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온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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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원(省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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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28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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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1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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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20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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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화 - 새로운 출발.

DUMMY

산길을 내려온 고승과 수백 명의 부하들이 안학궁성으로 돌아가기 위해 장안성터를 지나칠 무렵, 장안성터의 건설 담당자들과 군사들이 다가왔다.



“고승 장군! 근방의 산에서 연기가 치솟았는데 어찌된 일입니까? 그 방향에서 오시는 것 같은데 말입니다.”


“별일 아니니 신경 끄고 장안성 건설이나 신경써주게.”



아무일 없다는 듯 말하는 고승이었으나 표정에서는 분명 무슨 일이 있어도 한참 있는 표정이었다.



“장군, 무슨 일이기에..”


“신경 끄라고 하지 않았나!”


“예..? 예.. 알겠습니다. 허면 장군께서 바로 안학궁성으로 복귀하십니까?”


“...”



고승은 대꾸도 하지 않은 채, 부하들과 함께 안학궁성의 방향으로 말고삐를 흔들었다.



‘빌어먹을.. 공주님께서 어찌.. 많은 눈이 있는 곳에서 그렇게 날 능멸하시다니.. 어째서! 어째서 그 괴상한 속특인 놈과 함께.. 으으!’



고승은 말에 화풀이라도 하듯 채찍으로 말을 세차게 때렸다. 거침없이 달리던 말들은 먼지바람을 일으키며 계속 달리고 있었다.



‘폐하께서도 아직 완공되지도 않은 장안성 주변에 경당을 지어주신 것도 이상하고, 공주님이 그 속특인을 두둔하는 것을 보면 온달이라는 그놈은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놈일 것이다.. 일단 돌아가 그놈의 정체부터 파악해야겠군.. 그건 그렇고..’



고승은 갑자기 말고삐를 당기며 속도를 늦췄다.



“모두 멈춰라!”



고승의 호령에 군사들의 말이 일제히 멈추자 주변에 먼지바람이 자욱하게 일어났다.


고승은 말고삐를 돌려 횡대로 자리 잡은 군사들을 응시하며 천천히 이동했다.



“아까 산속에서 공주님의 심기를 불편하게 해드렸던 놈들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누구인지 앞으로 나오너라.”



고승의 갑작스런 물음에 군사들이 서로들 눈치를 보며 당황하고 있었다.



“눈치볼 것 없다! 발뺌을 하는 자가 있다면 전원에게 죄를 물을 것이다!”



곧 수십 명의 부하들이 말에서 내려 고승의 앞으로 나와 호궤했다.



“송구합니다. 장군. 공주님이신줄 차마 몰라 뵙고 무례를 범했습니다. 용서해주십시오.”


“용서해주십시오!”



말에서 내린 부하들이 모두 자리에 엎드려 머리를 조아리자 고승은 크게 한숨을 내쉬며 채찍을 손바닥에 툭툭 치기 시작했다.



“용서해달라고? 어처구니가 없군. 분명 이중에서 대표로 공주님을 능멸한 놈이 있을 것이다. 어느 놈이 공주님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느냐? 당장 앞으로 나와라.”


“소, 소인입니다. 장군.”



고담현에게 공주의 사칭이라고 떠들어댔던 군사가 슬금슬금 기어 앞으로 나오더니 가시 머리를 푹 숙였다.



“네놈이 공주님을 능멸했다고?”


“죽, 죽여주십시오.. 장군..”



고승은 빳빳한 채찍으로 그의 투구를 툭툭 치며 투덜거렸다.



“그놈의 주둥이가 이런 상황을 만들어버리다니.. 상부의 장군인 나는 지금까지도 누구에게도 손찌검을 받은 적이 없거늘. 네놈 때문에 나와 혼인했어야 하는 공주님께서 내게 손찌검을 하신 것도 모자라 걸인들과 중리의 군사들이 보는 앞에서 치욕을 받았다.”


“장군. 소인이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허나 공주님인줄 알았더라면 절대 무례하게 굴지 않았을 것입니다. 공주님께서 평민의 옷으로 환복하셨기에.. 장군, 부디 용서를..”



울먹거리며 하소연하는 군사의 말을 듣던 고승은 먼 곳을 바라보며 허탈하게 한숨을 쉬었다.



