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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다시 사는 탑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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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본듯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0.11.18 11:43
최근연재일 :
2020.12.10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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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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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24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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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DUMMY

민재는 입을 다물고 말을 골랐다.


순자의 말은 일견 합리적이었다. 그녀가 이야기 한 것은 명품브랜드가 주로 취하는 전략과 닮아있었다.


제품의 가격을 일정 고객층만이 지불 가능하게끔 높게 책정하는 것. 그럼으로써 발생하는 것은 제품의 차별성과 순익분기다.


요식업이라고 다를 것은 없다. 비용이 발생한다면 가격을 올리면 그만이다. 고객층만 확실하다면, 얼마가 되었든 그 고객들이 가질 환상을 잘 유지시키면 되는 것이니까.


그러나 순자가 이야기하지 않은 것이 있다. 바로 식자재. 대규모 농장의 규격화된 시스템은 그 어떤 지역 농장에서 흉내 낼 수 없는 균등한 산물을 만들어낸다.


“지역에서 나는 재료들이라고 해서 모두가 품질이 좋은 건 아니잖아요. 급속냉동, 비행운송이 있는 시대에서 로컬 푸드만을 고집하는 게 과연 좋은 것인지 모르겠어요. 당장 이 뉴욕주에서 구하지 못하는 것들은 재료로 못 쓰는 건데.”


민재는 차를 홀짝이다가 말을 이었다.


“셰프로서 그런 한계를 긋는 건 좋지 않다 봐요. 특히 여기는 파인 다이닝이잖아요. 도전해볼 건 다 도전해봐야죠.”


순자의 눈에서 꿀이 떨어질 줄 몰랐다. 그녀는 암암 거리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러나 정작 순자의 입에서 나온 건 다른 의견이었다.


“반대로 생각하면 제한된 재료 속에서 최선의 결과물을 도전해본다고 할 수 있겠지.”

“우물 안에서 아등바등 대는 것보단 우물 밖의 재료를 살펴서 더 완벽한 결과물을 내놓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요?”


홀홀 거리는 웃음소리가 나풀거렸다. 잠시 공백. 단어 하나가 튀어나왔다.


“정체성.”


순자가 말했다.


“민재 네 말도 맞다. 허나 소비는 이성에서 출발하는 게 아닌 게야. 대체로 사람들은 비이성인 사고를 거치고 지갑을 연다. 특히 미식. 미식에 대한 경험은.”


그녀의 손이 한 지점을 가리켰다.

먼저, 내밀어진 혀.


“이 혀가 아니라.”


그 다음으로 향한 곳은 머리였다.


“망상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지. 미슐랭 레스토랑은 각자의 망상들 때문에 굴러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 선택이라 표한 것은 지극히 오너의 입장에서 본 선택을 이야기 한 게야.”

“오너의 입장에서요?”

“지역과 상생하는 레스토랑. 이 철학을 온전히 실천하려면 우리가 마셨던 스파클링 워터, 와인들도 모두 뉴욕주에서 난 것이어야 할 게다. 하지만 이곳의 음료들은 그렇지 못했지.”


테이블에 놓인 와인 병 둘. 하나는 프랑스산이고 하나는 이탈리아산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이 레스토랑이 기만적이라고 비난할 수 있는가? 그건 또 아니다. 이 레스토랑은 적어도 식자재를 수입하고 직원들을 채용하는 데 있어 지역사회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게 분명하거든.”

“...그리고 사람들을 만족시키고 있죠. 음식의 맛에서나 그것이 표방하고 있는 철학에서나.”

“그래. 이 할미가 볼 때는 이곳의 오너는 지극히 이성적인 판단으로 그 선택을 내린 것 같구나.”

“두 분이서 무슨 얘기를 그렇게 재밌게 해요? 토론 시간인가?”


자리를 비웠던 론다가 복귀했다. 한결 좋아진 안색이 싱글벙글했다.

간략한 설명이 있었고, 론다가 웃었다.


애매한 입 꼬리가 얼굴에 나타났다.


“뭐, 나는 우리 정선생님 제자라 선생님 편을 들 수밖에 없겠네. 나는 돈이 된다면 그쪽을 지지하는 것이 옳다고 봐요. 물론 진짜로 그 운동을 지지하는 사람도 있겠죠. 근데 나는 자본가가 그래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에요. 돈에는 죄가 없고, 오직 결과만 있거든. 미식지상주의적인 관점에서는 민재 씨 의견이 맞겠죠. 맞는데.”


