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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붉은 입술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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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러버
작품등록일 :
2020.12.01 04:36
최근연재일 :
2021.02.17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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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11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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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아사신 - 거래

DUMMY

그들이 집을 떠난 직후에,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던 케림은 두 명의 아니발, 겐틸과 함께 마제스틱 아파트로 들어갔다.

아파트 입구와 로비에는 모자쓰고 양복입은 젊은 녀석 둘이 언제나 있었는데, 그들은 럭키 루치아노 패밀리의 일원이었다. 두목 루치아노는 교도소에 들어갔고 그들을 실질적으로 통치하는 자는 마이어 란스키였다.

케림은 손님 접대에 능숙하고 사교성이 높은 아니발을 앞세웠다.

아니발이 먼저 들어가서 이탈리아어로 말했다.

"우리 보스가 마이어 란스키를 만나러 오셨다."

"명함."

하고 마피아 녀석이 짧게 말했다. 다른 한 사람은 품에 손을 넣었다.

순간 케림의 옆에 있던 겐틸이 손을 휘둘러 총을 뽑으려는 마피아의 목을 향해 작은 칼을 던졌고 그 칼은 아니발의 손에 잡혔다. 칼은 목 바로 앞에 있었다. 총을 뽑으려던 마피아는 파랗게 질려 꼼짝도 하지 못하고 얼어붙었다.

"이걸로 안 될까? 이게 야구라며, 던지고 받고."

하고 아니발이 묻는 사이에 또 하나의 비도가 소리없이 날아들었고, 명함을 요구하던 마피아의 얼굴 앞에서 칼은 아니발에 의해 멈췄다.

아니발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허튼 짓하면 죽는 줄도 모르게 죽여주지."

"누가 보냈소?"

하고 마피아가 물었다.

아니발이 말했다.

"죽고 나서도 궁금할까?"

마피아들은 입을 다물었고, 아니발이 칼끝으로 옆구리를 슬쩍 건드리자 아무 소리 없이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17 층에서 내렸을 때 아니발이 말했다.

"어디 사는줄 아니까 그대로 가."

란스키는 17층 J에 살고 있었다. 문에 도착하자 아니발은 마피아들에게 말했다.

"먼저 들어가서 우리가 왔다고 전해. 우리 보스께서 만나고 싶어 한다고."

안에서 문이 열렸을 때 아니발과 겐틸은 두 녀석을 안으로 밀어 넣어버렸다. 안에서 고함소리와 작은 소동이 뒤이었다.

잠시 기다려서 핫산이 고개를 끄덕이자 아니발은 단검을 문틈으로 밀어서 자물쇠를 해제하고, 가는 끈으로 밖에서는 못 열게 걸어놓은 걸림쇠를 해체했다. 열쇠로 문을 여는 것보다 더 빠른 속도였다.

문이 열리자마자 겐틸과 아니발은 안으로 뛰어들었다. 안에서는 방금 들어간 두 명 외에 톰슨 기관총을 둔 두 명이 있었고, 안쪽 복도에서 권총과 통슨 기관총을 들고 뛰어나오는 자들이 있었다. 란스키는 자기가 사는 아파트의 양 옆을 구매하여 통로를 만든 후에 부하들이 머물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총내려!"

하고 아니발이 소리치는 순간에는 겐틸이 몸을 돌리며 손을 뿌렸고, 눈앞을 하얗게 만들면서 수십 개의 단검이 날아갔다. 사람의 목과 얼굴을 스친 단검들이 벽에 박히는 짧은 소음이 묵직하게 들렸다. 마피아들이 멈칫 하는 순간에 다시 겐틸이 손을 뿌렸고, 움직이려던 자들의 팔을 스치며 단검들이 벽에 박혔다. 겐틸은 벽에 걸려있는 큰 사진을 힐끔보면서 손을 흔들었고, 열 개의 단검이 사진 속에 있는 인물들의 이마와 가슴에 박혔다. 루치아노가 그들 패밀리의 우두머리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었는데, 모두가 이마와 가슴에 하나씩의 단검이 박힌 상태였다.

아니발이 말했다.

"경고는 없다. 총내려놔."

