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온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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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원(省元)
작품등록일 :
2020.11.28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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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1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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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06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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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화 - 낭군감 온달.

DUMMY

「”뭐야? 이방인. 이 여자가 누구이기에 보자마자 껴안은 거야?“」


『”은진이가 여기로 왔어. 맙소사.. 너까지 여길 오다니..“』


”으, 은진? 저, 저기..“



느닷없이 자신을 보자마자 껴안은 이 사내가 지저분한 몰골 때문에 온달인지 아닌지 확실히 알 수는 없었으나 직감으로는 온달일 거로 생각한 공주였다.


공주를 껴안은 사내가 온달인지 불분명한 상황이었기에 을지문덕 역시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수십 명의 부하들이 사내에게 활시위를 당겼을 때, 마침 소리를 지르며 달려오는 수수리의 목소리를 확인한 을지문덕이 조준 중이던 부하들을 막았다.



”아무도 쏘지 마라!“


“소형(小兄). 공주님께 위해를 가할지도 모르는..”


“괜찮다. 온달님의 벗인 분이시다. 잠자코 지켜본다.”



을지문덕이 사방을 살피며 수신호로 부하들을 제지하자 곧 활시위를 당겼던 부하들이 활을 거두었다.



“헉헉! 주몽! 그새끼 진짜 잘 튀네.. 어.. 웬 여자들이지.. 너희는 누구냐!?”



수수리가 온달에게 검을 겨누고 있는 표영을 향해 호통을 치자 표영도 흥분하며 대꾸했다.



“내가 할 소리다! 이놈들! 감히 공.. 아니 아가씨를!”


“아가씨라니! 주몽! 그 여자 누군데 껴안고 있는 거야?”


“이놈! 어서 떨어지지 못할까!”



표영이 온달의 옆구리를 가격하자 활을 들고 공주를 껴안던 온달이 활을 놓치며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으윽!”』」


“표, 표영! 때릴 것까진 없잖아!?”



표영은 주저앉은 온달의 목에 검을 들이댔고 당황한 수수리 역시 수리검을 꺼내 들었다.



“이 계집이 감히 우리 주몽을 때려!?”


“움직이면 이 자의 목을 벨 것이다!”



날카로운 칼날이 목덜미에 다가왔다.



『“아윽, 숨 막혀.. 얜 뭔데 다짜고짜 때리는 거야..”』


「“너야 말로 다짜고짜 왜 이 여자애를 껴안은 건데.. 으윽..”」


『“은진이랑 닮아서.. 은진이인 줄 알았어..”』


「“그 여자가 왜 여길 와!? 으으.. 근데 이 여자가 혹시..“」



혼자 구시렁대는 온달의 모습을 바라보던 공주는 상기된 얼굴로 입술을 꼭 다물고 있었다.



‘이 자가 분명 온달이가 맞을 거야. 종종 혼잣말을 해대서 바보 같던 사내라고 했었는데..’



옆구리를 부여잡으며 주저앉은 온달을 바라보던 공주 고담현은 곧 손가락으로 하트모양의 제스처를 보이며 물었다.



“그대에게 질문 하나 할 것이다. 이게 무엇을 뜻하는지 아느냐? 모른다면 이 자리에서 목이 떨어질 것이다.”


「“으으. 내가 껴안은 것도 아닌데 껴안은 것 가지고 목을 치려 하다니.. 그대가 공주라도 되는 거요?”」


“뭐, 뭐라고? 어떻게..”


「“그거.. 하트라고 하는 거요.. 됐소!?”』


“하, 하트.. 맞아! 이게 뭘 의미하는지도 아느냐?”


「“소중한 거라고 했소.”」


“역시.. 그대가 온달이구나. 내 말이 틀림이 없느냐?”



온달은 찡그린 얼굴로 공주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표영. 칼 거둬. 드디어 찾았어.”


“이, 이 자가 정말 온달님인 것입니까..?”



고통이 어느 정도 가시자 자리에서 일어난 온달은 공주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혹시,. 그대가 고려의 공주..”」


“쉿!”



공주라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려던 온달의 입을 손으로 막아선 공주는 작게 속삭였다.



“쉿.. 내가 공주라는 걸 주변 사람들이 알면 여러모로 곤란해질 테니 당장은 말해선 안 돼.”