론다는 남겨놨던 쁘띠 프루를 연달아 흡입하곤 우물거렸다. 깨끗해진 접시. 임무를 해치웠다는 듯 후련한 숨을 내뱉은 그녀가 말했다.


“세상이 어디 그런 논리로만 작동되나. 대세가 그렇다면 따라야죠.”

“오너 셰프가 되면요?”

“네?”


론다가 잠깐 얼더니 무슨 말을 하겠는지 알겠다는 눈빛이 되었다. 민재는 말했다.


“자본을 초월한 요리를 하고 싶다는 얘기는 아니에요. 먹고 사는 문제에서 돈이 빠지면 안 되겠죠. 그래도 저는 로커보어Locavore를 지향하진 않을 것 같아요. 그러기엔 전 세계엔 가능성 넘치는 재료가 너무 많은 걸요.”

“그래서, 오너 셰프가 되어서 본인의 선택에 대한 책임은 본인이 지고 싶으시다?”


론다가 물었고, 순자가 민재를 바라봤다. 확고한 신념이 담긴 눈. 그 검은 눈이 맑고 순수하게 빛났다.


“네. 제가 내놓는 요리에는 제 철학을 담고 싶어요.”




***




시간은 쏜살 같이 흘렀다. 이후 민재는 주로 혼자 생활했다. 혼자 밥을 먹으러 다녔고, 입학에 필요한 물품들을 사고 혼자 잤다.


딱히 힘들거나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민재는 종종 빈 옆자리를 쳐다보곤 했다. 같이 먹고, 대화하는 존재가 있다가 없다는 것은 생각보다 큰 공간을 남겼다.


그러나 그것도 이제 마지막이다. CIA 입학 당일. 기숙사 입주를 위해 민재는 CIA 본교에 왔다. 캠퍼스 내 존재하는 여러 기숙사들 중 가장 오래된 건물인 허드슨 홀.


쿵.


합판으로 대충 만든 신발장이 바닥에 내려졌다. 누렇게 때가 타 있는 매트리스에는 각종 물건들이 놓여졌다. 세면용품, 옷걸이, 침대보부터 베게까지. 한 살림이 놓이기 시작했다.


한편 론다는 짐을 푸는 것을 도와주면서도 영 못마땅한 눈치였다.


민재와 만나는 것이 마지막일 수도 있는 날. 그녀가 실질적으로 민재와 함께한 일수는 사흘이었지만 그 기간 동안 같은 동양인으로서, 꿈을 가진 사람으로서 동질감을 많이 느끼던 차였다.


동생 같은 존재가 이런 곳에서 2년 가까이 지내게 된다니. 론다는 마음 같아서 당장이라도 방을 따로 구해주고 싶었다.


더욱이 그녀는 기숙사 모습을 보자마자 이렇게 평하지 않았던가.


“Oh, shit.”


6평도 되지 않는 방.

2개의 침대가 놓여 있고, 짧은 복도가 있는 공용화장실이 있다. 게다가 샤워는 공동샤워실에서만 할 수 있다. 30년이 넘은 기숙사치고는 나쁘지 않은 곳이었지만 론다의 눈에는 이 공간에서 사람 둘이 산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하여간 중고차 때부터 알아봤어. 숙소 마련해준다니까 그걸 왜 거절해요?”

“신입생은 무조건 기숙사에 들어가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통학자도 가능하다고 돼 있던데?”


아무래도 론다는 어떻게든 민재의 결정을 철회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자신을 위하는 마음을 알았기에 민재는 웃으며 그녀를 달랬다.


“예외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기숙사가 좋을 것 같았어요. 새벽 4시에도 수업 있다는데 자동차 끌다가 졸면 어떡해요. 겨울에는 폭설도 내린다고 하던데요?”


AOS 요리과정 커리큘럼에는 많은 수업들이 아침에 포진되어 있다. 개중 몇은 새벽 4시나 5시부터 시작되는 경우도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제빵Baking 과정의 학생처럼 밤 12시부터 시작해 새벽을 새는 수업은 없다는 점.


아침잠 하나하나가 소중한 상황에서 학교와 조금이라도 거리가 멀어지는 건 현명하지 못한 처사이다.


거기다가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모이는 곳이다. 넓은 미국의 특성상 각지에서 모여든 미국인들도 많을 터였다. 그 많은 학생들은 통학이 아닌 기숙사 생활을 한다.


민재는 대학생활을 해본 적이 없지만 기본적인 상식은 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대학생들끼리의 진솔한 대화는 술자리에서 많이 이루어지고, 굳이 술이 아니더라도 자주 얼굴을 비출수록 그 빈도는 높아진다.


