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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붉은 입술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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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러버
작품등록일 :
2020.12.01 04:36
최근연재일 :
2021.02.17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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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16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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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With Peace and Hershey - 미국이 두려워 하는 것

DUMMY

17. With Peace and Hershey




하와이는 원래 왕국이었으나 미국의 통제를 받는 하와이 공화국을 거쳐 미국 식민지가 되었다. 일차대전 후에 진주만에 해군기지를 건설하였고, 1934년에야 미국대통령으로서 최초로 루즈벨트 대통령이 하와이를 방문했다. 하와이는 식민지에서 미국의 주가 되기 위해서 노력하는 중이었으나 여전히 본토에서 아득히 떨어진 곳이었다. 그러나 정치적, 군사적으로 하와이의 위치는 매우 중요했다. 하와이가 있음으로써 미국은 아시에 적극 개입할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본토에서 하와이까지 바로 갈 수 있는 비행기가 생긴 것도 하와이의 중요성을 더해주었다. 미국이 아시아에서 실제로 노린 목표는 일본이 진주한 만주였다. 제국주의 미국은 얽히고 설킨 관계들로 인해 유럽으로 뻗어갈 길이 거의 없었고, 아프리카 쪽도 여의치 않았다. 그래서 유럽 열강의 손이 덜 뻗친 동아시아는 미국의 좋은 표적이 되었다. 만주를 장악하면 러시아의 진공을 막을 수 있고, 일본을 누르는 효과도 있었다. 따라서 일본의 전쟁 활동을 압박하며 핑계거리가 생기면 석유나 철강의 일본 수출을 막았다. 일본은 석유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으니 이는 만주를 절실히 필요로 했던 일본을 견딜 수 없게 하였다. 경제 붕괴와 군의 철수를 두고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고, 그 결과가 일본의 하와이 침공으로 나타났다. 오아후 섬과 진주만은 무방비 상태에서 일본의 공격을 받았고, 일본은 "도라도라도라" 라는 공습 성공을 알리는 전문을 일본 본토에 보낼 수 있었다. 일본은 해군 강국으로, 최초로 항공모함을 건조한 나라기도 하였으며, 일본 전투기들은 미국 전투기보다 뛰어났다.

공습 다음날인 1941년 12월 8일, 워싱턴 D.C에서 미국은 일본에 선전포고를 결의하였다. 반대자는 지니트 랜킨 한 명 뿐이었다. 민주주의기에 만장일치에 반대한다는 말을 했지만 사상적으로 랜킨은 골수까지 반전주의자였다.

지니트 랜킨의 변명을 전해 들은 조피아는

"정치가 장난인줄 아나. 결국 나 하나 쯤은 반대해도 괜찮다는 생각이었던 거 아니야. 여성운동 한다면서 여자 망신 다 시키고. 무책임하고 비겁해."

하고 욕을 했다.

조피아는 랜킨이 당당한 반전주의자가 되려면 전쟁 속에 뛰어들어서 반전을 외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목숨을 아끼는 랜킨의 반전주의가 목숨을 내건 전쟁을 막을 수 있을리는 없다. 하물며 터무니 없는 이유로 다수에 반대하며 다수에 기대어 기생하는 태도는 소름이 끼칠만큼 혐오스러웠다.

미국은 벌집을 덜쑤셔 놓은 것 같은 상황이었다. 거리에는 신문 호외가 날아다니고 라디오와 텔레비젼은 온통 전쟁이야기 뿐이었다. 결국 전쟁은 미국까지 불사르기 위해서 왔다. 이제 미국은 일본과 전쟁을 시작하면서,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영국 등 연합국을 돕는 것에서 벗어나 독일과의 전쟁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영국을 더 지원하지 않으면 언젠가 독일 비행기가 뉴욕과 워싱턴을 폭격하기 위해 나아올 가능성이 컸다. 하와이가 일본에 완전히 점령되면, 일본은 하와이를 기점으로 해서 미국 본토까지 날아올 수도 있었다.

