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앱으로 인생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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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발
작품등록일 :
2020.11.30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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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01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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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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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전#10

스마트폰 앱으로 인생역전




DUMMY

김준환 의원에 이어서 이진호 의원도 논란에 휩싸였다. 단련은 TV를 보면서 자신이 기자회견에 나와서 이야기한 자신을 자랑스러워했다. 정말로 억울하고 분한 사람처럼 행동한 연기를 보니 자기 자신도 무서울 정도.


'후, 내 연기가 조금 무서워지려고 하네.'


아군을 만들기 위해서는 연기도 필요한 법이었기에 시간 날 때마다 혼자서 연습했었다. 공부하듯이 반복하면 되는 일이었기에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부모님이 일찍 집에 돌아온 걸 보고 반갑게 맞이했다.


"다녀오셨어요?"


"그래. 단련아. 건강하게 잘 지냈니?"


오늘은 다른 때에 비해 표정이 밝은 상황이었다. 단련은 그 원인은 이미 알고 있었다. 자신의 폭로로 부모님이 힘든 부서로 강제로 이동했다는 사실까지 알려졌기에 부모가 다니는 회사 사장이 난처한 얼굴로 당장 원래 부서로 옮겼으니까.


"단련아. 좋은 소식이 있단다. 앞으로 엄마 아빠는 예전 부서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어."


"잘 되었네요. 이제 앞으로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거죠?"


"그래."


세 가족이 서로를 껴안으며 눈물을 드러냈다. 오랫동안 함께하지 못했던 가족과 이제 함께 일상을 보낼 수 있었다. 단련은 이 순간만을 기다려왔다. 지금까지 겪은 고독을 참으며 이제 부모와 함께 다 같이 저녁을 맞이하는 것도 가능했다.


"오늘 엄마가 솜씨를 좀 내줄게."


단련의 어머니는 소매를 걷어 올리며 의기양양한 태도로 부엌으로 향했다. 지금까지 단련이 혼자 요리해 먹었지만, 오늘은 엄마의 손맛을 느끼게 된다는 생각에 밝아졌다.


오랜만에 엄마가 차려준 밥상을 맛보니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지금은 자기가 더 요리를 잘하기도 하지만, 오랜만에 맛보는 어머니의 맛은 차원이 달랐다.


"단련아. 나이가 몇인데 우는 거니?"


"여보. 단련이가 그만큼 외로웠을 텐데 이해해줍시다."


"후후후."


아버지가 부드럽게 만류하자 어머니도 흐뭇한 미소를 드러냈다. 단련은 이 행복한 순간을 가지게 된 것도 사용자 앱 프로그램 덕분이라고 판단했다. 물론 자신이 노력한 것도 있었지만, 이렇게 성장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일이었으니까.


"이제 우리 가족에게 불행은 닥치지 않을 거예요."


"단련아. 너무 무리하지 말아라."


단련의 말에 부모의 얼굴이 어두운 그늘처럼 변했다. 이미 뉴스에도 화제가 될 정도로 단련은 유명했다. 김준환 의원의 아들이 불량한 짓을 한 것 때문에 그의 이미지도 내려갔으니 국회의원으로서 가만히 안 있을 거라 확신했다. 단련은 TV를 틀어서 이진호 의원이 인터뷰하는 걸 보았다.


-저는 절대로 그런 짓을 한 적이 없습니다. 저를 반대하는 세력이 조작하는 겁니다.


이진호 의원도 억울하다는 심경을 밝혔다. 녹음된 목소리는 자신의 목소리가 아니라면서 사과가 아닌 변명을 하고 있었다. 단련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


"저런 나쁜 놈 같으니라고. 우리 가족의 행복을 망친 것도 모자라 내 아들을 죽이려고 했어?"


아버지가 두 주먹을 쥐며 분노를 드러냈다. 아들이 그렇게 위험한 상황에 부닥쳤는데 가만히 있을 아버지가 어디 있겠는가? 단련은 해맑게 웃으며 그를 만류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아빠. 가만히 당하고 있을 제가 아닌 거든요. 이제부터 저는 전면전에 나설 생각이에요. 좋은 대학에 가서 공부를 더 열심히 한 뒤에 검사가 될 생각이니까요. 물론 그 사람들이 방해하겠지만요."


"그건 염려하지 마라. 단련아. 이 아빠도 이제 가만히 구경하지 않을 생각이니까. 아들의 미래를 위해 단단히 지원을 아끼지 않으마."


"마음만으로도 고마워요. 아빠."


단련은 가능하면 부모가 위험한 일에 휘말리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김준환 의원을 상대로는 어설픈 방법으로는 소용없으니까. 생업에 활동하는 부모에게 신세 질 생각은 없었다.



* * *



준환은 이를 악물면서 뉴스에서 방영되는 자신에 대한 논란을 보고 눈살을 찌푸리면서 위스키를 여러 잔 들이켰다. 오늘은 마시지 않고는 버티기 어려울 정도였다. 단련이 작년보다 더 강경한 방법으로 전면전에 참여하면서 자신의 입장도 많이 나빠진 상황이었다.


