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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다시 사는 탑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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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본듯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0.11.18 11:43
최근연재일 :
2020.12.10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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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29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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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DUMMY

문을 열자마자 보쌈수육의 냄새가 증기처럼 몰아쳤다. 코를 은은하게 감싸는 된장 냄새. 마늘, 파, 후추, 향신료들의 향과 섞인 기름진 육향.


“와 이게 뭐야. 둘이 이걸 다 준비한 거야?”


제이미가 쫄래쫄래 들어왔다. 흔들거리는 봉지를 따라 유리병들이 부딪히는 소리를 냈다.


“잠깐. 얼마나 사온 거야? 안 들킨 거 맞지?”


민재가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제이미를 멈춰 세웠다. 제이미가 들고 있는 봉지 말고도 큼지막한 봉지 세 개가 그득 차 있다.

저 정도 양이면 얼굴이 벌게지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적어도 누가 토하고 인사불성이 될 정도가 되어야 끝날 것이다.


“에이, 깐깐하게 왜 그래, 그리고 이거 오늘 하루 마실 양 아니야. 쟁여놨다가 홀짝홀짝 해야지.”

“아 그런 거면 뭐. 대신 우리 방에는 놓지 마.”

“아 왜!”


신입생이 들어오는 허드슨 홀은 실내 음주가 금지되어 있다. 미국은 21살이 법적허용 음주가능나이다. 그런 만큼 이번 모임은 약간의 일탈을 작당한 모임이다. 규칙이란 깨지라고 있는 것이고, 대학생들은 술파티를 마다할 사람들이 아니니까.


“얼른 다른 용기에다 부어. 사람마다 세 컵씩. 그 이상 초과하면 바로 포크 내려두고 나가는 거야.”

“하여간 쓸데없이 엄격해. 지가 무슨 RA도 아니면서.”

“보쌈 안 먹고 싶냐?”


그 말에 투덜거리던 제이미가 끔뻑 죽는 시늉을 했다. 몇몇 학생들이 비밀스러운 운반행위와 범법행위를 하는 동안.


“재밌으신 분이네요. 범접할 수 없는 유쾌함이 있으신 것 같아요.”


수지는 포크를 세팅했다. 민재는 사악한 미소를 하고 있는 제이미를 보며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 주변으로 제이미와 동화되어 은행털이범 같은 행태를 하고 있는 학생들이 보인다.


“시끌시끌해서 외롭진 않아요.”


배울 점도 많고.


어제 펍에 갔을 때, 민재는 10년 동안 마셨던 술을 그 자리에서 들이켰다. 스타우트, IPA, 아메리칸 라거 등등.


그 중 제일로 맛있었던 것은 수도원 맥주였다. 과거부터 수도원에서 직접 생산하여 인증하여 팔았던 벨기에 에일. 얻어 마신 김에 아예 한 잔을 따로 마셔보고 싶었지만, 제이미의 성화에 다른 맥주를 마실 수밖에 없었다.


버드와이저의 전신.

체코 필스너, 부데요비츠키 부드바르.


발음하기도 어려운 이 맥주는 체코인들의 자부심이다. 오밀조밀한 탄산의 입자가 입천장을 타오르면 그 뒤에 과일향, 혹은 비온 다음날의 풀냄새가 미미하게 찾아온다.


버드와이저의 회장은 이 순간에 반해 아류작을 내놓았다.


라는 것이 체코인들의 주장이다.


“뭐튼, 기대되네요. 미국에서 마시는 소맥이라니.”

“저는 사람들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해요. 방금 먹어봤는데 너무 맛있던데요, 외국인들 입맛에는 어떨지...”


수지가 들뜬 기분인지 발을 동동 굴렸다. 곧이어 학생들이 밀봉된 병들을 들고 왔다. 텀블러, 불투명한 재질의 물통. 대충 술이라는 것을 감출 용기들.


“자, 우리 임무 완료했어.”

“빈병들은?”

“마이클이 책임지고 민재 네 차에 놓고 올 거야.”

“불안한데... 그냥 차에서 만들고 오라니까.”

“술은 개봉 즉시 마셔야 돼. 야야, 잔소리 그만 하고 먹자. 냄새 뭐야 미쳤다 진짜.”


포크가 휘둘러졌고, 삼색의 소스가 입혀진 야들한 살들이 입속으로 진입했다. 고기를 씹는 소리와 같이 퍼지는 얼굴의 근육들. 노곤하던 표정은 상기된 흥분으로 바뀌었다. 제이미가 선창했다.


“Bossam!!!!”


민재는 어이가 없어져서 웃었고, 다음은 김치의 차례였다. 후창으로 학생들이 외쳤다.


“Kimchi!!”


흥분의 도가니. 회귀 이전에도 보쌈수육은 외국인들한테 인기가 많은 종목이었다. 이 종목으로 미슐랭 원 스타를 받은 식당이 있었으니까. 민재는 음식은 자신 있었다. 문제는 소맥의 맛. 이게 과연 외국인들의 입에는 어떻게 다가갈 것인가...


“SSo!!”

