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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다시 사는 탑셰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어디서본듯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0.11.18 11:43
최근연재일 :
2020.12.10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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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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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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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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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0화

DUMMY

“예? 스타지요?”


레이가 들이민 제안에 민재는 어안이 벙벙했다.


세계적인 스타 셰프 대런 블루. 그는 뉴욕의 제대로 된 파인 다이닝의 명맥을 잇는 사내라 불렸다. 2020년, 그의 산하에 있던 레스토랑의 수만 해도 13개다. 하늘에 놓인 수많은 미슐랭의 별들에는 그의 별 또한 포함되어 있다.


“그래. 대런은 디너타임만 운영하는 레스토랑이야. 서비스 준비를 위해서는 점심 즈음에 출근해야 하겠지만, 다른 레스토랑에 비해 학업에 열중할 시간도 충분하지. 민재 너만 원한다면, 근무수당도 챙겨줄 수 있도록 내가 부탁해보겠네.”

“그건 제가 외국인이라...”

“CIA는 지정된 장소 근무 외 수당을 취급 안 하나 보지? 그럼 어쩔 수 없겠군."


괜찮다 못해 차고 넘치는 조건들이 나열됐다. 민재도 순간 혹해서 바로 예스라 답할 뻔했다.


무려 ‘대런’이다. 그곳은 훗날 미슐랭 쓰리 스타와 뉴욕 타임즈의 포 스타를 받게 된다. 그 이후 별들이 하나씩 깎아내려졌긴 했지만, 명실상부 뉴욕의 자랑이며 핫플레이스로 자리매김했다.


민재는 얼음물에 식힌 면발을 털어내곤 한데 말아 각각의 넓적한 접시에 담아냈다. 묵묵한 손놀림. 수지는 민재와 레이, 그 중간 즈음을 멍하니 보면서 입을 헤 벌렸다.


“와...”

“뭘 망설여? 딱 봐도 좋은 기회인 것 같은데.”

“음, 되게 좋은 조건이긴 한데요.”


민재가 면에 양념을 붓는다. 한국에서 가져온 비법 양념장이다. 이걸 가져온다고 얼마나 애를 썼는지 모른다. 이제 막 7개월을 넘어가는 숙성기간. 가다랑어포와 잔멸치, 고추장 등의 냄새가 진하게 솟아오른다. 부연 갈색이었던 면발이 흐드러지면서 붉게 물들었다.


“우선은 먹고 얘기 하면 안 될까요 셰프? 면발 다 불겠습니다.”


민재가 말했다.


베일에 쌓여있던 비장의 한 수가 꺼내진 것도 그 순간이었다. 양념이 묻은 시트지를 걷어내자 그 안의 생새우가 드러난다. 내일 먹으려고 만들어두었던 일주일 정도 숙성시킨 생새우. 묘한 보석 같은 빛깔을 자랑하는 그것이 일정한 크기로 썰어져 면발 위에 꽃처럼 자리했다.


검붉은 오팔들. 붉은 꽃. 레이가 그 모습을 보고는 목울대를 넘겼다, 침샘이 고장이라도 났는지 홍수라도 난 느낌이다.



***



식사시간, 밥상은 조촐했다.

불고기와 이태리 쌀로 만든 흰쌀밥, 미소된장국. 그리고 비빔면. 단연 먼저 관심이 쏠린 것은 민재가 한 비빔면이었다.


레이가 포크로 새우고명을 만지작거렸다.


“새우를 왜 소스에 직접 숙성시키지 않고, 시트지를 넣어둔 거지?”

“양념에 들어간 건 파프리카가루가 아니라 고춧가루에요. 이게 생살에 오랫동안 닿으면 좀 쓴맛이 생길 수 있거든요. 그리고 셰프님도 아시겠지만, 생새우가 이런 양념에서 흐물거렸다간.”

“탱글거리는 식감이 사라지지.”

“예. 한 번 드셔보세요. 그것만 드시면 짤 수 있거든요? 면하고 꼭 같이 드셔야 합니다.”


민재의 허락에 사람들이 국수를 흡입했다. 왜 7개월을 숙성시켰는지 바로 알 수 있는 맛이다. 깊이가 차원이 다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향.


분쇄된 지 얼마 안 된 밀가루로 바로 만든 통밀 면.


“자랑할 만 하군.”


한입 삼키고 평한 뒤, 레이가 흡입을 시작한다. 옆의 제이미는 접시에 코를 박은 채 따봉을 날렸고, 수지와 제니퍼의 사정 또한 다르지 않았다.


“음음!”

“괜찮나보네.”

