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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고인물이 너무 잘 가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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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트버거
작품등록일 :
2020.11.23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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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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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13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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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백설화 (2)

DUMMY

백설화와 훈련을 시작하고 사흘.

백설화의 상태는 도저히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고 쉬자.”

“······네.”


백설화가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위로할까 생각하다 그만뒀다.

많이 분할 거다.

하지만 내가 화를 풀어주는 건 의미가 없었다.

백설화는 스스로 감정을 컨트롤하는 방법을 익혀야 했다.


나는 자판기에서 커피를 두 캔 뽑아 하나를 건넸다.

하나는 내 것이다.


“마시고 하렴.”

“감사합니다.”


백설화가 캔커피를 홀짝 마셨다.

그녀는 입안에서 커피를 우물거리면서 말했다.


“너무 써요.”

“그 맛이 좋은 거야.”

“쓴 건 현실만으로 충분한데.”


백설화가 묘하게 찝찝한 말을 했다.

그녀가 얼마나 정신적으로 몰렸는지 말해주는 것만 같았다.

백설화가 주머니에서 마초를 한 개비 꺼냈다.


“한 대만 피고 올 게요.”

“그래.”


푸우우-


백설화는 마초에 불을 붙이고 한 모금 빨아드렸다.

검지와 중지로 마초를 잡은 손은 많이 익숙해 보였다.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연기에서는 좋은 냄새가 났다.

이 세계에서 마초가 담배를 완전히 밀어낸 배경에는 담배의 매캐한 냄새와 차별되는 저 특유의 냄새가 가장 큰 몫을 했다.


마초의 냄새는 피우는 사람마다 달랐다.

누군가는 그것이 그 사람의 마나의 냄새라고 한다. 근거는 없지만 감성이 좋아 유명한 말이었다.

백설화의 마초 연기에서는 진한 꽃내음이 났다.


“후우······.”


백설화는 구석에서 마초를 다 태우고 돌아와 다시 검을 잡았다.


“시작해요.”


이제는 몇 번째인지도 모를 훈련이 시작했다.

백설화의 선공.

백설화는 연달아 다섯 번의 검격을 가하고 한 번 뒤로 빠졌다.


파바박-!


또다시 5연격.

그리고 뒤로 빠졌다.


“약은 수를 부리는구나.”


전략적인 히트 앤 런이었다.

전투에 완전히 몰입한다면 자신을 제어할 자신이 없는 거다.

그래서 계속 그전에 몸을 뺐다.


꼼수로서는 나쁘지 않았다.

입시방편으로 쓸 수는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이다.

상대에게 정확히 의도를 파악당한다면 손쉽게 공략당할 거다.

바로 이런 식으로.


촤악-!


나는 밀착해서 적극적인 공세를 가져갔다.

백설화는 뒤로 빠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쉽게 놔줄 생각은 없다. 도망치는 백설화를 끝까지 따라갔다.


추격하는 쪽과 도망치는 쪽이 맞붙는다면 전자가 훨씬 유리했다.

나는 이동하는 방향이 그대로 공격 방향이라 쉽게 힘을 실을 수 있었지만 백설화는 그것이 반대라 온전히 내게 힘을 실을 수 없었다.

백설화는 접전 때마다 손해를 보다 결국 맞서 싸웠다.


작은 원 안에서의 3초는 금방 지나갔고 승부가 갈렸다.

그래도 나름 신기록을 세웠다.


“신기록 갱신 축하해.”

“몇 초였는데요?”

“30초.”

“하아······.”


백설화가 한숨을 쉬었다.

이래서야 언제 10분을 채울지 막막할 만도 했다.

그래도 조언해줄 것을 하나 찾았다.


“그거 아니? 설화 넌 쉬었다 다시 시작할 때 기록이 가장 좋았어.”

“그런가요?”

“연속으로 하면 그전 훈련의 여파가 다음 훈련까지 영향을 주는 탓이야.”


백설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까지는 그녀도 어느 정도 비슷하게 느꼈을 거다.


“루틴이라는 것을 아니?”


일부 영웅들은 루틴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현역 때 조성웅은 항상 던전에 들어가기 전에 왼손으로 검의 손잡이를 두 번 쳤다고 한다.

그러고 나면 좋은 일이 있을 거라는 미신이었지만 중요한 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준다는 사실이다.


“사람의 감정이라는 건 의외로 단순해. 학습을 통해 어느 정도 조절하는 것이 가능하지. 설화 너는 쉴 때 마초를 피지? 그러니까 그걸로 루틴을 만들자.”

“파블로스의 개처럼 말이죠?”

“그렇지. 감정이 격해질 때마다 담배를 잡을 때의 손동작을 취해봐. 그러면 스스로의 감정을 제어할 수 있을 거야.”

“아······. 네!”


내 말에서 가능성을 봤는지 백설화의 대답은 유난히 밝았다.

사실 손동작 자체는 아무 의미 없었다.

그런 걸로 조절이 됐으면 세상 모든 사람이 다 했고 감정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은 없었을 거다.


