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온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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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원(省元)
작품등록일 :
2020.11.28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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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1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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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17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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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화 - 의외의 모습.

DUMMY

공주와 표영을 데리고 들어온 자작나무 숲 곳곳에는 수많은 작은 과녁들이 부착되어 있었다.



“평범한 과녁도 아니고 저런 작은 것들을 맞춘다는 거야?”


「『“그렇습니다. 공주님.”』」



우리는 또다시 동시에 대답하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찌찌뽕~”』


“찌찌뽕?”


「“찌찌뽕이 뭐야? 갑자기 이상한 말을 해..”」


『“아.. 아까처럼 동시에 같이 말을 할 때 쓰는 장난 같은 게 있어. 근데 이 느낌 되게 신기한데? 일부러 따라한 거야?”』


“온달,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재차 혼잣말을 해대는 온달의 모습에 표영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고담현에게 가까이 다가가 속삭였다.



“아가씨.. 아니, 공주님. 이 사내.. 정말 괜찮겠사옵니까?”


“좀 이상한 구석은 있긴 하지만, 함께 있는 사람들이 모두 주몽이라는 별칭을 지어주는 걸 보면 분명 보통 사내는 아니라고 확신해. 얼마나 잘 쏘는지 한번 지켜보자.”


“예.. 공주님..”



온달이 활과 화살을 꺼내들어 주변을 살피자 머나먼 과녁을 바라보던 고담현이 가까이 다가가 손가락을 가리키며 물었다.



“온달! 그러면 저기~ 저어기 붉은 표식이 그려진 과녁을 맞춰볼 수 있어?”


『“저거 말씀입니까?”』


밀착한 두 남녀가 멀리 떨어진 과녁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번 날려보겠습니다.”』



고담현이 가리킨 과녁을 향해 표영의 맥궁을 쥐어 자세를 잡고 활시위에 화살을 걸고 당겼다.



『‘오랜만에 맥궁 당겨본다. 온달, 느낌이 들어? 어때?’』


「“네가 집중하지 말고 그대로 가만히 있어봐.”」



고담현은 활시위를 당기고 한참을 부동자세로 있던 온달의 모습을 구석구석 살폈다.



‘음.. 참 이상한 사법이구나. 다른 나라 사람이라 그런가.. 손가짐도 어색하고..’



표영 역시 온달의 자세를 유심히 살폈다.



‘이방인(異邦人)의 사법이라 그런지 ˚거궁(擧弓) 자세마저 우스꽝스럽군. 어디 실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보도록 하지.’



두 여성이 유심히 온달을 바라보고 있던 중에 곧 그가 쥐고 있던 활에서 화살이 날아갔다.


그러나 날아간 화살은 예상과는 다르게 과녁을 빗나가 흘러지나갔다.



『‘어!? 빗나갔나? 못 맞췄는데?‘』


「“방금 내가 쏜 거야.. 느껴졌어?”」


『’어. 나 아무 짓도 안했어. 방금 네가 쏜 거야. 온달.‘』



마음속으로 두 사내가 구시렁거리고 있을 때, 기대를 한껏 품었던 고담현은 온달의 화살이 빗나가자 아쉬워하고 있었고 표영 역시 속으로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온달.. 빗나갔는 걸. 아깝긴 하다..”


’훗, 주몽 주몽거리더니, 공주님 앞에서 창피도 이런 창피가 없겠군..‘



화살을 못 맞춘 온달은 당황한 나머지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이방인, 이번엔 그냥 네가 쏴봐.”」


『“잠깐.. 방금 거 실수, 이거 실수예요. 공주님.”』


“못 맞출 만 했어. 온달, 자세도 이상하고..”


『“잠깐만요. 공주님. 다시 보여드릴게요.”』



그녀들의 눈에 비친 온달이 다시금 화살을 걸고 지목한 과녁을 향해 활시위를 당겼다.


날아간 화살은 첫 번째와는 다르게 작은 과녁에 정확히 박혔다.



“이번엔 맞았네! 하하. 온달~ 역시 기우였어~”



이번에도 못 맞췄다면 내심 실망했을 법했던 고담현이었으나 다행이 과녁에 화살이 박히자 자신이 맞춘 것 마냥 기뻐하고 있었다.



