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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다시 사는 탑셰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어디서본듯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0.11.18 11:43
최근연재일 :
2020.12.10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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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22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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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DUMMY

떨어진 스푼을 보고 어찌할 줄 모르는 서버가 허둥지둥 댔다. 요리Culinary 과정의 학생이 서버로 참여한 만큼 대응부분에서 미숙할 수밖에 없는 상황.


“에구, 어쩐데. 빨리 죄송하다고 하고 치워줘야지.”


속삭이는 론다에게 민재가 말했다.


“그래도 여기 있는 사람들은 실수에 관대한 것처럼 보이는데요.”


그의 말대로, 괜찮다며 웃는 사람들이 보인다. 같은 학생인지 관계자인지 몰라도 상황이 좋게 풀린 듯했다.


“시행착오는 늘 있는 게다.”

“그래도 저거 옷에 흘렸어봐. 먹는 내내 불편하고~”

“은실아.”

“론다라 부르시라니까요. 할머니.”


순자는 그녀의 말을 무시하며 이야기했다.


“저 학생들은 배우는 과정 속에 있는 게야. 이 이벤트도 저 이들의 도전정신으로 탄생한 거 아니더냐. 모든 과정이 다 피가 되고 살이 될 게다.”

“그래도 저런 서비스는 좀.”

“물론, 네 말이 맞다. 저 정도 실수쯤은 플레이팅 과정에서 고려했어야 했지. 위험하긴 했지만, 다음에 더 완벽한 서비스를 위한 발판이 될 게다.”


론다는 입술을 삐죽이다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민재는 론다가 했던 말을 떠올리는 중이었다.


하나의 코스는 오케스트라의 합주라 본다는 그 말.


그녀가 말한 합주의 범위는 접시 안에서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주방에서 음식이 만들어지고

접시에 담아지고

손님에게 제공되어 떠나는 그 순간까지의 모든 과정


그녀는 전체적인 레스토랑 서비스에 대해 언급한 것이었다. 주방뿐만 아니라 홀, 접시와 그것을 나르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민재는 멍하니 있다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던가.


“어머, 왜 그래요. 민재 씨도 나랑 같은 생각이야? 이 만두 너무 갈 길을 잃은 것 같은데? 딤섬도 송편도 아닌 것이... 나는 좀 불호.”


론다가 마지막 아뮤즈 부쉬를 씹다가 불평했다. 쫀득한 피를 씹자 표고버섯과 소고기의 맛이 몰아친다. 가장 먼저 강렬하게 느껴지는 것은 꾸덕한 질감이다.


“저는 신선한데요. 콩송편 먹는 것 같아요. 여기 외국인들이 좀 많으니까, 어느 정도 익숙한 것하고 섞으려 했겠죠. 딤섬 느낌도 주면서, 원래 의도했던 송편 느낌도 주면서.”

“달리 말하면 이도저도 아닌 인상을 준다고 할 수도 있겠죠. 그래도 인정. 적당히 그 간극을 조절했네요.”

“태생은 못 속이는 법이지.”


줄곧 손자손녀를 바라보듯 훈훈한 시선을 던지던 순자가 말했다.


“은실이 너도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게다.”

“그 얘기가 왜 또 나와요~!”


깔깔거리는 그녀 특유의 웃음소리가 작게 퍼졌다.



이어진 것들은 에피타이저와 두 개의 앙트레(메인요리), 디저트였다. 줄곧 한둘씩 부족한 점들을 나열하던 론다는 마지막 쁘띠 프루들에서는 칭찬만을 늘어놓았다.


디저트 이후 차와 함께 제공되는 한입거리의 케이크, 쁘띠 프루.

그녀가 제일 좋아했던 건 찰쌉도넛 맛이 나는 주악(기름에 지진 떡)이었다.


“내가 여기서 찹쌀도넛을 보게 될 줄은 몰랐네. 할머니 이런 거 좋아하시잖아요. 좀 더 달라고 해볼까요?”

“됐다. 뭐든 적당한 게 좋은 법이다.”

“나는 더 먹을래요. 저기요!”

“저는 초콜렛 파이가 제일 좋던데요.”


민재가 달콤 쌉싸름하던 초콜렛 파이를 떠올리며 말했다. 부드러운 초콜릿을 베어 물자 터져 나오던 말차크림. 크림화 한 말차의 떫은맛이 입안에 남아있던 기름들을 깨끗하게 씻어주는 느낌이었다.


“군대에서 먹던 초코파이하곤 다르죠?”

“예? 아.”


그러고 보니 뭔가 모양이 비슷했다.


“네. 차원이 다르긴 하네요.”

“앞으로 이런 것들보다 더 맛있는 거 만드셔야죠.”


론다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접시에 남은 부스러기. 샹들리에에서 떨어지는 빛들.


부족함이 없다면 거짓말일 코스였지만, 학생들이 만든 코스라는 점을 감안하면 훌륭했다. 더욱이 편식하듯 양식조리법을 주로 배웠을 학생들. 그들이 한식이라는 주제로 펼친 것은 셰프로서의 배려와 자부심, 그리고 가공되지 않은 날것의 아이디어들이었다.


