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그녀들의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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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제희
작품등록일 :
2020.11.27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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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24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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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25 0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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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97. 스텝 바이 스텝

DUMMY

"맛있기는 한데요."


빵을 먹던 연아의 표정이 점점 굳어간다.


"왜? 무슨 문제 있어?"


지후가 걱정스럽게 묻는다.

그런 그의 눈을 연아가 똑바로 쳐다본다.


"식어서 그런지 딱딱해요."


"아, 그런 얘기였어?"


다행이다.

빵 맛이 이상한 게 아니구나.


"이게 수지랑 혜민이가 사 왔다는 빵인가요?"


"그 외에도 많이 있었어."


"흐응~. 그 외의 빵은 대부분 수지 뱃속에 들어갔다는 거네요."


"···뭐, 그렇지."


지후는 어깨를 으쓱거린다.

연아의 예상이 맞았다.

사 온 빵 대부분은 수지가 먹어 치웠다.

미련이 있는 건 아니다.

전부 수지의 사비로 산 거니까.


"참,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지후는 서둘러 일어난다.


"혜민이 안무곡 작업하시게요?"


"응, 내일 녹음하려면 오늘 중으로는 작업 준비를 마쳐야 해."


그렇게 말한 지후는 작업실로 들어가 버린다.


"하아···."


연아는 한숨을 내쉰다.

그리고 테이블 위에 있는 도시락통에 시선을 보낸다.

기껏 준비해왔는데, 지후는 아까 빵으로 점심은 해결됐다고 했다.


"내 과제도 못 보여줬네."


연아는 가방에서 꺼낸 노트를 아쉽다는 시선으로 내려다본다.

어제 지후의 지시로 만든 멜로디다.

평가와 피드백을 받을 생각이었는데···.


"할 수 없지."


연아는 어깨를 으쓱거린다.

그냥 과제나 더 해야지.

그때, 스마트폰이 울리는 소리가 들린다.


"응? 어디서 나는 거지?"


익숙지 않은 멜로디인 걸 봐서는 지후의 것이다.

한참을 두리번거린 끝에 책상 위에 있던 스마트폰을 찾아낸다.

화면에는 정태식이라는 이름이 떴다.


"사장님."


스마트폰을 들고 작업실에 있는 지후를 부른다.

하지만 헤드셋을 끼고 열심히 악보를 끄적이는 모습에 계속 부를 수가 없었다.

그 와중에도 전화는 계속 울려댄다.


"급한 일이라도 있나?"


잠시 고민한 연아는 통화 버튼을 누른다.


"여보세요."


『···어?』


태식의 목소리에서 놀라움이 느껴진다.

한참 침묵이 이어진다.

아니, 멀리서 뭐라고 하는 소리가 들린다


『문지후 폰이 맞는데?』


그 한마디에 연아는 모든 걸 이해한다.

지후의 폰을 여자가 받았다는 사실에 태식이 충격을 받았다는 것.

그건 여태껏 지후에게 가까운 여자가 없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왠지 기분이 좋아진다.


"프리마 스텔라의 조연아예요."


그래도 계속 이러고 있을 수만은 없다.

태식이 용건이 있어서 전화했을 거란 생각에 연아는 자신을 밝힌다.


『아~. 연아 씨였어?』


그제야 태식이 알아차린다.

어째 안도한 것처럼 들리는 건 착각인가?


『문지후는 뭐하고?』


"지금 작곡 작업 중이세요. 내일 녹음에 들어가야 해서, 오늘 밤샐 기세시던데요."


『정말? 그거 내가 의뢰한 곡이야?』


태식의 목소리가 밝아진다.

그런 그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게 미안해질 정도다.


"아뇨, 그 전에 들어온 의뢰 건이에요."


의뢰가 아닌, 혜민의 생일선물이다.

굳이 그 사실을 말할 필요는 없겠다 싶어, 대충 둘러댄다.


『아, 그래···?』


바로 알 수 있을 정도로 실망감이 느껴진다.


"안무곡이 그렇게 급한 건가요?"


『아니, 그런 건 아니야. 문지후가 곡을 만드는 게 빠른 편이라, 한 곡 완성됐으면 다른 곡도 의뢰하려고 했거든.』


그 말에 연아는 골치가 아파진다.

이미 두 곡이나 의뢰하고서 또 부탁한다고?


