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온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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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원(省元)
작품등록일 :
2020.11.28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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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19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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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화 - 낭군들.

DUMMY

세 채 중 한 채의 초가지붕에 불길이 번지며 활활 타오르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울타리 밖에 나타난 두 여성과 한 명의 속특인을 향해 고승의 군사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지금 목숨을 부지할 수 없을 거라고 했느냐? 제정신이 아닌 계집이군.“


『”와. 얘들 정신 줄 제대로 놨네. 미친놈들 공주님도 못 알아보고..“』


「”못 알아보는 게 당연할 수도 있어. 일개 군사 따위들이 공주님의 얼굴을 어떻게 알아?“」


”감히! 공주님께 계집이라니!“



고승의 군사가 평강공주에게 계집이라는 말을 꺼내자 표영은 곧바로 검을 뽑아들었고 그들이 바라보던 속특인 역시 활시위에 화살을 걸어두고 있었다.


그러나 상대방들은 그저 이죽거리며 황당해 할 뿐이었다.



”뭐? 공주님이라고? 하하하!“


”지금 삿갓을 쓴 저 계집이 옆에 있는 계집더러 공주님이라고 했는데 내가 잘못들은 건 아니겠지?“


”푸하하하하하하! 별 미친 잡것들이 이런 산속에서 지내고 있었다니!“



공주는 이전에 으리의 옷으로 갈아입고 있었기에 군사들에겐 그저 정신 나간 계집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하물며 귀족이라도 일국의 공주의 용모를 함부로 쳐다볼 수도 없는 노릇이거니와 일개 사병 따위가 고담현의 얼굴을 알 리가 없었기에 이들의 무례함은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군사들은 계속해서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하며 말을 이었다.



”이 근방에 속특인 하나가 있다고 들었는데 거기 있는 네놈이 고승 장군께서 찾는 놈이 틀림없으렷다.“


『”하.. 이거 되게 이상하게 꼬여가는구나. 수수리! 으리야! 어머님! 괜찮으세요!?“』



수많은 군사 뒤로 온달의 목소리를 들은 수수리가 큰 목소리로 외쳐댔다.



”주몽! 이놈들이 집에 불을 질렀어!“


『”수수리 괜찮아!? 어머님은!? 으리는!?“』


”어머님과 으리는 무탈하지만.. 난 다리에 이놈들이 쏜 화살을 맞았어! 구해줘!“


『”이 빌어먹을 새끼들이.. 수수리! 좀만 참아! 곧 구해줄게!“』


「”감히. 일개 사병 따위들이 내 가족들을..!!“」



고승의 군사들을 사이에 두고 두 사내가 말을 이어가자 검을 뽑아든 몇몇 군사들이 활을 든 온달에게 접근해왔다.



”온달이라고 했느냐? 분명 네놈이 고승 장군께서 찾으시는 놈이 틀림이 없구나.“



군사들이 슬금슬금 다가오자 검을 든 표영이 공주와 온달의 앞에 서서 방어 자세를 취했다.



”공주님. 이놈들은 고승장군의 일개 사병이니만큼 공주님을 알아보지 못하는 놈들이옵니다.“


”음.. 날 본적도 없는 자들이니 그럴 수 있겠지만.. 어쨌든 나 때문에 일어난 일이니 내가 해결할 거야. 표영 비켜서 봐.“


”하오나, 고, 공주님. 괜찮겠사옵니까?“



고담현은 온달을 바라보고는 상기됐던 표정에서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우리 낭군님께선 걱정하지 마. 내가 해결할 테니까.“


『”공주님이요?“』



고담현은 크게 한숨을 내쉰 뒤, 큰 목소리로 군사들을 향해 호통을 치기 시작했다.



”그대들은 분명 상부 고승장군의 명으로 출궁한 공주를 찾기 위해 이곳으로 온 사병들일 것이다. 나는 평원태왕의 장녀인 공주 고담현이다! 당장 검을 거두고 예를 갖춘다면 지금까지의 무례는 용서해줄 것이다!!“



가녀린 여성에게서 큰 포효가 나오자 당황한 군사들이 움찔하며 뒷걸음질을 쳤다.


