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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다시 사는 탑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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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본듯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0.11.18 11:43
최근연재일 :
2020.12.10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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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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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8화

DUMMY

프렌치프라이.

한국의 버거 프랜차이즈에서 흔히 먹을 수 있는 감자튀김이다. 프랑스가 가지고 있던 원조 레시피는 미국으로 건너와 범국민적인 음식이 되었다. 미국인들은 스테이크에조차 성냥개비 두께의 감자튀김을 올려먹을 정도로 그 사랑이 대단하다.


“프렌치프라이 말씀이십니까?”

“아까 보니 감자에 대해 잘 아는 것 같더군. 조리법을 알려줄 테니 튀김기 쪽에 서줄 수 있겠나? 자네들한테 맡기려 했던 소스는 인원이 그렇게 많이 필요한 건 아니라서 말이지.”


셋의 시선이 레이의 고개가 향한 곳으로 쏠렸다. 거대한 튀김기 둘. 민재는 제이미와 수지를 바라보았다. 재밌겠다는 얼굴들은 앞으로 벌어질 고된 노동을 예상하지 못하고 들떠 있었다.


“재밌을 것 같은데?”

“그러게요. 나 튀김도 처음 해봐요. 신난다.”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거예요.”


민재가 속삭이듯 말했다.


100인분. 여기에 이 주방의 인원과 예비해둬야 하는 여분을 포함하면 140인분의 감자튀김을 쉬지 않고 튀겨내야 한다. 튀김요리는 먹을 때는 좋지만, 조리할 땐 그 뜨거운 온도와 이리저리 어디로 튈지 모르는 기름을 감내해야 한다.


거기다 프렌치프라이. 레시피에 따라서는 여타 다른 메뉴들보다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을 요한다.

민재가 언제 난색을 표했냐는 듯 올곧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희야 경험을 쌓고자 온 거니 뭐든 좋을 것 같습니다. 셰프.”

“좋군. 재료를 다 다듬으면 나를 찾도록. 나는 저곳에 있을 테니...”

“저, 셰프.”


뒤를 돌아보던 레이를 민재가 멈춰 세웠다. 그가 말했다.


“혹시 레시피를 먼저 들을 수 있겠습니까?”

“...못 들을 건 없지.”


레이가 민재를 가만히 쳐다보다가 말했다.


보면 볼수록 묘한 동양인이다. 보통 이런 자리에서 학생들은 강사의 지시대로 움직이기 마련이다. 더욱이 입학한 지 얼마 안 된 학생이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 동양인은 거두절미하고 자신이 맡을 요리의 레시피부터 물었다. 이건 흡사 숙련된 라인쿡(실제 조리에 들어가는 조리사계급)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이미 완성된 조리사의 자세. 레이는 이제 민재가 생경한 무엇처럼 느껴졌다.


“감자를 두 번 튀길 거다. 첫 번째에는 135°에 맞춰 50초 튀긴다. 잠시 기름을 뺀 뒤, 180° 기름에 같은 시간 동안 튀기면 된다. 감자는 1cm내외로 채 썬다. 두께는 당연히 일정해야 하고. 밑 작업이 끝난 후에는 무조건 나한테 검사를 맡도록.”

“전후 음식들도 알 수 있습니까?”


전후 음식. 이번 정찬은 코스로 나간다. 프렌치프라이 이전과 이후를 잇는 음식이 있고, 민재는 그 흐름을 읽고자 했다. 어찌 보면 불필요한 과정이다. 조리사는 정해진 매뉴얼대로만 움직이면 그만이니까.


민재가 굳이 튀는 행동을 한 이유는 다른 데 있다. 프렌치프라이라는 음식 그 자체. 오늘은 100명이 한 번에 식사를 해야 한다. 조금의 차이는 있겠지만 미리 한가득 조리된 상태에서 각각의 접시에 담길 것이다.


담기기 전까지 바삭함을 자랑했던 프렌치프라이는 어떻게 될 것인가. 분명 눅눅해져 습기를 가득 머금은 채 나가게 된다.


“그걸 묻는 이유가 뭐지?”

“레시피, 아직 다 말씀 안 해주신 것 같아서요.”


그 말에 레이가 씨익 웃었다. 일부러 다 알려주지 않은 것인데, 이 동양인은 용케도 그 사실을 알아차렸다. 레스토랑 서비스에 대한 센스도 남다른 학생이다.


“큐민이 들어간 토마토 수프와 탄두리 치킨이 나올 거다. 날카롭군. 민재가 말한 것처럼 프렌치프라이는 완성된 메뉴가 아니다. 오늘 나가는 메뉴는 데시 푸틴이다.”