"실례인 줄 알면서도 여쭤보는 건데요. 다른 작곡가들에게도 의뢰하지 않으셨어요?"


『했지. 했는데···.』


태식의 목소리가 끊긴다.

이걸 말해도 되나?

그런 망설임이 느껴진다.


『기한이 촉박해서 그런지, 거절하는 사람이 좀 있더라고.』


작곡 의뢰를 한다고 해서 백이면 백, 의뢰를 받아주는 건 아니다.

거절당할 수도 있다.

당연한 일인 건 안다.

하지만 짧은 일정에 거절당하면, 태식의 마음이 조급해졌다.


『문지후는 뭐랄까, 최후의 보루라고 할까?』


"저희 사장님 쪽에서는 엄청 골치 아플 거 같은데요?"


듣다 보니, 욱하고 치밀어 오른다.

지후를 무슨 보험을 생각하고 있는 건가?


『아, 응. 역시 그렇게 말하면 기분 나쁘겠지.』


태식도 자신이 말실수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만큼 문지후 능력을 믿는다는 거니까, 괜한 오해는 하지 말았으면 해.』


"알아요."


딱히 태식을 나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지후에게 좀 의존하는 부분이 있기는 하다.

그래도 기본적으로 좋은 사람이라는 걸 연아도 알고 있다.


"이런 말이 위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요."


연아가 화제를 바꾼다.


"두 번째로 의뢰하신 곡의 멜로디는 제가 만들고 있어요."


『연아 씨가!?』


태식은 무척 놀라는 눈치다.


"정식으로 하는 건 아니고요. 작곡 연습 겸이라고 할까? 아무튼 완성한 멜로디를 사장님께서 평가해주세요."


첫 번째 의뢰곡 때도 그랬다.

연아가 스무 개도 넘게 멜로디를 만들었지만, 전부 퇴짜맞았다.


"그 정도면 아마 사장님께서 생각해두신 게 있을 거라 생각해요."


그러니까 지금은 믿고 기다려줬으면 좋겠다.

연아는 그렇게 말을 덧붙인다.


『그렇단 말이지?』


연아의 말에 납득한 걸까?

태식의 목소리는 차분하다.


『알았어. 그럼 나중에라도 말 좀 전해줄래?』


"뭐라고 전할까요?"


『괜찮으면 한 곡만 더 맡아달라고 해줘.』


끝까지 포기를 모르네.

연아는 한숨이 나오려는 걸 꾹 참는다.


"네, 꼭 말씀드릴게요."


『부탁해.』


그렇게 태식과의 통화를 마친다.


"후우···."


심호흡을 한 연아는 다시 작업실로 시선을 돌린다.

여전히 지후는 작곡에만 몰두한 상태다.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던 연아는 다시 응접실 소파로 향한다.


"조금이라도 부담을 덜어줘야지."


그러고는 노트를 편다.

두 번째 안무곡만큼은 꼭 성과를 내야지.

그렇게 마음을 굳힌 연아는 노트에 뭔가 끄적이기 시작한다.




"완성이다~!"


악보가 완성되자, 지후는 헤드셋을 벗고 양팔을 높게 들어 올린다.

그러다가 비명을 지른다.


"끄아아!"


오랜 시간 작업한 탓에 몸이 굳은 걸까?

몸 여기저기가 쑤신다.


"몇 시지?"


옷 주머니를 뒤져보지만, 스마트폰은 나오지 않는다.

사무실 책상에 두고 왔나?

일어나서 사무실로 나간다.


"응?"


테이블 쪽을 본 지후는 눈을 깜빡인다.

거기에는 테이블에 코를 박기 직전의 연아가 있었다.


"여, 연아야?"


지후가 부르지만, 연아는 전혀 고개를 들지 않는다.

그러기는커녕, 들고 있는 펜이 빠르게 움직인다.


"불러도 되나?"


저 모습을 보고 있자니, 방해하는 게 미안해진다.

그런데 마냥 내버려두기도 뭐 하다.


"왜 내 스마트폰이 저기 있지?"


연아의 노트 옆에 자신의 스마트폰이 떡 하니 놓여있다.

분명 다른 곳에 둔 거 같은데?

한참을 망설이던 지후는 연아에게 다가간다.


"연아야."


어깨에 손을 얹고 부른다.

그러자 연아의 몸이 흠칫한다.


