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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다시 사는 탑셰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어디서본듯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0.11.18 11:43
최근연재일 :
2020.12.10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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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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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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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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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3화

DUMMY

“주방경력이 1년이라 했나?”

“...예. 맞습니다.”

“내 황당한 요구조건에 맞춰 이곳에 온 것도 그렇고, 무엇보다 그 눈치가 마음에 드는군.”


대런이 말했다. 기술자 둘이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간다. 기다란 톱칼과 그에 못지않게 길쭉한 칼이 그들의 손에 달려있다.


“타고난 센스가 좋아.”


참치해체의 순간이었고, 민재와 대런은 창 하나를 두고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먼저, 기술자 하나가 손질에 들어가기 전 칼들을 다듬고 있다.


소리가 차단 돼 있는 가운데, 분주한 몸짓이 계속된다. 어떤 경건한 느낌마저 드는 분위기. 민재가 입을 벌리고 해체식의 전조를 지켜보았다.


“나는 요리사라면 기본적으로 머리가 좋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직함으로 승부를 본다는 건 옛말이야. 모두가 성실하고, 모두가 절박한 곳에서 우직하기만 한 바보는 도태될 수밖에 없어. 끊임없이 성찰하고 주변의 변화를 감지하는 사람.”


장작을 패듯 지느러미를 제거하고, 등을 가른다. 칼질이 오갈수록 안쪽 살이 벌어진다. 붉은 속살도 영롱하게 자태를 드러낸다.


“그게 내가 찾는 사람이다. 여기 카트 없습니까?”

“쓰신 뒤 바로 주시면 대여해드릴 수 있습니다.”

“1시간만 쓰고 드리겠습니다.”

“좀 있으면 다른 손님들이 막 들이닥칠 때라...”


찔러지는 돈. 바로 내어지는 카트. 시장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구르마였다. 끌기 편하게 손잡이가 달려 있다.


“말씀하신 것들은 금방 내어드리겠습니다!”


상인은 주머니 춤에 돈을 찔러 넣었다. 휘파람이 멋들어지게 흘러나온다.

침묵을 지키던 민재가 물었다.


“...제가 그런 사람으로 보이십니까?”

“그야 모르지.”


이제 망치질이 시작됐다. 깊숙이 들어간 마구로키리(참치해체용 칼)에 망치가 수없이 내려쳐진다. 뼈를 따라 깎아내려가는 칼. 불편한 침묵에 박자감이 더해진다.


“적어도 레이의 눈에는, 너는 그런 사람이었을 거라 생각한다.”

“실망하실 수도 있습니다.”

“실망하면 레이를 믿은 내 탓이지.”


담백하기 그지없는 음성이다. 본인이 그렇다는데 어쩌겠는가. 민재는 공연스레 말을 돌렸다.


“...오늘 일정이 어떻게 되십니까?”

“오늘?”


대런의 눈썹이 휘어졌다. 그가 순순히 입을 열었다.


“신메뉴 개발을 위한 재료들을 사야 한다. 참치 말고도 여러 해산물들을 후보에 넣어두고 있지. 문어, 도미, 성게알, 감태.”

“성게알, 감태라 하셨습니까?”


의외의 재료였다. 대런의 행보를 익히 알고 있었던 민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왜 그러지?”

“아, 아닙니다. 그 둘은 동아시아권에서 주로 많이 다뤄지는 재료로 알고 있어서... 대런 셰프의 근간은 클래식 프렌치인 걸로 알고 있었습니다.”

“줄곧 내 뿌리는 프렌치였다. 하지만 요즘엔 그런 생각이 들더군. 내 요리영역이 과연 여기까지일까, 내가 현실에 안주하려고 했던 건 아닐까.”


대런 쯤 되는 셰프라면 스타일이 굳어진다 하더라도 그 셰프만의 색깔로 취급한다. 5개의 업장을 운영하는 셰프. 대런 블루라는 브랜드는 이름 자체만으로 어떤 통일된 음식의 풍을 떠올리게 한다.