『’휴우. 맞춰서 다행이긴 한데.. 온달, 아까 분명 네가 놓은 거야.. 그치?‘』


「“맞아. 네가 활을 쥐고 있었는데.. 내가 화살을 날렸어.”」


『’다시, 우리 같이 느낌을 집중해서 쏴보자. 아까 전에는 아무 느낌도 집중하지 않았지만 이번엔 좀 다를 것 같아. 조금 가까운 걸 맞춰볼까?’』


「“그래. 저기 검정색으로 시도해보자.”」


우리는 곧 방향을 틀어서 전에 맞춘 것보다는 조금 근거리의 과녁을 향해 자세를 잡았다.



『“공주님, 이번엔 조금 가까운 곳을 맞춰보도록 하겠습니다. 저기 검은 과녁 보이시죠?”』


“응? 저거 말이지? 음~ 저건 나도 맞추겠는 걸?”


『“어? 정말요? 진짜 맞추실 수 있어요?”』


“어머, 온달이 지금 고려의 공주를 무시하는 거야?”



입을 삐죽 내밀며 표정을 찡그리던 고담현은 곧 손을 뻗어 활을 내놓으라고 손짓했다.



『“하오면 명궁의 실력을 한 수 가르쳐 주시옵소서. 공주님.”』


“그리하도록 하지요. 저의 낭군님 되실 분께 한 수 가르칠 것입니다~”



활을 건네받은 고담현은 자작나무에 걸린 검은 과녁을 향해 서서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온달님, 활쏘기에서 중요한 것은 발 자세 더불어 손가짐입니다. 기본이 잘 되어있어야 명궁이 될 수 있지요. 특히나 고려의 무사들은 말을 타고 활을 쏘기에 자세가 중요한 법입니다.”



여느 때와는 전혀 다른 공주의 진지한 태도에 우리는 넋이 나간 것처럼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와.. 우리 공주님 말씀하시는 거 봐..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아..‘』


「“활을 쥐고 나니까 태도가 달라졌어. 정말 다른 사람 같군.”」


˚줌통을 막줌으로 쥐었던 우리의 모습과는 달리 그녀는 막대기 잡듯 활을 잡지 않고 살짝 대각선으로 비스듬한 각도로 줌통을 쥐었다.



“이렇게 쥐어야 ˚하삼지에 힘이 많이 들어가지요 하지만 탄력이 더 생겨 막 쥐었을 때보다 안정적이고 화살이 더 멀리 날아갑니다. 이는 검을 쥐었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녀는 오늬를 시위에 걸고 활과 시위를 든 양손을 천천히 들어 올리면서 과녁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곧 화살을 집은 ˚상삼지를 당겨 ˚온작 자세를 취하며 호흡을 가다듬은 고담현은 몇 초 안에 화살을 날렸다.


-팍-


“휴우~ 어떠십니까? 온달님.”


“공주님! 역시 대단하시옵니다!”



비슷한 또래의 표영이 밝은 표정으로 손뼉을 치며 그녀를 추켜세웠다. 우리는 입을 떡하니 벌린 채, 공주의 모습을 바라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



『“와.. 대박. 니 와이프도 장난 아닌 걸? 은진이 뺨치는데? 아니 은진이 같아..”』


「“어, 어.. 노, 놀라운 걸. 이런 모습을 보여주시니 정말.. 멋지고 아름답다..”」



멍하니 공주를 바라보던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박수를 치며 표영처럼 그녀를 칭찬했다.



『“역시 평강공주님이십니다! 진심으로 반해버렸습니다.”』


「“평강공주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평강공주라는 온달의 말에 고담현은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



“펴, 평강공주? 또 그렇게 얘기하네?”


「“아.. 이방인이 그렇게 얘기하는 바람에..”」


“하하하. 온달이는 진짜 가끔 되게 바보 같아. 머릿속에 온달이가 둘이거나 그런가봐?”


『“정확하십니다. 공주님..”』


「“가끔 이상할 때가 있습니다. 헌데 이토록 활을 잘 쏘실 줄이야.. 정말 대단하십니다. 공주님.”」


“이 정도 가지고 뭘.. 태자인 남동생은 나보다 어린데도 훨씬 잘 쏘는 걸?”



얼굴이 붉어지려던 참에 공주 고담현은 고개를 숙이고 활을 온달에게 슬쩍 들이밀자 그는 허리 숙여 활을 건네받았다.



