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의 시대: 꿈을 꾸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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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샤피로잔
작품등록일 :
2020.11.30 20:24
최근연재일 :
2021.06.20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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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28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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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32. 최후의 날 (2)

DUMMY

"허... 참."


후련한 모습과는 다르게 이제 하체는 녹아내리듯 가루가 되어 상체밖에 남지 않은 마지막 망령.


끝을 기다리는 그 모습에 영오는 90번째 망령부터 시작된, 기존과는 달랐던 이 어이없는 훈련과 그 결과물인 차원을 가르는 기술에 대해 그동안 가졌던 의문을 해소할 수 있는 시간이 지금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 사라지는 마지막 망령을 향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동안 궁금했는데 말이야... 너희들 뭘 꾸미고 있었지? 나한테 바라는 게 있어서 이랬던 것 아니야?"


"아! 맞다. 나뿐만 아니라 90번째 이후 놈들은 전부 네게 기억을 넘기지 않았구나. 너무 오래전 일이라 깜빡했네... 쯧! 그럼, 내 기억과 함께 90번째 놈부터 시작된 계획을 알려줄까?"


딱!


몸과 함께 자신의 존재가 사라지고 있건만 너무나 밝은 미소와 함께 영오를 향해 손가락을 튕기는 마지막 망령.


경쾌한 소리와 함께 이번에는 꿈의 형태가 아닌 마치 한편의 영화 같은 모습으로 그의 일생이 영오의 머릿속으로 빠르게 흘러 들어왔다.


시작점은, 아니 일생의 8할 이상이 지금의 영오와 비슷했던 마지막 망령이었다. 그 역시 지금의 영오와 같이 숨지 않고 당당히 싸울 것을 밝히며 움직였고 온몸을 바쳐 지구를 위해 주변 지인들을 위해 엘더와 맞서 싸웠다.


언뜻 보면 지금의 영오와 별반 다를 것 같지 않은 그의 인생, 하지만 분기점이 된 것은 이곳 창조주의 공간으로 들어와 90번째 망령을 만나고 나서부터였다.


그리고 그들이 만나는 장면부터 대화가 거듭될수록 영오의 얼굴을 험상궂게 일그러져만 갔다.


영오 역시 90번째 망령 이후 기억의 전수가 없어 무언가를 숨기고 있었다고는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지만 이런 말도 안 되는 것을 숨기고 있었다니.


"이런 미친놈들..."


그들이 숨기고 있던 것은 간단했다. 그것은 바로...


"너희들을 희생해서 100번째인 나에게 집중해 이 지옥 같은 굴레에서 해방시키겠다고? 그리고 창조주님과 계약을 해 이자리를 만들고 만약 내가 실패하면... 더 이상의 회귀는 없이 지구는 그대로 끝이라고?"


그는 아니 그들은 자신의 인생을 포기하고 지금의 영오에게 모든 것을 맡겼던 것이다.


"물론. 나도 너처럼 아직 지구가 여력이 남아있고 주위에 지인들이 남아있었다면 그놈의 의견에 반대했겠지. 하지만 그전에 보았다시피 내가 이곳에 들어왔을 때에는 이미 지구의 인구는 5%도 살아남지 못한 상황이었고 내 주변의 지인들 모두 죽은 상태였거든. 그래서 처음에는 자포자기 심정으로 그놈의 말을 들어보기로 했지."


"살아있는 상태에서 자진해 이곳에 망령이 되다니.. 그래서 90번째 이후 놈들은 그전의 망령들과 다른 행동을 한 건가?"


"그래. 우린 끝난 게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위해 기다리고 있던 것이거든. 지금의 너를 말이야."


이제는 상체도 사라지고 머리만 남은 상황. 하지만 그는 그러한 자신의 모습에 개의치 않은 듯, 오히려 해맑은 미소와 함께 영오가 궁금했을 남은 이야기를 직접 전해주기 위해 입을 움직였다.


"90번째 놈은 이야기했지. 우리가 계속 실패했던 것은 그놈과 같은 위치에 있지 못해서라고 말이야. 신과 같은 위치에 있는 엘더인 그와 신의 손에 태어난 피조물... 애초에 근본부터가 다르니깐 말이야. 그래서 그에 걸맞은 격에 도달해야 한다고 매번 말했지."


"격이라... 그렇군, 카르마! 내가 흡수한 망령들의 카르마가..."