“내 분명히 조심하라고 일렀거늘. 네놈을 포함해 몇 놈들 때문에 내 혼사를 망쳤으니 도성으로 돌아가면 상부에서 네놈들을 용서치 않을 것이다.”


“사, 살려주십시오. 장군.”


“고개를 들어라.”



분노에 휩싸인 채 일전의 치욕을 상기시키던 고승은 곧 검을 뽑아들어 고개를 든 부하의 목을 쳤다.


떨어진 목이 데굴데굴 구르며 붉은 선혈이 땅바닥에 흩뿌려지자 이를 지켜보던 모든 군사들의 간담이 서늘해졌다.



“내가 얼마나 공주님과의 혼사를 기다려왔는지 알고는 있느냐! 으으! 감히! 빌어먹을 네놈들이 이 혼사를 망친 빌미를 제공했다! 일전의 치욕의 소문이 행여 도성으로 퍼진다면 어찌할 것이냐!”



핏물이 흐르는 시체를 앞에 두고 고승이 괴성을 지르며 흥분하자 곧 말위의 모든 군사들이 내려 호궤했다.



“장군. 통촉해주십시오!”


“으으! 놈들의 거처에서 있었던 일들은 절대 함구해야할 것이다! 알겠느냐! 소문이 퍼진다면 네놈들 전부 이놈과 같은 꼴을 당할 것이다! 알겠느냐!?”


“예! 장군!”


“목이 달아난 저놈의 갑주와 말을 취하라! 도성으로 이동할 것이다!”



곧 고승과 군사들은 시체를 뒤로 하고 계속해서 도성으로 말고삐를 당겼다.


고승 역시 고담현과의 혼사를 오랜 기간 기다려왔기에 뜬금없이 나타나 공주를 가로챈 속특인이 곱게 보일라 만무했다.



***



한편 고승을 물리친 고담현은 중리부의 무사들을 지휘하는 을지문덕에게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예? 먼저 경당으로 가 있으란 말씀이시옵니까?”


“그래. 소형 을지문덕은 당장 수수리를 경당으로 데려가 치료하도록 하고 으리와 어머님도 잘 모시도록 하라.”


“하오면 공주님께오선..”


“난 온달님과 잠시 나눌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표영이 있으니 걱정마라.”


“그럼 경당에서 기다리고 있겠사옵니다. 공주님, 온달님의 어머님은 소신이 직접 모시겠사옵니다.”


「“오랜만에 만나자마자 신세부터 졌네. 을지문덕.”」


『“땡큐, 문덕. 그나저나 못 본 사이에 태도가 완전히 딴 사람으로 변해버렸네..?”』


「“이젠 우리와 공주님을 의식하는 거지. 네 말대로 공주님과 정말 혼인하게 되면 주종관계이니만큼 함부로 해서는 안 되는 상황이니까. 예전처럼 살갑게 대하기도 어려워질 거야.”」


“이따가 다시 뵙겠습니다. 공주님, 온달님.”



을지문덕은 공주와 온달에게 묵례하며 곧 부정주에게 다가가 그녀를 업었다. 으리 역시 을지문덕에게 업힌 부정주에게 바짝 붙어 산길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마주하게 된 으리 역시 을지문덕을 보고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구해주셔서 감사해요. 을지문덕님..”


“마땅히 해야 할 일이었는데.. 어머님과 기선이 윤춘이도 잘 지내서 다행이다. 어머님 불편하시면 말씀하십시오.”



건장한 사내에게 업힌 부정주는 불편한 것보다도 부담스러워하고 있었다.



“스스로 걸을 수 있는데 이렇게 업힌 상황이 불편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 말씀 마십시오. 눈이 불편하신데 걷게 해드릴 순 없습니다. 서둘러 경당까지 모셔다 드릴 테니 그때까지만 참아주십시오.”


“그나저나.. 공주님이라니.. 그 낭자가 공주님이라니.. 그게 정녕 사실입니까!?”


“예. 어머님께서 만나 뵌 그 분은 이 나라의 공주님이십니다. 온달 형의 말대로 되다니 정말 놀라울 따름입니다.”


“온달의 말대로 라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온달 형이 예전부터 늘 얘기했었습니다. 때가 되면 공주님께서 온달 형에게 혼인하자며 만나러 올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게 현실로 일어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공주님께서 어찌 우리 온달에게.. 이게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모르겠습니다..”



