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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건보
작품등록일 :
2020.11.24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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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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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화

DUMMY

53.


“따로 사용방법이 있습니까? 검은색 반지처럼 부수면 되는 것 아닙니까?”

“지식이 얕으면 그렇게 하겠지. 하지만 난 아니라서 말일세. 뭐, 방법은 어렵지 않아. 반지의 중앙에 하얀색 보석이 박혀있을 거야.”


소크테라의 말에 고개를 내려 반지를 바라봤다.

그의 말대로 작고 새하얀 보석 같은 게 가운데에 박혀있었다.


“그것을 삼키면 된다네. 그게 끝이야. 게다가 내가 만든 건 흑색의 반지보다 훨씬 뛰어나지.”

“어떤 점에서 말입니까?”

“아마 효과가 30초 정도 지속될 거고 유일하게 자네만 마나를 사용할 수 있네. 그리고 무조건 삼켜야 주술이 발동되니 입속에 넣고 있다가 원하는 시점에 삼켜도 돼.”

“상당히 좋은 물건이군요. 그럼 여러 개를 만들어 주실 수는 없습니까?”


소크테라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안타깝게도 주술사는 같은 주술을 연속으로 사용할 수가 없네. 2주라는 시간이 지난 후에야 다시 사용할 수 있지.”

“주술사들만의 규칙입니까?”

“맞네. 우리는 마법사나 사제들보다 할 수 있는 게 많고 폭도 크다 보니 그런 규칙을 정해놨지.”

“그것을 깰 생각은 당연히 없으시겠죠?”

“나에게 죽음에 가까운 위험이 닥치는 것이면 모를까···. 그러지 않는 이상은 그럴 생각은 전혀 없네.”

“아쉽군요.”


유리는 입맛을 다시며 손에 쥐고 있던 단검을 품속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내가 만든 반지는 아끼지 말고 쓰게나. 순전히 마나만을 없애주지 사기와 같은 기운은 없애지를 못하니 실수로라도 흑색의 반지를 먼저 쓰면 일이 꼬이게 될 거야.”

“알겠습니다. 뭐, 죽고 살아나면 되니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보다 어르신, 이 팔찌에 다른 주술을 넣으신 게 있습니까?”

“그런 건 없네만? 자네에게 도움을 줄 만한 주술은 아직 2주가 지나지 않아서 사용해줄 수가 없네. 솔직히 이제는 주술의 도움은 필요 없지 않은가.”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습니까.”

“그렇기야 하겠지. 부하가 일어나는 걸 신경 쓰지 않는다면 사용할 주술은 많이 있는데 어찌하겠는가?”

“저번에는 듣지를 못해서 그런데 부하가 일어나면 정확하게 어떻게 됩니까?”


소크테라는 은은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지금의 경지를 다 잃고 일반인이 되거나 정신이 나가버리거나 둘 중 하나네.”

“그러면 사양하겠습니다.”


유리는 남은 차를 들이켜고 몸을 풀며 배낭을 어깨에 걸쳤다.


“이제 출발할 건가?”

“예. 볼 일은 다 봤으니까요. 준비도 많이 해야 하니 서둘러 움직여야죠.”


소크테라는 문을 열고 나가는 유리를 앞까지 배웅했다.


“이제 나나 꼬맹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게 없다는 건 잘 알고 있겠지. 남은 시간 동안 자네가 확실히 준비해야 끝을 낼 수 있어.”

“몇 번이고 시간을 돌리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앞으로 실행할 계획에 차질은 없을 겁니다. 게다가 죽으면서 수정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 그 점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

“그럼 걱정은 덜겠구먼. 안심이 돼.”


그리고 작은 나무등을 유리에게 건넸다.


“이 숲에서 빛이 꺼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네. 단, 밖으로 나가면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게 불태워주게.”

“역시 주술 때문이겠죠?”


또 품에서 유리병 하나를 꺼네더니 그에게 건넸다.


“인간들의 머리에 이 지식이 들어가면 안 되니까. 위의 분들도 그렇게 되는 건 원치 않으실 테고. 참고로 유리병 안에 든 액체는 공기와 만나면 불이 붙을 걸세, 이 숲에서도 불을 일으킬 거야.”

“알겠습니다. 그리고 지금 시간이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있을까요?”

“자네가 낮에 숲으로 들어오지 않았나. 시간이 꽤 지나서 1시간 반 정도 기다리면 오늘이 지날걸세.”


유리는 그에게 고개를 숙이고 숲으로 몸을 날렸다.

중간마다 방향을 잃지 않기 위해 나침반을 확인하며 이동했다.


‘여기에는 모습을 가려주는 주술이 없나 보군.’


소크테라의 집을 나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라이칸 몇 마리가 쫓아오는 것을 느꼈다.

발이 붙잡히지 않게 기운을 더 끌어 올려 속도를 높였다.

라이칸들은 잘 따라오는 듯했으나 거리가 좁혀지지 않고 점점 멀어지자 포기하고 고개를 돌렸다.