“그리고 전 학생인 걸요. 최대한 뽕 뽑아야죠.”


많은 것을 배우려고 온 곳이다. 배움은 교과과정에만 있는 게 아니기에 민재는 기숙사 생활을 고집했다. 론다가 졌다는 듯 만세하며 물러났다.


민재는 소리 내어 웃다가 순자를 바라봤다.


“그나저나 감사해요. 바쁘신 상황에서도 여기까지 와주시고.”


그러다 그의 시선이 빗겨나가더니 옷장에 걸린 세미 정장 3벌에 꽂혔다.


“그래도 선생님. 저 정장들은 아무리 생각해도 좀 많지 않을까요?”

“무슨 소리! 이 할미는 저것도 부족하다 생각한다.”


패셔니스타다운 대답이었다. 민재는 좁은 옷장의 한편을 자리하고 있는 세미정장을 부담스러운 눈으로 쳐다봤다.


순자가 이 정장들을 구매한 이유. CIA의 독특한 복장규율 때문이었다.


CIA의 학생들은 한 명의 예외 없이 매점과 기숙사, 운동시설을 제외한 모든 학내 시설을 들어갈 때는 조리복 또는 세미 정장을 입어야 한다.


직업의식을 함양시키려는 목적인지 모르겠지만, 대외적인 이유는 이렇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오는 학교의 특성상, 품위를 지켜야 한다는 것.


그렇기에 민재는 근 20년 동안 입지 않았던 교복 아닌 교복을 준비했어야 했다. 조리복 두 벌이 지급되니 정장 한 벌이면 충분할 것을 순자의 성화에 세 벌까지 구해놓은 상황.


벌써 옷장이 미어터지는 느낌이었다.


“종종 찾아오마. 다음에는 이 할미랑 이곳저곳 많이 다니자꾸나.”

“예. 좋죠. 방학 때 한국 들를게요.”


민재는 순자를 꼭 안았다. 좁은 어깨를 두른 팔로 따스함이 전해졌다.


“재밌었어요. 민재 씨랑 만나는 게 너무 재밌어서 휴가 하루 더 썼잖아. 그런데 해준다 했던 요리는 결국 못 얻어먹고 가네요? 우리 선생님이 극찬하시던 그 요리 솜씨 한 번 보고 싶었는데.”

“다음에 꼭 해드릴게요.”

“약속한 거다?”


금방 그리워질 것 같은 하이 톤의 음성이었다. 망설이던 민재에게 론다가 두 팔을 벌려 힘껏 안아주었다.


그걸로 작별인사는 끝이었다. 더 붙잡고 있기에는 둘이 지나치게 바빴다.


“하, 이제 시작이네.”


민재가 고개를 젖혀 하늘을 바라봤다. 외딴 섬이라는 별칭답게 이곳 CIA의 하늘은 맑았다.

주변 정취를 휘감아보던 민재는 다시 기숙사로 향했다. 비는 시간이 많았기에 짐을 잠깐 정리하려는 생각이었다.


벌컥.


들어오고 보니 보이는 남자 하나. 민재가 자리를 비운 사이 룸메이트가 들어온 듯했다. 그가 소리를 듣고 등을 돌렸다.


볼에 박힌 주근깨와 붉은색이 언뜻 감도는 주황색의 머리. 길쭉한 얼굴. 돌출된 하관.

전형적인 영국인의 얼굴이지만 뚜렷한 이목구비 탓에 훤칠한 느낌을 주는 남자였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그의 우람한 몸집이었다. 190이 넘는 키, 다부진 몸.


민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잘 아는 사람이었다. 회귀 이전 인터넷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인물이 눈앞에 있었다. 민재가 놀라 어버버 하는 사이,


장난기가 가득한 미소가 남자의 얼굴에 달렸다. 스코티쉬 발음이 독특한 억양을 그려냈다.


“아 네가 내 룸메이트구나? 잘 부탁해.”


아메리칸 펍에서 출발해 수천만 달러의 맥주회사를 일군 사업가.

제이미 쿱.


그의 두툼한 손이 악수를 청했다.


작가의말

본격적으로 요리학교 에피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오해의 방지를 위해 먼저 밝힙니다.

최대한 고증을 살리려 했지만, 전개와 재미를 위해  현실과 동떨어진 사건, 인물, 설정 등이 등장할 수 있습니다.


당분간 참고 서적은 <셰프의 탄생>과 <뉴욕 레시피>입니다. 그 외 다양한 참고자료가 있습니다.


참고하시고, 오늘도 맛있게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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