많이 경험하셨나 봐요?”


말문이 잠깐 막힌 민재가 할 말을 찾다가 뱉었다.


“...사진으로 많이 봤죠.”

“그럼 타고난 거 맞으시네. 한국은 웬만해선 한상차림이라 코스요리 먹는 걸 교양 배우는 것 같다고 불평하는 사람이 여럿 있거든요. 어느 정도 맞는 말이죠. 미식에도 학습이 필요하니까.”


론다는 가운데 놓인 부각을 집어 들었다.


“저는 하나의 코스를 오케스트라의 합주라 봐요.”


그리고 들리는 바삭하는 소리. 눈이 감기더니 미간이 찡그러졌다.


“소스 배합 미쳤다. 참깨하고 마요네즈를 섞으니까 또 새롭네. 할튼, 계속 말을 이어서 하자면요.”


민재도 따라 부각을 으스러뜨렸다.


혀에 닿는 김부각의 까끌거리는 단면. 씹을수록 짭짤한맛이 새어나오면서 소스와 뒤섞였다. 잘게 바스러진 것들이 흐트러지며 침에 녹는다. 그 사이로 참깨크림이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접시 하나하나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하나의 이야기를 완결 짓는 게 코스잖아요? 시작과 중간, 끝. 가장 중요한 건 세 가지긴 한데, 저는 처음을 제일로 치는 사람이에요. 나는 첫인상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거든. 그런 의미에서 이번 코스는 좀 하자가 있네요.”

“예? 그게 무슨...”


챙.


다른 테이블에 있던 서버가 순두부가 담긴 샤벳잔 위에서 위태위태하게 흔들거리던 포크를 떨어뜨렸다.


“내가 볼 때 이 세팅, 서버들이 들고 가기엔 너무 불편했거든요. 아니나 다를까 바로 불협화음이 터지네요.”


작가의말

본 에피의 모티브가 되는 자료의 출처입니다.


Gemini님의 블로그

https://m.blog.naver.com/PostList.nhn?blogId=jhdudg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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