대런 블루 하면 떠오르는 것은 클래식 프렌치. 그가 새로운 미지의 영역을 개척하려고 한다고 한다.

앞서 언급된 동아시아권의 재료들, 날 생선. 답은 뻔했다.


일식.


“일식을 접목시키시려 하시는군요.”

“그래. 일식. 진부하다면 진부한 조합이긴 하지.”


미국인에게 동양하면 바로 떠오르는 게 일본과 중국이다. 그리고 스시 하면 일단 먹어보고자 하는 게 뉴요커다. 이런 점을 악용한 사례들도 만연하다. 2013년에는 고등어를 참치로, 농어를 도미로 둔갑해 파는 식당들이 적발되기도 했다. 그런 식당들은 10곳 중 7곳이었다.


미식의 도시 뉴욕시티. 이곳은 종종 사기와 허영이 판을 치는 곳이기도 하다.


“첫 출발은 참치다. 참치는 뉴욕시티의 세련된 거리와 닮았지.”

“...세련된 거리라. 정말 그렇게 보십니까?”


대런이 코웃음 쳤다. 제 딴에는 나름 농담으로 던진 말인 듯했다.


“당연히 아니지. 네 생각이 맞다. 뉴요커들이 참치라면 환장하기 때문에, 참치를 넣은 것 그 뿐이다. 프리미엄이 붙는 재료면서 업장만의 특색을 부여하는 재료는 그렇게 많지 않지. 오리엔탈리즘에 대한 환상에서 출발한 날것에 대한 탐닉. 참치는 거기에 제격이다. 민재 너라면 이 참치를 가지고 어떤 접시를 내놓을 것 같지?”

“글쎄요. 지금 구상 중인 식당이 어떤 고객층을 타겟으로 하냐에 따라 달라질 것 같습니다. 셰프.”


대런의 미소가 짙어졌다.


“그런 것을 따질 필요는 없다. 나는 동아시아권에 태어나고 자란 너의 의견을 듣고 싶군.”

“저라면 세비체나 포케 쪽을 살릴 것 같습니다.”


세비체와 포케.


세비체는 페루의 생선요리들 중 하나다. 호랑이 젖이라 불리는 소스, 레체 데 티 그레를 날생선에 절이는 방식으로 조리한다.


주로 레몬, 라임, 식초와 같이 산을 포함하고 있는 액체가 뿌려진다. 날생선의 단백질은 응고되고 남다른 식감으로 탄생한다.


“세비체를 선택한 이유는?”

“적당히 이국적인 느낌을 줍니다. 익숙한 재료들로 거부감을 덜어주면서도 향신료들로 다양한 변주를 줄 수 있죠. 플레이팅의 여지도 상당하고요. 보다 세부적으로 들어가자면 티라디토가 더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티라디토라면...”

“예, 니케이 퀴진을 정면으로 내세우는 거죠.”

“페루 일식이라, 좋은 생각이군.”

“그리고 실례될 수 있는 말이지만 세비체를 선택한 이유에는 다른 것도 있습니다.”


민재가 대런의 눈치를 힐끔 봤다. 대런이 민재를 바라본다. 유난히 올라가 있는 오른쪽 눈썹. 그의 고개가 15° 각도로 꺾었다.


민재는 평소 해왔던 것처럼 했다. 눈치만 조금 살필 뿐, 입을 다물지 않는 것. 그는 본인의 의견을 솔직히 말했다.


“대런 셰프는 일식과 연이 별로 없으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정통 일식에 조예가 깊지 않는 이상, 숙성 회를 그대로 내놓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이 자식이...”


으르렁거리는 듯한 음성이 나오다가 웃음이 그 틈을 비집고 터져 나왔다. 이번에는 갈라지는 바람 소리마저 섞여 있다.


“제대로 봤다. 레이가 했던 표현 그대로군.”

“...어떤 표현을 하셨습니까?”