부정가문의 마지막 생존자인 부정주.


머리를 다쳐 기억을 상실한 그녀에게 있어서 자신의 가문을 송두리째 파멸시킨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장엔 다행스러운 일일지도 몰랐다.



***



을지문덕과 부정주 일행이 산길을 내려가 자취를 감추자 고담현은 온달에게 사과하기 시작했다.



“미안해. 온달. 나 때문에.”


「『“고, 공주님!?”』」



고담현이 온달에게 묵례하자 옆에 있던 표영이 당황하더니 곧 온달에게 호궤했다.



『“공주님! 갑자기 이렇게 고개를 숙이시면 어떡해요!? 그리고 뭐가 미안하단 말씀이세요..”』



호궤한 채 고개를 숙인 표영을 바라보던 공주가 이어서 말했다.



”나 때문에 거처가 엉망이 돼버렸고.. 수수리 야장이 다친 것도 모자라 어머님께서도 그런 치욕을 받으셨으니.. 난 아마 어머님께 크게 미움 받을 것 같아.. 못난 각시가 될지도 몰라.. 어떡해..“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공주님 같이 멋진 각시가 어디있다고요, 그리고 아까 진짜 완전 멋있었는데요! 와~ 다시 봤어요. 역시 황실 분이라 포스가..“』


”포스가 뭐지? 그런데.. 아까 멋있었다고?“


『”예. 공주님. 근데 고승 뺨 때리신 건 좀 놀라긴 했어요. 그 친구 돌아가면 아마 엄청 이불 킥 할 것 같은데..“』


”이불.. 킥? 그건 뭔데?“


『”자려고 눕는데 막 쪽팔리고 부끄러우면 이불을 걷어찬다고 해서 붙여진 말이에요. 이불 속에서 우와아앙~! 하는 느낌이랄까?“』


”우와아앙!? 하하하. 방금 표정 너무 웃겼어. 우와앙~! 아 이불 킥이란 건 재밌는 거로구나? 고승이 우와앙 하면서 이불 킥을? 하하 상상만 해도 너무 웃겨!“


「”공주님. 놈은 분명 그 이불 킥을 하면서 이를 갈고 있을 텐데.. 우린 결코 웃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철없이 웃던 공주와는 다르게 우리에게는 또 다른 적이 생긴 거나 다름이 없었기에 한편으로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그 고승이라는 자도 이제 적이 됐으려나.. 하.. 과거로 돌아와서 정말 적들만 마구마구 생기는 것 같네요.“』


”적이라니? 왜? 그 고승과는 애초에 혼인할 생각도 없었는데?“


『”그건 공주님 의중일 뿐이라고요. 그 친구는 아마도 오늘 일 때문에 진짜 이를 바득바득 갈 텐데..“』


”이를 갈면 어쩔 건데? 그리고 내 낭군이 더 멋진 장군이 되면 되잖아?“


『”휴우. 예. 앞으로 저희에게 주어진 미션이기도 하죠..“』


”오늘 이상한 말 많이 쓰네? 이불 킥에.. 미션에.. 미션이 뭐야?“


『”미션은.. 임무라고 생각하시면 되요.“』


”그럼 처음부터 임무라고 하지 왜 미션이라고 해?


『“아.. 그게.. 음.. 다른 나라 말이라고 생각하시면 되세요..”』


“그나저나 오늘 고승을 만나고 나서 확신이 들었어.“


『”무슨 확신..이요?“』


”온달이가 내 낭군님이 되려면 고승을 능가하는 사내가 되어야 해. 표영 그만 일어서.“


”예. 공주님.“


”전에 말이 필요하다고 했지?“


『”예?“』


”온달이 말이 없어서 기마술을 익히지 못했다고 했잖아? 국중대회에 나가려면 기마술도 연마해야하는 거 잘 알고 있지?“


『”아.. 예. 공주님.“』


”내가 조만간 황실에서 가장 좋은 말을 구할 수 있도록 도와줄게.“


『”공주님, 황실에서 가장 좋은 말이라고 하셨습니까? 시장에서 말을 사오라고 하시는 게 아니고요?“』


”시장에서 말을 사오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이방인, 너무 앞서간 거 아니야? 시장에서 말을 사오라니 뭐니 그런 얘긴 했었지만 아직 공주님의 의중도 모르잖아.」


『“아.. 그.. 시장에 가면 좋은 말들이 많이 있겠죠? 하하. 좋은 말을 타보고 싶긴 해서요.”』


“시장에야 좋은 말들이 많긴 하지. 그러나 그런 종자들보다 더 좋은 말을 타야 해. 그래야 고승뿐 아니라 누구와 겨뤄도 이길 테니까. 내 낭군이라면 최고 중에서 가장 최고의 말을 타야겠지?”


