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온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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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원(省元)
작품등록일 :
2020.11.28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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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29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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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화 - 공주의 미션.

DUMMY

공주의 출궁문제 때문에 태왕의 가족들은 심상치 않은 분위기 속에서 오랜만에 모두 모이게 되었다.


전처 명림단이 살아있었다면 고담현이 이렇게까지 일탈까지는 부리지 않았을 터였다.


젊은 후처인 대실진은 고건무를 낳기 전까지 전처가 낳은 남매에게 살가웠었다.


그러나 고건무를 생산하고 나서 과거에 보였던 태도는 점점 사라져가고 있었기에 두 남매 역시 이를 마음속으로 경계하고 있었다.



“그래요. 부인께서 공주에게 무슨 말씀을 하려는 것이오?”



대실진은 애써 다소곳한 태도로 고건무를 안은 채로 평원왕에게 말을 이었다.



“폐하. 공주가 출궁한 지 며칠 만에 입궁을 하였사옵니다. 공주의 혼사 문제로 황실이 시끄러울 때에 조금 전 공주의 태도로 하여금 부정적인 상황이 도래할지 참으로 걱정이옵니다. 폐하. 이는 결코 평범한 일로 치부되어서는 아니 될 것이옵니다.”


“부인 말이 일리가 있소만, 공주는 그간 있었던 일을 상세히 말해보아라.”



평강공주는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으며 두 손을 땅에 짚고 상체를 숙였다.



“아버님. 과거 편찮으셨던 생모의 모습이 안타까워 눈물 흘리는 나날이 잦았을 때, 아버님께서 제게 자주 말씀해주셨던 말을 기억하시옵니까?”



공주가 대놓고 후처의 앞에서 전처의 말을 꺼낼 줄은 몰랐던 평원왕은 그저 대답 없이 딸아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소녀, 아버님께서 장난삼아 말씀하셨던 그 사내를 십여 년 동안 늘 마음속에 간직하고 살아왔사옵니다. 그리고 며칠 전에 그 사내를 직접 확인하고 왔사옵니다.”



왕후는 고담현이 자신이 모르는 이야기를 공주가 계속 꺼내자 조롱기를 머금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훗.. 공주가 몇날 며칠을 나가서 확인했다는 그 자가 누구이기에 그러는 겁니까? 어디 한 번 내게도 말해보세요.”



고담현은 자세를 왕후 쪽으로 고쳐 잡고 말이 정돈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어머님. 그자는 단련된 육체와 더불어 신기와 같은 활솜씨를 지닌 자였사옵니다. 조의선인도 아닌 사내임에도 불구하고 장안성 주변의 많은 이들이 그를 주몽이라고 부를 정도의 실력을 지녔고, 그 실력을 소녀 역시 두 눈으로 확인했사옵니다. 그자는 필시 고려의 태왕을 보좌할 인물이 될 것이라 생각했사옵니다.”



앞서 나가도 한참을 앞서나간 공주를 응시하던 대실진은 어이없다는 듯 콧방귀를 끼며 대꾸했다.



“그래서 황실의 공주가 출신성분도 모르는 비루먹은 자에게 홀렸단 말입니까!? 허면 이 어미가 고르고 고른 상부의 장군인 고승은 어찌하려고요? 하물며 공주가 고승에게 면박을 주었다고 들었는데 사실입니까!?”



공주가 외간 사내와 눈이 맞은 것은, 자신의 아들인 고건무를 위한 세력으로 낙점한 고승을 선택했던 왕후의 의도와는 빗나가는 상황이었다.


왕후가 고승을 먼저 만났다는 사실은 함구했어야 했던 상황이었으나 흥분한 그녀가 고승이 면박당했다는 사실까지 알았다는 건 왕후가 태왕보다 먼저 고승을 만났다는 것을 드러내는 상황이었다.



“공주가 고승 장군에게 면박을!? 그게 무슨 말이오? 부인.”


“아.. 폐하. 그것이..”



고담현은 왕후 쪽으로 방향을 고쳐 상체를 숙이며 말을 이었다.