“장난해? 괜찮은 수준이고 뭐고 이건. 와 씨 미쳤네. 아 근데 좀 맵다. 이거 끝에 싹 올라오는데?”


매운 기를 가시기 위해 제이미는 불고기 한 점을 집었다. 레이의 눈이 빼꼼 하며 제이미를 쳐다보았다. 내심 그 반응이 궁금한 모양. 제이미는 그 관심에 보답하듯 최고의 리액션을 보여주었다.


“하아...”


퍼지는 어깨. 이상한 신음소리. 레이의 품에 안겨 있던 아기가 그 소리가 재밌었는지 꺄르륵 웃었다. 그녀는 두 손을 허우적대며 레이가 먹고 있는 면들을 잡으려 애썼다.


“제가 안고 있을까요?”

“자네도 애 키워보면 알 거야. 자기 엄마아빠가 아니면 바로 우네.”

“불편해 보이시는데...”

“이것도 좀 익숙하니 신경 쓰지 말고, 어서 들지. 내 불고기. 자네의 평을 듣고 싶은데.”


벌건 양념을 입가에 묻힌 채 레이가 날카로운 눈매를 드러냈다. 그 모습이 참 언밸런스해 보인다. 민재가 웃음을 터뜨렸다.


“안 먹어봐도 맛있어 보이는데요 뭐.”


치아가 고기의 결을 가른다. 살코기가 잔뜩 머금은 간장양념이 거칠게 뿜어져 나왔다. 한입 베어 문 순간 알 수 있다.


익힘 정도, 소스, 응축된 맛.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불고기다. 한 냄비에서 휘리릭 하고 볶아내던 것하고는 질적으로 다른 맛이다.


“와. 너무 좋은데요.”

“구체적으로 얘기해주게.”

“그게... 저한테는 익숙한 맛이라 콕 집어서는 못 잡겠어요. 그냥 진짜 너무 맛있다? 불고기는 집 밥 같은 거라 어렵네요. 수지 씨는 어때요.”

“그 퐁드? 맞죠?”

“네.”

“정말 그거 하나 차이가 엄청 크네요. 셰프, 보통 한국에서는 불고기를 양념에 재워두거든요? 1시간이냐, 반나절이냐, 하루냐에 따라서 맛이 더 진해진다고 하는데, 이 불고기 맛보면 다들 왜 불고기를 양념에 재우냐고 할 거예요.”

“들으셨죠. 최고의 불고기였어요.”

“그럼 됐네.”


레이가 고개를 끄덕이곤 자신이 만든 불고기를 먹었다. 다시 한 번 끄덕여지는 고개. 한동안 가벼운 주제들이 오갔다. 학교생활에 대한 것이나, 레이의 러브스토리 같은 것들.


“미식평론가시라고요?”


제니퍼의 얘기였다. 그녀는 지금도 종종 GQ나 뉴욕타임즈 같은 유명잡지, 언론에 기고를 하는 프리랜서다. 이 말은 그녀의 미식관이나 명성, 글 솜씨가 상당하다는 것을 뜻한다.


“네. 이 사람도 평론 때문에 레스토랑 갔다가 만났어요.”

“내가 요리로 꼬셨지.”

“요리라기보단.”


제니퍼가 말을 정정하려는 듯 딱 잘라 말했다. 레이가 시무룩해져서는 잠자코 그녀의 말을 듣는다.


“이 사람, 보기보다 귀여워요. 지금 모습도 퍽 강아지 같다니까.”


굵직하면서 각진 얼굴. 거친 피부. 언뜻 보니 살짝 그런 느낌이 드는 것 같기도 한다. 불독에 가깝긴 했지만. 제니퍼가 어깨를 으쓱였다.


“내 눈에만 그렇게 보이는 걸 수도 있고요.”


그렇게 신변잡기식의 얘기가 지속됐다. 그릇들이 비워지고, 설거지가 이어진다. 레이가 민재에게 달라붙더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아까 하다 말았던 스타지에 관한 이야기. 그가 물었다.


“그래서, 생각해봤나?”

“예? 아, 스타지 말씀이시죠.”


거절하기 어려운 제안이다. 어떻게 보면 전환점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게 민재의 솔직한 심정이다. CIA의 수업은 훌륭하다. 하지만 민재에게 그것이 최선의 가르침인가 하는 질문에는 회의적인 대답이 나올 수밖에 없다. 다양한 재료를 만지고 과학적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것.


뒤의 것만 아니면 전자는 조리수행을 통해서도 충분히 해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민재는 생각했다.


