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가기가 너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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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심장
작품등록일 :
2020.11.27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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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24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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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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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DUMMY

"예, 규정상 저분이 배상을 해야 됩니다만····. 저게 저렇게 쉽게 부서질 리가 없는데····."


맞다, 원래 뺀질이 수준으로는 저걸 던지든 힘껏 땅에 내려치든, 절대 부수지 못한다.


그게 가능했던 이유는 방어구의 나의 마나를 조금 주입해놨기 때문이다.


원래는 방어구를 내려놓을 때 마나를 팽창 시켜 뺀질이가 부주의로 파손시킨 것처럼 몰아가려 했으나, 뺀질이는 내 상상 이상으로 성질이 더러웠다.


덕분에 이렇게 자연스러운 상황이 만들어졌다.


"지랄마! 조금 세게 내려쳤다고 부서질 리가 없잖아!"


위약금을 내기 싫은지 열심히 자기변론을 하고 있었다.


"교육생님, 그렇게 고집부리셔도 안됩니다."


이런 일은 처음인지 아이언 씨가 당황하고 있었다.


"저 새끼, 표정 보라고! 저 새끼가 여기다가 수작부린게 틀림없어!"


이대로가다가는 꼼짝없이 배상을 해야된다는 생각이 든 걸까, 나를 가리키며 책임을 뒤집어씌우려고 했다.


맞는 말이긴 했지만, 증거도 없이 백날 우겨봐라. 잘도 들어주겠다.


"하아····. 이제 실습 과정도 다 끝났으니 위로 올라가서 자격증을 받고 돌아가세요. 물론 방어구를 파손하신 교육생은 잠시 여기 남아주세요."


"저는 가도 되죠?"


여기서 발목 잡혀 시간을 버리긴 싫다.


"물론입니다. 교육생의 공격이 방어구에 맞지 않았다는 것은 저도 봤고, 여기 있는 CCTV에도 다 잡혔을 겁니다."


히히, 어쩌냐 뺀질아.


"너 이 새끼! 두고 봐. 내가 얼굴 기억해놨으니까! 내가 누군지 알아? 내가 바로 그····"


별로 궁금하지도 않은 자기소개를 하려 하길래 무시하고 나왔다.


이름을 알아도 넌 뺀질이야.


실습실을 나와 교육장 밖으로 나오니, 문 밖에서 스카우터를 만날 수 있었다.


나를 계속 기다렸다고?


"여기서 뭐 하세요."


"에? 다 끝나셨나요? 생각보다 조금 오래 걸리셨네요."


나를 기다린 게 맞을까 아니면 입에 침을 흘리면서까지 여기서 자고 있었던 것일까.


"저랑 대련한 뺀··· 교육생이 방어구를 부셔먹어서요. 걔가 이리저리 난리 피우다 보니 교관님이 바로 못 끝내셨습니다."


"그래서 인솔자가 같이 안 나오셨군요····· 잠깐만요, 방어구가 부서졌다고요?"


놀란 듯 스카우터의 목소리가 올라갔다.


"예."


"설마 이환 씨가 부숴버린 건가요?"


‘아니요’ 라고 말하려 했지만, 그녀가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내는 바람에 묻혀버렸다.


"방어구를 부수려면··· 높은 등급의 특성인가요? 아니면 높은 등급의 스킬? 어느 쪽인가요!"


플레이어의 능력에 관한 주제가 나오지 눈을 빛내며 질문해온다.


저런 행동을 보면 영락없는 스카우터인데····.


"둘 다 아닙니다. 애초에 제가 부셨다면 조금 더 늦게 나왔겠죠."


"그···그건! 그렇네요. 이제 막 각성해서 오신 걸 테니 방어구를 부시는 건 무리겠죠···."


"이제 더 물어보실 것도 없으면 자격증 받는 곳으로 가보겠습니다."


몸을 돌리려는 순간 이환의 앞의 있던 스카우터가 이환을 붙잡았다.


"죄송해요. 헌터에게 특성과 스킬을 물어보는 것은 암묵적으로 금지되어있거든요. 이것도 알려드렸어야 했는데···."


암묵적으로 금지되어 있다니 그러면 헌터들은 무엇을 보고 파티를 짠단 말인가?


"보통 파티는 구하려는 역할 군이 있다면, 그 역할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이 자진 지원하는 게 일반적이에요. 이것도 슬프지만 빌런의 영향이라고 할 수 있죠. 같은 파티였던 헌터에게 앙심을 품고 능력에 맞춰 공격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거든요.”


5년 동안 빌런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짓을 하고 다닌 걸까.


헌터 관련 이야기가 나오면 항상 빌런도 같이 나온다.


"이러다가 밤새워버리겠네요. 자격증이나 받으러 가죠."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었다.


