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온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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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원(省元)
작품등록일 :
2020.11.28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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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1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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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04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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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화 - 오월동주.

DUMMY

고승이 왕후와의 면담을 마친 후 물러나자 곧 해준종의 가신이 왕후의 내관을 찾았다.



“서부의 해준종 대인께서 뵙기를 청한다고 전해주십시오. 왕후께서 허락하시면 곧바로 대인께서 찾아뵐 것입니다.”



갑작스럽게 소노부의 해준종이 알현을 청하는 상황이 의심스러웠던 내관은 부랴부랴 왕후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



“해준종이 찾아뵙기를 청했다?”


“그렇사옵니다. 어찌할까요?”


“그자가 갑자기 왜 나를 만나자는 거지.. 흐음. 무슨 이유인지는 들어봐야겠구나. 그리하겠다고 전하여라.”



내관이 왕후의 승낙을 전하자 해준종은 곧바로 왕후의 중궁전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새 왕후가 기거하는 궁전은 전처 명림단이 기거했던 곳과는 다르게 화려하게 증축한 곳이었다.



‘어린 것이 왕후가 됐다고 벌써 이렇게나 사치를 하다니, 고양성 놈에게 혹이 하나 더 달린 셈이로군. 후후. 이 계집은 제대로 구워삶을 수 있겠구나.’



기다란 깃털의 관모와 관복을 착용한 해준종은 화려한 공간 내부의 의자에 앉아있는 왕후 대실진 앞에서 상체를 숙여 호궤하며 그녀의 안부를 물었다.



“소신 해준종, 왕후를 뵈옵니다. 그간 무탈하셨사옵니까?”


“대인께서 어찌 이렇게 저를 만나려고 찾아오셨는지 의중이 궁금하여 불렀습니다만.. 대체 무슨 일이기에 뵙기를 청하셨습니까?”


“전하, 소신은 그저 전하의 문안을 묻고자 이렇게 찾아들은 것 뿐이옵니다.”



왕후 대실진은 옅은 미소와 함께 코웃음을 치며 대꾸했다.



“훗.. 도통 기별도 없었던 해씨 가문의 차남이 어찌 그런 농담을 하시는지요? 무슨 이유가 있으니 이렇게 찾아온 것이 아닐까 싶은데 말입니다?”


“소신이 감히 거짓을 고하겠사옵니까, 근래에 전하께서 근심이 있으리라 생각이 들어 이렇게 찾아왔사온데 면박을 주시니 참으로 섭섭하옵니다.”


“섭섭할 것도 없지요. 그렇게 걱정해주실 요량이었다면 평소에 기별이나 잘 주시지 말입니다.”



왕족인 계루부뿐만 아니라 왕비족인 절노부의 대가들 또한 소노부 해씨 가문과의 관계가 험악했기 때문에 왕후는 그를 달갑지 않게 보고 있었다.


평원왕 고양성 역시 대실진을 후처로 맞이하면서 늘 했던 말이 소노부를 경계하라는 말이었고 오부를 무시하고 자신들의 권력 확장을 위해 동부의 연자유와 한바탕했었던 해씨 가문이었기에 기꺼워할 이유는 없었다.


그러나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해준종은 그저 미소 지으며 대답할 따름이었다.



“전하의 말씀이 백번 옳사옵니다. 그간 문안 인사를 드리지 못한 소신이 입이 열 개라도 드릴 말씀이 없사옵니다. 허나 소신이 자주 기별을 드린다면야 태왕 폐하께서 불편해 하실까봐..”


“서두가 길군요. 해대인. 용건이 무엇인지나 말씀하세요.”


“예. 전하.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근자에 상부의 고승 장군이 문제가 된 듯 하온데.. 그것이 공주님의 혼사와 관계가 있는 문제라고 들었사옵니다.”


“소문이란 게 참으로 빠르군요. 언제 그 소문을 들었답니까?”


“전하. 황실에서 이 소문을 모르는 자도 있사옵니까? 공주님께서 입궁하신 이래 일개 궁녀들도 다 아는 사실이옵니다.”



해준종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으나 대실진의 표정이 굳어졌다.



“대인께서는 지금 나를 조롱하려고 온 것입니까!?”