겐틸의 손은 섬세했다. 어느 순간에 기타줄을 튕기듯이 단검들을 토해낼지 보고서는 알 수 없었다. 단검들이 손에는 들려있지 않았는데도 손을 저으면 단검들이 생겨나 날았었다. 총과는 비교할 수 없이 빠르고 정확했다. 마술 같았다.

"어디서 왔소?"

하며 한 명이 총을 바닥에 놓자 나머지가 모두 따랐다.

"마이어 란스키를 만나러 왔다."

"난데."

하는 소리가 들리고 마피아 조직원들 뒤에서 버버리 코트를 입은 남자가 손을 들었다. 마른 체격이고 키가 컸다. 그가 앞으로 나오면서 겐틸에게 말했다.

"너, 얼마면 고용할 수 있어? 한 번 불러봐."

겐틸은 무표정했고 아니발이 피식 웃었다.

"허세 부릴 것 없어. 빠져 나갈 길 없어서 돌아온 줄 알고 있으니까."

마이어가 곁눈으로 보며 차분하게 말했다.

"죽일 거 아니면 목에 힘빼지. 여긴 말야."

마이어는 양손을 옆으로 확 벌리며

"꽝 하고 터질 수 있어."

하고 말했다.

아니발이 뭐라 하려는데 케림이 저지하고 안으로 걸어갔다. 아니발과 겐틸은 그의 좌우를 호위했고, 케림은 마이어의 코 앞까지 가서 멈췄다. 그리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

"난 원래 말로 하는 사람이 아니야."

순간 마이어는 전율을 느꼈다. 그보다 키 작은 케림이 올려다 보는 눈을 무심코 보았다가 자기도 모르게 맥이 빠져 다리가 후들거렸다.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야수가 그의 앞에 있었다. 악마라는 말이 그의 혀끝에 맴돌았다. 마이어는 긴장으로 침도 삼킬 수가 없었다.

케림은 휙 돌아서서는 걸어가 거실의 쇼파에 앉았다.

아니발은 케림의 옆에가서 섰고, 겐틸은 꼭두각시 인형 놀이 하는 사람처럼 또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양손을 앞으로 내밀고 마이어와 그의 부하들을 가리키고 있었다.

"할 수 있으면 해봐. 폭탄을 터뜨리든 뭘하든."

케림이 말했다.

"알아서 죽어 준다면 그게 더 좋으니까."

케림은 느긋하게 등을 기댔다. 그의 손가락은 테이블 너머를 가리켰다.

마이어가 부하들을 물렸다.

"사업이야기면, 이렇게 할 필요 없잖소."

케림이 피식 웃었다.

"마피아 신디케이트를 조직했다더군. 암흑가의 황제라고."

"과장된 말이요."

"뭐든. 아직 나하고 사업 이야기 하기엔 까마득해."

하고 케림이 말했다. 세계의 지배자들과 싸워온 아사신에게 막 생겨난 어슬픈 마피아들은 오합지졸일 뿐이었다.

마이어가 물었다.

"그럼 용무가 뭐요?"

케림이 말했다.

"차 한잔 하고 싶군."

"기다리시오."

하고 마이어가 메이드를 불러서 차를 가져오게 했다. 사십이 넘은 슬라브계통의 여자였다.

케림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말했다.

"내가 모시는 분이 이 아파트에 계신다."

마이어가 갸웃거리며 말했다.

"이 아파트에서 내가 모르는 사람은 없소. 당신 같은 사람을 밑에 두고 있을 만한 사람은."

말하던 중에 마이어가 멈칫했다.

"오! 망할. 혹시 22층에 계신 분이오?"

케림이 슬며시 웃었다.

"아주 눈이 없진 않군."

"신분이 높은 분 같아서 멀리 하고 있었소. 아이들도 보통 애들이 아닌 것 같고."

하고 마이어가 말했다.

케림이 말했다.

"잘했군. 실수했더라면 내가 이럴 필요도 없이 벌써 죽었겠지만."

마이어가 말했다.

"난 이 아파트에 사는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소."

"벌써 끼쳤어."

하고 케림이 소름끼치는 눈으로 쏘아보았다.