"그래. 격을 높이는 여러 가지 방법들이 존재하지만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그것밖에 없었다. 그리고 우리들이 머리를 맞대고 계산한 결과 99명의 카르마를 흡수한 100번째 영오라면 충분한 격에 이를 것이란 결론을 내렸고, 창조주님에게 부탁... 아니 거래를 했지. 최고의 볼거리를 보여주겠다는 조건을 내걸고 말이야."


"첫 번째 영오부터 나까지 이르는 순환을 말이군.... 엥? 야 인마! 그럼 그 조건인 쇼를 결국 내가 해야 한다는 거잖아!"


"그 정도 받고 네가 지금 살고 있는 지구를 구해낼 수 있다면 싸게 먹힌 거잖아. 안 그래?"


"....."


그들의 희생과 도움을 받기만 한 자신에 대한 미안함에 괜스레 과장스러운 행동을 한 영오였지만, 그런 영오의 마음을 이미 알고 있다는 망령의 웃음을 보자 영오는 더 이상 대꾸를 할 수 없었다.


그리고 대화가 사라진 그들에게 곧 이별의 시간이 다가왔다.


"너만이라도 행복해져라..."


"행... 복이라고?"


"앞의 놈들의 기억을 봤겠지만 나와 너, 아니 우리 영오들은 행복이라는 것을 꿈도 꾸지도 못했다. 살기 위해 발버둥만 치고 살아왔지. 그러니 너만이라도... 마지막인 너만이라도 이 지옥 같은 순환을 끊고 행복해라."


진실을 알고 영오가 나약해질까 다시 한번 그의 동기를 부여해 주는 망령.


영오는 그런 그의 고마운 마음을 느끼곤 사라져가는 그를 향해 애써 웃으며 최대한 밝게 입을 열었다.


"아아. 만족할만한 결과를 보여주지."


"그럼 난 네 안에서 바라보겠다. 최후의 결말을 말이야."


"그래, 팝콘 뜯으며 보고 있으라고!"


스윽!


어디에서 불어왔는지 알 수 없는 바람에 가루가 된 망령의 흔적이 흩날렸고, 곧 그의 흔적은 바람을 타고 영오의 코와 입을 통해 영오에게 흡수되었다.


"스읍! 후우...."


"끝났나 보네?"


"창조주님?"


잠시 후 마지막 망령과 영오의 이 별자리를 기다려준 듯 창조주의 왼쪽 눈이 망령이 사라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나타났다.


그리고 그는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진 마지막 망령이 있던 공간을 바라보며 그들과의 과거를 회상하는 듯 그 자리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이없는 놈들이었지. 창조주인 나한테 거래를 걸어오다니 말이야."


"....."


눈앞에 있는 영오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향하는듯한 공허한 그의 목소리.


영오는 몇 번 보아왔던 창조주의 모습과 다른 그의 모습에 숨죽이며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


"머리를 맞대며 나온 결론이 내가 지루하지 않을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어 보이겠다? 자신을 하나의 부품으로 생각하는 것이 웃긴 놈들이었지."


"....."


"하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만든 나의 아이들인 신이라는 것들이나 엘더라는 놈들에게는 볼 수 없던 그 열정적인 모습이 끌리더구나. 그래서 절대 해서는 안 될... 100번째의 놈을 위해 나에게 개입해달라는 그놈들의 부탁도 들어줬지."


"44번째의 사안. 62번째의 플카터화. 81번째의 의지력..."


"그래 맞다. 놈들은 단순히 이곳에 오는 시간을 앞당기기 위해서 그것들을 너에게 각인시켜주라고 부탁했지만 그 속의 숨은 뜻은 달랐지."


그리고 창조주의 목소리를 듣는 영오의 머릿속에는 마지막 망령이 남겨준 기억 속 망령들의 대화가 자연스럽게 스쳐 지나갔다.


-이거 아무리 그래도 100번째의 놈이 99명분의 카르마를 감당할 수 있을까?-


-보통은 펑 하고 터지겠지.-


-미친놈!-


-하지만... 안배를 몇 가지 깔아둔다면 괜찮을 것이다.-


-안배?-


-창조주님에게 부탁할 것이다. 우리 이전의 영오들이 개발했던 사안과 플카터화, 의지력을 100번째 영오에게 각인시켜달라고 말이다.-


-응? 그게 소용이...-


-직접적인 소용은 없겠지. 하지만 그분의 힘이... 의지가 개입되는 순간, 의도하던 의도하지 않던 알게 모르게 영혼의 용량은 늘어나겠지. 거기다가 창조주님의 힘에 익숙해지다 보면 차원의 경계에 대한 감각 역시 우리보다는 익숙해지겠지. -


-오! 90번째 역시 넌 똑똑한데? 왜 우리들 사이에 너 같은 놈이 나왔냐? 변종이냐?-


-시끄럽다. 돌대가리들!-


한차례 폭풍이 훑고 지나간 듯한 영오의 머릿속. 영오는 그들의 기억을 떠올리며 창조주의 눈치를 살폈다.