“어머님께서 모자란 소녀를 걱정해주시는 마음을 제가 어찌 모르겠사옵니까. 고승에게서 어떤 말을 들으셨는지는 모르겠사오나 면박이라는 말은 어폐가 있사옵니다. 그의 가신들이 저를 평민으로 오해하여 무례하게 몰아세운 것도 모자라 소녀의 시위인 표영 마저 공격했던 것을 중리부의 을지문덕이 막아서서 겨우 위기를 모면했던 것이옵니다. 하여 어머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은 고승 장군에게 주의를 준 것이 면박으로 곡해된 것이 아닌가 싶사옵니다.”



지난날과는 다른 태도와 더불어 부왕 앞에서 조곤조곤한 태도로 대응하는 공주의 모습에 왕후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고 면박에 대한 사정을 들으니 더는 할 말이 없었다.



“으음! 흠..!”


“공주. 그게 사실이냐? 정말 고승의 군사들이 감히.. 너를 몰아세운 것이 틀림이 없는 사실이냐?”



당황해하는 왕후의 모습을 힐끔 쳐다보던 고담현은 더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소녀가 어찌 아버님께 거짓을 고하겠사옵니까. 소녀의 말에 의심이 드신다면 을지문덕을 불러 하문하시옵소서.”


“내관은 을지문덕을 들라하라.”



날이 선 평원왕의 목소리에 내관은 을지문덕을 부르기 위해 부랴부랴 내전 밖으로 나갔고 이를 바라보던 태자 고대원은 누나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태왕 폐하. 소형 을지문덕을 찾아계셨사옵니까?”


“듣자하니 고승 장군이 공주에게 무례를 끼쳤다는구나. 그게 사실이냐? 바른대로 고하라.”


“태왕 폐하. 소신 공주님을 곁에서 호위하는 도중에 공주님께서 행동이 불편하신 듯 평민의 옷으로 환복 하셨사옵니다.”


“뭐라? 공주가 평민의 옷을 입어? 딸아이가 대체 누구의 옷을 입었단 말이냐?”


“그, 그게..”


“바른대로 말하라.”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소신의 처가 될 처자가 있사온데 그 사람의 옷으로 갈아입었던 것으로 여겨지옵니다.”


“그대의 처가 될 여성의 옷을 입었다? 허허. 공주가 출궁하더니 별의 별 경험을 다하고 왔구나. 공주가..”



느닷없이 자신의 처가 될 으리에 대해서 말을 꺼낸 을지문덕은 상기된 얼굴로 계속 말을 이었다.



“공주님께서 제 처가 될 사람의 옷으로 환복한 후, 고승 장군의 가신들이 공주님과 맞닥뜨린 상황이 벌어졌사온데 수수한 차림의 공주님을 어찌 가신들이 알아차렸겠사옵니까. 공주님을 알아보지 못한 일부가 불순한 태도로 일관하며 행패를 부렸사옵니다.”


“행패라니? 감히 무슨 행패를 부렸더냐!?”


“제 처가 될 사람과 그녀의 가족들이 기거하는 거처에 불을 지르며 어지럽히는 과정에서 소신이 막아선 상황이었는데 그때 마침 고승 장군께서 나타나셨사옵니다.”



평민들을 못살게 굴었다는 말에 평원왕의 아래턱 근육이 단단해졌다.


평원왕은 역대 고려 태왕 중에서 백성들을 아끼기로 소문난 왕 중 한 사람이었다.


백성들이 곧 고려라고 믿었던 그였기에 백성들을 괴롭혔다는 말에 신경이 날카로워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공주님을 알아보신 고승 장군 덕분에 상황은 일단락되었고 공주님께서도 상황을 잘 헤아리시고는 고승 장군께 명하여 도성으로 복귀시키셨사옵니다.”



평원왕은 을지문덕의 말을 듣고 팔짱을 끼며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처와 딸을 번갈아 바라본 뒤 말을 이었다.



“알았다. 나중에 다시 부를 터이니 일단 물러가라.”


“예. 폐하.”



을지문덕이 예를 올리고 퇴청하자 평원왕은 왕후를 바라보았다.



“부인. 내 출궁한다는 딸아이가 걱정되어 중리의 군사를 붙여 아이를 호위하도록 명을 내렸었소만, 부인도 혹시 공주가 걱정되어 고승 장군을 붙인 것이오? 그 고승이 감히 짐의 백성을 못살게 굴었다는데.. 어찌 생각하오?”