'이 망할 놈의 애새끼 같으니라고. 그런 짓은 자제하라고 했건만.'


아들인 성훈을 생각해서 하는 말이었다.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부자 관계를 끊어버릴 생각까지 했다. 자신의 명성에 흠집만 남을 도구라면 필요 없었으니까.


'이번 참에 그 애새끼와 연을 끊어야겠군. 내 명성에 피해가 가는 잡초는 제거해야 하니까 말이야.'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비서가 안으로 들어와서 그에게 인사했다.


"의원님. 이진호 의원이 찾아왔습니다."


"흥, 들어오라고 해."


최근에 터져버린 폭로 건으로 찾아온 진호였다. 그는 들어오자마자 그에게 큰절을 올리며 말했다.


"도와주십시오. 의원님. 그 녀석을 너무 과소평가했습니다."


"자네가 그런 간단한 실수를 할 정도로 바보 같은 줄은 몰랐군. 상대방의 목소리를 완전히 파악하기 전까지는 쓸데없는 말을 자제했어야지. 그런 식으로 해서 논란만 더 키웠잖아."


준환의 말에 진호는 할 말을 잃었다. 더러운 일을 하는 아마추어라도 그 정도 실수는 하지 말아야 하는 법이었다. 준환은 마음 같아서는 진호도 어딘가로 버리고 싶은 도구 취급할까 생각이 들었지만, 당에 그동안 충성해온 걸 떠올리며 생각을 접었다.


"난 이번 기회에 내 명예에 방해가 되는 잡초를 뽑아버릴 생각이야. 하멜 그룹도 아마 이번 건으로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나를 계속 압박하려고 하겠지. 그러기 전에 나는 그 애새끼를 내 집안에서 내쫓으려고 하네."


"아드님인 김성훈 님을 말입니까?"


"그 녀석에게 이제 잘해줄 필요는 없어. 오늘부로 관계를 끊어버릴 생각이니까. 내 앞길을 막는 잡초들을 전부 제거해야 해. 그렇게 해야만 놈들에게 반격할 수 있다."


"그 애송이는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당분간은 내버려 둬. 지금 녀석은 전 국민들의 관심을 받고 있어. 함부로 움직였다가는 우리만 손해 본다. 확실한 증거가 없더라도 논란만이라도 우리가 쌓아온 이미지를 망쳐버릴 수 있어. 그러니까 그냥 건드리지 마라."


준환은 당 지지율이 떨어진 걸 생각하면서 분노를 드러냈다. 단련은 처음부터 자신을 위협할 존재라는 걸 알았지만, 견제하는 와중에도 이렇게 당당히 전면전을 시도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었다. 준환은 위스키를 한 잔 따라주며 진호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당분간은 조용히 생활하도록 해라. 너에게 방해되는 잡초들을 싹 다 뽑아버려."


"네. 의원님."


진호는 다시 한번 큰절을 올리면서 답했다. 자신의 경력에 방해가 되는 인물이 있다면 주저 없이 버리라는 거였다. 준환은 가족 모두를 버려서라도 자신의 목표를 포기하지 않을 작정이었다.


'내 나라를 완벽히 손에 넣기 위해서라도 한발 물러서야 하는 법, 지금은 여론이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리도록 하지. 두고 보자. 애송이.'



* * *



단련은 기분 좋은 얼굴로 학교에 다녔다. 김준환 의원 일당들이 당분간은 움직이지 못할 거라는 걸 알고 신난다는 얼굴로 학교에 다녔다. 신발장을 열어보는 순간 수많은 편지가 떨어지는 걸 보았다.


"어라?"


하트 모양 표시가 된 편지들뿐이었다. 누가 봐도 고백 편지, 단련은 미엘이 겪었던 일을 떠올렸다. 그녀는 이런 편지가 와도 태연하게 해결했는데 자신이 막상 이렇게 되니 부담스러워했다.


"어머, 인기가 많은가 보네. 너도 이제 나처럼 유명해졌구나."


"서, 선배. 이건 그러니까."


"뭐가 어때서 그러니? 인기가 있다는 건 네 능력이 그만큼 뛰어나다는 거니까."


미엘은 얄미운 소녀처럼 입꼬리를 올리며 그를 놀리듯이 말했다. 단련은 머리를 긁적이며 곤란하다는 얼굴을 드러낼 뿐이었다. 지금 당장은 연인을 만들 계획이 없었다. 장래에 검사가 되어서 그들을 먼저 잡아넣기 전까지는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선배, 전에는 제가 조금 지나치게 말한 거 같아요. 죄송해요."


"아니야. 재벌가에 대해서 원한이 있다는 사실을 잊은 내 실수도 있어. 국회의원 한 명 때문에 가족과 시간을 잘 보내지 못했다면서? 그건 슬픈 일이야."


"선배도 뭔가 원하는 걸 얻으려고 저를 이용하는 도구로 취급하시는 거로 생각했었어요."


"맞아. 난 너를 도구로 이용하려고 했어."