온달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맙소사.. 얘가 공주라니.. 어떻게 은진이랑 이렇게 닮을 수가..”』


「“오실 줄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뵙게 될 줄 몰랐습니다.”」


“내가 올 줄 알고 있었다고!?”


「“예. 제 마음이 종종 예언을 하는지라..”』


“마음이 예언하다니..”


「“헌데 어떻게 여기까지 알고 오셨습니까?”」


“경당에서 광찬이라는 자가 이 부근 산에 있을 거라고 해서 으리와 어머님을 뵙고 찾던 도중이었는데 마침 발견한 것이다. 옆에 있는 그대는 이름이 무엇인가?”



온달이 갑작스레 비단옷을 입은 낭자에게 말을 높이자 언젠가 공주가 찾아올 거라고 얘기했던 상황이 지금이라고 여긴 수수리는 곧 그녀에게 넙죽 엎드렸다.



“고, 공주님을 뵈옵니다.”


“어떻게 내가 올 줄 이미 알고 있는 거지? 수, 수수리! 앞으로 공주라고 부르면 가만두지 않겠다.”


“예? 허면 어떻게 불러드려야..”


“아가씨라는 호칭이면 된다.”


“예.. 아가씨.”



곧 근방에서 기선과 윤춘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온달이를 만나게 되면 둘이서 만날 줄 알았건만 이렇게 주변에 사람이 많았다니..”



곧 기선과 윤춘이 땀을 비 오듯 흘리며 활을 든 채 달려왔다.



“주몽! 근육을 위한 단백질이 이쯤 어디에.. 어라?! 이 분들은 누구신지..”


“힘겹게 사냥한 멧돼지는 안중에도 없게 만드는 이 상황은 대체..! 이 아름다우신 낭자들은 누구십니까!?”



탄탄한 근육의 두 청년은 온달의 앞에 있는 두 여성을 보고 당황해했다.



「“하아.. 심각하게 알 필요는 없다. 앞으로 아가씨라는 호칭으로 깍듯이 모시면 돼.”」



처음 보는 두 여성이 온달과 함께 있는 모습에 기선이 먼저 호궤하며 예를 올렸다.



“기선이라고 합니다. 아가씨. 옆에 계신 미녀 분께도 인사 올립니다.”


“미, 미녀라니..”



당황한 표영에게 미남형 청년이 호궤하자 늘 한발 늦는 승군(僧軍) 같은 사내 역시 덩달아 호궤했다.



“유, 윤춘입니다. 아가씨.”


「“아주 중요한 분들이니까 민폐 끼치지 말고 조심히 행동해. 알겠지?”」


“예!”



온달과의 만남을 기대했던 공주 고담현은 온달의 주변에 이렇게 사람들이 많을 줄 생각지 못했다.



「“이제 멧돼지 옮길 거야. 수레 가지고와서 실어."」


“옛!”



낯선 여성들이 등장하자 기선과 윤춘은 평소보다 더 빠릿빠릿하게 행동했다.


기선이 멧돼지 다리를 묶고 있는 동안 윤춘은 갖가지 무기들이 실린 수레를 끌고 와 잡은 멧돼지를 실었다.


무기가 실린 수레를 바라보던 고담현이 온달에게 물었다.



“전쟁터라도 나갈 건가..? 이 돼지는 어떻게 할 것이냐?”


「“고기는 일부는 저희가 먹고 대부분은 경당으로 가져가서 아이들을 먹일 겁니다. 비계는 기름을 내서 비누로 만들 것입니다. 아가씨.”」


“비누라!? 부왕께서 좋아하시는 비누를 더 만드는 것이냐?”



부왕이라는 말에 표영과 온달이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고담현을 바라보자 난감해진 그녀는 멋쩍게 웃으며 말을 돌렸다.



“흠흠, 지인 중에 이름이 부왕이라는 자가 있다. 그 분이 비누를 아주 좋아하시지..”


「“그, 그러셨군요.”」


“그나저나 온달, 나도 비누 만드는 것이 궁금한데 알려줄 수 있을까?”


「“거처로 돌아가면 알려드리겠습니다.”」



떨어뜨렸던 활을 어깨에 멘 온달은 전과의 태도와는 다르게 빤히 공주를 쳐다보았다.



『‘정말 닮았네.. 되게 신기하다.’』


“뭘 그리 빤히 쳐다보는 것이냐? 부끄럽게..”


『“아.. 아니,. 그게 아는 사람이랑 너무 닮아서..”』


“아는 사람?”