그중 한 군사가 앞으로 나와 공주와 대적하며 말을 이었다.



”감히 황실의 공주님을 모명하는 계집이라니! 당장 목을 쳐야 할 년이로구나!“


”감히 일국의 공주에게 재차 상스러운 말을 하다니!! 네놈이야말로 죽고 싶은 것이로구나!! 모두 호궤하지 않고 뭐 하고 있느냐!!“



공주의 억양이 더 날카로워지자 모두들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저, 저기. 여 여자가 정말 공주님이면 어떡하지? 정말 우리 목이 달아날 텐데..“


”그.. 시위와 함께 출궁했다고 들었는데.. 그 시위가 저 삿갓 쓴 여자 아니야?“



군사들 일부가 수군거리기 시작하자 앞에 나섰던 군사가 뒤돌아서서 군사들을 독려했다.



”무슨 정신 나간 소릴 하는 거냐? 공주님께서 저런 평민의 누더기를 걸치고 계실 분일 것 같으냐!? 네 이년! 감히 공주님을 사칭하다니!! 모두 포박해서 고승 장군님께 데려간다!!“



곧 대적하던 군사와 다섯이 공주와 온달을 향해 달려들었지만, 이들을 막아서는 것은 표영이었다.


표영은 공주와 비슷한 또래였지만 귀신들린 검술로 달려든 군사들의 검을 홀로 모두 막아내고 있었다.



”내게 칼을 겨눈 것은 공주님께 칼을 겨눈 것과 다름없거늘!“


”이잇.. 보통 계집이 아니다..!“


”모두 방심하지 마라. 검을 깨나 쓰는 계집이다!“


”제 아무리 난다 긴다 하는 검술을 지녔다 할지라도 고작 한 명이 우리를 전부 상대할 거라고 생각하느냐!?“


”모두 붙잡아 고승장군께 데려간다!“



곧 군사들 전부 검을 뽑아들어 온달과 공주 일행을 감쌌다.



”감히, 감히! 고려의 공주인 내게 이런 치욕을.. 지금 당장 고승! 고승을 데려와라!“


”이 계집이! 고승 장군이 네년의 친구라도 되는 것처럼 지껄이는구나!“


”오냐! 말 잘했다! 오늘 네놈들 덕분에 고승과의 혼담은 완전히 깨진 것으로 여기겠다!“


”뭐?? 지금 혼담이라고..?“



고승의 사병들은 자신들이 주인의 혼담을 방해하는 놈을 찾고 공주님을 무사귀환 시키는 명령을 하달받았다.


그러나 이런 산골에서 공주임을 사칭하는 여성에게서 혼담이라는 말이 나올 거라고는 상상할 수도 없었기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때였다.


울타리 문과 가까운 한 지점에서 검이 부딪히는 소리들이 울렸고 곧 검은 의복과 복면으로 정체를 가린 백 명의 무사들이 순식간에 고승의 부하들을 제압하기 시작했다.



”무, 무슨 일이냐!?“



고승의 군사들 제압한 검은 무사들은 곧 공주와 온달 일행을 둘러싸 호위했고 이내 지휘관으로 보이는 무사가 앞장서서 화려하게 빛나는 보검을 겨누며 호통을 쳤다.



”감히! 공주님께 무례를 끼치고도 무사할 거라 생각하느냐!! 목숨을 부지하고 싶다면 당장 모두 꿇어라!!“


”네, 네놈들은 누구기에 감히 상부 고승 장군의 군사들과 대적하는 것이냐!?“


”우린 공주님을 호위하기 위해 중리부에서 나온 군사들이다!! 이 보검은 태왕 폐하께서 내리신 보검이니만큼 명령에 불복종한다면 네놈들 모두 죄를 물어 참할 것이다!!“



귀에 익은 목소리의 무사가 고승의 군사들을 향해 큰소리로 호통치는 사이, 그 목소리를 알아챈 으리가 한숨을 내쉬었다.



‘분명 을지문덕님의 목소리인데.. 을지문덕님이 오신 거라니..‘



목소리를 알아챈 것은 비단 으리뿐만이 아니었다. 수수리와 온달 역시 낯익은 목소리에 안심할 수 있었다.



