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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다시 사는 탑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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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본듯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0.11.18 11:43
최근연재일 :
2020.12.10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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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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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DUMMY

아닌 밤중의 오믈렛 만들기.


민재의 감독 하에 제이미와 게일은 오믈렛 조리에 들어갔다. 총 세 번의 시도.

첫 두 번은 실패했다. 모양은 잡혔지만 크리미한 속이 단단하게 굳어져 달걀말이에 가까운 질감이 되었다.


민재는 등을 보이고 있는 두 명의 조리사에게 말했다.


“손은 눈하고 같이 가는 거야. 내가 했던 그 오믈렛 속을 기억해. 조금 더 가열하면 되겠다 싶을 때, 뒤집고 모양을 만들어.”


게일과 제이미는 고개를 끄덕였고, 서로의 접시에 내용물이 담겼다.


먼저 게일. 그는 얼추 결과가 만족스러운지 방금 전과 다르게 자신 있는 표정이었다.


“잘 됐나봐?”

“어. 한 번 봐줘.”


제법 괜찮은 모양이었다. 노르스름하게 갈변된 부분들이 주름이 잡히듯 줄기를 그렸지만 크게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었다. 겉 표면은 합격. 관건은 그 속이다.


민재는 그 결과를 대충 눈대중으로 알고 있었지만, 숟가락을 들었다. 그래도 결과물을 직접 보는 건 말로 듣는 것보다 나으니까.


“Yes!”

“잘 됐네.”


민재의 말대로, 잘 조리된 오믈렛이었다. 여기에 겉면의 익힘 정도를 조금만 더 신경 쓰면 스타지 합격은 일도 아닐 것이다. 게일은 고개를 약간 아래로 두며 뿌듯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 다음 주자는 제이미다.

그는 다른 의미로 머리를 떨구고 있었다. 그는 망친 시험성적표를 들킨 아이의 표정으로 민재를 바라봤다.


“뭐해? 얼른 접시 줘.”


민재는 접시를 가슴팍에 붙잡아두고 있는 제이미를 종용했다. 안 봐도 비디오였지만, 평가는 이루어져야 한다. 제이미가 변명하듯 말했다.


“민재, 그 있잖아.”


민재는 검지를 입술에 댔다. 조용히 하라는 손짓. 제이미가 합죽이가 됐고, 민재의 냉엄한 눈이 접시를 훑었다.


갈색의 표면이 확연히 번져있다. 사막처럼 갈라져 부스러진 조각들도 보인다. 면밀히 살필 필요도 없다. 속을 들추지 않은 민재가 짧게 말했다.


“다시.”

“...다음에 더 잘 하면 되지 않을까?”

“다음에?”

“내일 다시 하자. 내일 5시 반에도 일어나야 하고 과제도 해야 하는...”

“제이미. 너 나한테 얘기했던 거 기억 안 나?”


찔끔한 제이미가 민재에게 반문했다


”어떤 거?“

“너 조리 배우러 왔다 했잖아. 지금 오믈렛 만드는 거, 내일로 미룰 수 있겠지. 근데 그거 익히는 데 시간은 더 걸릴 거야. 왜? 그때 되면 내가 보여준 시범은 이미 머릿속에서 휘발됐을 테니까.”


민재는 머리를 두어 번 두드렸다.


“내가 내일 다시 시범을 보여줄 거라는 보장은 없어. 내가 너라면, 어떻게 오믈렛을 더 완벽하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할 거야. 적당히 하고 싶은 맘이면 얘기해. 네 말대로 시간은 오늘만 있는 건 아니지. 대신 내일 내 시범은 없을 거야.”


계속되는 민재의 말에 제이미는 아무 말 없이 접시를 바라봤다. 너무 심했나 싶어 민재는 제이미를 힐끔였다. 그가 달래듯 말했다.


“우리 나중에 egg day도 있잖아. 그때 배울 거 미리 익혀놓는다고 생각해. 인마.”