"어디 가요. 그쪽 아니에요."


이놈의 협회는 왜 이렇게 길이 복잡한지.



*



스카우터의 길 안내 덕분에 편하게 자격증을 받을 수 있었다.


"이제 집에 가서 푹 쉬세요. 대련하느라 몸에 멍도 많이 생겼을 것 같은데."


"저는 다친 곳이 없는데요."


"모두가 다 처음에는 그렇게 말하죠. 어차피 오늘 나온 자격증을 들고 가봤자. 던전 입구에서 막힐걸요. 봐요. 자격증에 날짜가 괜히 적혀있는게 아니에요."


하은혜가 자신의 자격증을 보여준다.


정말 적혀있네. 나의 것도 같은 형식으로 돼 있었다.


이러면 오늘도 던전에 가기는 글렀네.


"진짜 어디 돌아다니지 말고 푹 쉬세요! 나중에 궁금한 게 생기면 제가 드린 명함에 있는 번호로 연락하시면 돼요! 길드에 관심이 생겼을 때도 연락해 주시고요! 가다가 갑작스럽게 생기는 던전 조심하세요!"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해주길래, 따라서 손을 흔들어 줬다.


뒷말이 신경쓰이네. 갑작스럽게 생기는 던전이라.


일단 집은 가야 하니까 택시를 잡았다.


택시에 탄 뒤 녹화해놨던 기억을 뒤져 관련 정보를 알 수 있었다.


급성 던전이라····. 이거라면 몰래 들어갈 수 있겠는걸.


재미없는 기억을 뒤지는 사이 지금 묵고 있는 집으로 순식간에 도착했다.


"자격증 따고 왔다. 현우야 바쁘냐."


"파티장님 오셨어요? 다친 곳은 없으신가요?"


"걱정할 걸 걱정해야지. 빨리 나갈 준비 해라."


"제가 자격증 딸 때 멍이 많이 들었어서··· 그런데 나가다니 어딜요?"


"던전가야지 너 키워달라면서.”


"오늘은 가도 파티장님이 거절당하실 텐데요···?"


얘도 이건 알고 있네. 강의 때 알려준 건가?


"맞다. 오늘은 평범한 던전에 가도 거절당하겠지."


"그런데 어떻게···?”


"급성 던전. 거기로 갈 거다.”


"예? 급성 던전이요? 급성 던전이 왜 급성 던전이라 불리는데요. 난이도도 알 수 없고, 생긴 지 얼마 안돼서 던전 브레이크를 일으키는 위험한 던전이잖아요!"


"그래, 그거. 근처에 좀만 있으면 생겨날 거야. 그러니까 빨리 옷 챙겨입어라."


현우는 무언가 할 말이 더 있는 모양이었지만, 이환의 짜증과 귀찮음이 섞인 말에 더 말을 이어나갈 수 없었다.


"준비 다 했어요!"


····?


의문 가득한 이환의 표정에 현우가 다시 한번 말했다.


"이게 다 준비한 게 맞아요.”


어제 고기 먹었을 때와 같은 옷차림을 하고 있는 현우였다. 손에 들고 있는 검만 없었다면 놀러 가는 사람으로 착각했을 것이다.


"너 방어구는 없냐···.”


"아, 그게 이 검을 사느라 초반 자금을 전부 써버렸어요····.”


“얼마나 들었는데.”


“500만 원이요! 원래는 650인데 할인받아서 싸게 샀어요!”


‘저 잘했죠?‘ 라는 표정으로 해맑게 말했다.


"그 검 좀 줘봐.”


받아든 검은 기계가 만든 것처럼 보였다.


이렇게 영혼 없는 검은 아무리 재료가 좋아도 제 성능을 다하지 못한다.


"쓰레기네."


"쓰레기라뇨? 다른 가게들도 다 이런 식으로 파는데요?"


"현우야, 너는 헌터에 대해 관심이 많지."


"물론이죠! 관련 뉴스도 꼬박꼬박 챙겨보고 있고요. 또 집에 B급 헌터 사인도 몇 개 있다고요. A급 헌터 사인은 받지 못했지만요···.”


질문을 하니 눈을 빛내며 헌터 관련 이야기를 쏟아낸다. 이러다가 또 다른 주제로 새버리겠네.


"그러면 최상위권 헌터들이 사용하는 무기에 대해서도 알고 있어?."


"물론이죠! 저번에 고깃집에서 본 헌터들 무기 이름까지 외우고 있다구요? 그 레이드의 파티장이었던·····"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런 최상위권 헌터들이 쓰는 무기가 너가 산 무기처럼 공장에서 찍어낸 무기라고 생각해?”


이환의 질문에 현우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아뇨. 몬스터를 잡고 얻은 무기나 주문 제작으로 만든 무기를 썼어요."