의외로 솔직하게 답하는 그녀의 말에 단련은 깜짝 놀랐다. 속마음을 다 털어놓듯이 무게를 잡은 그녀의 설명은 계속되었다.


"넌 내가 원하는 기준을 전부 가졌어. 능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인성도 바르고 욕심을 너무 드러내지 않는 편이지. 최근 들어서 조금 냉혈한으로 변한 거 같지만, 그 정도는 상관없어. 원래 세상은 냉혈한이 주도권을 잡는 법이니까."


너무 착한 사람은 대한민국 내에서 손해만 볼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단련은 이미 시련을 통해 그 사실을 알았기에 너무 착한 사람처럼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려고 했다. 누구처럼 뭔가를 지배하려는 야망은 없었다.


"냉혈한이 주도권을 잡는다라, 그래서 선배도 이중인격처럼 행동하시는 거군요."


"나도 전쟁터에 참여하는 입장이니까 당연한 거야. 그렇다고 해서 이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까지 그런 모습을 보일 필요가 없잖니."


맞는 말이었다. 학교에서 누군가가 무섭게 본다면 고독만 느껴서 다니는 보람이 없을 테니까. 단련은 선배의 답을 들은 뒤에 그녀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선배, 지금도 저를 이용하고 싶은 생각이 있으신가요?"


"무슨 의미야?"


"선배에게 도움을 좀 청하려고요. 제가 검사가 될 때까지 누군가가 방해하지 못하게 지원해주셨으면 하는데요. 그렇게 한다면, 김준환 의원과 이진호 의원 같은 거물급들을 전부 잡아넣을 수 있습니다."


"어머, 그래? 그 사람들이 감옥에 간다면야 나도 기분이 좋지. 그런데, 너는 날 믿지 않는 거 아니었어? 그런데 인제 와서 내게 도움을 요청하는 거야?"


"그럼요. 선배님 도움이 없으면 아무래도 안 될 거 같아서요. 민우와 상호가 있다고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선배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거든요."


단련은 현실을 생각해서 하는 말이었다. 그녀는 지금도 완전히 믿지 않는다. 이미 자신을 도구로 취급하려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녀가 원하는 인성을 가지고 있기에 눈에 띄어서 작은 도움을 받았으며 장래에 하멜 그룹 일원으로 만들어버리려는 야망을 품은 그녀였다. 그런 그녀에게 부탁하는 자신이 웃길 정도였지만, 이 정도라면 상관없다고 판단했다.


"내가 부탁을 들어주는 대신에 네가 나에게 뭘 해줄 거지?"


"글쎄요. 하멜 그룹에 들어가는 거 아니면 선배의 부탁을 들어줄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래? 그럼 이렇게 할까?"


미엘은 잠시 고민하다가 검지로 입가에 손을 대면서 답했다.


"나와 데이트 하자."


"네?"


"나와 데이트를 하자고. 그게 조건이야."


단련은 동그란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설마 그녀가 자신에게 이런 말을 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한 일, 재벌가의 딸이 맞는지 의심할 정도였다.


"아무리 그래도 신분도 낮은 제가......"


"어머, 싫다는 거야? 그럼 네 부탁도 들어주지 말아야겠네."


"윽. 알았어요. 시간과 장소는 선배님이 정해주세요."


그녀가 음흉한 미소로 말하자 단련은 한발 뒤로 물러나서 포기하듯이 답했다. 학교의 여신이나 다름없는 그녀와 데이트, 이 소문이 퍼지면 전교생 남학생들이 자기를 질투할 거고 또다시 적을 만들어내는 결과가 올 거라 판단했다.


"나중에 문자로 보내줄게. 그럼 난 이만 가볼게."


미엘은 콧노래를 부르며 계단을 타고 올라갔다. 아이처럼 기뻐하면서 총총걸음으로 올라가던 그녀를 본 단련은 한 손으로 턱을 만지면서 생각에 잠겼다.


'가만, 지금까지는 이런 이야기는 한 번도 안 한 선배였어. 의외로 나와 접근을 조심히 하려는 거 같은데 오늘은 적극적으로 나오시네. 왜일까?'



* * *



"뭐? 그게 정말이야?"


"어."


민우는 단련의 말을 들으면서 입에 넣었던 빵 부스러기를 흘렸다. 상호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미엘과 분위기가 안 좋아 보였었는데 이번에 약속을 잡았다는 사실이었다.


"야, 너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우리 학교 멋있는 선배가 고백해도 차버린 사람인데, 단련이 네가 그만큼 가치가 높다는 걸까?"


상호도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말했다. 그녀가 재벌가 출신이니 단련보다 더 멋있고, 단정한 남자들은 얼마든지 만났을 거라고 두 사람은 알고 있었다. 단련은 자세한 이야기를 하지 않으며 사과 주스를 마시기만 했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


"어떻게 하긴, 응해줘야지. 선배에게 도움받은 게 많았으니까."


민우는 부럽다는 듯이 바라보면서 스마트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몰래 문자를 보냈다. 수신인은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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