그들은 창조주를 속아넘겼다고 생각했지만 그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이미 그들의 숨은 의도를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속아줬지. 그래, 방금 전에도 말했다시피 열정적인 모습이 좋았고 결과물이 기대되었거든."


얼굴이 있었으면 분명 미소가 보였을 것 같은 목소리를 낸 창조주의 왼쪽 눈은 잠시 후, 망령에 대한 기억을 정리한 듯 이제는 서서히 영오를 향해 그 몸을 돌렸다.


그리고 영오의 상반신을 덮고도 남을 그 거대한 눈을 들어 영오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육체를 넘어 그의 영혼을, 영오의 근원을 꿰뚫어 보는듯한 시선.


"그리고 그놈들의 집념과 긴 시간의 결과물이 바로 너다."


"......"


"그러니 이제 나에게 보여다오. 창조주에게 거래와 거짓말을 한 그 괘씸한 놈들의 결과물이.. 과연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그 끝을 말이다."


"후웁! 알겠습니다!"


철컥!


창조주의 기대 섞인 말과 함께 영오의 앞에는 들어왔을 때의 철문이 나타났고,


끼이이익!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환한 빛과 함께 영오를 바깥세상으로 인도했다.


"어쩌면 이번 차원은 너와 엘 카스를 위해 만들어진 것인지도 모르겠구나. 그러니 이 눈으로 지켜보겠다. 그 결말을..."


그리고 영오에게는 들리지 않은 창조주의 목소리를 끝으로 100번째 영오, 지금의 영오를 위해 만들어졌던 공간은 그 맡은 바 역할을 다한 듯 서서히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이곳에 그동안 숨 쉬고 있던 99명의 망령들의 기억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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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 33. 종말의 한가운데에서... (8) 21.06.20 457 8 13쪽
157 33. 종말의 한가운데에서... (7) 21.06.18 353 7 8쪽
156 33. 종말의 한가운데에서... (6) 21.06.16 351 8 8쪽
155 33. 종말의 한가운데에서... (5) 21.06.14 352 8 9쪽
154 33. 종말의 한가운데에서... (4) 21.06.12 359 8 12쪽
153 33. 종말의 한가운데에서... (3) 21.06.10 359 7 8쪽
152 33. 종말의 한가운데에서... (2) 21.06.10 363 8 8쪽
151 33. 종말의 한가운데에서... (1) 21.06.08 398 8 11쪽
150 32. 최후의 날 (8) 21.06.06 385 7 11쪽
149 32. 최후의 날 (7) 21.06.05 358 8 9쪽
148 32. 최후의 날 (6) 21.06.03 360 8 9쪽
147 32. 최후의 날 (5) 21.06.02 357 8 11쪽
146 32. 최후의 날 (4) 21.05.31 360 8 11쪽
145 32. 최후의 날 (3) 21.05.30 362 8 9쪽
» 32. 최후의 날 (2) 21.05.28 383 8 10쪽
143 32. 최후의 날 (1) 21.05.27 371 8 10쪽
142 31. The One (4) 21.05.24 366 8 8쪽
141 31. The One (3) 21.05.23 376 7 12쪽
140 31. The One (2) 21.05.21 377 6 9쪽
139 31. The One (1) 21.05.20 372 5 8쪽
138 30. 진실 (9) 21.05.19 377 7 9쪽
137 30. 진실 (8) 21.05.17 370 6 10쪽
136 30. 진실 (7) 21.05.16 365 7 8쪽
135 30. 진실 (6) 21.05.15 374 6 9쪽
134 30. 진실 (5) 21.05.13 398 7 9쪽
133 30. 진실 (4) 21.05.11 426 7 11쪽
132 30. 진실 (3) 21.05.10 423 7 12쪽
131 30. 진실 (2) 21.05.08 414 6 11쪽
130 30. 진실 (1) 21.05.07 425 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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