미국은 일본을 무서워하고 있었다. 러시아와 싸워 이기고 중국과도 싸워 이겼으며, 아직 국가 생산량은 미국의 10분지 1 밖에 안되지만 아시아 전역에 걸치는 식민지를 일본은 보유하고 있었다. 그들은 지속적으로 전쟁을 해왔으며 지휘관과 병사들은 전쟁에 익숙했다. 만약 그들이 미국 본토에 상륙하여 거점을 만들게 된다면 주방위군이 약하고 방어 해야 할 곳이 많은 미국으로서는 아주 힘든 전쟁이 될 수밖에 없었다. 미국은 본토에 적이 상륙하기 전에, 해상에서 적들을 원천 봉쇄해야 했다.

영국이라는 섬과 하와이라는 섬들을 배제하고는 미국 방어를 구축하지 못할 상황에서, 미국은 완전 전시 경제체제에 돌입했다. 식민지 출신과 외국에서 온 이민자들이 앞을 다투어 미군에 입대했다. 심지어 하와이에서는 하와이에 살던 일본인들이 미군에 자원하여 용감히 싸웠다. 어떤 면에서 본다면, 민족이나 국가보다 자유의 승리였다.

바웬은 타테우쉬가 함부로 입대하지 못하게 다짐을 받았다. 뉴욕에 있어도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랐다. 바웬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그 다음에 퀸을 책임지고 보호해야 할 사람은 타테우쉬였다. 바웬은 아직 쯔비그니에게서 타테우쉬 같은 든든함을 느끼지 못했다. 쯔비그니는 생각이 많고 어떤 것에 집중하면 그것만 하다가 또 다른 것을 하는 경향이 있어서 집안을 이끌어갈 때 안정적이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바웬은 퀸스 타이어에서 세차 사업 부문의 매출이 줄어들거라고 생각했다. 타이어도 품귀 현상을 겪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나 타이어는 부피가 커서 미리 많이 사놓을 만한 물건도 아니었다. 바웬은 모터 오일을 교체해주는 서비스를 퀸스 타이어에 추가하기로 결정했다. 세차하기 위해서 오는 손님들이나 타이어 교체를 위해 온 손님들에게 모터 오일 교환을 권유하는 방안을 마련해서 직원들에게 가르쳤다. 모터 오일 광고에서 하는 말을 그대로 들려주면서, 자동차 수명이 길어지고 엔진힘이 좋아진다는 걸 고객들에게 알리는 방식이었다. 오일교환을 위한 시설은 별도로 필요하지도 않았다. 대부분 타이어 교환하는 장비로 가능했고, 오일 수거를 위해서 필요한 통 같은 것이 다였다.

줄어들던 매출은 오일교환으로 다시 늘어났다.

바웬은 크리스마스 전날에 직원들에게 포상을 실시했다. 그가 자리를 비워도 일을 잘 한 순서대로 였다. 제일 잘 한 타이어 교체 직원들에게는 보너스로 200 달러를 주었다. 두 번째인 사무직원들에게는 150달러, 마지막으로 세차 직원들에게는 100 달러를 주었다. 여러 명이 나누어가져도 금액이 컸다. 직원들이 환호했고, 그 자리에서 바웬은 세차 직원 두 명을 해고했다.

"나는 두 사람이 더 잘하기를 원했습니다. 이제 나오지 마십시오."

겨울이지만 바웬은 해고를 망설이지 않았다. 해고된 사람들은 그들이 할 수 있는 만큼 또는 바웬이 기대했던 만큼 하지 않았다. 그 두 사람이 다른 직원들처럼 했더라면 세차 부문이 일등을 했을 수도 있었다. 해고된 사람 외의 세차 직원들은 그들의 해고에 조차 만족해했다. 바웬은 사무직원에게 새 직원을 구하는 광고를 내도록 지시했다. 그날은 전 직원이 오전 만 근무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차 속에서 톰슨이 말했다.

"짤린 사람들은 겨울 나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프린스."

"전쟁이니까."

바웬은 중얼거리듯 말하고 입을 다물었다.

