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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붉은 입술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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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0.12.01 0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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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17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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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14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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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전야의 반전주의 - 프린스 바웬

DUMMY

16. 전야의 반전주의



금요일이 되었다. 1941년 12월 6일이었고, 바웬이 퀸스 타이어를 시작한지 거의 일 년이었다. 오후 2시에 예정된 랜킨 의원의 연설을 보러가기 위해서 바웬은 자리를 비울 준비를 했다. 달턴 스쿨까지는 멀지 않고, 강연과 토론은 약 두 시간이면 끝날 것이라고 알았기에, 그 사이에 있는 개인적 약속만을 조정하면 됐고, 며칠 전부터 그 시간은 이미 비워놓았다. 바웬은 자기가 없는 동안에 어떻게 하면 직원들이 자기가 있었던 때보다 더 열심히 일할 수 있게 할까를 생각해보는 중이었다.

생산을 하는 공장이 아니니 생산량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법도 옳지 않았다. 서비스업은 손님을 대하는 것이 더 중요한데 이는 직접 보지 않고는 잘 하는지를 판단하기가 어렵다. 고객과의 관계는 정해진 틀이 없으니까. 그 시간대의 매출을 기준하는 것도 옳지 않다. 고심하다가 바웬은 경쟁을 도입하기로 했다. 직원들에게 가서 일일이 설명했다. 자기가 몇 시간 동안 회사를 비울 것이라는 사실과 타이어 교체와 수리, 그리고 세차 이 세 부분 중에서 자기가 없는 사이에 가장 잘한 부서가 어딘지를 파악해서 포상하겠다고 알렸다. 평가 방법은 비밀이라고 했다. 잘한 부서가 없으면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는, 고용조정을 할 수밖에 없다고 대답했다. 직원들에게는 심한 압박이지만 퀸스 타이어는 직원에 대한 대우가 다른 곳보다 훨씬 나았다. 가장 못한 부서는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도 나왔고, 바웬은 지켜본 후에 결정한다고 대답했다. 그게 오전이었다. 바웬이 회사를 떠나기도 전에 직원들은 더 민첩하게 움직이며 일하고 있었다. 오후 1시 30분이 되어 떠날 준비를 할 때 조피아로부터 급하게 전화가 왔다. 지네트 랜킨 의원이 갑자기 일이 생겨서 오후 2시로 예정된 강연이 저녁 6시 30으로 변경되었다는 통보였다. 하늘이 흐렸다. 바웬은 어쩌면 워싱턴 D.C. 쪽에서는 눈이 오고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다시 생각해보니 그건 아닌 것 같았다. 지네트 랜킨 의원의 호라스 스쿨 연설은 갑작스런 초청에 의해 이루어졌고, 원래 랜킨 의원은 뉴욕에 다른 일정이 있다고 들었다.

바웬은 원래 예정대로 차에 올랐다. 톰슨이 물었다.

"프린스, 어디로 모실까요?"

"북쪽으로 가요."

"도심을 벗어나서 경관을 구경하시겠습니까?"

톰슨은 맨하탄 북쪽의 웨스트체스트로 차를 몰았다. 초기 영국인들의 정착지인 뉴잉글랜드 지역은 어딘지 모르게 폴란드와 비슷했다. 영국 시골풍이 폴란드 시골풍과 비슷하기 때문일 것이다.

바웬은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속에서 반전주의, 평화주의, 자유, 그리고 마지막으로 돈에 대해 생각했다. 데시데리우스 에라스무스를 존경하고 로맹 롤랑을 흠모하며, 그의 책 "장 크리스토프"의 인생을 통해서 자기의 인생을 배우는 바웬이지만, 모든 사상과 인생에 돈이라는 돋보기를 씌우거나, 가난이라는 졸보기를 씌우면, 그 전까지 당연하게 보였던 사상의 전개와 소설 속 주인공의 여정이 모두 비틀거렸다. 시야가 갑자기 바뀌면 비틀거리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 돋보기가 돈이라는 사실이 절박하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돈이 있었더라면, 역경도 없는 것이 아닌가? 최소한 극적인 역경은 없을 것이다. 돈이 없었더라면, 사람들이 전쟁을 포함하여 그토록 무모하고 바보같은 선택을 하였을까? 바웬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다.