중요한 건 마음가짐이었다.


고사 중에서 소문난 명의가 환자들에게 몸을 건강하게 하는 보약이라며 꿀물을 주었더니 병이 나았다는 얘기가 있다.

환자가 꿀물을 보고 약이라고 믿자 몸이 절로 좋아졌다는 것이었다.

루틴이라는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백설화가 나를 믿는 만큼 손동작을 취할 때마다 마음이 안정될 거다.


“그럼 내 말 명심하면서. 다시 해보자.”

“네!”


백설화는 다시 시작된 훈련에서는 조금 나아졌다.

힘이 과하게 들어갈 때마다 손을 꼼지락거렸고 그때마다 발밑을 인식했다.

다만 그런 상태는 오래가진 못했다.

20초쯤 지났을 때, 조절에 실패하고 분화가 발동했다.

또다시 원 안으로 들어오고 3초가 지났다.


“여기까지.”

“아······.”


백설화는 아쉬운 듯 탄식을 냈다.


“몇 초 나왔어요?”


그래도 표정이 꽤 괜찮았다.

아마 제 딴엔 오래 버텼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별로 오래 버티진 못했지만 감정의 조절은 심리적인 영향을 크게 받는다.

그래서 거짓말을 했다.


“35초. 신기록이구나.”

“정말요?”


백설화가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이후 훈련은 순풍을 탄 배처럼 순조롭게 나아갔다.

백설화는 점점 더 안정된 모습을 보여줬다.

처음 35초는 거짓말이었지만 이후에는 정말 35초까지 됐다.


끝내 백설화는 1분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어때요. 저 생각보다 재능 있는 거 아니에요?”

“그래. 잘하네.”

“히히.”


백설화가 실실 웃었다.

감정표현이 서툰 백설화에게 이 정도면 평범한 여학생들이 좋아서 방방 뛰는 것과 비슷한 행동이었다.

나도 같이 기쁨을 나눠주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

루틴은 생각보다 효과적이었다.

문제는 너무 효과적이었다.


내가 원한 건 딱 임계점 밑에서 멈춰 적당히 백설화의 야성과 이성이 공존하는 상태였다.

그런데 루틴을 쓰니까 백설화는 너무 차분해져서 날카로운 칼날이 무뎌져 버렸다.

이건 좋지 못했다.

파티를 지휘하려고 백설화의 활약을 죽이는 건 본말전도였다.


“오늘 훈련은 여기까지 하자. 조심히 들어가렴.”

“네. 교수님도요.”


기숙사로 돌아가는 백설화의 발걸음은 유난히 경쾌했다.

그녀는 지금 모습이 만족스러운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래서는 안 됐다.


백설화는 짐승과 비슷했다.

거친 야성은 짐승을 더욱더 강하게 만드는 무기다.

그런데 이것을 빼앗고 목줄을 채우는 게 정말 백설화를 위한 길일까?


복잡한 마음을 정리하고 싶어 근처 벤치에 앉아 차가운 밤공기를 쐤다.


“교수님, 여기서 뭐 하세요?”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연무장에서 막 나온 박서후였다.


“훈련하다 나왔어?”

“네. 교수님도요?”

“설화 훈련하는 거 봐주다가.”


왜 백설화는 박서후처럼 할 수 없을까.

이유야 복합적으로 있겠지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간단했다.

재능의 차이다.


누군가는 일류 검사가 되기 위해서는 분화의 재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정점이 되기 위해서는 그것만으로 부족했다.


검성의 재능.


박서후의 스승인 조성웅은 검성이라고 불렸다.

실력 있는 검사에게 붙는 별명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사람들이 부르는 호칭일 뿐, 진정한 검성이라고 말할 수 없었다.


진정한 검성이란 검의 이치를 깨달은 절대자를 의미했다.

인간을 초월한 무신의 경지.

현역 때 조성웅은 훌륭한 검사였지만 검성에 경지에 발을 디딜 수 있는 영웅은 아니었다.

검성이 되기 위해서는 검성의 재능이 필요했다.


“서후야, 너는 분화를 어떻게 생각해?”

“분화요?”


박서후는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음, 사실 예전에는 정말 고민이 많았어요. 일류 검사가 되기 위해서는 분화가 필요하다고 하더라고요.”

“고민이라면 어떤?”

“저는 검이 너무 좋아요.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검사가 되고 싶었지만 주변에서는 다들 말렸어요. 분화가 없는 너는 검이 어울리지 않는다고요.”

“그렇구나.”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게임에서는 박서후의 과거는 단순히 평범한 가정에서 부족함 없이 자라다 각성했다는 정도밖에 알려주지 않았다.


“그래도 노력했어요. 지금은 운이 좋아 아카데미의 수석이 됐고요. 분화가 있었으면 더 발전했을 수도 있지만 저는 지금의 제게 만족해요.”


박서후는 노력으로 재능을 극복해낸 소년만화의 주인공처럼 미소를 지었다.

노력으로 극복은 무슨.