『“응. 은진아..가 아니라. 너무 닮아서 말하기가 되게 어렵네..”』


“은진이? 그 자는 누구를 말하는 것이냐?”


『“흠.. 공,, 아니 아가씨. 죄송하지만 나중에 천천히 말씀드려도 될까요? 그리고 아가씨도 말을 더 편하게 하심이 좋을 것 같아요. 말투만 봐도 공주님 같은데..”』


“공주님 같다고? 음.. 알았어. 편하게 말할게.”


『“좋아요. 옆에 있는 분은 어떤 분이신지..?”』


“이 분의 시위 표영이오.”


「“이 아이가 유수의 빈자리를 메꾼 자로구나..”」


『“아.. 표영씨.. 손이 되게 맵던데요.. 하하.”』



표영은 대꾸 없이 힐끗 쳐다볼 뿐이었다.



『“공주와 비슷한 또래인 것 같은데 되게 시크하구나. 얘도 유수씨처럼 미인이네.. 공주의 시녀들은 전부 외모를 보고 뽑나..”』


“뭘 혼자서 그렇게 꿍얼대는 것이오!?”


『“하하. 미안해요. 혼잣말이 많은 사내라서 적응 좀 하셔야 합니다. 두 분.”』



날이 어두워지자 수수리는 다수의 기다란 막대에 횃불을 이어 붙였다. 보통 횃불보다 길이가 긴 횃불이 궁금해진 고담현이 수수리에게 물었다.



“어째서 이렇게 긴 막대에 횃불을 붙였지?”


“짐승들은 불을 무서워하니 이렇게 길게 횃불을 만들면 밤길을 다니는데 더 멀리 볼 수 있고 급할 땐 창처럼 쓸 수도 있으니 짐승들을 물리치는 데도 좋습니다.”


“그렇구나. 어.. 이게 무슨 소리지?”


산길을 이동하는 도중에 맹수의 그르렁대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피 냄새를 맡았나보다. 늑대인 것 같은데..”」


『“호랑이만 아니면 돼. 그나저나 오늘 운 좋네. 수수리, 기선, 윤춘 준비해.”』


“오케이.”


“예. 주몽!”



맹수의 울음소리에 당황하던 두 여성과는 다르게 온달일행의 사내들은 오히려 반기는 태도를 보였다.


곧 온달 일행들은 수레에 실린 각종 보호구와 무기들로 무장하기 시작했다.



『“우리만 있는 게 아니라 보호해야 할 분들이 있으니 신중하게 움직이자. 아가씨와 표영씨는 우리가 놈을 상대할 동안 수풀 쪽으로 피하세요.”』


“표영씨라니..”


“온달..”



곧 일행 앞에 불빛에 눈이 반짝이는 큰 성체 늑대 한 마리가 나타났다. 늑대는 보통 무리지어 생활하는데 혼자인 것을 보니 떠돌이 늑대인 듯 보였다.



“마, 맙소사. 늑대가 나타났어.. 저렇게 크다니..”


“걱정 마십시오. 아가씨.”


「“다행이 한 마리인가 본데? 피 냄새에 배가 고팠던 모양이구나.”」


『“오케이. 늑대는 많이 잡아 봤으니까 하던 대로 하자.”』



마차에 실린 멧돼지의 피 냄새를 맡고 나타난 늑대의 모습에 고담현과 표영의 표정에 긴장감이 흘렀다.


힘겹게 찾은 온달 일행이 상처라도 입으면 어쩌나 걱정하고 있었으나 그녀들의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온달일행은 2인 1조로 익숙하게 늑대를 몰아 사냥하기 시작했다. 윤춘이 방어를 담당하면 나머지 셋이 도발과 공격을 번갈아 시도했다.


늑대는 온달일행들보다는 수레의 멧돼지만을 낚고자 했으나 네 명의 사내들은 빈 틈을 주지 않고 계속 공격을 시도했다.


큰 늑대가 곧 피를 흘리며 쓰러지자 수수리는 합장하고 묵례한 뒤 죽어가는 늑대의 멱에 창을 밀어 넣었다.



“휴우! 주몽, 이제 호랑이만 아니면 어지간한 짐승들은 다 손쉽게 잡는 거 같아. 이게 다 무기가 좋아서 그런 거 아니겠어? 하하.”