“얄밉다고 했지.”

“예? 제가요?”

“본인이 말하려고 했던 것을 늘 채간다고 불평하더군. 그 느낌이 뭔지 알겠어. 묘하게 재수 없는 모범생을 보는 느낌이야.”

“하하...”


다 해당되는 말이었기에 민재가 어색하게 웃었다.


“참고로 방금 말한 것은 칭찬이다. 왜 이렇게 주눅이 들어있지? 동양인은 대개 그런 것 같더군. 겸손이 미덕이라느니 겸양을 떨어야 한다느니. 나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어.”

“셰프, 그건 편견이십니다.”

“그래. 내 편견을 깨고 싶다면 더 당당해졌으면 좋겠어. 본인의 직관을 믿어라. 내가 볼 때는 민재 너의 자산은 지식이나 태도보다도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할 줄 아는 능력에 있는 것 같으니까. 네 말에 나도 동의한다. 어설픈 퓨전은 안 하느니 못 하지. 개밥 따위를 손님에게 내줄 수는 없으니까.”


어느새 등살 부분의 해체가 얼추 끝났다. 3등분으로 나뉘어지는 살들. 그리고 아가미블록. 포장되어진 것들이 상자에 담긴다.


“그래. 일반적인 타타키보다는 세비체가 전형적이면서도 이국적인 느낌을 줄 수 있겠지. 포케를 선택한 이유는?”

“포케는 하와이에서 유명해진 생선회 무침이죠. 이것 또한 일식이면서 이미 서양권에서의 성공가능성이 검증되었다 봅니다. 간장, 참기름, 깨, 시소(일본 깻잎) 말고도 고수나 파슬리 등으로 다양한 해석을 가미할 수 있고요.”


박스를 받아들며 대런은 생각했다


레이의 말이 맞았다. 이 동양인은 요리학교에서만 굴러다니기엔 그릇이 너무 크다. 제한된 정보와 질문만이 들이밀어진 상태에서 이런 체계적인 대답이 나온다는 것은 평소에도 다양한 국적의 요리에 대해 많이 접해봤고, 많이 고민해왔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고객을 염두에 두는 저 태도다.


셰프는 접시만을 생각하는 존재여서는 안 된다. 그는 고객을 생각해야 한다. 자신의 철학을 판매와 직결시켜야 하고, 예술은 그 이후에 도모해야 한다. 적어도 대런의 생각은 그랬다.


이 정도면 이 동양인은 관리자급의 시선을 타고났다고 봐야하지 않을까. 보면 볼수록 감탄이 나온다.


“확실히...”


뛰어나군. 키우는 맛이 있겠어.


“예?”

“아무것도 아니야. 그렇다면 궁금해지는군. 한국인으로서, 너만이 내놓을 수 있는 접시를 달라 했을 때, 너는 이 재료들로 어떤 걸 내놓을 거지?”


참치, 문어, 도미, 성게알, 감태. 민재는 구르마에 실린 박스를 내려다봤다. 일식풍을 가미한 한식이라. 까다로운 질문이다.


“레스토랑 운영을 생각하지 말고, 순수한 너의 뿌리를 생각했을 때 나오는 대답을 듣고 싶다.”


또 다시 등장한 단어. 뿌리.


그 단어가 낯설면서도 익숙해져가고 있다. 민재는 고민했다. 그의 뿌리는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인가. 민족성과 국적. 결국 태생은 한 사람의 정체성을 결정짓는 전부라 할 수 있는 것인가.


“너무 어려운 질문이었으면 넘어가지.”

“아, 아닙니다. 생각을 좀 하느라요. 물회를 내놓겠습니다. 굴은 전으로 부치지 말고 아예 반죽을 두껍게 해서 튀김처럼 만들고요. 감태 같은 해초는 숙성 회나 절인 것들과 함께 내놓겠습니다. 프렌치를 가미한다면 버터로 구운 대구 위에 올려놓는 것도 좋겠네요.”