기왕 미국에 온 김에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봐야 하지 않을까.


민재의 마음이 점차 스타지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민재가 운을 띄었다.


“제가 알기론 대런 블루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이 한 곳이 아니라고 하던데...”


대런 블루.

현재 그가 운영하고 있는 음식점은 5개다. 자신의 이름을 딴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대런’, 성을 딴 캐주얼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카페 블루’. 그 외에도 비스트로 같이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업장이 있지만 그건 논외다.


“개인적으로는 대런을 추천하네. 하지만 카페 블루도... 자네 같은 젊은이한테는 좋을 수 있겠어.”

“뭐가 다릅니까?”

“저번에 다녀왔을 때, 주방인원들 대다수가... 뭐랄까.”


그가 단어를 고르는 듯했다. 최대한 순화시켜서 나온 단어가 바로 이것이었다.


“넘치는 혈기를 주체 못하던 느낌이더군.”




***




“어떻게 하기로 했어?”


기숙사로 돌아온 제이미와 민재. 제이미는 돌아오면서 계속 궁금했던 것을 민재에게 물었다.


“우선은 둘 다 방문해본다고 했어. 이번 주말은 탁구 같이 못 치겠는데?”

“애석하네. 이번엔 내가 이길 차례였는데 말이야.”

“넌 나 이기려면 한참 멀었지.”

“근데 표정이 왜 그래?”

“아니 좀. 잘 모르겠네. 이게 맞을지.”


민재가 말을 늘였다. 레이 셰프의 제안,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막상 스타지를 하겠다고 마음먹으니 선택지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런과 카페 블루가 미슐랭 쓰리 스타와 원 스타를 각각 얻게 되는 건 2012년.


6년이라는 시간 동안 어떤 성장통을 겪었는지, 민재는 모른다.


그래도 그 둘을 결국 미슐랭 스타를 얻게 된다. 노하우는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별들을 얻기까지 수없이 깨지고, 헤딩했던 과정들은 고스란히 현장에 녹아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앞서 언급된 곳들은 훗날 자신만의 업장을 꾸려나갈 민재에게 안성맞춤일 수 있다.


문제는 그 노하우는 다른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에서도 얻을 수 있다는 점. 심지어 이미 별들을 가지고 있는 레스토랑들은 완성된 노하우를 보유 하고 있다.


그렇기에 선택지는 다양했다. 레이가 제시한 대런과 카페 블루 말고도, 스타지를 경험해볼 레스토랑은 널리고 널렸으니까.


보수를 주지 않아도 되는 노동자, 스타지는 파인 다이닝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다. 그들이 없으면 많은 수의 레스토랑은 문을 닫아야 한다. 당장에 재료를 다듬고, 그 수고로운 레시피들을 받쳐주는 인력은 공짜가 아니고서는 부릴 수가 없다.


스타지는 어떻게든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미슐랭 쓰리나 투 스타까지는 어렵더라도

원 스타 정도는 사정을 하면 어떻게든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몇 달을 대기해서라도 들어갈 수 있다면 대기하는 것이 맞다.


그리고 이런 생각은 레이의 눈에도 읽혔던 것 같다. 그는 민재에게 길을 마냥 강요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추천하는 길을 보여주고는 더 많은 길이 있음을 알려주었다.


[2주 뒤에 커리어 페어Career Fair가 있을 예정이네.]


커리어 페어. CIA의 학생들은 단 한 명의 예외 없이 엑스턴십이란 것을 다녀와야 한다. 비슷한 말로는 인턴십. 즉 정규수업 말고도 실제 주방에 3개월 동안 투입돼야 한다.


[다양한 사업체가 홍보를 하기 위해 오지. 호텔, 다이닝그룹,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그 모든 것들은 CIA가 배출하는 인재들을 미리 채가고자 하는 움직임이다. 어찌 보면 단순한 취업박람회이지만, 빛나는 인재들이 많다는 점에서는 각 사업체끼리의 경쟁의 장이기도 했다.


복잡해지는 생각에 민재가 중얼거렸다. 이런 일은 고민해봤자 답이 안 나온다. 답은 간단하다. 대런, 카페 블루, 커리어 페어.


“일단 가보고 생각하면 되겠지.”


이 셋을 모두 가보면 되는 것이다.


작가의말

이어지 에피들에 도움을 준 자료들입니다.


데이비드 장 - 뉴욕의 맛, 모모 푸쿠

다니엘 불뤼 - 셰프 다니엘, 맛에 경영을 더하다.


참고로 불고기 진짜 존맛탱입니다. 시간 나시면 꼭 해드셔보셔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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