“천부당만부당한 말씀이옵니다. 전하. 근자에 고승장군의 혼담을 막아선 이가 있다고 들었는데.. 놈이 오랑캐라는 소문이 소신의 귀에 들어왔는지라..”



해준종이 고승이 말했던 속특인에 대해 말하려는 것 같은 인상을 풍기자 대실진은 시치미를 떼며 되물었다.



“오, 오랑캐라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전하, 저희 소노부 해씨가 잠시 동부의 연자유로 하여금 주춤한 상황이오나 정보력으로 따진다면 중리부 못지않을 것이옵니다.”


“그자에 대해서 아는 것이라도 있는 것처럼 들립니다?”


“다리 건너 인연인지라 완전히 모른다고는 할 수 없사옵니다. 그자가 분명 고승장군과 공주님과의 혼담을 망치려는 것 같은데 지금은 오히려 공주님 뜻대로 하게 두시옵소서.”


“뭐, 뭐요!? 공주의 뜻대로라니!? 이보시오, 해대인. 내 비록 태왕 폐하의 후처로 황실 사람이 되었으나 엄연히 공주의 어미요! 어찌 그런 망발을 일삼는 거요!?”


“전하께오선 분명 공주님의 어머니시옵니다. 허나 직접 생산하시지도 않은 공주님의 혼담문제로 전하께서 머릴 싸매실 이유 또한 없지 않사옵니까.”


“해대인, 하고 싶은 말이 뭡니까!”


“고승 장군과 공주님의 혼담이 과연 전하께 득이 될지부터 생각해보시옵소서. 아무리 전하와 고승이 친분이 있다고 한들 고승은 엄연히 계루부의 일원이옵니다. 그보다 더 챙겨야할 분이 따로 계시지 않사옵니까?”



해준종은 대실진이 고승을 이용해 세력을 확장하려는 야욕을 짐작하고 있었다.



‘해준종 이놈이 내가 고승과 가깝다는 것을 언제부터 알고 있었던 거지!? 대체 어찌하려고 이따위로 나오는 건지 모르겠군.’



뚫어져라 자신을 응시하는 왕후를 바라보며 해준종이 계속 말을 이었다.



“전하. 고승 그는 애초에 공주님과도 맺어질 수 없는 그릇이거니와 전하께서 심혈을 기울여야 할 분은 고승 장군이 아니옵니다. 아주 가까운 곳에 계신 분을 어찌 방치하시는 것인지..”


“대인, 그대가 말하려는 그자가 대체 누구요!?”


“고건무 왕자님이시옵니다. 전하.”



해준종의 입에서 아들의 이름이 나올 줄 몰랐던 대실진은 당황해하며 주변을 둘러보더니 호통을 쳤다.



“지금 무슨 감언이설을 내뱉는 것이오!? 해대인, 그만하고 이만 물러가세요!”



해준종은 다시금 호궤하며 일어서서 말했다.



“혹시라도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든 소신을 찾아주시옵소서. 상부의 고승보다는 더 쓸모가 있을 것이옵니다. 그 속특인에 대해서도 말입니다. 그럼.”



해준종은 왕후의 명령에 그대로 물러났으나 그녀는 이미 깨진 고승 말고 고건무가 태왕이 되도록 지원해줄 세력으로 해준종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



한편 온달은 장안성의 내성에서 짓고 있는 서옥 주변에 마련된 임시거처에서 지내며 표영과 함께 검술 수련을 하기 시작했다.


-딱! 딱!-


나무로 만든 목검이 부딪치는 소리가 연이어 들리기 시작했고 특히나 기선과 윤춘은 날렵한 표영의 자세에 입을 벌리고 구경하고 있었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몸으로 조의선인이 된 그녀는 활쏘기, 말타기, 그리고 검술 모두 발군의 실력을 지녔었기에 온달 일행들 모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표영 역시 자신과 합을 맞추면서도 지치지 않는 온달의 검술에 놀랄 따름이었다.



‘속특인들의 검술이 보통이 아니구나.. 말씀대로 이자는 분명히..’


「“표영! 무슨 잡생각을 하는 것이냐! 집중해라!”」


“오오! 주몽이 이기겠다~!”



온달의 찌르기가 들어왔으나 표영은 그의 목검을 감싸며 다리를 걸어 넘어뜨렸다.



