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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다시 사는 탑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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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본듯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0.11.18 11:43
최근연재일 :
2020.12.10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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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30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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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DUMMY

학생들은 어안이 벙벙해진 상태다. 둘이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 감조차 못 잡는 느낌이다. 민재는 좀 머쓱해져서 머리를 긁어댔다. 멜라니가 말했다.


“통조림이 냉동 푸아그라보다 좋았다는 그 말. 좀 더 듣고 싶군요. 이유를 들려줄 수 있나요?”


그녀는 푸아그라의 단면에 소금을 뿌리고, 팬을 달군다.


“푸아그라는 느끼합니다. 베어 물자마자 울컥이는 듯한 육향이 폭력적으로 코를 꿰뚫죠.”


팬이 익어가는 동시에, 멜라니의 손이 흥분으로 꽉 쥐어진다.


“반면 순두부 같은 식감이 단번에 으스러집니다. 그 조각들이 혀를 감싸면서 사르르 녹아드는 감각. 그건 먹어본 사람만이 알죠. 이 대조적인 질감은 잘 조리된 푸아그라일수록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하지만 우리가 알아야할 것은.”


민재가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말했다. 그는 멋도 모르고 푸아그라를 의무적으로 먹었을 때를 떠올렸다.


“그 맛은 잘 조리된 상태에서만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멜라니가 연기가 나고 있는 팬에 푸아그라를 넣은 것도 그 순간이었다. 치익 하는 소리가 침묵하는 장내에 피어올랐다.


“훈련되지 않은 조리사가 만든 푸아그라. 먹을 만은 합니다. 생 푸아그라는 솔직히 큰 조리과정을 요구하지 않으니까요. 소금을 뿌리고, 향신료를 더 하고, 달콤하면서 신 소스가 있으면 끝. 그 정도만 되면 적당히 이래서 진미라고 하는구나 싶죠.”


대략 26초.

이 정도 불에, 이 정도 두께의 푸아그라를 뒤집는 데 필요한 시간. 멜라니는 민재에게 눈을 둔 채 그 시간을 쟀다.


“그런데 재료가 냉동이거나 심지어 통조림 밖에 없다면.”


그녀가 푸아그라를 뒤집었고, 수분이 지져지는 소리를 비집고 민재의 목소리가 들린다.


“조리사의 역량에 따라 맛은 천차만별로 달라집니다. 제가 통조림이 냉동보다 나았다고 한 이유는 거기에 있어요. 통조림은 냉동보다 품고 있는 가치가 덜 하거든요. 누린내가 날지라도, 어리숙한 조리로 망쳐질 여지가 덜합니다.”


푸아그라 조리법을 책이나 영상으로밖에 볼 수 없었던 그때.


민재는 무슨 맛을 추구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꾸역꾸역 푸아그라의 맛을 익혀갔다. 하지만 제대로 된 조리를 거친 푸아그라 스테이크를 먹은 당시, 그는 깨달았다.


20대 초반, 민재가 구웠던 그 푸아그라들.

그건 비통하게 죽은 거위와 오리들에게 준 모욕이었다.


“그래서 처음 몇 번은 통조림이 더 맛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통조림은 파테(반죽 안에 소를 채워 오븐에 구운 음식)로 해먹는 게 더 맛있는데 전 그걸 굳이 스테이크로 해먹었네요.”


그제야 아 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푸아그라 스테이크는 두 번 뒤집어 구어야 맛있다. 두 번째 플립. 멜라니가 그 위로 후추를 뿌렸다. 그녀가 장난스레 말했다.


“그리고 저도 이걸 굳이 스테이크로 조리하고 있네요.”

“아... 그게.”

“뭐라 한 건 아니에요. 시간이 없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구이로 내드리는 겁니다. 민재의 말이 맞습니다. 통조림에서 꺼낸 푸아그라는 구이보단 파테에 더 적합합니다. 아니면 타르틴도 좋고요. 사실 굽는 것 말고 다른 조리법을 시도하시는 걸 추천합니다.”


그녀는 접시에 다 구워진 푸아그라 스테이크를 올렸다. 그녀가 두 손을 조리대에 걸치더니 말했다.


“자, 모두 와서 시식해봅시다. 푸아그라 얘기가 나오는데, 푸아그라쯤은 먹어봐야하지 않겠어요?”


멜라니는 학생들을 둘러보았다. 그녀의 눈이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단연 민재가 있는 곳이었다.



***




“오늘의 주제는 푸아그라가 아닙니다.”


아쉬운 표정으로 좌석을 앉는 학생들. 그들은 쪼가리만큼의 푸아그라 스테이크를 먹고는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푸아그라는 비싸고, 단순 시식을 위해 배정된 예산은 적을 수밖에 없다.


“미식가의 자세에 대한 것이죠. 모두들 푸아그라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알 거라 생각합니다.”


뒤에 있던 스크린에 불이 들어오고, 비디오 영상이 재생됐다. 거위의 입에 쇠파이프가 삽입되고 있다. 버둥대는 몸. 넘어가는 목울대. 비명소리.


