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가기가 너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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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심장
작품등록일 :
2020.11.27 13:52
최근연재일 :
2020.12.24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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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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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DUMMY

고블린을 잡아도 경험치가 들어오지는 않았다.


협회 측에서 무슨 조치를 취한 듯했다.


깔끔하게 목이 절단된 고블린을 뒤로 하고, 김 아이언 씨를 향해 뒤돌아봤다.


보셨습니까? 제가 이런 사람입니다.


성적이 좋으면 장학금이라도 주려나.


그런 생각을 하며 의기양양하게 아이언 씨를 쳐다봤지만, 아이언 씨는 무언가 신경 쓰이는 게 있는 듯 미간에 주름이 잡혀있었다.


뭐지···· 좋은 성적을 낸 교육생이 있다면 좋아해야 되는 게 아닌가.


지금까지의 나의 경험을 일부 담아낸 일격을 보고, 다른 교육생들도 자극받은 듯 열심히 고블린들을 난도질하고 있었다.


다들 손을 떨거나 소리를 지르고는 있었지만, 뒤로 물러서거나 눈앞에 있는 고블린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좋다, 저 정도면 어디 가서 쉽게 맞고 다니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나한테 시비를 건 뺀질이나 일부 교육생들은 지금까지 받은 스트레스를 고블린에게 풀고 있었다.


한참의 난도질 끝에 뺀질이를 시작으로 교육생들이 각자 주어진 고블린의 숨을 끊어 놓는 것에 성공했다.


너무 오래걸려서 하마터면 또 잘뻔했다. 휴대폰이 있었다면 앉아서 게임이라도 했을 텐데, 돈이 생기면 휴대폰부터 사야겠다.


교육생들이 피를 보고 아직 진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언 씨가 난입하였다.


"바로 다음과정으로 넘어가겠습니다."


그 말에 교육생들의 눈에는 ‘벌써?’ 라는 마음이 담겨있었지만, 우리 아이언 씨는 쿨하게 무시하고 안내를 이어갔다.


"일단 다음 과정으로 들어가기에 앞서서 현 단계까지 전원 통과 하신 것을 축하드리겠습니다."


-짝 짝


아이언 씨가 호응을 유도하자 교육생들이 따라서 박수를 쳤다.


"보통은 지금 과정에서 중도 포기자가 많이 나오지만, 흠··· 여러분들은 조금 다르군요."


그러면서 나를 살짝 쳐다봤다. 짧은 순간이지만 놓치지 않았다고, 김 아이언!


"이제 여러분들이 실전에 나가도 몬스터들에게 쉽게 동요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의 말에 주위 교육생들이 고개를 끄덕여 긍정한다.


"사실 던전에 보내기 위한 실습 교육은 이 정도만 해도 충분하다고 생각됩니다만, 헌터 일이 그렇게 간단하게 굴러가지 않습니다."


저건 빌런들을 말하는 걸 거다. 그건 좋은데····· 왜 이쪽을 보면서 그 얘기를 하는 거죠, 김강철 씨. 무언가 묘한 오해를 사고 있는 느낌이다.


"그렇습니다. 헌터들은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빌런들과의 전투도 대비해야만 합니다. 과거 빌런들과의 전쟁으로 조금 수그러들었지만, 언제 어디서 그들과 만날지는 모릅니다."


빌런들에게 엄청 시달렸던 것일까, 주위 몇몇 교육생들에게서는 미약하게 살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지금 시작할 대인전이 그런 만약의 상황을 더 잘 넘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간이 될 겁니다."


대인전이란 단어에 뺀질이를 포함한 몇몇 교육생들이 기뻐하는 것이 보였다.


교관 씨, 나 말고 저런 사람들을 노려봐야지. 쟤네 웃는 거 보라고. 레이저 나올 것 같은 눈으로 날 보지 말고!


"대인전 상대는 고블린을 처치한 순서대로 붙이겠습니다. 시작은 맨 뒷번호부터 시작합니다."


또 한참을 기다려야 된다. 그리고 고블린을 처치한 순서대로면···· 내 상대는 저 뺀질이잖아? 잘됐다. 뺀질이가 타고 온 차 타이어에 구멍이라도 뚫을까 생각했었는데, 이러면 더 효과적으로 혼내줄 수 있겠다.


뺀질이는 그런 내 마음도 못 알아보고, 내 옆으로 다가와 깐족대기 시작했다.


"····너가 나보다 고블린을 빨리 잡았다고? 고블린 다 죽어가는 거 잡아놓고 운도 졸라 좋네."


흠···· 뺀질이는 내가 고블린을 잡는 걸 못 봤나 보다. 죽어가기는커녕 갓 잡은 물고기 마냥 팔딱팔딱 거렸었는데.