“Mac!!”


아무래도 걱정할 필요는 없었던 모양이다.


“근데 캐롤은 진짜 못 온 거야?”


민재가 제이미에게 물었다. 그의 시선은 접시에 고정되어 있다. 사라져가는 고기의 산. 학생들이 게 눈 감추듯 먹어치우는 통에 더미의 가팔랐던 곡선 빠르게 완만해지고 있다.


“애들 보러 갔어.”

“아 3살이라고 했나?”

“어. 쌍둥이. 학교 다니다 보면 소홀해질 수밖에 없으니까. 일요일은 온전히 같이 보내고 싶었나봐.”

“아쉽네. 좋아했을 것 같은데.”

“그러게. 그래도 우리의 쏘-맥은 내 선견지명으로 쟁여놨으니까. 언제든지 맛볼 수 있을 거야.”


제이미는 소중한 것을 끌어안듯 마지막 남은 한 컵을 두 손으로 감쌌다. 그의 눈망울이 순간 침울해지다가 민재를 올려다봤다. 대형견의 눈망울이 애처롭게 쳐다봤다. 민재는 이것을 어찌 쓸까 싶은 심정이었지만 이내 말했다.


“한 컵씩만 더 마시자.”


출동신호. 제이미가 쏘아져나가듯 뛰쳐나갔고, 주방의 문이 열렸다.


남자 하나와 여자 하나. 그리고 각자의 품에 안겨 있는 남아와 여아. 캐롤이었다.

그녀가 허스키한 목소리로 욕지기를 뱉다 말았다.


“HOLY... 깜짝 놀랐잖아!!”


따라 우는 아이들. 주방이 한층 더 시끌벅적해졌다.




***




소맥파티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아침은 찾아왔다.


월요일. CIA의 수업은 일요일을 제외하고 6일 동안 계속된다. 실습수업은 그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수업들이 있다.


이론수업.

위생학, 조리수학, 제품관리, 미식학. 언뜻 들었을 땐 의외라 할 만한 이름의 수업들이지만 이들은 요리에 있어 떼놓을 수 없는 과목들이다. 당장 위생만 하더라도 절대 쉬이 생각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니까.


“다음은 멜라니 셰프 수업이던가?”


민재는 제이미에게 물었다. 멜라니. 방년 64세가 되는 그녀는 프랑스계 미국인이다. 그녀가 담당하는 수업은 미식학이다.


제이미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어. 우리 할매, 또 어떤 길로 샐지 궁금하네.”


미식학. 먹는 행위 자체를 다루는 수업이다.

코와 혀가 느끼는 감각과 재료의 원천, 각 국가의 음식문화 등등 미식과 관련된 것이라면 뭐든지 다룬다. 원래라면 프랑스 미식역사에 대해 다루어야 하지만 멜라니의 수업은 좀 특별하다.


“저번에 머랭 얘기하다가 진상손님 얘기로 빠졌지. 레스토랑 손님이 진상을 부리는 이유에 대해 토론하는 데 20분을 썼었나? 다 좋은데 정신 차리고 보면 내가 뭘 들었지 싶다니까.”

“...열정이 넘치시긴 하지.”


민재가 말했다.


그녀는 그 나이에 맞지 않는 활력을 보여주는 사람이었다. 전반적으로 모든 몸짓이 크고 목소리엔 단단한 심지가 담겨있다.

단점이라면 그 장황한 언변. 그녀는 종종 말하는 것에 심취해 수업시간을 초과하곤 했다.


“오늘은 제 시간에 끝내줬으면 좋겠는데...”


제이미가 중얼거렸다. 민재도 어느 정도 동감했다. 저번 수업은 20분이 넘게 초과 됐다. 다음 수업만 아니었으면 멜라니는 그 이상을 학생들을 붙들었을 것이다.


“캐롤이 자명종 준비해둔다고 했으니까 괜찮을 거야. 그리고 오늘은 이게 마지막 수업이잖아.”

“저녁만 제때 먹었으면 좋겠어. 나는.”


제이미는 품안의 젤리를 꺼냈다. 이미 그는 수업이 길어질 것이라 예상한 듯했다. 문이 열렸고, 쿠킹 스튜디오 같은 내부가 나타났다.


옛날 방송프로그램에서나 볼 법한 세팅. 카메라와 조명만 있으면 90년대 유행했던 미국의 요리방송이 재현될 풍경이었다.


민재와 제이미는 뒤의 좌석을 살피다 마이클과 캐롤, 수지를 발견했다. 캐롤의 앞에는 은색 자명종이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자명종 진짜 가져왔네요.”

“오늘 남편이 요리해준다고 했거든. 나 오늘은 절대 늦으면 안 돼. 내 남편 리조또, 그거 진짜 맛있는 거라.”


이탈리아인 남편이 해주는 리조또. 그녀는 침을 꿀꺽 삼켰다.

비장미가 서린 표정이었다. 그녀는 꼭 그 리조또를 제때 먹겠다는 일념으로 이 자리에 온 듯했다.


모두가 그 눈빛을 공유하는 순간.