“잠깐.”


대런은 수레를 끌다 말고 품에서 수첩을 꺼냈다. 그가 볼펜으로 끼적이다가 민재에게 자신이 작성한 것을 보여준다.


“Mulhoe? 이게 맞나?”

“예. 회에 차가운 수프를 끼얹어 먹는 것이라 보시면 됩니다. 과일과 마늘, 고추장, 고춧가루를 넣어 만든 걸 주로 쓰고요. 여기 입맛에 맞춰 개량하자면 다른 방식을 시도해야 할 겁니다. 에피타이저나 아뮤즈 부쉬 쯤으로 쓸 수 있겠지만.”

“너무 튀겠군. 초장부터 혀가 지치겠어.”

“예. 고추장의 매운맛은 아예 제외하는 편이 나을 겁니다. 미소 같은 것으로요.”

“흠... 좋아. 그럼 그 굴전은 어떤 거지?”

“아, 굴전은 달걀과 밀가루를 묻혀 부친 것인데.”


민재가 적당한 비유거리를 고민했다.

한국 말고도 이런 식으로 굴을 다루는 나라는 또 있다. 가까운 나라 태국.


“태국의 어쑤언보다 간소화된 요리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어쑤언이라. 먹어본 적이 있어. 달걀볶음에 전분이 들어가서 물컹이는 식감도 있었지.”

“예 그런데, 이것도 아시겠지만 좀 지나칩니다.”

“향 말이군.”

“예. 서양권에서는 좀 강렬할 수 있는 향이죠. 파인 다이닝에 내놓기에도 적합하지 않고요.”

“아, 하긴. 어쑤언은 길거리 음식에 가까우니.”


돌돌 거리는 바퀴소리가 웅성거리는 소리들에 파묻힌다.


인파를 헤치며 한동안 둘은 말없이 걷는다. 민재는 민재 나름의 고민을 하며, 대런은 대런 나름의 고민을 하며.


그 긴 공백을 깨고 나온 것은 대런이었다.


“한 번 만들어줄 수 있겠나?”

“예?”

“그 맛이 궁금해서 말이야. 물회와 굴전이라니.”


대런도 결국 한 명의 요리사다. 그는 맛을 상상하다가 실제의 맛이 궁금해졌는지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쇼핑은 후딱 끝내고 주방으로 가지.”


동이 터 오르지도 않은 새벽 3시 20분. 대런이 이미 멀어져버린 주차장 쪽을 고갯짓으로 가리켰다.


“여기까지 왔으니 내 레스토랑 대런을 보여주겠네. 기왕 온 김에 아침도 먹자고.”

“그런 거라면...”


민재가 발걸음을 멈추었다. 뒤를 돌아본 그가 말했다.


“그럼 몇 가지 재료들만 더 살 수 있겠습니까?”

“재료?”

“예. 전복하고 해초들요. 제주 전복물회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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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4 삼단우산
    작성일
    20.12.09 00:51
    No. 1

    진짜 재밌네요 이런 전문적인 요리 소설을 읽고싶었는데 딱입니다.
    주변 수습 요리사들이 이제 갓 입학해서 그런가 너무 요리에 기본용어나 조리법을 모르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럴수도 있다 생각합니다.
    유료로 한 100화정도 구매해서 바로 볼수있다면 지금당장 구매해서 보고싶을정도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0 [탈퇴계정]
    작성일
    20.12.09 03:47
    No. 2

    재밌어용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고철아주큰
    작성일
    20.12.09 12:49
    No. 3

    오징어물회가 좋은데... 국수처럼 얇게 저민 오징어에 초장국물. ㅠㅠ
    근데 중꿔 새끼들이 씨를 말려놓고 이젠 남미로 간다죠?
    지구의 적입니다. 코로나 포함해서.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포히나
    작성일
    20.12.09 19:01
    No. 4

    휴 물회 먹듯 호로록 다 읽었네요 재밌어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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