「“으읏. 제길..”」


“방심하셨군요. 온달님. 그러나 대단한 실력이십니다.”



표영이 손을 건네며 온달을 일으키자 주변에서 구경 중이던 으리와 윤춘, 기선이 박수를 쳤다.



“에이~ 오라버니야말로 집중하셨어야죠. 그래도 정말 놀라웠어요!”


“와.. 표영님 대단하시다. 예쁜데다가 실력도 엄청나다니.. 나도 어서 조의선인이 되고 싶어.”


“오늘부로 나 기선, 표영님의 사내가 되겠어.”


「“기선, 헛소리 하지 말고 물이나 갖다 줘.”」


“하하, 예~!”



기선은 두 표주박에 물을 담아 온달과 표영에게 각각 건넸고 온달은 물을 받자마자 벌컥벌컥 들이켰다.



「‘후우.. 표영이라는 이 아이, 대단하긴 대단하군. 하사안만 살아있었어도 훨씬 더 깊이 검술 수련을 했었을 텐데 여자애한테 이렇게 밀리다니. 제길..’」


『“아.. 아프다.. 온달.. 야 그나저나 온달 너 검술 진짜 쩐다~ 나 없는 동안 엄청 연습했나봐? 나 막 VR가상 체험 하는 것 같이 완전 재밌었는데 아픈 것까지 느껴지니까 좀 짜증난다.”』


「‘네가 활 쏠 때나 내가 검을 다룰 때나 비슷한 느낌이겠지. 쓰러진 마차에서 네가 활을 쐈을 때 나 역시 오줌 지렸잖아?’」


『“하긴 그때 너도 많이 놀랐었겠다. 그나저나 얘 장난 아닌데? 고삐리 같은 애가 뭐 이렇게 잘 싸우지?”』


「‘고삐리가 누구야?’」


『“얘 정도 되는 애들을 그렇게 부르기도 해. 뭐 암튼 중요한 건 아니고.. 우리 공주님은 언제쯤 오시려나?”』


“온달님께선 평범한 속특인이 아니시군요.”


『“그럼~ 표영이가 사람 볼 줄 아는구나. 이 온달이가 평원왕의 부마! 공주님 남편이라니까?”』


「“휴우. 그대도 보통이 아니구나. 조의선인들은 다 그대 같은 실력인가?”」


“조의선인은 고려의 최정예들입니다. 개개인의 실력은 절대 이방인 (異邦人)들과 비교할 수 없지요.”


「“이방인(異邦人)?”」


“보, 본의 아니게 실언했습니다. 용서해주십시오.”



순간의 말실수를 해버린 표영은 곧바로 온달에게 호궤하며 용서를 구했다.



「“그대의 검술을 더 알고 싶다. 공주님께서 오시기 전까지 좀 더 경험했으면 해. 그대처럼 검을 다룰 수만 있다면 나 역시 조의선인이 될 수 있을까?”」


“물론입니다. 공주님께서 이미 온달님을 낭군으로 정하셨으니 온달님의 명령은 공주님의 명령과 같습니다. 있는 힘껏 도울 것입니다.”


『“온달. 누누이 말하지만 넌 이미 고려의 부마야. 얘를 디딤돌 삼아서 우리만의 힘을 키워나가야만 해. 얘가 알려주는 기술을 기선이나 윤춘, 더 많은 아이들에게도 이식시켜야지. 그래야 우리가 가진 원한을 푸는 데 큰 힘이 될 거라고.”』


「“그래, 세세하게 잘 알려주길 바란다. 다시 시작해보자.”」



서로가 이마의 땀을 닦아낸 후 다시금 검의 합을 주거니 받았다.


온달이 평강공주와 만난 후, 머지않아 발생할 중국과의 전쟁을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그는 조의선인 중에서도 으뜸인 표영의 검술을 모두 전수받길 원했다.



***



576년.


온달이 공주와의 혼담문제로 고려 황실이 시끌벅적해질 무렵, 중원 대륙에서는 북주의 무제 우문옹이 쇠약해진 북제를 멸망시키기 위해 병력을 출병시켰다.


