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프롤로그
(실존 인물, 단체, 사건등과는 무관한 창작물입니다)
나의 시작과 뿌리를 나는 알지 못한다. 어느 날 홀연히 나를 나로써 인식하게 되었을 뿐.
오랫동안 나는 홀로 존재하였다.
나에게서 떨어져나간 가지와 잎사귀가 뭉쳐 단단한 대지(大地)를 만들고,
나에게서 흩어진 들숨과 날숨 사이 수증기가 모여 바다를 이룬 건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였다.
그리고도 또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작고 하찮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중에는 인간이라 불리는 것들도 있었다.
인간들은 내게로 와 절을 하고,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다.
길고 지루한 예식으로 그들은 내게 길흉화복을 묻고 청하였다.
천제(天帝)가 그것을 시기해 내게 물었다.
“나는 어디에나 존재하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존재니라.
그런데 어찌 해 인간들은 내가 아닌 네게로 와 고개를 숙이는 것이냐?”
나는 답을 하지 않았다.
천제는 그 신성한 이마 위로 깊은 주름을 잡으며 다시 물었다.
“나는 이해할 수가 없다.
너는 무엇 하나 하는 것이 없는데, 보아라. 심지어 말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지 않느냐?
그런데 어찌해 지상의 인간들은 너의 존재를 느끼고, 너의 능력을 추호도 의심치 아니하며,
하물며 너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마다하지 않으니 그 연유를 알 수가 없다.
무엇이냐? 비솔나무여, 답을 하라!”
나는 답을 하지 않았다.
그에 천제가 노(怒)하여, 세상 위로 벼락이 치고 폭풍우가 휘몰아쳤다.
바다가 몸을 뒤집고 산이 폭발하니, 땅과 바다 속 생명 가진 모든 것들이 몸을 움츠리고, 두려움에 사지를 떨었다.
인간들은 내게로 몰려와 살려달라 울부짖으며 미쳐갔다.
언제나 그러했던 것처럼 나는 침묵하였다. 나는 나를 나로써 의식하며 그저 존재할 뿐이니.
-작자 미상. 통일 신라 시대 설화집 고수이전(古殊異傳) 中에서.
- 작가의말
시작입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재밌게 쓰겠습니다.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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