자유가 대체 무엇인가? 전쟁도 반전운동도, 어쩌면 자유를 얻기 위한 수단일지도 모른다. 돈은, 그 어떤 수단보다 자유를 얻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일 수 있다. 그러나 돈을 버는 것은 또 다른 전쟁이다. 바웬은 돈 벌기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잘 알고 있었다. 총알보다 전쟁보다 바웬은 돈이 더 무섭다. 사업이 잘 되고 있는 지금도 바웬은 한 밤중에 식은 땀을 흘리며 깨어날 때가 있다. 퀸스 타이어가 불이 나는 꿈을 꾼 것도 두 번, 갑자기 이탈리안 마피아가 들이닥쳐 타자기 소리 내는 기관총을 난사하는 꿈이 세 번, 폭격에 의해서 회사가 불바다가 되는 꿈이 두 번, 갑자기 손님이 없어서 혼자 타이어를 수리하며 손가락이 터져 나가는 꿈, 그와 비슷한 꿈이 네 번, 그런 꿈을 꾸고 나면 그날 밤은 더 자지 못했다. 더 자면 그 꿈에 이어질 끔찍한 가족의 가난을 보는 것이 너무 무서웠기 때문이다.

바웬은 새벽마다 책을 읽고 경영과 사업, 그리고 인간에 대해서 배우며 날을 새웠다.

에라스무스의 반대편에 섰던 마르틴 루터의 "노예 의지론(On un-free wil)"이 인간에게는 자유의지가 없고 모든 것이 전지전능한 하느님의 뜻이라는 걸 보면 전쟁을 일으킨 것이 신이라는 결론 밖에 다다르지 않으니까 혐오감을 느꼈고, 한편으로는 루터가 생각하는 방식으로 봤을 때, 인간의 신의 노예인가 돈의 노예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바웬은 머리가 복잡했다. 직접 타이어를 만지지 않게 되면서부터 입기 시작했던 정장의 넥타이를 조금 느슨하게 풀었다. 사업을 할 때 반듯한 정장이 주는 효과는 매너있는 식사와도 비슷했다. 세상의 많은 것들 중 상당수는 형식이 그 본질이다. 그래서 바웬은 어느 순간부터 로자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날라주던 것과 다를 바없이 사업을 파악하고 있었다. 바웬이 보기에 모든 사업은 서비스업이었다. 고객을 만족시키는 것이지 상품에 달려있는 게 아니었다. 어쩌면 돈이란 실체가 있어서 그를 만족시켜 줘야 하는 것이 사업일 수도 있다.

창밖으로 지나가는 풍경을 보면서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래도 자꾸만 돈을 버는 전쟁에 대해서 생각이 맴돌았다. 돈을 버는 것도 전쟁이면, 반전주의자가 되었을 때 이 돈의 전쟁 역시 반대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불안함과 두려움이 바웬을 사로잡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웬은 자기가 돈벌기를, 돈 버는 전쟁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아무리 싫어도, 어떤 논리나 정당성이 없더라도, 바웬을 돈을 벌 것이었다. 부다페슈트에서 바웬은 제일 어린 알렉산드라에게 의지하고 그저 식당에서 심부름하는 역할밖에 못했었다. 내색하지도 못하고 그때 바웬은 죽고 싶었다. 어린 동생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 자기가 식당에서 가져오는 음식 찌꺼기만을 기다리며 밤까지 기다리는 그들의 여윈 모습, 몸을 팔겠다고 나서려던 줄리아와 조피아, 특히 알렉산드라가 굶어서 죽었던 그 순간을 생각하며 바웬은 미친듯이 고함치고 머리를 벽에 박고 죽고 싶었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그래서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해서라면 바웬은 그 무엇도 무섭지 않았다. 무슨 짓이든 다 할 장적이었다. 그렇기에 바웬은 어쩌면 자기가 구하는 것이 반전운동을 통한 정당성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톰슨은 87번 도로를 따라 올라갔고, 이내 아들스레이를 지나 발할라로 방향을 잡았다. 그 근처에는 수원지와 크랜베리 레이크 같은, 마음을 내려 놓고 쉴만한 장소들이 있었다. 발할라에 이르렀을 때는 2시 40분 경이었다. 톰슨은 22번 도로를 따라서 켄시코 수원지 동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왼쪽으로로는 겨울 수원지 물이, 오른쪽으로는 간혹 작은 호수와 숲이 펼쳐졌다. 오가는 자동차도 별로 없었다. 풍경이 좋은 곳에서는 천천히 갔지만 바웬은 어디에서도 내릴 뜻이 없어 보였다. 톰슨은 아르몽크에서 684번 고속도로에 올라 다시 남쪽으로 운전했다. 좌우에는 산과 숲이었다. 앙상한 가지들이 얼마 전에 내렸던 눈을 걸쳤다. 바웬이 아무 말이 없어서 톰슨은 포트 체스트 쪽으로 해서 대서양을 바라보며 마마로넥, 로첼파크를 경유해서 다시 맨하탄으로 내려왔다. 시간은 5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다. 바웬은 회사에서 내렸고, 톰슨은 달턴 스쿨로 줄리아 등을 데리러 갔다.