”하하. 으리야. 낭군님들이 다 모였다~ 하하. 으리 낭군님 덕분에 우리 살았네~ 으윽..“


「”을지문덕의 목소리인데? 설마?“」


『”하하~ 이렇게 우리 문덕이가~ 을지문덕이가 우릴 구해주는구나~“』



검을 겨누고 있던 사내가 고개를 돌려 온달을 향해 살짝 고개를 숙였다.


그러던 사이 불길은 계속해서 번져서 집 한 채를 완전히 불태웠고 회색빛 연기가 계속해서 하늘 위로 타오르고 있었다.



”고승의 사병들은 어중이떠중이들만 모아놓은 것이냐!? 부왕의 보검을 보고도 아직까지도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니! 내 오늘 일을 부왕께 낱낱이 말씀드릴 것이다!!“



일부 수십 명의 군사들이 겁을 먹고는 호궤하기 시작했으나 또 다른 일부는 계속해서 고자세로 일관하고 있었을 때였다.



”고, 공주님! 여기 계셨사옵니까!?“



하늘 위로 피어오른 연기를 향해 말을 타고 이동하던 고승과 군사들이 곧 정체를 모를 무사들과 섞여 있는 공주일행과 자신의 부하들을 발견했다.


훤칠한 체격과 외모의 한 사내가 등장하자 온달 역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음.. 저 놈이 고승인가 하는 놈인가 보군.“」


『”생각보다 훨씬 잘 생겼네? 하지만 이미 우리 공주님을 화나게 했으니..“』


「”이 멍청아! 지금 감탄할 때야!? 우리 집이 불타고 수수리도 다쳤다고!“」


『”공주님. 저기 우리 수수리가 다리에 화살을 맞았다고 했어요.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고승을 발견한 고담현은 들은 체도 하지 않고 고승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고승은 부드러운 미소와 목소리로 다가오는 공주를 향해 호궤했다.



”공주님. 공주님께서 갑작스레 출궁하시어 소신 얼마나 걱정했는지 모르옵니다. 하여 공주님을 안전하게 모시기 위하여 군사들을 이끌고 왔사오니 입궁하시옵소서.“


”고승! 일어서거라!“


”예. 공주님.“



호궤하던 고승이 일어서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을 때 고담현의 오른손이 그의 뺨으로 향했다.



-짝!-



『”고, 공주님!“』


「”맙소사.. 공주님..“」



공주라 사칭하던 여성이 상부의 장군 고승에게 다가가 뺨을 후려치니 주변에 있던 모든 이들이 전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고, 공주님. 어찌.. 소신에게 왜 이런..“



고승은 찡그린 표정으로 붉게 상기된 뺨을 만졌다.


고승의 뺨을 때린 그 여성이 공주임이 확인되자 이내 그를 따르던 수백 명의 군사들이 그 자리에서 모두 머리를 조아렸다.



”왜? 지금 왜라고 했느냐? 그대의 군사들이 내가 얼마나 큰 치욕을 안겨주었는지 아느냐?“


”고, 고정하시옵소서. 공주님.“


”지금 나더러 고정하라는 말이 어찌 나오는 것이냐!? 내 태왕 폐하께 오늘 일을 전부 말씀드릴 것이다!“


”고, 공주님!“


”그리고 분명히 해두겠다. 그대와 혼사를 치를 일은 없을 것이니 오늘부로 그대와의 혼담에 대해서는 더는 말을 꺼내지 마라.“


”예!? 고, 공주님!“


”지금 맞은 뺨은 그대가 끌고 온 군사들의 목숨값이라고 여겨라! 알겠느냐!?“



고승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없이 재차 호궤할 뿐이었다.


고승의 모든 군사들이 자리에 넙죽 엎드려 있을 때, 고담현은 보검을 든 사내에게 다가갔다.


”부왕께서 중리부의 군사들을 보내셨다고 했느냐? 귀관의 이름이 무엇이냐?“



을지문덕은 검집에 검을 집어넣으며 호궤하자 그를 따르던 중리의 무사들 모두 그를 따라 호궤했다.



