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온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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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원(省元)
작품등록일 :
2020.11.28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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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1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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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2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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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83화 -을지문덕과의 밀담.

DUMMY

혜자는 외전의 궁문 근처에 느닷없이 나타나 갈 길을 막고 호궤한 청년을 유심히 바라보며 물었다.



“을지문덕이라, 일어나시지요. 헌데 비사성 도사라면.. 강철상 도사가 아닙니까. 그 분의 가신이 대체 왜 여기에 와 있단 말이지요?”


“서부의 고추가께서 서거하시어 조문 목적으로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헌데 청년의 부탁이 뭐기에 한낱 승려인 제게 청을 하셨는지요?”


“어.. 음.. 그것이.. 마침 궁전에서 나오는 분이 스님이시기에.. 도움을 드린다면 왠지 그냥 지나치지 않으실 듯해서..”



대답을 어눌하게 하는 을지문덕의 태도에 혜자 주변의 시위들이 경계하며 대꾸했다.



“근자에 수상한 자들이 자주 출몰하거늘, 을지문덕인가 하는 네놈도 심히 수상해 보이는구나.”


“예?! 수상하다니요. 전 수상한 자가 아닙니다.”



혜자의 시위들이 경계하자 을지문덕 주변의 사내들도 거들기 시작했다.



“우린 강철상 도사의 아드님께서 보낸 가신들이오. 이 영패를 보고 나면 우릴 의심할 순 없을 것이오.”



영패를 확인한 혜자의 시위들이 곧 경계심을 누그러뜨리자 혜자가 말을 이었다.



“헌데 우리는 맡은 임무가 있어서 길을 떠나야 하는데 부탁이라는 게 뭔지 우선 들어 보겠습니다.”


“꼭 찾고 싶은 분이 있습니다. 온달이라는 속특인을 찾고 있습니다.”


“온달이라고요?”


“그렇습니다. 스님.”



혜자 자신도 온달이라는 속특인을 만나러 가는 것이었는데 처음 보는 사내가 온달이라는 이름을 꺼낸 것에 놀랄 따름이었다.



“어찌 그분을 찾는지는 모르겠지만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협조를 해주셔야겠습니다.”



혜자가 한 시위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곧 외전으로 들어간 뒤, 군사들을 끌고 나왔다.


군사들이 을지문덕과 강이식의 가신들을 포위하자 을지문덕이 당황해하기 시작했다.



“스, 스님! 어찌..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저희는 수상한 자들이 아닙니다.”


“해하지 않을 것이니 염려 마세요. 군사들을 따라가시면 따로 대화를 나눌 분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훗날 또 뵙겠습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혜자가 합장한 후, 고개를 끄덕이자 군사들이 을지문덕 일행을 어느 장소로 이동시키기 시작했다.



“우리는 마저 가던 길을 가도록 합시다.”



혜자는 시위들과 함께 말머리를 돌려 안학궁성의 남문으로 향했다.


군사들은 을지문덕 일행을 중리부로 이끌고 있었다.



***



중리부에 들어온 을지문덕 일행은 곧 한 여성을 만날 수 있었다.


중리부와는 어울리지 않을 법한 미모의 여성이었으나 정체가 불분명해 보이는 느낌이었다.


여성의 등장에 군사들이 그녀를 향해 묵례하며 보고했다.


“중리대형. 이자들이 혜자 승려가 출궁하는 길을 막고 한 속특인을 찾는다 하여 데리고 왔습니다.”


“속특인을 찾는다고? 이름이 무엇이냐?”



외모와 다르게 날카로워진 여성의 목소리에 놀란 을지문덕이었으나 또박또박 대답했다.



“저는 비사성의 성주 강철상 도사의 아드님이신 강이식 도련님의 가신인 을지문덕이라고 합니다.”



을지문덕에 이어 사내들이 호궤하며 예를 표했다.



“을지문덕? 그대가?”



언젠가 이방인이 을지문덕이라는 소년에 대해서 이야기한 적이 있었는데 제 발로 나타난 청년이 을지문덕이라고 하니 의아스러울 따름이었다.



“을지문덕이라면 과거 비사성에서 난리를 떨었다고 들었다만 사실이냐?"


"아.. 예.. 그렇습니다."


"헌제 비사성에 있어야 할 자가 어찌 이 성으로 발걸음을 했단 말이냐?”