마이어가 얼어 붙어서 말을 뱉지 못했다. 마이어 란스키도 암살자들을 거느리고 있었지만, 이탈리안 특유의 낙천성을 가진 암살자들은 아무리 잔인해도 케림 같은 기세를 가질 수가 없다.

잔을 드는 손마저 떨렸다.

케림이 말했다.

"그분이 불편해하시니까."

마이어는 피가 식는 기분 속에서 침묵했다. 케림이 아니라 그 수하인 겐틸 하나만으로 무서웠다. 아무리 숨어 있어도 겐틸의 손을 피하기란 불가능할 것 같았다. 미리 대비하고 있다가 총으로 죽일 수도 있겠지만, 마주친 상황하에서 그가 던지는 칼을 창은 따라가지 못한다. 겐틸의 칼은 서커스의 광대도 할 수 없는 신기다.

케림이 말했다.

"그분께서 원하시는 건 두 가지다. 여기 계신 동안 편안히 지내시는 것 하나, 그리고 가족의 안전. 두 번째가 더 중요하겠지. 약속할 수 있겠나?"

"약속하겠소. 내가 여기에 사는 한, 아무도 그분을 성가시게 하지 않을 것이오."

마이어가 재빨리 말했다.

케림이 말했다.

"내가 바라는 것도 있어."

"말해보시오."

하고 마이어가 말했다.

케림이 아주 작은 소리로 말했다.

"앞으로 적을 만들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오래 살려면. 나는 그분께 조금이라도 누가되는 짓을 한다면 참을 수가 없네. 자네 때문에 불똥이라도 튈까 싶어 마음이 놓이질 않아. 그러니까. 목숨을 걸어야 할 거야. 알아서 보호해. 가까이 가지도 말고."

"알겠습니다."

하고 마이어의 얼굴이 경직되어 꿈틀거렸다.

케림은 다시 온화한 표정으로 돌아오면서 말했다.

"나는 핫산, 알라무트 아사신의 산중장로야. 세상 어디에도 내 눈을 피해서 숨을 자리는 없어."

아사신은 전설 속에 나오는 영국의 아서왕을 암살했으며 무수한 세계의 지배자들에 대항해서 암살을 실행했던 전설적인 암살교단이었다. 핫산은 그 우두머리다.

마이어는 확실하게 자기가 누구를 만났는지를 알았다. 아사신은 전설이 아니었다. 그들 중 제일 높은 핫산이 그의 앞에 앉아 있었다. 마이어가 내려놓는 찻찬이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냈다.

케림이 아니발에게 지시했다.

"이제 해독약을 줘."

"예."

하고 아니발이 작은 약병을 꺼내 마이어에게 주었다.

"한번에 들이켜. 안 마시면 10분 이내에 죽을 테니까."

마이어는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발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찻잔에 독이 들어있었어. 의심스러우면 하녀 불러서 물어봐."

마이어가 부르기도 손에 아니발이 소리쳤다.

"이봐. 여기 와서 찻잔 가져가."

찻잔을 가져왔던 메이드가 달려왔다.

케림이 메이드에게 말했다.

"수고했다."

메이드가 무릎을 조아리며 말했다.

"명령을 따랐을 뿐입니다."

마이어는 얼이 빠져 버렸다. 그 메이드는 십 년 가까이 마이어의 집을 관리하던 여자였다. 그 여자가 찻잔에 독을 탔던 것이다.

케림이 일어나면서 말했다.

"내 눈과 손은 어디에나 있다. 잊지 말도록."

아니발이 마이어의 어깨를 툭쳤다.

"암흑가의 황제, 너도 제왕이 되었군. 확실히. 우리를 무서워한 자들은 대부분 제왕들이니까."

마이어는 꼼짝도 못했다.

아니발이 안쪽을 향해 소리쳤다.

"에토레."

그러자 마피아들 중에서 한 명이 아니발 쪽으로 걸어왔다. 케림의 직속부하인 그는 마피아들 속에 끼어있었던 것이다. 그가 나서기 전까지는 마피아들도 그들 속에 에토레가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에토레가 싱글싱글 웃으며 마이어에게 말했다.

"네가 누구하고 있던 상관없어. 핫산께서 명령하면 그 사람이 널 죽일거야."

겐틸은 자기의 단검들을 회수하고 에토레와 아니발의 뒤를 따라 갔다.