제이미는 돌연 접시를 들더니 자신이 한 오믈렛을 입속으로 우겨넣었다. 조금 그을렸을 뿐이지 영락없이 먹을 만한 달걀말이다. 원래 의도했던 것이 오믈렛만 아니었다면, 그도 이 정도에 만족했을 것이다.


“그래.”


결론은, 이건 오믈렛이 아니라는 점이다.


제이미는 성난 듯, 하지만 한결 차분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기지개를 피곤 조리대로 다시 향했다.


“다시 한 번 더 가자.”


그리고 놓이는 팬. 앞서 했던 과정이 다시금 벌어진다. 민재의 입술이 초승달을 그려냈다. 게일이 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방금 일부러 그런 거지?”

“응? 뭐가?”

“제이미, 좀 유명하잖아. 맥주사업 하려는 애가 왜 요리학교 왔는지 모르겠다고 싫어하는 애도 있던데.”

“아 그거.”


열정, 절박함.


제이미는 셰프나 조리사가 되기 위해 CIA에 온 것이 아니다. 그런 만큼 다른 학생들과 다르게 매사에 여유가 있었다. 그 차이는 직감적으로 다가온다. 다름은 종종 서로에 대한 구별을 짓기에 그를 아니꼽게 생각하는 학생이 있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어느 정도 노리긴 했지.”

“사람 조련하는 데도 능수능란하구나...”


게일이 느릿한 말투로 중얼거렸다. 민재는 순간 잘못 들었나 싶어 되물었다.


“...뭐?”

“아, 아냐. 나도 좀 더 해봐야겠다. 방금은 운이 좋았던 것 같아서.”

“어 반복해봐. 여러 번 해볼수록 더 완벽해지니까.”


대수롭지 않게 던진 문장들. 그렇게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 모습이다. 민재는 언제 저런 지식과 기술들을 얻은 것인가. 게일은 궁금해졌다.


“너는 주말마다 뭐 하고 다녀?”

“응? 나?”


열심히 놀러 다녔다. 민재는 솔직히 얘기하려다가 말았다. 게일이 원하는 답은 그게 아닐 것이다.


“아직은 학교 적응 중이야. 예전에 못 해본 생활도 좀 하고, 미식투어도 다니게.”

“스타지 같은 건 생각 없어?

“글쎄...”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다. 주말마다 이름 난 레스토랑에서 스타지를 해보는 것도 큰 경험이 될 수 있으니까.


그러나 어차피 일은 나중에 지겨울 정도로 많이 할 것이다. 사실 민재는 놀면서도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비는 시간이면 늘 CIA의 도서관으로 향했고, 그곳의 책들과 비디오자료들에 파묻혀 살았다. 이 생활은 학교를 다닐 때가 아니면 꿈꿀 수도 없는 것이다


“현장 나가는 것보단 학교에서 할 수 있는 거에 집중하게. 스타지 하면 주말은 꼭 얽매이게 되는 거잖아. 좀 더 자유롭게 시간을 쓰고 싶어.”

“그런 거면 자원봉사도 좋겠다.”

“자원봉사?”

“응. 레이 셰프가 얘기했었잖아. 이번 주 토요일에 100명 정찬 잡혔다고.”


자원봉사. CIA에서는 종종 학교 주도의 행사가 벌어지곤 한다. 이번 주 토요일도 어김없이 큰 행사가 벌어진다.


다가오는 토요일은 소수인종들을 초청하는 자리이다. 초청된 다양한 인종들은 CIA에서 오후의 정찬을 대접받는다. 물론 그들에게 제공되는 점심식사는 학생들의 손에서 만들어진다.


“일손이 좀 부족하다고 하던데, 거기 가보는 건 어때?”




***




서늘했던 여름의 밤공기는 아직 가시지 않는다. 오전 6시 30분의 맑고 깨끗한 공기. 민재는 제이미와 함께 학내를 걷고 있다.


“어우 죽겠다.”


어김없이 전 날에 술을 마신 제이미는 눈꺼풀을 비벼댔다. 어제도 맥주 세 캔을 들이켠 그였다. 민재는 별종을 보듯 그를 쳐다봤다.