“예. 서부의 고추가께서 서거하셔서 도사를 따라 조문객으로 온 참이었는데 수상한 일을 겪는 바람에..”


“수상한 일? 일단 이 자들의 몸을 수색해라.”



유수의 명령에 군사들이 을지문덕 일행의 몸을 샅샅이 수색했으나 비수 따위는 나오지 않았다.



“이 자와 둘이 대화를 나눌 것이니 가신들을 모시고 대기토록 하라.”


“예, 중리대형.”



을지문덕을 제외한 사내들이 모두 자리에서 물러나자 유수는 을지문덕에게 말을 이었다.


“속특인을 찾는다고 하였는데? 계속 말해보아라.”


“예. 온달형을 찾고 있습니다.”


“온달형이라고 하는 것을 보니 그분께서 말씀하신 자가 맞는 듯하구나. 네가 아는 온달에 대해서 아는 대로 말해보아라.”



을지문덕은 함께 지냈던 온달에 대해서 길게 썰을 풀었다. 이야기를 들을수록 이상한 말을 잘 쓰는 이방인과 온달을 확실하게 아는 듯 보였다.



“언젠가 온달님도 네 이야기를 해주셨다. 고려에 아주 중요한 인물이라고 하셨다.”



한참을 온달에 대해 이야기하던 을지문덕은 큰 인물이 될 거라는 유수의 말에 갑작스레 눈물이 핑 돌았다.



“온달형이 늘 제게 그렇게 말씀해주셨는데.. 너무 보고 싶습니다..”


“걱정하지 마라. 온달님은 잘 지내고 계시다.”


“..도성에 계시지 않는 것입니까?”


“도성이 될 곳에 계시다. 원래 지내던 마을이 한족 불한당들에게 습격당한 후 거처를 옮겼다.”


“혹시.. 한족 불한당이라면 정하시 상단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정하시라는 말에 놀란 유수의 표정을 확인한 을지문덕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사실 온달형을 찾고 싶다는 것 말고도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비사성 도사와 함께 서부 고추가의 빈소를 조문했을 때, 그곳에서 차남이 어떤 사내들과 모의하는 것을 얼핏 확인했습니다.”


“모의라고?”


“예. 자세한 것은 확실히는 모르나 제가 분명히 들은 것은 개기지와 온달, 그리고 그년이라고 강조하는 욕이었습니다.”


“개기지라면... 호권의 마을에 있던 사내였는데..”



초점 잃은 시선의 유수는 마방간에서 마주했던 개기지라는 사내의 모습을 상기시키고 있었다.



“개기지라는 자를 아십니까?”


“온달님의 동료의 마을에 있던 사내다. 정하시 일당으로 의심되는 놈들이 마을을 습격했을 때 이미 달아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 자가 어찌 해준종에게..”


“그리고 그년이라고 강조하던 어떤 여자를 치워야 한다는 것 같았습니다. 그 여자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개기지라는 자를 활용해서 그 여자를 어떻게 하려는 듯 보였습니다.”



을지문덕의 말에 유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동부에 패배한 서부가 뭔 꿍꿍이를 또 꾸미려고 하는 것 같구나.”


“헌데 그 자가 온달형의 동료였습니까?”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어쨌든 정말 귀한 정보를 가져다주었구나. 을지문덕이라고 했지?”


“예.”


“너도 비사성에서 열심히 훈련하여 국중대회에 참가하도록 해라. 온달님이 말씀하신 거라면 정말 큰 재목이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안 그래도 반드시 조의선인이 돼서 온달형을 만나기로 약속했습니다. 온달형이 말하기를 전 고려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 될 거라고 했습니다.”


“그랬으면 좋겠구나. 강철상 도사께선 먼저 복귀했느냐?”


“예. 강이식 도련님과 함께 먼저 비사성으로 떠나셨는데 온달형을 찾아보라며 가신들을 붙여주셨습니다.”


“당장 떠나지 않아도 되는 것이라면 잠시 도성에 있거라. 강철상 도사께는 따로 서신을 보낼 것이다. 네가 그토록 찾는 온달님도 만나야겠지.”


“저, 정말입니까?”


“그래. 아주 중요한 정보를 말해주었거니와 앞으로 도움을 받아야 할 것이 있을 것이다. 헌데 다른 가족들도 비사성에 있는 것이냐?”