"네, 넷!?"


연아가 황급하게 고개를 든다.

많이 놀란 모양이라, 엄청 미안해진다.


"미안해. 스마트폰이 여기 있어서."


지후가 스마트폰을 집어든다.

그 모습을 본 연아가 잠시 멍하니 바라본다.

그러다가 뭔가 생각난 듯이 말한다.


"아, 맞다. 아까 친구분, 안무단 단장님께서 전화하셨더라고요."


"태식이한테?"


지후는 서둘러 스마트폰을 확인해본다.

통화 기록을 확인해보니, 태식이 전화한 건 맞다.

하지만 그 전화를 받은 걸로 되어 있다.


"혹시 네가 대신 전화 받은 거야?"


"아, 네. 혹시 중요한 용건인가 싶어서요."


연아는 목을 움츠린다.

혹시 지후가 화내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그랬구나. 고마워."


지후는 싱긋 웃으면서 감사 인사를 전한다.

다행히 화난 거 같지 않아, 연아도 안심한다.


"8시가 넘었네? 배 안 고파?"


스마트폰을 보니, 밤 8시 반에 가까워진다.

자신은 원래 작곡에 매진하면 식욕도 잊을 정도라 괜찮다.

하지만 연아는 괜찮은 걸까?


"어···."


연아는 자신의 배 위에 손을 얹는다.


"배가 고픈···가?"


"왜 의문형인데?"


기가 막혀서 쓴웃음이 나온다.


"지금 도시락 먹자."


맞은편에 앉아, 도시락통 뚜껑을 연다.

반찬을 테이블 위에 펼치고, 자신과 연아 몫의 밥을 나눈다.

좀 식기는 했지만, 그래도 맛있다.


"그런데 태식이가 뭐래?"


식사하던 지후가 묻는다.


"어, 그게요."


연아는 입 안에 있던 걸 서둘러 삼킨다.


"여유가 있으면 한 곡 더 맡아달라고 하시던데요."


"하아···."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지후가 한숨을 내쉰다.


"그 녀석은 왜 매번 나한테 일감을 몰아주나 몰라."


"그분 말씀으로는 사장님이 최후의 보루라고 하시더라고요."


"나 참."


지후는 기가 막힌 지, 코웃음 친다.


"매번 일 맡길 사람이 없으면 나한테 넘기지."


그러면서도 진지한 얼굴로 생각에 잠긴다.


"받아주시려고요?"


연아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인다.


"모른 척할 수는 없으니까."


"그러실 줄 알았어요."


연아는 어깨를 으쓱거린다.

사람 좋은 지후가 절친의 의뢰를 거절하기 만무했다.


"혜민이 안무곡은요?"


"완성했어."


지후가 자신만만하게 웃어 보인다.

그래도 완성한 건 멜로디 뿐이다.

편곡 작업은 식사를 마치고 할 생각이다.


"들어볼래?"


"다 먹고요."


아무리 바빠도 식사는 마쳐야 한다.

그렇게 말한 연아는 뭔가 생각났는지, 노트를 건넨다.


"그 전에 제가 만든 멜로디 확인해주세요."


"밥 먹고 해도 될까?"


"상관없지만, 늦어져도 전 몰라요."


"으으···."


연아의 반격에 한 방 먹었다.

지후는 어깨를 움츠리면서 노트를 받아든다.


"흐으음~♬"


연아가 만든 멜로디를 흥얼거린다.

그렇게 모든 멜로디를 확인하다가, 마지막에서 반응이 달라진다.


"이건 괜찮네."


"정말요?"


연아의 눈이 커진다.

여태껏 지후에게 만든 멜로디를 평가받았지만, 한 번도 통과한 적이 없었다.

괜찮다는 말도 지금이 처음이다.


"조금만 고치면 되겠어."


지후의 확언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겨우 인정받았다.

이걸로 조금은 그에게 가까워졌을까?


"이걸로 안무곡을 만들어도 되지?"


"물론이죠!"


기쁨을 감추지 못한 탓에 목소리가 커진다.

그 기분을 이해한 지후도 미소 짓는다.


"물론 태식이한테는 편곡한 걸 주겠지만, 작곡비는 제대로 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


"도, 돈은 필요 없어요."


연아가 손을 내젓는다.


"돈 벌려고 한 것도 아닌걸요."


"연아야."