「“수고했어. 이방인. 덕분에 좋은 가죽도 생겼다.”」


『“그러게. 여성분들 덕분에 운이 좋았나? 어쨌든 고기도 생기고 가죽도 생겼으니 오늘 정말 좋은 걸? 윤춘이가 신나겠네? 하하.”』


“우우! 오늘도 득근입니까!? 하하!”


“고생하셨습니다. 주몽.”



순식간에 늑대 한 마리를 가지고 놀 듯 사냥한 온달 일행의 모습에 표영과 고담현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표영아. 봤어? 저 큰 늑대를 네 명에서 데리고 놀 듯 하다가 잡아버렸어. 어머나.. 세상에..”


“보통 사내가 아닌 것 같습니다. 아가씨..”


“응. 역시.. 여길 오길 잘했어. 이렇게 멋진 모습을 보게 될 줄이야. 그래. 정했어!”


“무엇을 말입니까?”


“저 큰 늑대를 강아지 데리고 놀 듯 한 용맹함이라니 오늘부터 내 낭군님으로 정했어!”


“예?”


“그러니까 앞으로 표영 너도 내 낭군님을 깍듯이 모시도록 해..”


“예. 공주님. 아니 아가씨..”



단순히 사냥을 잘해서는 아니었다. 그동안 온달에 대해 기대했던 감정이 늑대사냥으로 하여금 제대로 콩깍지가 쓰이기 시작한 공주였다.


그녀들 뿐 아니라 멀리서 이를 지켜보던 을지문덕과 부하들 역시 놀라는 건 마찬가지였다.



‘역시 온달형이구나. 하하. 이렇게 금방 사냥이 끝날 줄이야. 놈이 이쪽으로 오면 곤란했을 텐데..’



배가 고파 느릅나무 껍질을 구하기 위해 산길을 나섰던 가난한 설화 속 온달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그저 짐승사냥으로 얻은 단백질로 근육을 증가시켰던 네 명의 사내가 평강공주를 맞이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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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이야기에서 나오는 역사 속 실존 인물들. (2021.06.18작성) 21.06.18 227 0 -
공지 이야기에 대해서.. +6 21.01.25 662 0 -
223 221화 - 대모달 온달. +2 22.08.11 127 5 14쪽
222 220화 - 수풀들의 공격. +1 22.08.05 74 4 16쪽
221 219화 - 적목성(赤木城)으로. +4 22.08.04 85 4 15쪽
220 218화 - 대대로의 능욕. +4 22.07.23 79 4 15쪽
219 217화 - 적들을 물리치는 아내. +2 22.07.19 63 3 12쪽
218 216화 - 염탐. +2 22.07.15 58 3 14쪽
217 215화 - 아내와 남쪽으로. +2 22.07.11 71 3 15쪽
216 214화 - 강국과의 거래. +4 22.07.08 61 3 13쪽
215 213화 - 혼혈임을 이용하는 온달. +4 22.07.04 70 3 17쪽
214 212화 - 맹세. +4 22.06.29 84 3 15쪽
213 211화 - 담판. +2 22.06.27 76 3 14쪽
212 210화 - 출산. +4 22.06.21 102 3 14쪽
211 209화 - 온달의 무기. +4 22.06.14 73 3 13쪽
210 208화 - 부정적인 소문. +2 22.06.08 73 3 13쪽
209 207화 - 남하를 위한 준비. +2 22.06.07 72 3 13쪽
208 206화 - 오열. +2 22.06.02 81 3 14쪽
207 205화 - 떠나는 사람들. +2 22.05.30 79 2 12쪽
206 204화 - 도망자들. +2 22.05.26 67 2 14쪽
205 203 화 -무너진 상단. +2 22.05.24 79 2 13쪽
204 202화 - 신라땅에서의 습격. +2 22.05.21 77 2 12쪽
203 201화 - 발각. +2 22.05.18 75 3 16쪽
202 200화 - 회임 소식. +2 22.05.14 88 3 16쪽
201 199화 - 처리해야할 자. +2 22.05.11 83 3 13쪽
200 198화 - 남은 이들을 위한 목표. +2 22.05.07 98 3 13쪽
199 197화 - 충격에서 충격으로. +2 22.05.04 83 2 13쪽
198 196화 - 넋 잃은 온달. +2 22.05.03 71 3 14쪽
197 195화 - 용서를 구하는 부녀. +2 22.04.27 83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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