“아닙니다. 가족들은 정하시의 노예 상단에게 모두 죽임을 당했습니다. 남은 유일한 가족은 온달형과 강이식 도련님입니다.”


“알았다. 곧 만나게 해줄 것이니 가신들과 지낼 거처를 마련해주도록 하겠다. 당분간은 가신들과 함께 도성에서 지내라. 때가 되면 비사성으로 복귀시킬 것이다.”


“감사합니다. 중리대형. 정말 감사합니다.”



수년 만에 다시 온달을 만날 수 있게 된 현실에 감격한 을지문덕은 자리에 엎드려서 유수에게 절을 했다.



‘가족이 정하시에게 몰살당했다니.. 그래서 온달님을 더 찾고 싶어 하는 사내였구나. 온달님이 말씀하셨던 그대로다.’



을지문덕에게서 수상한 음모를 들은 유수는 어떻게 대적해야 할지 중리의 군사들과 함께 한참을 고민한 후 을지문덕이 말했던 상황을 평원왕에게 보고했다.


긴 시간동안 유수의 말을 듣던 평원왕은 갑자기 그녀의 말을 끊고는 일갈했다.



“뭐라!? 유수. 그게 정녕 네 의중이냐!?”



갑작스런 호통에 호궤해 있던 유수는 곧 자리에 엎드리며 말을 이었다.



“예. 폐하. 행여 신이 죽는 한이 있더라도 그렇게 해야만 하옵니다. 그래야 적들의 의중 또한 파악할 수 있을 것이옵니다.”


“만에 하나 너마저 잃으면 이제야 울음을 그치기 시작한 공주는 어쩌고!? 지금도 짐을 보위하는 인재 하나하나가 소중하거늘 어찌 그런 생각을 한 것이냐!?”


“폐하. 공주님께서는 분명 잘 이겨내길 것이옵니다. 너무 심려치 마시옵소서. 하물며 온달님께서도 여러모로 준비하고 있지 않사옵니까.”


“자칫 잘못하다간 개죽음만 당할지도 모르는 것이다!”


“적들의 의중을 제 한 목숨으로 파악할 수 있다면 결코 헛된 것은 아닐 것이옵니다.”


"후우.."



평원왕 고양성은 유수의 말에 이마에 손을 얹고 고개를 숙이며 한참 동안 말을 잇지 않았다.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폐하. 과거 온달님께서 말씀하셨던 재목을 만나보았사옵니다. 그 청년이 진정 고려를 위한 재목이라는 것이 확인된다면 중리부로 등용시켜 황실과 나라를 위해 쓰시옵소서.”


“그건 또 무슨 말이냐? 그 자는 누구를 말하는 것이냐?”


“을지문덕이라는 청년이옵니다.”


“을지문덕?”


“예. 태왕 폐하. 폐하께서 국중대회의 규모를 확장시키셨으니 황실을 위한 인재들이 줄을 설 것이옵니다. 그 을지문덕 또한 조의선인이 된다면 필히 등용하시옵소서.”



궁궐 입구에서 을지문덕을 유수에게 보낸 것은 혜자였다.


혜자가 괜히 중리부로 그를 보낸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유수는 을지문덕이 온달을 도와 북제에서 탈출했던 상황을 곱씹어보더라도 보통 사내는 아니라고 여기고 있었다.



***



한편 혜자는 평강공주의 서신을 가지고 장안성터의 내성으로 향했다.


의연이 아닌 새로운 젊은 승려가 찾아오자 맞이했던 으리가 의아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새로 오신 스님이신가요?”


“그렇습니다. 온달님은 어디 계시는지요?”


“사내아이들과 훈련을 하고 있는데.. 따라오세요.”



으리의 안내에 따라 곧 온달을 만난 혜자는 합장하며 묵례했다.



“혜자라고 합니다. 의연 스님께서 북제로 가 계신지라 당분간은 공주님의 명으로 제가 기별을 드릴 것입니다. 제 앞에 계신 분이 온달님이신지요?”



온달은 그저 갑자기 혜자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젊은 스님이었으나 의연과는 다른 무게감과 함께 인자한 인상이 느껴지는 승려였다.