지후가 빈 통을 내려놓는다.

그리고 진지한 얼굴로 연아를 바라본다.

그 모습에 갑자기 심장이 세차게 뛴다.


"아무리 그래도, 공짜로 해준다는 말은 하면 안 돼."


하지만 지후의 입에서 나온 건 훈계였다.


"아, 네···."


실망감에 어깨가 축 처진다.

듣고 싶었던 건 그런 말이 아니었는데.


"그건 사장님께 맡길게요. 그래도 편곡하신 몫은 꼭 빼셔야 해요."


"알았어."


지후는 쓴웃음을 감추지 못한다.

혹시라도 의뢰비를 전부 연아에게 넘겨줄까 봐 걱정한 건가?

그런 식으로 얘기를 하면서 식사를 마친다.


"이제 혜민이 안무곡을 들려주세요."


도시락통을 정리한 연아가 말을 꺼낸다.


"좋아."


지후는 연아를 데리고 작업실 안으로 들어선다.

그리고 키보드 앞에 앉는다.


"들어 봐."


그렇게 말한 지후는 건반 위에 손을 얹는다.

심호흡하고는 천천히 연주를 시작한다.

키보드를 통해 흘러나오는 멜로디를 들은 연아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우와···."


상당히 빠른 리듬에 음 하나하나에 자신감과 당당함이 느껴진다.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는다.

그러니 왕자도 필요 없다.

혼자서 정상에 서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어때?"


연주를 마친 지후가 감상을 묻는다.


"최고예요!"


연아가 흥분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이거라면 혜민이 마음에도 들 거예요."


"그럴까?"


그 말에 지후도 안도의 미소를 짓는다.


"이걸 제대로 악기 연주로 녹음할 거죠? 어떤 악기로 하실 생각이세요?"


"음···."


지후는 잠시 생각에 잠긴다.

그러다가 씩 웃는다.


"비밀이야."


"그게 뭐예요!?"


여기까지 와서 비밀이라고?

도저히 납득이 안 된다.


"알려주세요."


양팔로 지후의 목을 감싼다.


"뭐, 뭐 하는 거야!?"


당황한 지후가 팔을 떼어내려 한다.

그러자 연아는 팔에 더욱 힘을 넣는다.


"빨리 말씀해달라고요!"


"수, 숨 막혀!'


이러다가 질식하겠다!

팔을 떼어놓으려는 지후와 그럴수록 더욱 옥죄는 연아.

한동안 두 사람의 실랑이는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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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 205. 촬영 장소 물색하기 21.06.05 55 2 12쪽
204 204, 새로운 웹예능 기획 21.06.04 47 2 12쪽
203 203. 새로운 시작을 위한 준비 21.06.03 44 2 12쪽
202 202. 최고의 생일선물 21.06.01 36 2 13쪽
201 201. 이미지 체인지 21.05.31 30 2 13쪽
200 200. 알면서도 속아주기 21.05.30 42 2 12쪽
199 199. 연속적 트러블 21.05.27 57 2 13쪽
198 198. 생일파티 준비 21.05.26 37 2 12쪽
» 197. 스텝 바이 스텝 21.05.25 36 2 12쪽
196 196. 혜민의 또 다른 목표 21.05.24 40 2 12쪽
195 195. 혜민에게는 극비비밀 21.05.22 36 2 11쪽
194 194. 신데렐라 콤플렉스의 원인 21.05.21 30 2 12쪽
193 193. 신데렐라 콤플렉스 거부론 21.05.20 37 2 12쪽
192 192. 선물을 위한 밑준비 21.05.19 32 2 11쪽
191 191. 도시락 소란 21.05.17 40 2 14쪽
190 190. 집안일 촬영하기 21.05.16 71 2 12쪽
189 189. 흥정과 감상회 21.05.15 59 2 11쪽
188 188. 오전 집안일 21.05.14 40 2 11쪽
187 187. 집안일 계획 21.05.13 35 2 11쪽
186 186. 바쁜 일정이 정해지다 21.05.12 40 2 13쪽
185 185. 새로운 관심사 21.05.11 72 2 12쪽
184 184. 선물 결정하기 21.05.10 69 2 12쪽
183 183. 잊고 있었던 중요한 날 21.05.09 79 3 12쪽
182 182. 새로운 도전을 결심하다 21.05.08 74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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