마이어는 담배를 꺼내 물었다. 겨우 힘을 내서 물었다.

"나는 무슨 혜택이 있소?"

겐틸이 말했다.

"살아있게 될 거야. 핫산을 거스르지 않는 한."

마이어가 물었다.

"보호해준다는 뜻이요?"

"아마도."

하며 겐틸은 아파트 문을 닫고 나갔다.

아파트 앞에는 케림의 네번째 수하인 월터가 먼저 와서 대기 중이었다. 그와 에토레는 먼저 란스키의 아파트에 침투하여 메이드에게 최면을 걸고 케림에게 해가 될 요소를 미리 제거하는 임무를 맡았었다. 마이어 란스키가 도망갈 길을 봉쇄한 것도 월터였다.

케림은 현명했다. 셀렌부인이 코페르의 지하 밀실에서 보여주었던 방식을 자기 식으로 풀어서 사용했다. 스스로도 만족할 만한 상황설정이었다. 핫삿 케림은 차에 올라 바로 뉴욕뮤니스펄(현 라구아디아) 공항으로 떠났고, 아니발은 셀렌부인이 갈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들려서 임무 완수를 알리는 메모를 남겼다.

마이어 란스키는 자기 앞에 엎드려 사색이 되어 있는 메이드를 보면서 담배를 재털이에 던졌다.

메이드는 케림이 나간 후에야 정신이 든 것 같았는데, 자기가 독을 탔다는 사실은 기억하면서도 왜 그랬는지는 기억하지 못했다.

"젠장할. 나가봐."

마이어는 메이드에게 화풀이 해보았자 아무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조금 불편하기는 했지만 아사신이 자기 목숨을 지켜준다면 손해가 아니었다.

마이어는 일어나서 모자를 쓰고 밖으로 나왔다.

부하들이 어쩔 줄 모르고 쭈뼛거렸다. 마이어가 툭던지듯이 말했다.

"귀신이 왔다간거야. 한 마디라도 밖으로 샜다면 전부 죽을 각오해."

마이어는 다시 욕했다.

"젠장. 22층엔 얼씬도 마. 그 사람들 가까이도 가지 말고, 무슨 일이 생기면 목숨을 바쳐서라도 보호해. 젠장."

이미 겐틸의 무시무시한 칼을 봤었다. 꿈에 볼까 겁났다. 새파란 칼날이 얼굴을 스칠듯이 지나치며 뒷 벽에 퍽! 퍽! 하며 꽂히는 소리는 모골이 송연하게 만들었다.

마이어 란스키는 철저한 보신주의자였다. 루치아노를 내세워 조직을 장악하고 모든 중요한 일은 그의 지시와 계획에 따라 이루어졌지만 그는 공식적으로는 어떤 범죄와도 연관이 없었다. 도박과 매춘이 그의 주된 사업이지만 더러운 일일뿐, 사업자체는 딱히 불법이라고 단정하기 애매한 것이었다. 다만 도박장을 운영하고 매음굴을 운영하는 과정에 불법적인 수단들이 동원되었으나 그것은 그의 부하들이 하는 짓이지 그가 하는 것은 아니라고 빠져 나가기 쉬웠다. 오히려 그런 것보다는 이제 마이애미에서 조용히 살고 있는 알 카포네처럼 탈세혐의로 체포되지 않기 위해서 고심하는 처지였다.

란스키는 해독약을 마셨지만 불안해서 병원에 입원했다. 22층 이상한 노파에 관한 일은 부하 시구엘에게 책임을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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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20. 세일렌 - 길은 자기 속에. Nosce to ipsum (나 자신을 알라) 21.02.17 27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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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19. 구조와 한계, 그리고 방식 - 칸트의 몽상 21.02.17 24 0 10쪽
77 19. 구조와 한계, 그리고 방식 - 집으로 들어온 전쟁 냄새 21.02.17 21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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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16. 전야의 반전주의 - 반전주의자 랜킨 의원 21.02.14 20 0 11쪽
68 16. 전야의 반전주의 - 사탕이 좋아 21.02.14 24 0 9쪽
67 16. 전야의 반전주의 - 프린스 바웬 21.02.14 22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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