"지금 차례이신 분들은 앞서 지급된 단검을 반납해주시고, 지급되는 방어구를 장비해 주신 뒤, 이쪽에 있는 대련용 무기를 골라 주세요."


아이언 씨가 단검을 회수하자 교육장의 벽이 열렸다. 벽 안에는 생각보다 많은 종류의 무기가 있었다. 대련용이라는 이름이 붙어있는 만큼 날이 서 있지는 않았다.


벽이 열리자 주변 교육생들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온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아서 그런 것 같다.


솔직히 저건 나도 감탄했다.


과학기술이 발달된 문명은 많이 봐왔다. 그런데 그런 종족들은 지구인들과는 생김새가 조금···· 많이 달랐다. 그런 친구들이 사용하는 기술들은 어렸을 적 눈을 빛내며 봤던 SF영화 속 인류의 미래라기보다는 주로 적으로 나오는 외계인들이 사용하는 기술 같아 마음이 두근두근하지는 않았다.


"다 고르셨으면 원 표시가 돼 있는 곳에 각자 서주시면 됩니다."


벌써 다 골랐나 보다.


한쪽은 대검 형태의 무기를 골랐고, 다른 한쪽은 한손검과 방패를 들었다.


자리에 서기 전에 대검을 고른 쪽에서 항의가 나왔다.


왜 두 개나 고르냐고 저건 반칙 아니냐고.


"목숨을 건 싸움에 반칙은 없습니다. 저는 무기를 하나만 고르라고 한 적은 없는 거로 기억합니다만."


아이언 씨 경험이 생각보다 많은 듯하다. 저렇게 도움이 될 만한 말만 해주고.


날카로운 눈초리에 항의했던 쪽은 순식간에 쭈그러들었다.


그래도 자신이 고른 무장을 바꾸지는 않았다.


커다란 무기가 멋있긴 하다. 로망은 존중해 줘야지.


"무기나 방어구에 관해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파손 시 배상해야 된다는 문구에 겁먹으시는 교육생들이 있는데, 가격이 조금 비···· 흠,흠 교육생들의 수준으로는 부서지지 않을 겁니다."


지금 비싸다고 말하려다 입 닫은거 맞지? 헌터 업계도 비리가 낭낭하게 깔려있나보다. 어떻게 훈련생들이 쓰는 물건을 속여파냐.


"제한시간은 5분입니다. 한쪽이 시합 포기 선언을 하시면 그 상태로 중지하겠습니다. 가지고 있는 특성은 돌발상황이 일어날 수 있으니 사용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승패는 아무런 상관없으니 마음껏 싸워주시길 바랍니다."


아이언 씨가 대전의 시작을 알리는 휘슬을 울리자 서로 마주 보고 있던 교육생들이 맞부딪혔다.


방패를 들고 있는 교육생이 시작하자마자 달려들었지만, 대검의 긴 리치에 막혀 저지당했다.


-팡


대검이 날은 없었지만, 무게는 충분히 무거웠던 듯 방패로 막은 손이 떨려오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보고 자신의 공격이 통했다는 것이 신이 난 듯 대검을 휘두르며 방패를 든 교육생 쪽으로 다가간다.


저걸, 왜 저렇게 쓰냐.


자신이 휠윈드라도 쓰는 기분이 든걸까 붕 붕 소리를 내며 휘두르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실상은 대검이 무게가 약간 있는 듯 휘두르는 속도도 보고 피할 수 있을 만큼 느리며, 방향도 노리는 곳을 향해 제대로 나아가지 않는다.


저건 방패를 든 쪽이 버티기만 하면 무난하게 이기겠군. 대검을 든 교육생이 휘두르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조금씩 검이 느려지는 것을 보면 나중에는 지쳐 검을 휘두르지도 못할 것이다.


라고 생각한 순간.


방패를 든 교육생 쪽이 뒤로 몰리는 것이 부담이 되었는지, 갑자기 돌발 행동을 하였다.


대검의 궤적을 피해 파고드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손에 들고 있던 한손검을 상대에게 던졌다.


물론 투척훈련을 따로 안 한 듯 대검을 휘두르는 쪽을 맞추지는 못했다.


갑작스럽게 검을 던진 것에 당황한 듯 대검을 든 교육생이 잠시 우물쭈물하는 것이 보였다.


그 틈을 노리기라도 한 듯 방패를 들고 달려나간다.


방패를 잡은 모양을 보면 막기보단 내려찍으려는 의도가 보였다.


하지만 방패를 들고 달려가던 교육생은 정신을 차리고 휘두른 대검에 몸을 맞아 벽 근처까지 날아갔다.


·····이래서 뉴비들 싸움이 젤 재밌다는 건가! 정말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싸움이었다.


날아간 쪽에서 포기 선언이 나오고 대련은 그렇게 종료되었다.