잘 알고 있어서 다행이다. 설명할 게 줄었는걸.


"왜 그러는지 설명해주마. 사람이 무기를 만들 때는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마음이 그 무기에 담겨. 주위에 있는 마나가 마음에 영향을 받아 무기에 깃든다고. 그런데 너가 산 것처럼 기계로 만든 무기에는 그런 일이 전혀 일어나지 않아."


"그러면 무슨 차이가 있는 거예요?"


"최상위 몬스터들에게 총이나 미사일 같은 무기류가 잘 통하지 않지? 그것도 마나가 깃들지 않아서 그래. 몬스터들도 날아오는 총알을 보고 무슨 생각이 들겠냐.”


"어···· 막아야 한다?"


"그렇지. 그런 몬스터의 의지가 주변에 마나를 움직이는 거야. 아무튼 기계로 만든 무기는 마나가 담기는 효율도 좋지 않고, 성능도 같은 재료로 대장장이가 만든 것보다 구려."


"그럼 어떻게 하죠···."


500만 원이 아까운 것일까 상당히 다운된 모습이었다.


"지금은 괜찮아. 네 수준에 맞는 몬스터들은 그 검으로도 충분하니까. 장비 보는 눈을 기르라는 뜻에서 말한 거니 너무 담아두지는 마."


"그렇군요! 그런데 더 안 걸어도 되나요?"


장비 고르는 방법의 설명과 함께 걷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까지 와있었다.


사람이 잘 지나지 않는 골목길.


여기서 모지리의 힘이 느껴졌다.


꽤나 여러 곳에서 비슷한 힘을 느꼈지만, 이곳만이 유달리 불안정했다.


'실제로 급성 던전을 본 것은 아니지만, 이게 급성 던전이 아니면 뭐겠어.'


아니면 조금 뻘쭘할 것 같다. 다 아는 척하고 데려왔는데 아무일도 안 일어나면 그것만큼 부끄러운 일은 없을 것이다.


다행히도 얼마 지나지 않아서 징조가 일어났다.


허공에 소리 없이 균열이 생기기 시작하더니 유리창이 깨지는 것처럼 공간이 무너져내린 것이다.


무너져내린 공간은 마치 소용돌이처럼 요동치고 있었다.


비슷하게 생긴 것을 꼽자면 게임에 흔히 나오는 포탈이라고 할까.


던전이 모습을 드러내며 주위에 강렬한 바람을 일으켰다.


세게부는 바람이였지만, 시원하지도 따뜻하지도 않았다.


"이···이게 던전이 생기는 과정이구나."


옆에서 있던 현우가 부는 바람 때문에 눈을 찡그리며 감탄했다.


머지않아서 불어오는 바람은 멈췄다.


던전이 제대로 공간에 달라붙은 모양이다.


"이제 들어가도 되겠네. 파티는 이미 맺었으니 따라와라."


말을 끝맺자마자 던전 속으로 몸을 던지는 이환.


던전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풍경은 초록빛으로 가득한 들판이었다.


생각보다 아름다운 풍경에 감탄하고 있으니 현우가 따라 들어왔다.


"파티장님은 무기 안 들으셔도 괜찮겠어요?"


"어, 그리고 거기서 한 걸음이라도 앞으로 나가면 세이프존을 벗어나니 조심해라."


세이프존.


몬스터가 인식하지도 공격하지도 않는 안전구역이다.


아직 인류는 이런 구역이 어째서 존재하는지 알지는 못하는 모양이었다.


실상은 공간과 공간이 연결되면서 이도 저도 아닌 잉여 부분이 생긴 것뿐이지만.


이런 공간에 머무르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행동이지만, 시스템이 커버해주고 있었으므로 괜찮을 수 있는 거다.


그런 세이프존을 나와 10미터쯤을 나아 갔을까 던전에 있는 몬스터가 우리를 반겨주었다.


-크릉!


아무것도 없는 장소에서 늑대의 소리와 함께 무엇인가가 달려들었다.


"파티장님! 이게 무슨 소리죠?"


-깨갱!


이환이 주먹을 허공을 향해 내지른 것처럼 보였으나, 무엇인가가 그의 주먹을 맞고 소리를 내며 날아갔다.


"이건, 카모 울프다. 주위의 있는 마나를 이용해서 투명해지는 녀석들이지."


"투명해진다고요? 그럼 너무 위험하지 않을까요?"


-낑! 낑! 깨갱!


"얘네는 투명해지는 것말곤 다이어 울프랑 다를게 없어. 늑대 특유의 냄새도 나고 대놓고 소리도 내고 다니는데."


-끼잉 끼이잉


이게 은근슬쩍 어딜 도망가려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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