회사는 잘 돌아가고 있었다. 마감 시간이 되어서 발표를 기다리는 직원들에게 바웬은

"발표는 크리스마스로 미루겠습니다."

하고 짧게 말했다.

직원들이 불안과 안도를 동시에 느끼는 것을 바웬은 볼 수 있었다. 그들이 돌아가고 마무리 정리를 한 후에 톰슨이 대기하고 있는 차에 올라 달턴 스쿨로 갔다.

바웬은 긴장된 직원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양심의 고통을 받았다. 그들이 긴장하면 할 수록 잘 조율된 바이올린 현처럼 여겨졌다. 좋은 연주를 위해서는 그들을 계속 긴장시키고 싶어졌다. 회사의 이익이 그들 손에 달렸다. 그들을 착취하지 않고는 그들이 회사의 이익을 많이 창출하게 할 방법이 없다. 그들의 몫을 줄이지 않는다면 바웬이 가질 돈이 줄어든다. 바웬은 늘 이러한 시장 사회 구조가 전쟁터 같았다. 그리고 싫든 좋든 냉정할 수 있기에 바웬은 사업가였다. 전쟁 속을 살아가는 사업가로서, 전사로서 자기의 마음가짐과 기술을 단련해야 하는 사업가였다.

바웬은 달턴 스쿨로 가는 차속에서 혼자 중얼거렸다.

"난 어쩌면 돈 벌기 싫어서 반전주의자가 되려는 걸지도 모르겠다."

달턴 스쿨에는 조피아 뿐만 아니라 줄리아를 비롯한 전부가 바웬을 기다리고 있었다. 타테우쉬가 습관처럼 달려와 문을 열어주었다. 바웬은 차에서 내리며 모자를 썼다.

"집에 안 갔어?"

"셀렌선생님께 미리 말씀드렸어. 우리도 연설 듣고 갈거라고."

바웬이 톰슨을 보자 바웬 생각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그 사실을 알리지 못했던 톰슨은 머리를 숙였다.

"모두 프린스와 함께 하길 원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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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20. 세일렌 - 뜨게질 하는 짐승들이 있는 바다 가운데 섬 21.02.17 31 0 6쪽
81 20. 세일렌 - 진리나 신에게도 지지 않는 길 21.02.17 27 0 8쪽
80 20. 세일렌 - 길은 자기 속에. Nosce to ipsum (나 자신을 알라) 21.02.17 27 0 9쪽
79 19. 구조와 한계, 그리고 방식 - 지혜의 문을 지나서 21.02.17 26 0 7쪽
78 19. 구조와 한계, 그리고 방식 - 칸트의 몽상 21.02.17 24 0 10쪽
77 19. 구조와 한계, 그리고 방식 - 집으로 들어온 전쟁 냄새 21.02.17 21 0 8쪽
76 18. 중역회의 - 노동과 자본의 관계 형성 21.02.16 29 0 13쪽
75 18. 중역회의 - 사업에서 성공하는 법 21.02.16 22 0 8쪽
74 18. 중역회의 - 흥겨운 크리스마스 21.02.16 20 0 10쪽
73 18. 중역회의 - 나무 같이 자라는 아이들 21.02.16 68 0 9쪽
72 17. With Peace and Hershey - 착한 부자, 착해서 부자가 된 사람 21.02.16 21 0 10쪽
71 17. With Peace and Hershey - 학업 중단, 어떤 사람들의 이상한 성공 조건 21.02.16 18 0 11쪽
70 17. With Peace and Hershey - 미국이 두려워 하는 것 21.02.16 25 0 11쪽
69 16. 전야의 반전주의 - 반전주의자 랜킨 의원 21.02.14 20 0 11쪽
68 16. 전야의 반전주의 - 사탕이 좋아 21.02.14 24 0 9쪽
» 16. 전야의 반전주의 - 프린스 바웬 21.02.14 23 0 10쪽
66 15. 철학하는 침대 - 데카르트의 연인, 여자 왕 크리스티나 21.02.12 30 0 14쪽
65 15. 철학하는 침대 - 모순 덩어리 철학자들 21.02.12 16 0 11쪽
64 14. 테이블 위의 전쟁 - 자유와 정의, 그리고 반전 21.02.12 21 0 10쪽
63 14. 테이블 위의 전쟁 - 이유 21.02.12 21 0 12쪽
62 12. 유혹하는 진리들 21.02.11 19 0 12쪽
61 11. 아사신 - 거래 21.02.11 24 0 13쪽
60 11. 아사신 - 암살교단의 우두머리 21.02.11 24 0 7쪽
59 10. 크리스마스의 거미 21.02.11 20 0 18쪽
58 9. 위대한 독재자 - 비극도 행운도 언제나 옆을 스치는 세상 21.01.23 3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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