저 거위들은 억지로 사료를 투입 받고 있다. 더 큰 간, 더 기름진 간을 위해.


“한때 파리에서는 푸아그라 거부 운동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있는 뉴욕주도 마찬가지에요. 누군가는 얘기했죠. 푸아그라는 인간이 얼마나 잔혹한지를 알 수 있게 하는 지표들 중 하나라고요.”


학생들의 목구멍에 남아있는 기름의 향은 아직 넘어가지 않은 상태였다. 찝찝한 표정들. 멜라니는 말했다.


“그래서 제시된 대안은 야생거위를 사냥하는 겁니다. 동물을 지나치게 학대하지 않으면서도 미식을 즐길 수 있죠. 그런데 어디 야생거위가 흔하던가요. 수요가 이미 넘쳐나는 상황에서 공급이 적어지면 벌어질 상황은 뻔합니다.”


푸아그라의 가격이 터무니없이 높아지는 것.


민재는 입 꼬리를 말아 올렸다. 멜라니가 말하는 것. 그건 충분히 예측됐다. 미식가의 윤리의식.


푸아그라를 둘러싼 윤리분쟁은 미래에도 끝나지 않는다. 심지어 그 운동은 어느 정도의 결실을 맺는다.


2019년, 뉴욕주는 야생거위에서 축출한 것이 아닌 모든 푸아그라의 판매유통을 법적으로 금지한다. 3년 후 뉴욕주의 많은 식당들은 푸아그라를 판매할 수 없게 될 예정이었다.


“이 딜레마는 이전부터 꾸준히 있어왔던 겁니다. 미식이 부자들에게만 허용되어야 하는 것인가. 동물권이 존재한다는 전제를 모두가 인정해야 하는 것인가.”


그래서 민재는 그 소식을 듣자마자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그 금지는 미국에서 벌어졌다기에 너무 생경한 조치였다. 하지만 한 편으로 수긍이 가는 조치기도 했다.


그곳은 미국, 뉴욕이었으니까.


“캔을 사서라도 푸아그라의 맛을 경험해보고 싶은 이들을 비난해야 할까요? 네, 거기 쥬드.”


갈색머리의 히스패닉 여성이 지목됐고 그녀가 말했다.


“당연히 비난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해요.”

“이유는요?”

“영상에서 보이는 형태의 동물학대가 정상적이라 볼 수 있나요? 세상엔 다양한 미식이 존재하는데 굳이 저렇게 학대까지 해서...”


이후 여러 학생들의 의견이 펼쳐졌다.


“문명을 이룩해낸 인류는.”

“도덕.”

“비이성적.”

“충분한 대안이 많은 세상.”


내용만 변주될 뿐, 골자는 먹을 게 많은 데 왜 푸아그라를 고집해야 하냐는 것이었다. 일관된 방향으로 흘러가는 의견들. 턱을 괸 채 묵묵히 듣던 민재가 눈썹을 움찔였다.


하나의 단어 때문이었다.


“...그래서 어느 정도의 제재를 통해 미식문화의 변화를 유도...”


제재. 듣지 않았으면 했던 단어. 민재의 눈이 게슴츠레해졌다.

미래에 벌어질 일을 알고 있는 민재는 그 단어를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민재는 일단 잠잠히 발언자의 말을 들었고, 끝나기 무섭게 입을 열었다.

약간 기울어진 고개가 그 학생을 바라봤다.


“저는 동의할 수 없겠는데요.”


모두가 민재를 바라봤다.


“제가 한국 사람이라, 한국의 예를 계속 드네요. 한국의 프렌치 레스토랑은 코스에 무조건 푸아그라를 넣습니다. 아니 넣어야 합니다.”


멜라니가 옅게 콧김을 뿜었다. 입가에 달린 미소. 그녀의 한쪽 눈썹이 올라가 있다. 민재의 대답은 여전히 어디로 튈지 몰랐고, 색달랐다.


“푸아그라를 넣지 않으면, 그 식당은 문을 닫아야 하니까요.”


단호한 음성. 학생들은 무슨 소리냐는 듯 민재를 쳐다봤다.


“파인 다이닝의 코스는 비쌉니다. 그 가격을 지불하는 사람들은 자연히 이 생각을 떠올리죠.”


비싼 돈을 지불하는 고객. 민재는 그 고객들이 지을 법한 차가운 눈빛을 흉내 냈다.


“아니, 이 돈 내고 여기까지 왔는데 푸아그라가 하나 없어?”


이건 2006년 한국요식업의 현실이고, 2020년 한국요식업의 현실이기도 했다. 물론 한국의 미식시장이 넓어지면서 그런 요구는 점차 줄어들지만, 특별한 날에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을 이용하는 일반 대중들의 입장은 다르다.


그들은 미디어를 통해 하나의 명제를 주입받아왔다.


프렌치에는 푸아그라.

고급요리는 푸아그라.