“폐.. 폐하. 그, 그것이..”


“으에.. 으에엥..”



당황해서 말을 잇지 못하는 대실진을 돕기라도 하듯 갑자기 왕후의 품에 안긴 아기의 아랫도리서 꼬릿한 냄새가 풍겨오기 시작했다.



“아.. 우리 건무가 대변을.. 송구하오나 폐하.. 소첩은..”


“으음! 그만 가서 아이를 돌보시오.”


“황공하옵니다. 폐하. 그럼..”



왕후가 남편에게 예를 올리자 궁녀들이 부랴부랴 왕후의 곁으로 모여들었다.


평원왕의 두 자녀는 내전 밖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왕후를 향해 예를 올렸고 왕후의 모습이 사라지자 평원왕은 공주에게 물었다.



“허면 공주, 정녕 네가 온달과 혼인하겠다는 것이냐?”


“예. 아버님.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장안성 내성에 이미 서옥을 지으라고 명했사옵니다.”



평원왕은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이마를 탁 치자 왕관의 금빛 장식들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맙소사.. 아비의 허락도 없이 먼저 서옥을 지으라 명했다니 네가 지금 무슨 짓을 한 건지 아느냐? 오부의 귀족들이 이제 온달이 어떤 자인지 눈에 쌍심지를 켜고 지켜볼 것이다.”


“심려 끼쳐드려 송구하옵니다. 하오나 소녀 아버님께 약조 드리겠사옵니다. 기필코 온달이를 고려 최고의 장수로 육성시키겠사옵니다.”


“허허.. 네 고집을 내 어찌 꺾겠냐만은.. 태자는 이 황당한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부, 부왕.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저는 누님이 반드시 약조를 지킬 것이라고 믿사옵니다.”


“동생이 아니랄까봐.. 지금 애써 누님의 편을 드는 것이냐?”


“단순히 누님이기에 편을 드는 것은 아니옵니다. 누님이 이토록 확신에 찬 모습은 생전 처음 봤사옵니다. 하물며 분명 누님도 다 생각이 있을 것이니 믿어보심이 어떠실런지요.”



어좌에 앉아있던 평원왕은 일어서서 공주에게 명했다.



“공주는 들어라.”


“예. 아버님.”


“1년을 주겠다. 온달이 주몽이라고 불릴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했지? 네 말대로라면 그 역시 조의선인이 될 터, 1년 뒤의 국중대회에서 그가 조의선인이 되지 못한다면 너 역시 고집을 꺾어야 할 것이다. 알겠느냐!?”



“아, 아버님..”



갑작스러운 제안에 고담현은 잠시 당황한 눈빛이었으나 이내 이를 통과의례라고 생각했다.



“왜? 자신이 없더냐? 네가 그렇게 아껴마지않는 온달이가 고려 최고의 장수가 될 수 있다고 조금 전 호언장담하지 않았느냐?”



갑작스러운 평원왕의 제안이었지만 공주 역시 또박또박한 발음으로 짧고 강렬하게 대답했다.



“그는 반드시 태왕의 부마가 될 것이옵니다. 아버님.”


“허허. 오냐. 내 그때까지 지켜보마. 앞으로 네 혼담에 대해서는 1년 동안 함구령을 내릴 것이다. 어디 네 말대로 그를 육성시켜 보아라.”


“망극하옵니다. 아버님.”


“대신 조건이 있다.”


“예? 조건이라고 하심은..”


“네 멋대로 서옥을 짓는 행위는 내 혼을 내야 마땅한 일. 허나 고승이 온달의 거처를 불태웠다면 새로운 거처는 응당 필요할 것이다. 온달이 안전한 곳에서 훈련할 수 있도록 배려는 해주겠다만 그 이상의 지원은 일절 없으니 이후의 일은 네가 알아서 하라.”


“며, 명심하겠사옵니다. 아버님.”


“그래. 둘 다 이만 물러가라.”



평원왕의 두 자녀는 예를 올린 후 내전 밖으로 나와 동궁으로 향했다.



“누님. 정말 자신이 있는 거예요? 어쩌자고 부왕의 제안을 받아들였습니까?”


“자신이 있고 없고가 문제가 아니야. 믿느냐 마느냐가 문제지. 난 믿어. 그는 반드시 조의선인이 될 거야.”