『“대체.. 어떤 말을 구해 오시려고요..?”』



미심쩍은 미소로 일관하는 그런 평강공주의 행동이 한편으로 불안해지기도 했으나 분명 엄청난 말을 구해오는 것은 기정사실이었기에 그저 믿는 수밖에 없었다.



”그건 비밀. 그나저나 고승이 거처를 이렇게 망쳐놨으니 새로운 출발을 위한 거처가 필요할 거야. 경당에서는 지낼 수 없으니까.“


『”새로운 거처라면 어디를 말씀하시는 걸까요?“』


”그것도 아직은 비밀. 그리고 표영,“


”예. 공주님. 말씀하시옵소서.“


”앞으로 온달이를 네 주인처럼 모시도록 해. 머지않아 내 낭군님이 되실 분이시니.“



고승에게 확실하게 거부감을 전달한 고담현은 온달과의 혼사를 성사시키기 위해 주변의 작은 것들부터 정리하기 시작했다.



”예. 공주님. 그럼 온달님 인사 올리겠습니다.“


『”자, 잘 부탁드려요. 표영씨.“』


「”이 아이, 예전의 유수와 닮은 느낌이 있기도 하지만 뭔가 좀 쌔한 느낌도 있는 걸.“」



고승과의 혼사를 완전히 파한 평강공주 고담현은 새로운 출발을 위해 머릿속에서 여러 가지를 구상하고 있었으나 그 상황은 이방인으로 하여금 대강은 파악할 수 있었다.


고담현은 본격적으로 온달을 낭군으로 육성시키기 위해 마음을 다잡아 가고 있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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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 221화 - 대모달 온달. +2 22.08.11 127 5 14쪽
222 220화 - 수풀들의 공격. +1 22.08.05 74 4 16쪽
221 219화 - 적목성(赤木城)으로. +4 22.08.04 85 4 15쪽
220 218화 - 대대로의 능욕. +4 22.07.23 79 4 15쪽
219 217화 - 적들을 물리치는 아내. +2 22.07.19 63 3 12쪽
218 216화 - 염탐. +2 22.07.15 58 3 14쪽
217 215화 - 아내와 남쪽으로. +2 22.07.11 71 3 15쪽
216 214화 - 강국과의 거래. +4 22.07.08 61 3 13쪽
215 213화 - 혼혈임을 이용하는 온달. +4 22.07.04 70 3 17쪽
214 212화 - 맹세. +4 22.06.29 84 3 15쪽
213 211화 - 담판. +2 22.06.27 76 3 14쪽
212 210화 - 출산. +4 22.06.21 102 3 14쪽
211 209화 - 온달의 무기. +4 22.06.14 73 3 13쪽
210 208화 - 부정적인 소문. +2 22.06.08 73 3 13쪽
209 207화 - 남하를 위한 준비. +2 22.06.07 72 3 13쪽
208 206화 - 오열. +2 22.06.02 81 3 14쪽
207 205화 - 떠나는 사람들. +2 22.05.30 79 2 12쪽
206 204화 - 도망자들. +2 22.05.26 67 2 14쪽
205 203 화 -무너진 상단. +2 22.05.24 79 2 13쪽
204 202화 - 신라땅에서의 습격. +2 22.05.21 77 2 12쪽
203 201화 - 발각. +2 22.05.18 75 3 16쪽
202 200화 - 회임 소식. +2 22.05.14 88 3 16쪽
201 199화 - 처리해야할 자. +2 22.05.11 83 3 13쪽
200 198화 - 남은 이들을 위한 목표. +2 22.05.07 98 3 13쪽
199 197화 - 충격에서 충격으로. +2 22.05.04 83 2 13쪽
198 196화 - 넋 잃은 온달. +2 22.05.03 71 3 14쪽
197 195화 - 용서를 구하는 부녀. +2 22.04.27 83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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