“너도 참 너다. 자원봉사 있다고 일찍 자자고 했잖아.”

“나는 민재 너처럼 천재가 아니니까.”

“...천재?”


갑자기 뭔 뚱딴지같은 소리야.


“공부하고 과제 끝내니까 1시더라. 밤새는 데 낙이라도 있어야지.”

“아 타임라인 작성. 나 부르지 그랬어.”

“그것도 한두 번이어야지.”


본인이 그렇다는데 더 이상 할 말은 없다. 민재의 말에 자극이 되었는지는 몰라도 요즘 들어 그의 공부량은 부쩍 많아졌다.


멀리서 건물 하나가 보인다. 한국의 리조트 호텔 같은 외관. 겉모습을 본 것뿐인데 휴양지에 온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오랜만이네 여기.”

“언제 왔었어?”

“입학 전에 한 번.”


카테리나 데 메디치. 일전에 론다, 순자와 같이 밥을 먹었던 레스토랑이다. 손님으로 왔던 이곳에 이번엔 조리사로 오게 됐다.


홀을 거쳐 주방으로 들어서자 많은 수의 학생들이 바글거렸다. 간간히 보이는 초록색의 명찰들. 인솔자를 맡은 강사 셰프들도 여럿이 자원봉사를 하고 있었다.


“아 민재, 제이미.”


스킬개발1수업의 강사, 레이도 그 셰프들 중 하나였다.


“와줘서 고맙다. 아침은 챙겨먹었는지 모르겠군.”

“간단히 빵 주워 먹어서 괜찮습니다. 셰프.”

“여기서는... 그래. 주방이니 셰프라 부르는 게 맞겠어. 빵 쪼가리로 버틸 수 없으니까 저곳에서 음식들 가져다 먹어라.”


자상한 듯 하면서 곱씹으면 무서운 말이었다. 빵 쪼가리로 버틸 수 없다. 그만큼 일이 고될 것이라는 뜻이다.


제이미는 하품을 하며 입을 쩍 벌리다 말고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러고 보니 이번 기수는 참여자가 많은 편이군.”

“저희 말고도 또 있습니까?”

“민재, 너처럼 한국에서 온 학생이었는데...”


그때 주방의 문이 열렸다. 조리모를 쓴 동양인 여성이 걸어왔다. 이수지. 그녀는 민재와 제이미를 보자마자 해맑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



“우선 재료들을 다듬도록.”


식사를 마친 민재 무리에게 레이가 한 말이었다.

입가에 묻은 소스를 닦기도 전에 그들은 현장에 투입됐다.


수북이 쌓여있는 그린 빈스Green beans. 푸릇한 그린 빈스는 미국에서 자주 사용되는 재료 중 하나다. 콩이라면 껍질을 까보고 시작하는 한국과 다르게 이곳의 껍질 콩은 껍질 그대로 볶거나 삶아서 먹는다.

또 그 옆에는 감자와 각종 버섯들이 놓여있다. 어떤 것을 어떻게 먹을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진행되려는 찰나.


“잠깐, 미안하군.”


전화가 걸려왔다.

레이는 심각해진 얼굴이 되더니 어디론가 향했다.


여러 명의 학생들을 관리하고 본인도 조리에 참여해야 하는 지금이다. 돌발상황이 벌어진 듯했다. 수지와 제이미는 꿈뻑꿈뻑 눈을 깜빡이며 사라져가는 레이를 쳐다봤다.

수지가 중얼거렸다.


“어떡해요. 나 그린 빈스 처음 다듬어봐.”

“나도 냉동으로 손질 돼 있는 거 볶아만 봤지 생은 처음인데...”


제이미가 말을 흐렸다. 그는 민재를 빤히 쳐다봤다. 너는 알고 있지 않냐는 눈빛. 수지도 덩달아 같은 눈빛으로 민재를 쳐다봤다.


“제가 무슨 요술 상자라도 되는 것처럼 보시는데요.”