그런 그들을 업장이 무시할 수 있는가. 무시할 수는 있다. 손실을 각오한다면.


“윤리적인 소비는 선하죠. 하지만 그게 무조건적으로 선하다 볼 수 있습니까?”

“그래도 되도록 윤리적인 방향을 추구하는 것이 옳지 않나요?”


앞서 발언했던 남학생, 게일이 반박했다. 그는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민재는 담담히 그 얼굴을 바라보다가 단언했다.


“윤리 챙기다가 가게 망할 순 없죠.”


윤리. 사업적 손실.


어떤 업장은 그 손실을 각오할 수 없다. 더 적확히 말하자면 감당할 수가 없다. 파인 다이닝에도 종류는 다양하기 때문이다.


실험적이고, 낯선 맛을 기대하고 가는 레스토랑.

전형적이고, 예상되는 맛을 기대하고 가는 레스토랑.


“주 차원의 조치. 정부차원의 조치. 그건 요식업계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불러일으킬 겁니다. 공권력의 개입이 누군가의 밥그릇을 책임지진 않죠. 그 결정은 어떤 이의 직장과 가정을 파탄 낼 겁니다.”


저 학생에게는 가혹한 말일 수 있겠지만, 해야만 하는 말이었다. 16년 동안 요식업에 종사하면서 민재는 수없이 자신만의 식당을 꿈꿔왔다. 그때마다 골머리를 썩였던 주제는 하나였다.


어떤 메뉴를 내어야 하는가.


푸아그라는 언제나 그 후보에 올라왔던 것이다. 만약 프렌치 파인 다이닝을 하게 된다면 푸아그라를 넣는 것은 거의 필수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저는 제재라는 단어, 그거에는 동의할 수 없겠네요.”


웅성거림이 기포처럼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흠, 흠.”


멜라니는 목을 몇 번 가다듬었다. 분위기를 환기하고자 하는 의도였고, 시선이 몰렸다. 그녀가 말했다.


“자, 여러 의견들 잘 들었습니다. 오늘 수업은 시작부터 굉장히 열띠네요. 많은 학생들의 의견은 요즘 여러 단체와 개인들이 동의하고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저도 그 의도와 취지에 동의합니다. 미식의 범위는 다양해지는 게 좋겠죠.”


멜라니가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노이즈처럼 튀겨지던 소음들이 잦아졌다. 조용해진 틈.


“하지만 민재의 의견 또한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녀가 그 틈을 비집고 말했다. 민재를 바라보는 시선. 그 눈에 꿀렁이는 흥미는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았다.


“자신의 색이 뚜렷한 의견이었어요. 현실적이면서도 근거가 확실했습니다. 요리사는 이상을 바라보는 존재지만 현실을 직시해야 하는 존재기도 하죠. 한국의 상황은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동양권의 사정이라, 생각해보지 못한 영역이었어요.”


저 학생의 의견을 더 듣고 싶지만, 그랬다간 또 수업시간을 초과할 수 있다. 노년의 강사는 애써 충동을 털어냈다.

부드러우면서 힘 있는 목소리가 장내에 울려 퍼졌다.


“민재가 했던 말은 셰프로서 고민해볼 가치가 있는 말이니 다들 한 번쯤 되새겨봤으면 좋겠네요. 자 토론은 이만 하고, 수업으로 다시 돌아갑시다.”


멜라니, 요리평론가이면서 노련한 강사이기도 한 그녀는 한바탕 몰아친 열기를 잘 갈무리했다.


“이쯤 되니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제가 왜 푸아그라 이야기를 꺼냈는지. 17세기 프랑스에서는...”


그 열기를 일으킨 동양인. 장민재.

멜라니가 그의 이름을 되뇌며 수업을 진행해나갔다.




***



다음날 점심, 민재와 제이미는 평소처럼 수업이 벌어지고 있는 주방을 기웃거리고 있었다. CIA의 독특한 식사시스템. 수업에서 만들어진 음식을 들고 지정된 장소로 가져가야 한다.


제이미가 물었다.


“오늘 뭐 먹을래?”

“글쎄, 아메리칸 퀴진이나 갈까. 버터치킨 버거 나온다고 했던 거 같은데.”


버터치킨 버거. 맘스터치 버거를 종종 즐겨먹던 민재는 치킨 버거를 좋아하는 편이었다. 버터치킨은 그에 더한 풍미와 향신료의 다양한 조합이 있는 것이라 생각하면 된다.


“나는 코리안 퀴진 갈래.”

“오늘 수업 했대?”


수업이 없는 날은 해당 나라의 음식을 먹지 못한다. 오늘은 한국요리 수업이 있었던 모양이다.


“어. 쌈밥? 그게 뭔지 알아?”


제이미가 말했고, 민재가 설명하려던 차.


복도에서 금발의 백인 남성이 걸어왔다. 토론 수업에서 민재와 설전을 벌였던 학생, 게일이었다. 그가 굳은 얼굴로 민재를 불렀다.


“Hey.”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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