“네, 그래야죠.”


민재가 말했다.


그때 무대의 뒤편, 주방에서 조리복을 입은 학생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번 이벤트를 주최한 KACIA의 멤버들. 설렘을 품은 얼굴들이 쭈르르 서더니 인사했다. 커다란 박수들이 터져 나왔다. 민재도 그 행렬에 동참했다.


 짝짝짝짝짝.


홀을 메우는 반짝이는 박수소리. 민재의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




달리는 자동차 안. 론다가 운전대를 쥔 채 말했다.


“자극이 됐는지 모르겠어요. 사실 긴장하라고 데려간 건데, 오늘 민재 씨 모습 보니까 걱정할 필요 없겠더라고요.”


론다는 곁눈질로 민재를 바라봤다. 생각에 잠겨있던 민재가 정신을 퍼뜩 차리더니 답했다.


“네? 방금 뭐라 하셨죠?”

“재밌으셨냐고요.”


초여름의 바람이 시원하게 옷깃을 스쳤다. 오픈카인 만큼 바람이 통째로 들어왔고, 드라이브를 핑계로 느릿하게 동네를 배회하고 있는 중이었다. 강바람 특유의 비린내가 초목을 스치면서 만들어지는 정취.


민재는 어둠에 파묻힌, 하지만 가로등들이 간간히 비추어 흔들거리는 그 풍경들을 바라보았다.


“네 좋았죠. 더 잘 하고 싶더라고요.”

“내가 아까 첫인상을 중시한다고 했었죠?”

곤히 잠들어 있는 순자를 보던 론다는 말했다.


“잘 할 수 있을 거예요. 그 고민하는 모습만 봐도 알 수 있거든요. 장민재. 당신이란 사람이 가진 셰프로서의 자질을요.”


그녀가 장담하듯 말했다.


민재는 그 내용을 곱씹다가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봤다. 검은 눈동자, 자신이 하는 말과 행동에 대한 확신이 있는 사람의 표정.


민재는 괜히 묻고 싶어졌다.


“제가 정말 그런 자질이 있을까요?”


고백하듯 내뱉은 음성이었다. 갑작스레 변한 투에 론다는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녀가 백미러로 물끄러미 민재의 표정을 살피던 순간. 민재는 얼른 말을 돌렸다.


“그냥.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어서요. 론다 님은...”

“론다라 불러요. 아메리칸 스타일로.”

“론다는 처음에 미국 왔을 때 어떠셨어요?”

“어땠냐고요? 당연히...”


론다는 잠시 눈을 위쪽으로 치켜뜨더니 생각했다.


“무서웠죠.”


그녀가 배시시 웃더니 갓길에 차를 세웠다. 대뜸 차에서 내린 그녀가 나오라는 손짓을 했다. 옅은 언덕, 잔디를 밟아 내려가는 둘은 강변 쪽으로 향했다.


“사실 민재 씨 얘기 처음 들었을 때, 내 옛날 생각이 났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랬어요.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상대방을 보면서 괜히 내 과거를 떠올리는 그런 못된 습관. 내가 지금 그래.”


멀지 않은 곳에 대교 하나가 휘황찬란한 조명에 휩싸여 있다. 내려앉는 빛들. 흔들거리는 강변.


민재는 그녀를 따라갔다.


“미국. 기회의 땅. 멋진 말이죠. 근데 나는 그 말이 참 무책임한 말이라 생각해. 기회란 준비된 자한테 오는 거지, 많은 걸 포기하고 타지로 온 이민자들에게 해당되는 말은 아니거든. 더욱이 지금의 미국은 그 어느 나라보다 폐쇄적인 사회예요. 911은 미국인들에게 어떤 공통적인 배타심을 심어준 것 같아.”


풀이 자라난 자리에 털썩 주저앉은 그녀가 말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좀 무서웠어요. 이 나라에, yellow인 내가 허점이라도 보이면 순식간에 물어뜯길 것이라는 위기감을 안고 살았죠. 민재 씨는 어때요. 나하고 좀 다르려나?”

“음, 저는 솔직히 기대가 더 큰 것 같아요.”


민재는 박수가 울려 퍼지던 레스토랑을 떠올렸다. 지칠 줄 모르고 두근대던 가슴, 그리고.


“배울 게 앞으로 많겠구나, 더 열심히 해야겠구나 싶더라고요.”


다짐. 론다는 민재를 힐끔이더니 고개를 뒤로 젖혔다. 희미한 웃음이 서렸다.


“맞네. 민재 씨 아직 젊지. 나 좀 놀랐잖아요. 이미 민재 씨 미식관은 체계가 잡혀 있는 것처럼 보였거든. 재능이란 게 이런 거구나 싶었지.”

“재능은요.”

“재능 맞죠. 어떤 걸 추구할지, 최소한의 방향성은 잡고 있는 거니까. 민재 씨는 왜 셰프가 되고 싶었어요?”