데시 푸틴desi poutine.


푸틴은 감자튀김에 소스나 고기볶음 등을 얹어놓은 요리를 말한다. 이것 역시 미국에서는 흔하디흔한 요리들 중 하나다. 특이한 점은 그 앞에 붙은 데시desi다. 민재는 처음 듣는 단어에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어렵지 않게 뜻을 유추할 수 있었다.


오늘의 자리와 앞뒤에 나오는 메뉴들을 보았을 때 저 메뉴는.


“인도식 소스를 부은 프렌치프라이군요.”

“이거야 원, 내가 걱정할 건 없겠군. 이만 가 봐도 되겠나?”

“아, 또 있습니다.


또?

제동이 걸려서 불쾌하다는 기분보단 또 무슨 말을 할지 하는 기대가 들었다. 레이가 고개를 끄덕였고, 민재가 말했다.


레이의 눈이 놀람으로 커져갔다.


“여기 급속냉동기 있습니까? 레시피를 조금 수정하면 더 맛있는 접시를 내놓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맥도날드는 세계적인 버거 프랜차이즈이다. 맥도날드를 욕하는 이들은 많지만 그들조차 맥도날드가 내놓는 균질의 음식들에 대해서는 이견을 달지 않는다. 그만큼 철저하게 관리되고 고안된 매뉴얼.


맥도날드가 자랑하는 것은 가성비와 점을 찍듯 포진해있는 막대한 수의 점포뿐만이 아니다. 그들이 내놓는 동일한 결과물, 그건 적잖은 연구로 탄생한 것이고 그 인기가 연구의 성과를 방증한다.


감자튀김은 맥도날드가 잘 하는 것들 중 하나다. 물론 매장마다 그 맛은 다르다. 미리 만들어 놓는지 아닌지에 따라서 눅눅함의 정도가 다르고 알바생의 숙련도가 관여하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갓 나온 맥도날드의 프렌치프라이. 그걸 소금 간을 덜 한 채로 먹으면 그만큼 한 접시 뚝딱인 것이 없다.


“식초는 왜 넣는다고?”


제이미가 물었다. 그는 거대한 웍들에서 가열되고 있는 물을 바라봤다. 저곳들에서 감자가 초벌로 삶아질 것이다.


“감자에는 펙틴 뭐시기라는 성분이 있거든? 그게 감자의 형태를 잡아줘. 물에 푼 식초는 그 성분이 분해되는 걸 방지해주고.”

“아, 온도도 혹시 그거 때문이야?”


웍들에는 탐침형 온도계가 담겨 있다. 물에서 기포가 올라올 때까지 저 감자들은 넣어져서는 안 된다.


“어. 77° 위로 올라가면 안 돼. 대략 90° 쯤에 기포 올라오니까 그때 넣고. 감자가 워낙 많아서 불 조절이 어려울 수 있어.”


지금 하고 있는 것은 맥도날드 감자튀김의 레시피다. 초벌로 삶고 한 번 튀겨진 뒤 냉동고에 얼려지는 감자. 냉동의 과정에서 감자 내부에 있던 수분이 날라 간다. 날아간 수분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세 가지가 있다. 단단한 모양과 바삭함. 그리고 꽉 찬 속.


“지구는 감자튀김을 만드는 데 적합한 환경이 아니라는 말이 있어.”


어느 과학자가 얘기했던 것이다. 그는 최소 지구중력의 3배가 있어야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감자튀김이 만들어질 것이라 했다. 민재의 레시피, 정확히 맥도날드의 감자튀김은 현재 지구의 중력에서 내놓을 수 있는 최선의 대용량 감자튀김 레시피일지도 모른다.


“재밌는 말이네. 너 진짜 대단해. 이런 지식을 알고 있는 것도 그렇고... 방금 셰프 표정 봤냐? 완전 별종 취급하더만.”

“순간 저도 찔끔했잖아요. 저였으면 알고 있어도 ‘그렇게 하겠습니다, 셰프!’ 했을 것 같은데. 가만 보면 민재 씨 진짜 강심장 같아.”

“...좋게 봐주시는 거겠죠.”


레이는 떠나는 순간까지 민재를 주시하고 있었다.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겠다는 눈빛. 이글거리는 눈이 조금 부담됐지만 잘 조리해내면 그만이다.


“농담은 그만하고, 집중합시다. 둘은 채에 받힌 감자를 트레이 랙에다 널어주세요. 어긋나는 게 없이 빠르게 진행돼야 됩니다. 그래야 손님한테 더 맛있는 걸 내놓을 수 있어요.”