문이 열렸다. 미식학 수업의 셰프, 멜라니 샤를로뜨.

기골이 장대한 노년의 여성이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 60대 중반임을 실감할 수 없을 만큼 곧은 걸음이다.


멜라니는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자.”


그녀의 두터운 손에 들려있던 캔 하나.


턱.


그것이 일직선으로 내리 꽂혔다. 알루미늄 재질의 캔 위에는 날개를 피며 뛰노는 발랄한 오리가 그려져 있다. 꼬부랑 져 있는 프랑스어. 의미를 알 수 없지만 학생들은 저것이 무엇인지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오리의 간. 푸아그라.

멜라니는 푸아그라 통조림을 들고 왔다.


“좋은 오후입니다. 오늘은 시식으로 수업을 시작해보죠.”




***




“푸아그라를 먹어본 사람 있나요?”


멜라니의 질문. 몇몇이 손을 들었다. 반이 좀 넘는 수였고, 민재 무리는 전부 먹어본 듯했다.


“생각보다 많군요. 푸아그라는 유명세에 비해 일반 대중에게 친숙한 재료가 아닙니다. 중산층이더라도 미식에 관심이 있지 않는 이상 특별한 날이 아니면 구경하기도 힘들죠.”


멜라니는 통조림을 까더니 그 내용물을 학생들에게 보여주었다. 누렇고 밍밍해 보이는 것이 우겨져 있다. 딱 봐도 기름져 보이는 덩이. 그녀가 흰 접시에 대고 통조림을 뒤집었다.


기둥 형태의 푸아그라가 주르륵 하고 내려온다.


“보통은 레스토랑이 아닌 이상 볼 수 없는 게, 이 푸아그라입니다.”


이제 그녀는 칼을 들어 불에 달구고 있다. 작은 연기를 뿌린 뒤 망설임 없이 썰어 내려가는 칼. 그것이 다시 달구어지고, 푸아그라를 썬다. 그런 과정이 반복된다.

여러 덩이로 나누어진 뽀얀 단면.


“하지만 이 별미를 집에서 즐기고 싶은 사람들은 있는 법이죠. 차선책으로 나온 것이 급속냉동 푸아그라이고, 차악으로 나온 것이 이 통조림입니다. 솔직히 선도나 맛에서는 생 푸아그라와는 비교가 안 됩니다. 푸아그라 통조림을 먹어본 학생들이 있나요?”


방금보다 훨씬 적은 수의 학생들이 손을 든다. 그 중 민재의 팔이 들려 있었고, 멜라니는 민재를 지명했다.


“민재였죠? 맛이 어떻던가요.”

“저는...”


민재는 고민했다. 솔직하게 말할지, 조금 에둘러서 말할지.


그가 말했다. 솔직하게.


“괜찮았습니다. 냉동 푸아그라보다는 좋더군요.”


멜라니의 표정이 묘하게 변한 것도 그때였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지? 어떤 수업에서도 듣지 못한 대답이었다. 그녀는 재생이 멈춘 비디오처럼 모든 행동을 멈추었다.


“푸아그라를 먹어본 경험이 별로 없었을 때라 더 그렇게 느꼈던 걸 수도 있습니다. 저는 당시 돈이 없었고, 푸아그라를 어떻게든 많이 먹어보고 싶었거든요.”


회귀 이전, 민재는 한 달치 월급을 푸아그라를 사는 데 꼴아 박은 적이 있다. 레스토랑에서 파는 푸아그라는 기본적으로 값이 사악하다. 원자재의 가격도 가격이지만, 한국은 이 푸아그라에 과도한 프리미엄이 붙는 나라들 중 하나다.


그래서 그가 선택한 것이 냉동 푸아그라였다. 통조림은 호기심에 두어 번 정도 샀다.


“한국에서는 푸아그라가 3대 진미로 꼽힙니다. 문제는 이게 언론과 미식평단으로부터 내려온 일종의 신화라는 점이죠. 푸아그라만큼 호불호가 갈리는 재료는 없다 봅니다. 전.”


민재, 그는 솔직하게 답하기로 했다. 푸아그라는 개인적으로 그가 좋아하지 않는 재료이기도 하니까.


그리고 그 결정은 옳았다.


멜라니의 얼굴에 웃음꽃이 폈다. 그녀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미소를 거두지 않았다. 민재의 말. 오늘 멜라니가 하려던 주제와 똑 닮아있었다. 오히려 더 재밌는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게 지금 그녀의 심정이었다.


민재 장.


저 동양인은 몇 번의 수업 동안 자신의 미식관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다. 이 얼마 만에 보는 도전적이고, 주관이 뚜렷한 학생인가.


그녀가 짧게 읊조렸다.


“역시, 재밌네요.”


작가의말

이번 화의 레시피입니다. 변형을 주었기에 민재가 한 보쌈들은 본 레시피와 맛이 좀 다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wXvTMv6FI0Q&t=377s


요리유투브채널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다 아는 유투버시죠. 승우아빠. 완전 좋은 요리지식들과 레시피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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