”소신, 중리부 소속 소형(小兄) 을지문덕이라고 하옵니다.“


”아.. 그대가 을지문덕이로구나. 덕분에 위기를 모면했으니 내 오늘 일을 부왕께 잘 전해드려 그대가 승진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황공하옵니다. 공주님, 소신 그저 소임을 다했을 뿐이옵니다.“


”아니다. 그대가 아니었다면 더 큰 치욕을 경험했을 것이니 그에 대한 답례라고 여기면 될 것이다. 그나저나 부상자가 있다고 들었으니 어서 부상자와 으리, 어머님을 경당으로 모셔라.“


”명 받들겠사옵니다. 공주님.“



공주의 명령에 을지문덕의 부하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 수수리와 부정주를 부축했고 을지문덕은 으리에게 다가갔다.


을지문덕임을 확인한 으리는 안도와 기쁨으로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을지문덕님..“


'우선 경당으로 갑시다. 낭자..'



을지문덕은 으리의 귓가에 소곤거리며 그녀를 부축했다.


온달의 가족들과 중리부의 무사들이 모두 울타리 밖으로 나오자 고담현은 호궤하고 있는 고승에게 다가갔다.



”그대는 지금 당장 입궁하라. 나 역시 곧 입궁할 것이다.“


”공주님. 소신의 불충을 용서하시옵소서. 공주님의 입궁, 소신이 모시겠사옵니다.“


”아니다. 때가 되면 내 발로 직접 입궁할 것이다. 그러니 그대 먼저 입궁하도록. 이건 명령이다.“


”그, 그리하겠사옵니다. 공주님.“



고승이 자리에서 일어서자 엎드려있던 군사들도 모두 일어섰다.



”공주님의 명이니 모두 바로 입궁할 것이다!“



평민들과 수많은 군사들 앞에서 뺨을 맞는 치욕을 맛본 고승은 군사들을 이끌고 빠른 속도로 일사불란하게 산길을 내려갔다.


그렇게 한바탕 벌어졌던 상부 고씨 고승과의 혼담 문제는 일단락되어가는 듯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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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 220화 - 수풀들의 공격. +1 22.08.05 74 4 16쪽
221 219화 - 적목성(赤木城)으로. +4 22.08.04 85 4 15쪽
220 218화 - 대대로의 능욕. +4 22.07.23 79 4 15쪽
219 217화 - 적들을 물리치는 아내. +2 22.07.19 63 3 12쪽
218 216화 - 염탐. +2 22.07.15 58 3 14쪽
217 215화 - 아내와 남쪽으로. +2 22.07.11 71 3 15쪽
216 214화 - 강국과의 거래. +4 22.07.08 61 3 13쪽
215 213화 - 혼혈임을 이용하는 온달. +4 22.07.04 70 3 17쪽
214 212화 - 맹세. +4 22.06.29 85 3 15쪽
213 211화 - 담판. +2 22.06.27 76 3 14쪽
212 210화 - 출산. +4 22.06.21 102 3 14쪽
211 209화 - 온달의 무기. +4 22.06.14 73 3 13쪽
210 208화 - 부정적인 소문. +2 22.06.08 74 3 13쪽
209 207화 - 남하를 위한 준비. +2 22.06.07 72 3 13쪽
208 206화 - 오열. +2 22.06.02 81 3 14쪽
207 205화 - 떠나는 사람들. +2 22.05.30 79 2 12쪽
206 204화 - 도망자들. +2 22.05.26 67 2 14쪽
205 203 화 -무너진 상단. +2 22.05.24 79 2 13쪽
204 202화 - 신라땅에서의 습격. +2 22.05.21 78 2 12쪽
203 201화 - 발각. +2 22.05.18 76 3 16쪽
202 200화 - 회임 소식. +2 22.05.14 88 3 16쪽
201 199화 - 처리해야할 자. +2 22.05.11 83 3 13쪽
200 198화 - 남은 이들을 위한 목표. +2 22.05.07 98 3 13쪽
199 197화 - 충격에서 충격으로. +2 22.05.04 83 2 13쪽
198 196화 - 넋 잃은 온달. +2 22.05.03 71 3 14쪽
197 195화 - 용서를 구하는 부녀. +2 22.04.27 83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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