틀린 말은 아니다. 민재는 웬만한 양식재료들은 다 다듬어봤다. 민재가 정말 놀란 눈으로 물었다.


“진짜 그린 빈스 다듬어본 적 없어요? 이거 되게 흔하고 쉬운 재룐데.”

“난 냉동 말고는 남이 해준 거밖에 안 먹어봤다니까.”

“저도요. 저런 거 파는 거만 봤지 손질까지는 안 해봤어요.”


모든 것이 설명되는 말들. 민재가 잠시 멍해 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이들을 가르치는 것을 병행해야 할 듯했다.


“그냥 양 꼭지를 따주고 씻어주면 돼요. 양송이버섯은 물에 씻지 말고 타올로 닦아내면 되고요.”

“물에 씻어야 하는 거 아냐?”

“씻으면 향 다 날아가. 그리고 식감 살려줘야 하니까 한 꺼풀씩 칼로 벗겨내 주고요.”


민재의 지시가 있고, 손들이 움직였다. 줄곧 칼 쓰는 연습을 해왔던 탓에 둘은 빠르게 손질을 해나갔다. 그러나 민재의 손놀림에 비하면 지나치게 느렸다.


“완전 모터 달았네. 저게 인간이야 뭐야.”


제이미가 민재의 손을 보곤 혀를 내둘렀다. 기계적인 손놀림. 단 하나도 허투루 낭비되는 움직임이 없다.


“너는 아직 재료 많이 안 다듬어봐서 그런 거야. 주방 막내 되면.”


민재가 입을 다물었다. 의아한 눈들이 그를 쳐다봤다. 하마터면 라떼를 시전 할 뻔했다.


“되면?”

“...이런 거 계속 해. 저 감자들 보이지. 우리 할 일 많다. 수지 씨도 손에 점점 익을 거예요. 느려도 되니까 차근차근 해나갑시다.”

“와, 온도차 뭐냐.”

“불만 있으면 네가 이 속도로 하던가.”


치고받는 둘을 보고 수지가 웃었다. 그녀가 양송이버섯의 꺼풀을 벗겨내면서 물었다.


“저도 빨리 익힐게요. 근데 저 감자들 뭐에 쓰이는 걸까요?”


포대에 담긴 감자들. 민재가 눈을 한 번 두더니 툭 던지듯 말했다.


“러셋감자네요.”

“러셋?”

“분질 감자라고, 미국에서 많이 나는 감자에요. 한국감자보다 더 건조하고 전분을 많이 포함하고 있죠. 샐러드나 수프, 탕 같은 데에 쓰이는 건 아니니...”


민재가 그 포대들에서 시선을 떼었다.


“아마 매쉬드 포테이토나 튀김? 아니면 단순히 오븐에 굽는 걸 수도 있겠네요.”


제이미와 수지의 표정이 재차 요술 상자를 바라보는 것으로 변했다. 민재가 헛웃음 짓더니 말했다.


“더 궁금한 거 있어요? 더 물어봐요. 저 이 상태면 뭐든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부탁도 들어줄 수 있겠나?”


앉아 있는 그들에게 레이가 물었다. 그는 곤란한 듯 볼을 긁적이고 있다.


“예? 물론입니다 셰프. 필요한 것 있으십니까?”

“민재, 자네 말대로 저 감자는 튀김에 쓰일 거야. 정확히는 프렌치프라이에 쓰이는 것이지. 그런데 어제 밤, 프렌치프라이를 맡길 예정이었던 학생들이 차 사고에 휘말렸다고 하더군.”

“아... 괜찮다고는 합니까?”

“다행히 경미한 사고라 한다. 그래도 혹시 모르는 것이니 오늘은 나오지 말라고 했는데...”


뒤에 이어질 말은 예상하기 쉬웠다. 인원의 공백. 주방에서 이 기회는 종종 승진으로 이어진다.


“프렌치프라이, 가능하겠나?”


작가의말

이번 화의 모티브가 된 자료의 출처입니다.


Gemini님의 블로그


J. KENZI LOPEZ-ALT - THE FOOD 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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