나름 흥미진진하다고 느낀 것인지 교육생들이 시끌벅적해졌다.


무슨 애냐고·····


쓰러진 훈련생을 향해 무표정의 아이언 씨가 가서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일으켜 세워준다.


아이언 씨가 무표정을 유지하고는 있었지만, 수준 나온 싸움에 사실 속으로 욕을 하지는 않았을까.


한번 대련이 진행되자, 물흐르듯 빠르게 대련이 이어서 진행됐다.


앞선 교육과정에서 고블린을 빨리 잡은 것이 마냥 정신력 차이는 아니란 듯, 대련수준이 조금 아주 조금 올라갔다.


그리고 마침내 뺀질이와 나의 차례가 다가왔다.


두 벌의 방어구를 계속 돌려쓴 탓인지, 앞서 사용한 교육생으로부터 방어구를 건네 받았을 때 진한 땀냄새에 표정이 절로 찌푸려졌다.


이거 안 입으면 안되냐는 뜻을 담아 교관님을 쳐다봤지만, 안 입으시면 진행을 할 수 없다는 말에 어쩔 수 없이 입게 되었다.


이번 교육생 중에 여성 교육생도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교관이랑 조금 길게 말다툼할만했다.


무기는 가볍게 봉을 골랐다. 어렸을 때 한 격투 게임에서 봉을 쓰는 캐릭터한테 맞을 때 얼마나 얄미웠던지.


뺀질이는 한손검 두 자루를 양손에 들고 있었다.


쌍수라···· 쓰기도 어려운 걸 골랐네.


나와 뺀질이가 자리에 서 준비를 끝내자, 나를 뜨겁게 쳐다보는 시선과 함께 시작을 알리는 휘슬소리가 들려왔다.


-삐이이익!


뺀질이가 입가에 미소를 그리며 내 앞으로 달려나왔다.


“하하하하하! 뭐냐, 쫄아서 움직이지도 못하는 거냐?”


오른손에 든 검을 내 머리 쪽으로 휘두른다.


턱, 소리와 함께 엄지손가락 두 개 정도의 두께를 가진 봉이 검의 날에 해당하는 부분을 막아낸다.


오른손을 뒤로 빼냄과 동시에 왼손에 있는 검을 목 쪽으로 휘두른다.


이번에도 나의 봉 끝에 가볍게 막힌다.


연속한 두 번의 공격이 막히자, 뺀질이도 무언가 상황이 이상함을 느낀 듯했다.


"뭐···뭐야! 어떻게 막은···"


"이제 할건 다했냐? 뺀질아 이제 나도 공격해도 되지?"


"뺀질이? 이 개새····"


목젖을 노려 찌른 일격에 뺀질이가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말을 이쁘게만 했어도 다른 교육생 수준에 맞춰서 해줬을 텐데.


-퍽 퍽 퍽 퍽 퍽


리듬감 있게 몸 구석구석을 때린다.


방어구를 이용해 공격을 막아내 보려고 하는 시도가 계속 보였지만, 봉은 뺀질이의 마음처럼 움직여주지 않았다.


"뭐···뭐야 저거 봉이 뱀처럼 움직여."


흠, 나름 좋은 표현이다. 우리 뉴비들 눈에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다.


"때리는 소리가 옛날 아이돌 노래 같지 않냐?"


1분 가량을 때리니 뉴비들 사이에서 내가 내고 있는 리듬의 원조 노래까지 맞추고 있었다.


뺀질이 몸을 봉을 이용해서 노래 안무까지 추게 만들었으니 맞출 수밖에 없나.


-퍽 퍽 퍽 퍽


"이··· 이제 그만···."


3분 가량을 맞고 있으니 이제 버티는 것에도 한계가 온 듯 백기를 들었다.


5분을 꽉 채워서 때리려고 했는데, 안무를 추게 하느라 항복선언을 막지 못했다.


아주 작은 소리였지만 놓치지 않은 김 아이언 씨는 방패를 들고 내 앞을 막아선다.


"이제, 그만둬 주시죠. 서로 무슨 관계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상대 쪽에서 포기하셨습니다."


나도 이제 화도 다 풀렸겠다. 그만두겠다는 뜻으로 봉을 내려놨다.


방어구까지 벗어 내려놓자, 뺀질이가 화를 풀겠다는 듯 나에게 달려들려고 했다.


물론, 아이언 씨의 눈빛 공격에 금방 멈췄지만.


"에이, 씨발!!"


들고 있던 무기도 던지고, 입고 있던 방어구를 던져 땅에 내려친다.


-쩌적


나름 튼튼하다고 말해줬던 갑옷은 땅과의 키스의 충격을 버티지 못하고 짧은 갑옷생을 마쳤다.


"교관님 저러면 저쪽이 물어줘야 되는 거 맞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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