“공주님께오서 어찌나 불상을 애지중지하시던지 온달님 덕분에 공주님께서 안정을 되찾아가고 계십니다. 그리고 불상의 만듦새를 보니 탄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 공주님께서..”」


“여기 공주님께서 보내신 서신입니다.”



혜자는 평강공주가 보낸 서신이 담긴 얇은 목통을 온달에게 건넸다. 다짜고짜 공주의 서신을 받은 온달의 얼굴이 붉게 상기되자 혜자가 말을 이었다.



“아 그리고 오기 전에 어느 청년을 만났습니다만, 혹시 을지문덕이라는 자를 아십니까?”


「“을지문덕? 그대가 을지문덕을 어찌 알지?”」



온달이 기쁨과 놀람의 표정을 짓자 혜자는 다행스럽다는 듯 말을 이어나갔다.



“이곳에 오기 전에 도성에서 을지문덕이라는 자와 우연히 마주하게 되었는데 온달님을 찾으셨습니다.”


「“헌데 왜 을지문덕과 함께 오지 않았지?”」


“다른 사연도 있는 것 같아서 중리로 보냈는데 아마도 그 사내는 중리대형과 면담을 했을 것입니다. 곧 만나게 될 테니 기다려보시지요. 그리고 공주님께서 온달님의 안부를 물으셨습니다. 무탈하시니 다행입니다.”



을지문덕이라는 말에 온달의 표정이 환해지자 궁금해진 으리가 물었다.



“오라버니. 을지문덕이 누구예요?”


「“음.. 이방인 말로는 고려에서 가장 중요한 장군이 될 사람이라고 했는데 비사성에 있어야할 을지문덕이 도성에 와있다니..”」


“음.. 을지문덕이 그렇게 대단한 사내예요?”


「“이방인이 그랬어. 이 나라에서 전무후무한 장수가 될 거라고. 으리도 곧 볼 수 있겠다.”」



온달과 으리의 대화를 듣던 혜자 역시 그렇게 느꼈었다.


그리고 일전에 본 을지문덕의 모습뿐 아니라 앞에 있는 온달에게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고 있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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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이야기에 대해서.. +6 21.01.25 662 0 -
223 221화 - 대모달 온달. +2 22.08.11 127 5 14쪽
222 220화 - 수풀들의 공격. +1 22.08.05 74 4 16쪽
221 219화 - 적목성(赤木城)으로. +4 22.08.04 85 4 15쪽
220 218화 - 대대로의 능욕. +4 22.07.23 79 4 15쪽
219 217화 - 적들을 물리치는 아내. +2 22.07.19 63 3 12쪽
218 216화 - 염탐. +2 22.07.15 58 3 14쪽
217 215화 - 아내와 남쪽으로. +2 22.07.11 71 3 15쪽
216 214화 - 강국과의 거래. +4 22.07.08 61 3 13쪽
215 213화 - 혼혈임을 이용하는 온달. +4 22.07.04 70 3 17쪽
214 212화 - 맹세. +4 22.06.29 84 3 15쪽
213 211화 - 담판. +2 22.06.27 76 3 14쪽
212 210화 - 출산. +4 22.06.21 102 3 14쪽
211 209화 - 온달의 무기. +4 22.06.14 73 3 13쪽
210 208화 - 부정적인 소문. +2 22.06.08 73 3 13쪽
209 207화 - 남하를 위한 준비. +2 22.06.07 72 3 13쪽
208 206화 - 오열. +2 22.06.02 81 3 14쪽
207 205화 - 떠나는 사람들. +2 22.05.30 79 2 12쪽
206 204화 - 도망자들. +2 22.05.26 67 2 14쪽
205 203 화 -무너진 상단. +2 22.05.24 79 2 13쪽
204 202화 - 신라땅에서의 습격. +2 22.05.21 77 2 12쪽
203 201화 - 발각. +2 22.05.18 75 3 16쪽
202 200화 - 회임 소식. +2 22.05.14 88 3 16쪽
201 199화 - 처리해야할 자. +2 22.05.11 83 3 13쪽
200 198화 - 남은 이들을 위한 목표. +2 22.05.07 98 3 13쪽
199 197화 - 충격에서 충격으로. +2 22.05.04 83 2 13쪽
198 196화 - 넋 잃은 온달. +2 22.05.03 71 3 14쪽
197 195화 - 용서를 구하는 부녀. +2 22.04.27 83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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