『“태자라면.. 영양왕 고대원이겠구나..”』


「’고대원?‘」


『'응. 평원왕께서 서거하시고 이어받을 태자이시지. 너와 갈등이 있을지 없을지도 잘 모르겠지만.. 언젠가 뵙겠지. 어쨌든 고대원이 중요한 게 아니라. 니 와이프가 완전 멋지다는 게 중요한 거야. 칭찬 잔뜩 해드리자! 너 만나러 오신 분이라고.'』


「“어쨌든! 고, 공주님! 한 수 가르침을 받게 되어 큰 영광입니다!”」


『"공주님! 한 수 가르침을 받게 되어 큰 영광입니다! 반했습니다! 히히!"』


“낭군님 되실 분께서 그리 말씀해주시니,, 하하~ 좌우지간, 온달이에게 말을 구해주기 전에 자세부터 교정해야겠어.”


『“음.. 교정이라고요? 신기하게도 전 그냥 막 쏴도 다 맞던데..”』


“정말? 그럼 온달이도 내가 맞춘 걸 다시 맞춰봐.”



그녀의 지시대로 평소처럼 여러 과녁을 향해 화살을 날렸고 역시나 모두가 과녁에 명중하자 고담현과 표영은 재차 놀라고 있었다.



“정말 주몽의 재림일까? 온달이는 정말 주몽이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구나.”


“오락가락 하는 것 같으면서도.. 대단한 솜씨는 분명한 것 같사옵니다.. 공주님..”



당연히 맞춘 것이라는 듯한 태도에 두 여성 역시 넋 나간 사람처럼 바라보았다.



『“하지만.. 공주님께서 중요한 지적을 해주셨으니 꼭 고쳐놔야죠. 그래야 온달에게도 좋을 테니까요. 그치 온달?”』


「“어? 어.. 맞아..”」


“온달이라니?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온달이 온달한테 말하는 거야? 바보도 아니고~ 하하하. 그러지 마. 진짜 바보 같다니까.”


『“가끔은 바보스럽더라도 그 부분까지도 이해해 주셔야합니다. 공주님.”』



그렇게 서로의 활솜씨와 감정을 조금씩 교환하던 차, 집주변 울타리 부근에서 무언가가 타는 냄새가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음? 뭔가 타는 냄새가 나는 것 같은데? 그치 표영?”


“예. 공주님..”


『“무슨 냄새지? 이 부근에서 타는 냄새인데?!”』



원인을 모를 냄새가 올라오면서 곧 으리의 비명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 온달, 누군가 소릴 질렀어! 방금 으리 목소리 아니야?”


『“그런 것 같아요! 공주님! 어서 집으로 돌아가 봐야겠어요!”』


「“분명 으리 목소리야! 어머니와 수수리가 함께 있을 텐데.. 빨리 집으로!”」



온달과 평강공주 일행은 활쏘기를 멈추고 곧장 비명소리가 난 울타리를 향해 달려갔다.


근처에서 몰래 온달일행을 호위하던 을지문덕과 군사들 역시 조심스레 그들의 뒤를 따라갔다.



***



“삼촌! 수수리 삼촌! 대체 우리한테 왜 이러는 거예요!?”


“으으.. 제길.. 이놈들. 지금 후회할 짓거릴 하는 거라고..”



고승의 군사가 쏜 화살이 종아리에 박힌 채 자리에 주저앉은 수수리는 수리검과 단도를 들고 저항하려 하고 있었다.


그러나 울타리를 가득 메운 고승의 군사들을 당해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저항하다 목이 달아날 수도 있으니 괜한 저항은 삼가는 게 좋을 것이다! 속특인 놈은 어디에 있느냐!?”


“여기 한 여성이 또 있다! 어서 밖으로 나와라!”



부정주가 있는 집으로 들이닥친 군사들은 곧 눈이 잘 보이지 않는 그녀를 질질 끌고 밖으로 나왔다.



“어머니! 어머니!”


“으리야.. 이게 무슨 날벼락이니.. 아앗..”



눈이 제대로 보이지 않은 부정주의 행동이 굼뜨자 그녀를 끌고나온 군사들이 그녀의 덜미를 잡고 땅에 내팽개쳤다.



“으윽.. 대체.. 우리에게 왜이러십니까..”


“대체 머리에 뭘 그렇게 칭칭 감은 것이냐!?”



한 군사가 그녀의 눈을 가린 천을 잡아떼자 울먹거리던 으리가 군사들의 행동을 저지하려 부정주의 곁으로 다가가 그녀를 안았다.