“누님이 그렇게 확고해 하니 어떤 인물인지 참 궁금하네요.”


“곧 만나게 되겠지. 그나저나 큰일이네..”


“뭐가 큰일이라는 거예요?”



고담현은 자기도 모르게 손가락을 깨물며 고민하기 시작했다.



“아버님께서 일체 지원 불가라고 말씀하실 줄 몰랐어. 내 낭군님이 정말 필요한 건 군마인데.. 사실 아버님께 군마까지 지원받았다면 금상첨화였을 텐데.. 어쩌지..”


“음.. 말이라.. 군마가 필요한 거라면.. 제가 손을 써볼 수도 있어요.”


“대원이 네가?”



태자 고대원은 방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때가 되면 언질을 줄 테니까 누님은 다른 것들을 준비하세요.”


“뭘 어쩌려고?”


“부마도위(駙馬都尉)가 될 자라면 반드시 좋은 말이 필요하지요. 우선 마방에 가서 가장 좋은 말을 물색해 본 뒤 얘기해줄게요.”


“무슨 생각인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고마워. 대원아. 이게 다 우리를, 고려의 황실을 위한 일이야.”


“말을 직접 가져다 줄 순 없을 거예요. 생각이 있으니까 누님은 누님대로 필요한 것들을 준비하세요.”


“알았어. 너만 믿을게.”



오랜만에 의기투합하게 된 두 남매는 곧바로 온달을 조의선인으로 만들기 위한 준비작업에 착수했다.


태자 고대원은 누나가 원하는 낭군 감인 온달이 잘 되어야 훗날 자신을 보위할 세력의 주춧돌이 될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이미 을지문덕이 그 사실을 증명하고 있었다.


장장 25년 동안 태자로 지낸 후 태왕이 되는 이 소년은 부왕인 평원왕이 얼마나 백성들을 아끼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런 그 역시 평민 사이에서 근왕세력들이 계속 커가기를 바랐고 본격적인 시발점을 누나인 평강공주가 이끌어가고 있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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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 220화 - 수풀들의 공격. +1 22.08.05 74 4 16쪽
221 219화 - 적목성(赤木城)으로. +4 22.08.04 85 4 15쪽
220 218화 - 대대로의 능욕. +4 22.07.23 79 4 15쪽
219 217화 - 적들을 물리치는 아내. +2 22.07.19 63 3 12쪽
218 216화 - 염탐. +2 22.07.15 58 3 14쪽
217 215화 - 아내와 남쪽으로. +2 22.07.11 71 3 15쪽
216 214화 - 강국과의 거래. +4 22.07.08 61 3 13쪽
215 213화 - 혼혈임을 이용하는 온달. +4 22.07.04 70 3 17쪽
214 212화 - 맹세. +4 22.06.29 84 3 15쪽
213 211화 - 담판. +2 22.06.27 76 3 14쪽
212 210화 - 출산. +4 22.06.21 102 3 14쪽
211 209화 - 온달의 무기. +4 22.06.14 73 3 13쪽
210 208화 - 부정적인 소문. +2 22.06.08 73 3 13쪽
209 207화 - 남하를 위한 준비. +2 22.06.07 72 3 13쪽
208 206화 - 오열. +2 22.06.02 81 3 14쪽
207 205화 - 떠나는 사람들. +2 22.05.30 79 2 12쪽
206 204화 - 도망자들. +2 22.05.26 67 2 14쪽
205 203 화 -무너진 상단. +2 22.05.24 79 2 13쪽
204 202화 - 신라땅에서의 습격. +2 22.05.21 77 2 12쪽
203 201화 - 발각. +2 22.05.18 75 3 16쪽
202 200화 - 회임 소식. +2 22.05.14 88 3 16쪽
201 199화 - 처리해야할 자. +2 22.05.11 83 3 13쪽
200 198화 - 남은 이들을 위한 목표. +2 22.05.07 98 3 13쪽
199 197화 - 충격에서 충격으로. +2 22.05.04 83 2 13쪽
198 196화 - 넋 잃은 온달. +2 22.05.03 71 3 14쪽
197 195화 - 용서를 구하는 부녀. +2 22.04.27 83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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