그냥 박서후가 가진 검성의 재능이 분화보다 훨씬 좋았을 뿐이다.


“서후 너는 개인능력도 뛰어나지만 파티원을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도 잘 알아. 분화를 가진 검사들은 대부분 너처럼 될 수 없어.”

“아마 그렇겠죠?”

“네가 분화 스킬을 가지고 있었으면 파티를 어떻게 운용했을 거 같아?”


박서후는 잠시의 고민도 없이 말했다.


“파티원들을 지금처럼 안 뽑지 않았을까요? 지금은 제가 서포터, 다른 애들이 딜러로 활동하지만 분화 스킬을 가지고 있으면 제가 딜러를 맡아 서포터의 비중을 늘렸을 거 같아요.”


정석 중의 정석, 교과서 같은 대답이었다.

누구에게 묻더라도 아마 박서후와 비슷한 대답을 할 거다.


직접적으로 몬스터에게 타격을 가하는 딜러.

딜러가 최대한 편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보좌하는 서포터.

분화를 가진 전사에게는 딜러가 어울렸다.


“그래. 알겠다.”


역시 백설화가 분화를 억제하는 방법으로는 안 됐다.

백설화는 단순히 박서후를 따라 하고 싶은 게 아니었다.

그녀의 목표는 박서후를 뛰어넘는 것이다.


하지만 분화를 억제한 상태로는 아무리 잘 되더라도 박서후를 넘을 수 없었다.

잘해봐야 박서후의 하위호환.

그렇게 된다면 앞으로 내 계획에 백설화의 자리는 없었다.


방법을 바꿔야겠다.



***



오랜만에 찾아온 연구실은 사람이 가득했다.

처음 찾아왔을 때는 이예은 혼자뿐이라 넓어 보였지만 이제는 더 넓은 연구실이 필요해 보였다.


“다들 잘하고 있나?”

“네!”

“교수님, 혹시 이것 좀 봐줄 수 있으세요?”


밤색머리 학생이 내게 도움을 요청했다.

할 일이 있어서 왔지만 급한 건 아니었으니 봐주려고 했지만 이예은이 나섰다.


“교수님 지금 바쁘시니까 내가 도와줄게.”

“어, 그게······. 으응, 알았어······.”


밤색머리 학생은 조금 꺼리는 기색이었지만 호의를 거절하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예은이 해주는 편이 나한테도 더 편했으니까 내버려 두기로 했다.

그래도 이예은이라면 잘 가르쳐 줄 거다.


“천 조교, 그거 꺼내.”

“넵!”


천 조교가 사무실에서 빌려온 물건을 꺼냈다.

퍼멧 골렘.

저번 실습 강의에서 보스 몬스터로 사용된 녀석들이다.


천 조교가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교수님, 그런데 이거 함부로 만져도 되는 거예요?”

“괜찮아. 부수는 것도 아니고 더 좋게 만들어주는 거니까.”


예전이라면 모를까, 지금 내 학생들을 상대하기에 퍼멧 골렘으로는 부족했다.

그래서 조금 손을 보기로 했다.

골렘의 개조는 게임에서도 몇 번 해봤으니까 문제 없을 거다.


덜컹-!


골렘을 움직이는 건 돌덩이에 그려진 마법진이다.

술식을 만져 골렘을 강화시켰다.


“비오스, 쥴러-, 다우스, 루키뮴.”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마법진이 골렘의 형질을 바꿔나갔다.

필요 없는 마법진을 지우고 그 위에 새로운 마법진을 덫 씌웠다.

일련의 과정이 몇 차례 반복됐다.


천 조교가 감탄했다.


“와아, 골렘의 마법진을 개조하는 거 엄청 어려운 거 아니에요? 윤성엽 교수님은 있는 골렘을 개조하시는 것보다 새 골렘을 구하시던데.”

“사실 그 편이 나아. 그런데 퍼멧 골렘보다 나은 건 아카데미에서 훈련용으로 못 구해.”

“그렇군요.”


밤색머리를 다 도와준 이예은이 이쪽으로 왔다.


“교수님, 도와드릴까요?”

“그럼 저쪽 보라색 마법진 잡아볼래? 그거랑 이거를 같이 조일 거야.”

“네. 이 정도면 됐나요?”

“조금 더 강하게 조여봐.”

“이렇게요?”

“좋아.”


이예은의 도움으로 ‘퍼멧골렘 MK-2’의 개조는 성공적으로 끝났다.

이거라면 내 학생들과도 좋은 승부가 될 거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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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송석환 (2) +16 21.01.03 13,853 27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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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국가기밀 (4) +15 21.01.01 14,323 361 12쪽
42 국가기밀 (3) +24 20.12.31 14,603 345 11쪽
41 국가기밀 (2) +39 20.12.30 14,687 380 13쪽
40 국가기밀 (1) +23 20.12.29 14,578 324 12쪽
39 전조 (3) +18 20.12.28 14,407 302 13쪽
38 전조 (2) +12 20.12.27 14,583 30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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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시험 (4) +11 20.12.26 15,040 29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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