“눈먼 여자여서 굼뜬 것이었군!”


“우리 어머니한테 왜 이러는 거예요! 무슨 잘못을 했다고!”


“반반하게 생긴 계집이 겁도 없이 구는구나. 우리가 어느 분의 군사인지는 아느냐?”



누군가를 피해 다니는 것도 지쳐버린 으리는 바닥의 돌멩이를 주워 군사들에게 던지며 소리쳤다.



“어느 분이고 자시고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눈이 불편한 우리 어머니를 이렇게 내팽개치다니! 이 짐승만도 못한 놈들아!”


“이 당돌한 계집이!?”


“그만 멈춰!! 또 그 아일 건들면 정말 죽을 줄 알아!”



수수리가 으리에게 물리력을 행사하려는 군사들에게 호통을 치자 군사들이 이죽거리며 대꾸했다.



“쥐새끼만한 놈이 간뎅이가 부었구나.”


“후후.. 쥐새끼라.. 오랜만에 듣는구나. 정말 후회하게 될 거다. 너희가 찾는 그 속특인이 어떤 분과 연관 되어있는지 알고나 이러는 것이냐!?”


“허면 네놈은 우리가 어느 분의 부하들이라는 것은 알고나 그러는 것이냐?”


“이러면 어쩔 껀데 이 쥐새끼 같은 놈아!”


“꺄악! 삼촌!”



군사들 몇 명이 계속해서 으리를 희롱하고 있을 때 곧 어디선가 한 여성의 고함이 들려왔다.



“멈춰라!!! 계속 그들을 희롱한다면 목숨을 부지할 수 없을 것이다!!!”



온달의 거처를 둘러싼 고승의 군사들을 향해 공주 고담현이 온달, 표영과 함께 입구로 다가오고 있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작가의말

˚거궁(擧弓) : 활을 들어 시위를 당기는 자세를 뜻합니다.


˚줌통 : 활의 가운데 손잡이가 되는 부분을 말합니다.


˚하삼지 : 활을 쏠 때 활을 잡은 줌손의 아래 세 손가락을 말하며 반대로는 상삼지라고 합니다.


˚온작 : 만작이라고도 하며 활을 완전히 담긴 것을 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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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 221화 - 대모달 온달. +2 22.08.11 127 5 14쪽
222 220화 - 수풀들의 공격. +1 22.08.05 74 4 16쪽
221 219화 - 적목성(赤木城)으로. +4 22.08.04 85 4 15쪽
220 218화 - 대대로의 능욕. +4 22.07.23 79 4 15쪽
219 217화 - 적들을 물리치는 아내. +2 22.07.19 63 3 12쪽
218 216화 - 염탐. +2 22.07.15 58 3 14쪽
217 215화 - 아내와 남쪽으로. +2 22.07.11 71 3 15쪽
216 214화 - 강국과의 거래. +4 22.07.08 61 3 13쪽
215 213화 - 혼혈임을 이용하는 온달. +4 22.07.04 70 3 17쪽
214 212화 - 맹세. +4 22.06.29 84 3 15쪽
213 211화 - 담판. +2 22.06.27 76 3 14쪽
212 210화 - 출산. +4 22.06.21 102 3 14쪽
211 209화 - 온달의 무기. +4 22.06.14 73 3 13쪽
210 208화 - 부정적인 소문. +2 22.06.08 73 3 13쪽
209 207화 - 남하를 위한 준비. +2 22.06.07 72 3 13쪽
208 206화 - 오열. +2 22.06.02 81 3 14쪽
207 205화 - 떠나는 사람들. +2 22.05.30 79 2 12쪽
206 204화 - 도망자들. +2 22.05.26 67 2 14쪽
205 203 화 -무너진 상단. +2 22.05.24 79 2 13쪽
204 202화 - 신라땅에서의 습격. +2 22.05.21 77 2 12쪽
203 201화 - 발각. +2 22.05.18 75 3 16쪽
202 200화 - 회임 소식. +2 22.05.14 88 3 16쪽
201 199화 - 처리해야할 자. +2 22.05.11 83 3 13쪽
200 198화 - 남은 이들을 위한 목표. +2 22.05.07 98 3 13쪽
199 197화 - 충격에서 충격으로. +2 22.05.04 83 2 13쪽
198 196화 - 넋 잃은 온달. +2 22.05.03 71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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