유리는 그래도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오히려 점점 속도를 높였다.


‘이 정도 속도면 10분 정도 남았나.’


그뤄어!


앞에서 오우거의 울음소리가 들려왔으나 검을 꺼내지도 않았다.

그저 나침반으로 방향을 확인하며 앞으로 달리기만 했다.

둘의 거리가 점차 가까워졌고 그것의 거리에 들어간 건지 오우거가 세차게 팔을 휘둘렀다.

하지만 가볍게 피해내며 빠르게 지나쳤다.


‘피로가 다 사라져서 그런지 몸이 가벼워. 마나도 더 빨리 회전하는 거 같고.’


마지막으로 그에게 덤벼드는 리자드맨들을 피하고 숲의 출구에 도착했다.

하지만 더 나아가지 않고 갑자기 땅을 파기 시작했다.


‘불태운다고 하더라도 확실히 해야겠지.’


땅을 어느 정도 판 뒤 나무등을 부수고 구덩이에 집어 던졌다.

그리고 가방에서 유리병을 꺼내곤 뚜껑을 열어 내용물을 구덩이에 붓고 빈 병도 집어 던졌다.

액체는 불을 피우며 순식간에 나무등을 태워 나갔다.

유리는 타기를 기다리며 고개를 돌려 영지를 바라봤다.


‘지금 시간엔 마구간도 문을 닫았으니 시간을 좀 기다려야겠어.’


등이 다 타자 퍼냈던 흙으로 다시 땅을 메꾸고 숲을 벗어나 영지로 향했다.

영지와 거리가 가까워지며 백작과 간부들이 그의 기운을 느낄 수도 있기에 모든 기운을 완전히 가라앉혔다.


‘일상이고 분위기에 흘러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르신이 아닌 이상 숲에서 불을 피울 수 없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었어.’


어느새 문 앞에 도착한 건너편에서 말소리가 들려오자 발소리를 죽이고 문 가까이 귀를 가져갔다.


“마수가 숲 밖으로 나왔다던가 하는 일은 없었나?”


‘하필 선배야.’


“그렇습니다.”

“이 근처에 수상한 인물이 다가온 적은?”

“그것도 없었습니다.”

“알겠다. 곧 있으면 넘치는 시기가 다가오니 무슨 일이 생기면 빠르게 보고를 올리도록.”

“알겠습니다.”


유리는 점점 멀어지는 발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조금 더 기다렸다.

소리가 완전히 사라져도 조금 더 기다린 뒤 문을 두드렸다.

눈높이에 있던 나무판이 열리며 한 쌍의 눈이 나타났다.


“뭐야?”


경비병이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통행증을 그에게 건넸다.

확인이 끝나자 열린 문을 통해 영지로 들어가며 통행증을 돌려받았다.


“내가 숲에 다녀왔다는 것을 그 누구에게도 알리지 마라. 이를 어길 시 너와 너의 가족들에게 벌이 내려질 거다.”

“아, 알겠습니다!”


유리는 그의 경례를 뒤로하고 빠르게 상가로 움직였다.

도착한 뒤로는 여관을 방문해 방을 잡고 안으로 들어가 로브와 함께 짐을 풀었다.

그리고 침대에 누웠다.


‘상인들보다 빨리 움직여야 해.’


휴식을 취하며 내일이 오기를 기다렸다.


***


아직 동이 트지는 않았으나 하늘은 어슴푸레 밝아져 갔다.

유리는 서둘러 로브를 두르고 짐을 챙긴 뒤 여관을 나와 곧장 마구간으로 향했다.

마구간에 도착한 그는 우선 마부에게 돈 자루부터 쥐여줬다.


“거스름돈은 필요 없으니 여기서 제일 좋은 놈으로 주십쇼. 어서.”


마부는 유리의 다급함에 서둘러 말을 가져왔다.

유리는 곧장 말에 올라타고 영지의 입구로 향했다.

하지만 조금 늦었던 것인지 입구에는 이미 몇몇 상인들과 용병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른 곳보다는 적긴 하지만 그래도 시간을 뺏기는 건 좀 그래.’


유리는 차례를 기다리는 그들 옆으로 말을 몰며 지나갔다.

상인과 용병들이 이상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으나 무시하고 중간에 끼어들었다.


“너 지금 뭐.”


경비병이 말을 다 꺼내기도 전에 그의 손에 백작의 보증서를 쥐여줬다.

맨 아래 백작의 인장을 확인한 그는 재빨리 유리를 향해 경례했다.


“내가 움직였다는 것을 백작님을 포함해 그 누구에게도 알리지 마라.”

“알겠습니다.”


고삐를 강하게 흔들며 빠르게 영지를 벗어났다.

길목을 빠르게 달리는 말에 상인과 용병들이 소리를 쳤으나 무시하고 앞으로 나아갔다.

한참을 이동한 뒤 그는 왼쪽 손목의 팔찌를 내려다봤다.