“예, 셰프!”


제이미와 수지가 동시에 외쳤고 주위의 사람들이 돌아봤다. 민재의 얼굴이 화끈거려지는 순간이었다. 그가 소리치듯 작은 목소리로 외쳤다.


“뭐예요!”

“솔직히 나 지금 수업 받는 기분이거든? 셰프라고 외치지 않으면 안 될 순간이었어.”

“제이미도 그렇게 느꼈어요? 나도 그랬는데. 우리 통했나보다.”

“아니 그래도, 셰프들 있는 앞에서...”

“너 이 레시피, 셰프가 내놓았던 것보다 더 나은 거라매. 레이 셰프도 인정했고.”


제이미가 말했다. 그의 말대로 민재가 제시한 것으로 더 좋은 프렌치프라이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됐다. 레이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가 약식의 레시피를 내놓은 이유는 간단하다. 조리에 임하는 학생들의 수준이 어설프다는 것. 민재의 존재로 더 복잡한 레시피를 시도할 수 있었다.


수지는 얼굴을 두 손으로 덮고 있는 민재에게 말했다.


“자부심 가져요. 전 적어도 감자튀김에 있어서는 여기 있는 셰프들한테 민재 씨가 꿀리지 않는다고 봐요. 제가 저번에 얘기했던 것 같은데요.”

“...뭐요.”

“민재 씨는 모범적인 셰프라고요.”


조용한 대류현상이 일어나는 뜨거운 물속, 감자가 양방향으로 갈라지며 소용돌이 치고 있다. 민재가 얼굴에서 손을 떼고 그 광경을 바라봤다. 멍한 눈이 웍 안의 열기를 쫓았다.


“더 맛있는 요리를 내놓으려는 그 마음 없었으면, 얘기 안 하셨을 거잖아요. 그 마음 충분히 존중합니다. 셰프.”


장난스러운 말투와 음성이지만 그녀가 그렇게 말했다. 민재는 웍에서 눈을 거두지 못했다. 그 음성이, 그 내용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부글거리는 물, 부풀어 오르는 마음.


“야, 민재.”


상념을 깬 건 제이미였다. 그는 걱정 어린 표정으로 웍을 바라봤다. 앞서 얘기했던 빼내야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지금 꺼내야 하는 거 아냐? 야, 야. 얘 정신을 못 차리네.”


퍼뜩 현실로 돌아온 민재가 외쳤다.


“채, 채, 채, 채. 씽크대에 채 받쳐놨어? 아 맞다. 내가 해놨었지?”


그대로 들어져서 부어지는 감자들. 민재가 허둥지둥 대는 모습을 보이며 말했다.


“준비 됐죠? 이제 늘여 놓읍시다.”


이상한 눈들이 그를 훑었다. 민재는 그 어느 때보다 환히 웃고 있었다.




***



접시들이 끊이지 않는다. 100명의 사람들. 100개의 접시들.

폭풍이 몰아치는 기분이다. 제이미와 수지는 그간 주방 일에 제법 익숙해졌다 생각했는데 그 생각이 설익은 자신감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의 주방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튀긴 감자를 놓고, 소스를 붓는다. 그 위에 미리 조각낸 파니르(인도의 치즈)를 얹어놓는다.


과정은 철저히 분업으로 이루어졌다. 수지가 프렌치프라이 적당량을 놓으면 제이미가 뜨거운 김이 흐르는 소스를 붓는다. 민재는 치즈를 놓으면서도 플레이팅을 수정했다. 보기 좋은 떡은 먹기도 좋고, 예쁜 접시는 먹기도 좋다.


“마지막 접시야.”


민재는 서빙을 맡은 학생에게 말했다. 마지막 접시가 홀연히 주방의 문을 넘어간다. 저 접시를 먹은 손님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셋은 아련하게 서버의 등을 쳐다봤다.


“수고 많았다. 제이미, 수지, 민재.”


그들에게 레이가 말했다. 그는 당장에 바쁜 것을 마치고 셋에게 다가왔다. 돌발 상황에도 불과하고 군말 없이 조리에 임해 최고의 성과를 보여준 학생들. 레이는 이들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싶었다. 그가 말했다.


“끝나고, 근처 내 집으로 가는 건 어떤가? 괜찮다면 저녁 한 끼 대접해주지.”


미슐랭 투 스타 레스토랑의 헤드셰프였던 레이 카터. 그가 민재에게 저녁제의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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