민재는 멈칫했다. 이미 기억이 바랜 지 오래된 과거다. 민재는 안개를 헤치며 그 기억을 끄집어냈다.


그가 셰프가 되려고 했던 계기. 간단했다.


“집밥이 너무 맛없었어요.”


깔깔 거리는 웃음이 나부꼈다. 고인 눈물을 닦던 론다는 말했다.


“많은 셰프들이 그런 이유로 팬을 들죠. 생각보다 단순한 이유였구나?”

“네. 맛에 대한 집착이 있었던 것 같아요. 더 맛있는 음식을 맛보고 싶다. 내가 요리를 해도 이것들보다 더 맛있지 않을까. 뭐 그런 생각이었죠.”

“...좋네요.”


론다가 말했다.

이번에는 민재가 갸웃거리며 론다를 쳐다봤다.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아련한 목소리였다.


“어머 주책이야. 보기 좋아서 그래요. 나는 무슨 생각으로 미국에 왔더라 싶기도 하고.”

“그러고 보니 론다는 왜 미국에 왔어요?

“나요? 나는 돈 벌러 왔죠. 더 많은 돈을 벌려고.”

“아.”

“뻔한 이유죠. 민재 씨 목표도 뻔하잖아. 요리, 그거 때문에 온 거죠?”


민재가 풀썩 앉았다. 둘은 이제 나란히 앉아있다.


“네. 더 괜찮은 요리사가 되고 싶어요.”


더 괜찮은 요리사.

민재가 항상 바라왔던 것이었다. 괜찮은 요리사가 무엇인가. 사람마다 그에 대한 결론은 다르겠지만, 민재의 대답은 이랬다. 괜찮은 요리사라는 것은.


배움을 게을리 하지 않는 요리사다.


오늘 하루만 해도 줄곧 놓쳐 왔던 것을 보게 되지 않았는가. 민재는 그런 생각지 못한 순간들이, 그런 배움들이 CIA에서 잔뜩 펼쳐지리라 생각했다.




***




“앞으로 이게 민재 씨가 탈 차에요.”


다음날 아침. 론다는 민재에게 길가에 주차된 검은색의 아반떼를 보여주었다. 이곳저곳 흙이 묻고 긁힌 자국들이 그득한 중고차. 론다가 영 찝찝하다는 눈으로 차를 바라봤다.


“...근데 이거면 충분하겠어요? 더 좋은 차들 많은데 왜 남이 쓰던 걸 쓰겠다고 하신데.”

“어차피 다시 돌려드려야 하는 돈이면 아끼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론다가 잠깐 벙 쪄 있다가 말했다.


“뭐, 돈 관계는 확실하면 좋죠. 우리 선생님은 복도 많으시지~”

“그런데 선생님은 어디 계세요?”

“본래 나이 잡수신 분은 아침잠이 없으시잖아요. 잠깐 산책 간다고 나가셨어요. 곧 돌아오실 걸?”

“아침 해드리려 했는데...”

“그러기엔 지금 오전 10신데? 너무 늦게 일어나셨다. 어제 잠 늦게 잤어요?”


민재는 멋쩍게 웃었다. 생각이 많은 밤이었긴 했다.


“점심은 나랑 매장 들르기로 해서 밖에서 점먹을 거예요. 우리 선생님 패션감각이 알아주거든. 같이 갈 거죠?”

“음, 나중에 합류해도 될까요? 쇼핑은 좀... 아.”

“왜요?”

“짐꾼 노릇 해드릴게요. 대신 저 부탁 하나만 들어주실 수 있으세요?”


팔짱을 낀 론다가 콧소리를 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말해보라는 몸짓이었다.


“저 미식투어 시켜주세요.”


민재가 차를 한 번 쓰다듬더니 묻어나온 먼지들을 후 하고 불어댔다.


“뉴욕시티는 미식의 도시잖아요. 다양한 맛집들이 있다고 들었어요. 경찰들이 환장하는 도넛가게, district에서 알아주는 브런치 맛집...”

“짐꾼 역할 한 번으로 너무 고급정보를 원하시는데?”


론다가 도둑놈을 바라보는 눈빛으로 민재를 바라봤다. 철면피를 깐 민재의 얼굴이 태연하게 응수했다.


“이거 아무래도 만만치 않네. 각오 단단히 하고 있어요. 잔뜩 부려먹을 테니까. 얼른 씻고 나와요. 주방에 사과하고 시리얼 있으니까 그거 챙겨 먹고요.”


그녀가 고갯짓으로 욕실을 가리켰다. 부랴부랴 문으로 향하는 민재에게 론다는 말했다.


“아 근데 쉐이크 쉑이란 브랜드 알아요?”


모를 리가 없는 이름. 한국에서는 쉑쉑버거라 불리는 그곳이었다. 민재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죠. 유명한 곳 아니에요?”

“...어떻게 아신데? 거기도 가볼 거예요. 거기 브랜드 마케팅이 좀 재밌거든요. 앞으로 크게 커질 브랜드이기도 하고- 뭐튼 진성 뉴요커가 데려가주는 곳이니까, 한 번 기대해 봐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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