‘황도를 가리키고 있는 걸 보면 아직 내려오지 않은 건가. 아니면 이미 내려와서 황도에 있을 수도 있어.’


유리는 고삐를 더욱 세차게 흔들었다.


‘제발 두 가지 상황 모두 다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해가 완전히 떠오르고 꽤 긴 시간을 쉬지 않고 달렸으나 말은 지치지 않았다.

그래서 유리도 멈추지 않고 나아갔다.


‘마부가 확실히 좋은 놈으로 주기는 했어.’


한참을 더 간 뒤에야 말이 숨을 헐떡여 위에서 내려온 뒤 고삐를 잡고 천천히 끌었다.

그리고 다시 팔찌를 확인했다.

여전히 황도만 가리킬 뿐 다른 방향을 가리키지 않았다.


‘아직 황도에 도착하려면 이틀 정도 남았으니 그 안에만 움직이면 돼.’


어느 정도 천천히 걷자 체력이 회복된 건지 말이 고르게 숨을 쉬었다.

유리는 안장을 한 번 손을 본 다음 말에 올라타고 고삐를 흔들었다.

말은 빠르게 앞으로 달려나갔다.


***


어느새 시간이 지나 해가 지려고 하고 있었다.

그래도 유리가 타고 있는 말은 빠르게 황도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올려 하늘을 바라봤다.


‘이제 조금만 더 지나면 노숙을 준비해야겠어.’


그렇게 몇 시간을 달려 해가 지고 날이 어두워져 말에서 내려왔다.

고삐를 나뭇가지에 묶어두고 자리를 잡고 누웠다.

시선은 팔찌를 향해 있었다.


‘팔찌에서 눈이 떨어지지를 않는군.’


하지만 이내 팔찌에서 눈을 떼고 편하게 자리를 잡은 뒤 눈을 감았다.

중간마다 눈을 뜨며 팔찌를 바라봤지만, 여전히 황도만 가리켰다.


‘드디어.’


한참이 지나고 다시 바라봤을 때 나뭇잎이 황도가 아닌 다른 곳도 가리켰다.

그래서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숲으로 몸을 날렸다.

아직 다른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 데도 모든 기운과 기척 그리고 소리를 죽였다.

나뭇가지도 밟지 않기 위해 땅을 확인하며 신중히 움직였다.


‘분명 아홉의 수행원들과 같이 다닌다고 했었지. 만약 그놈들에게서도 기운이 느껴진다면 수 십 번은 죽을 생각을 하고 전투를 해야겠지.’


유리는 나뭇잎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한참을 움직였다.


‘3시간 가까이 움직였는데도 뭐하나 느껴지는 게 없군.’


그는 발걸음을 멈추고 깊게 심호흡을 했다.


‘이까지 오기까지 3주? 아니지. 죽은 것까지 포함하면 100일이 가까운 시간이 걸렸는데 겨우 3시간으로 진정을 못 하는 거냐.’


심호흡을 할수록 그의 머리는 점점 차분해지고 가슴도 진정되어 갔다.

어느 정도 가라앉혀지자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묵묵히 그리고 부지런히 몇 시간을 더 움직였다.


‘찾았다.’


유리는 멀리서 10개의 기운을 느꼈다.

잠시 움직임을 멈춰 확실히 기운을 죽인 다음 다시 움직였다.

나뭇잎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걸어가니 그의 귀로 조금씩 여러 사람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조금 더 걸어가 말소리가 또렷이 들리기 시작하자 걸음을 멈추고 대화에 집중했다.


***


“단장님, 얼마 안 있으면 주술이 곧 시작되니 저희는 놔두시고 서둘러 움직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럼 유리 리버스는 어떻게 할 거냐? 너희가 그를 잡을 수 있을 거라고 보느냐?”

“겨우 한 명입니다. 저희 아홉이면 어떻게든 되지 않겠습니까?”

“어이가 없군.”


단장은 허탈한 웃음소리를 냈다.


“실전 경험이 0에 가까운 너희들이 이길 거라는 생각이 머리에 떠오르지는 않는데 말이야?”

“저희를 과소평가하시는 겁니까, 그를 과대평가하시는 겁니까?”

“둘 다 아니다. 객관적으로 전력을 분석해서 그리 나오는 거다. 그는 대륙 최강이라 불리는 기사단에서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실전 경험을 했다. 그런데 너희들은 어떻지?”

“단장님의 밑에서 배운 게 있지 않습니까. 단장님만큼은 아닐지라도 저희도 상당한 경지를 쌓았습니다. 어떻게든 될 겁니다.”


바위에 앉아있던 단장이 몸을 일으켰다.


“죽어도 살아나는 그 능력은 어떻게 하려고.”

“저희가 계속 발을 묶어두면 폐하께서 무난히 주술을 완성하시지 않겠습니까.”

“아서라. 너희들은 군말하지 않고 폐하의 곁으로 가라. 그 사내는 내 손으로 끝낸다.”

“단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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