원교근공(遠交近攻)이라 하여 지리적으로 먼 국가와는 교류하고 가까운 나라는 공격하여 굴복시키는 것이 당시 동아시아의 정세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제의 고씨가 고려계 인물이라는 설이 있던 이유 때문일까, 북제와 고려의 관계는 특이한 경우였다.


그러나 간신들로 하여금 엉망이 된 북제는 곧 북주의 황제 우문옹의 병력으로 하여금 멸망의 가도를 달리고 있었다.


이는 북제에 터전을 둔 정하시 상단에게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었다.


북제의 수많은 한족들은 봇물 터지듯 밀려들어 오는 우문옹의 병력 때문에 전쟁터로 강제 징집되었고 정하시 상단 소속의 한족들 또한 징집되어 전쟁터로 끌려갔기에 상단의 병력이 상당수 줄어들었다.



“주인님. 북주 황제 우문옹의 기세가 상당한 듯합니다. 이러다간 상단이 남아나질 않을 텐데 북주로 귀순하실 생각이십니까?”



병력이 계속 차출되어가는 상황을 걱정하던 재이가 검은 의복과 너울을 한 정하시에게 물었다.



“북주로 귀환하면 우문씨 일족이 우릴 그대로 두지 않을 겁니다. 고양의 치세 밑에서 나라가 돌아가는 꼴을 보아하니 북제도 곧 멸망하겠군요.”


“허면 어찌하실 생각이십니까?”


“소노부의 해준종 대인에게 기별을 드리세요. 먼저 들어간 황영 덕분에 유수도 치워진 마당에 이참에 고려로 들어가는 것이 낫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주인님. 그럼 남은 상단 전체를 이동시키도록 준비하겠습니다.”


“그리고 전에 우리를 사칭했던 자들과 노예들 중 쓸모없는 것들은 전부 전쟁터로 보내도록 하세요. 북제에 신세졌던 것은 이렇게라도 갚아야겠지요.”


“예. 주인님.”



거대하게 세력을 확장하는 북주의 우문씨는 이후 수나라를 건국할 양견에게 멸족당하기 전까지 온달과 정하시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상황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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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 220화 - 수풀들의 공격. +1 22.08.05 74 4 16쪽
221 219화 - 적목성(赤木城)으로. +4 22.08.04 85 4 15쪽
220 218화 - 대대로의 능욕. +4 22.07.23 79 4 15쪽
219 217화 - 적들을 물리치는 아내. +2 22.07.19 63 3 12쪽
218 216화 - 염탐. +2 22.07.15 58 3 14쪽
217 215화 - 아내와 남쪽으로. +2 22.07.11 71 3 15쪽
216 214화 - 강국과의 거래. +4 22.07.08 61 3 13쪽
215 213화 - 혼혈임을 이용하는 온달. +4 22.07.04 70 3 17쪽
214 212화 - 맹세. +4 22.06.29 84 3 15쪽
213 211화 - 담판. +2 22.06.27 76 3 14쪽
212 210화 - 출산. +4 22.06.21 102 3 14쪽
211 209화 - 온달의 무기. +4 22.06.14 73 3 13쪽
210 208화 - 부정적인 소문. +2 22.06.08 73 3 13쪽
209 207화 - 남하를 위한 준비. +2 22.06.07 72 3 13쪽
208 206화 - 오열. +2 22.06.02 81 3 14쪽
207 205화 - 떠나는 사람들. +2 22.05.30 79 2 12쪽
206 204화 - 도망자들. +2 22.05.26 67 2 14쪽
205 203 화 -무너진 상단. +2 22.05.24 79 2 13쪽
204 202화 - 신라땅에서의 습격. +2 22.05.21 77 2 12쪽
203 201화 - 발각. +2 22.05.18 75 3 16쪽
202 200화 - 회임 소식. +2 22.05.14 88 3 16쪽
201 199화 - 처리해야할 자. +2 22.05.11 83 3 13쪽
200 198화 - 남은 이들을 위한 목표. +2 22.05.07 98 3 13쪽
199 197화 - 충격에서 충격으로. +2 22.05.04 83 2 13쪽
198 196화 - 넋 잃은 온달. +2 22.05.03 71 3 14쪽
197 195화 - 용서를 구하는 부녀. +2 22.04.27 83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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