집에 들어갔을 때는 빵굽는 냄새가 가득했는데, 크리스마스 트리에 불이 밝혀져 있어고, 그 아래에 선물상자들이 쌓여있었다. 사람들은 전쟁이라도 여력만 있으면 할 것은 다 하고 있었다. 방학이 되어 학교에 가지 않은 알렉산드라와 아밀리아는 거실에서 뒹굴거리며 요가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바웬은 셀렌부인에게 다녀왔다는 인사를 하면서 가슴이 뜨거워졌다.

산타클로스도 없고 캐롤 송을 부르는 사람도 없다. 그러나 이런 평온, 이런 평화, 이것만 내가 지키면 된다는 생각이 불꽃처럼 바웬을 감쌌다. 전쟁이든 반전이든 상관없다. 이 평온함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전쟁도 할 수 있고 반전도 할 수 있다. 집에서 화목하게 웃고 놀 수 있고, 배를 깔고 뒹굴거리는 동생들을 볼 수 있다면 뭐든 좋다. 이런 평화를 깨뜨리려는 자들에게 반전주의 설교, 인간이 존엄하다고 외치는 것은 아무 쓸모 없는 짓이다. 무조건 맞서 싸우고 지켜야 한다. 어떤 사상보다 이 평화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

옷을 갈아입으러 가는데 줄리아가 부억에서 나왔다.

"옷 갈아입지마. 리틀 폴란드 가게."

"비고스(Bigos, 플란드 전통요리) 만드는 중이야. 사람들한테 나눠주게."

집에 가득한 빵 냄새는 비고스 때문이었다. 여러가지 음식을 넣은 비고스는 빵을 그릇 삼아서 만들기도 한다. 부억에 있는 테이블에는 이미 비고스가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배 고프지? 오빤 이거 먹어."

하면서 조피아 음식을 들고 나왔다. 돼지 족발로 만든 골롱카(Golonka, 폴란드 전통요리)였다. 체스바와는 찐빵인 클루스키(Kluski)를 가지고 나왔다. 식탁에 앉는데 어느새 알렉산드라와 아밀리아가 접시와 포크를 들고 다가왔다.

"같이 먹자."

바웬이 말하는데 체스바와가 쏘아부쳤다.

"아밀리아는 먹었어."

"퀸은?"

"퀸도."

체스바와가 일러바쳤지만 알렉산드라와 아밀리아는 뻔뻔하게 접시를 내밀었다. 나눠달라는 거였다. 바웬이 나눠주자 체스바와까지 접시를 들고 왔다. 그때 아밀리아가 넌지시 말했다.

"체스바와, 성적표 받았지?"

보복이었다.

체스바와는 신경질을 부리며 말했다.

"나도 잘했어."

"그래도 우리 중에는 꼴찌 잖아."

아밀리아가 계속 체스바와를 건드렸다.

알렉산드라가 말했다.

"전쟁하지마. 오빠가 싫어해."

"안 싫어해."

바웬은 골롱카를 칼로 떼서 포크로 찍었다.

알렉산드라가 골롱카를 입에 넣으며 왼손을 뒤집어서 바웬 앞에 슬며시 놓았다.

"그럼 나 용돈 좀......"

순간, 나도, 나도 하면서 아밀리아와 체스바와도 손을 내밀었다.

바웬은 줄리아를 보았다. 바웬이 벌어오는 돈은 모두 줄리아를 거쳐서 은행으로 들어가고, 은행에 있는 돈은 셀렌부인과 줄리아가 필요에 따라 쓸 수 있었다. 줄리아가 부억에서 말했다.

"난 용돈 다 줬어."

알렉산드라와 체스바와, 그리고 아밀리아가 앞을 다투어 말했다.

"사먹고 싶은 게 많아서 돈이 부족해."

"난 색종이하고 물감 더 사고 싶어."

"난 강아지 키우고 싶어."

바웬이 물었다.

"뭘 먹고 싶은데?"

"아이스크림 콘."

하고 알렉산드라가 말했다.

"아이스크림을 와플에 넣어서 먹는 건데, 엄청 바삭하고 맛있어."

바웬은 더 묻지 않고 지갑을 꺼내서 동생들 손에 십 달러씩을 놓았다. 체스바와와 아밀리아의 입이 찢어질 듯했다. 바웬이 타테우쉬를 보자 타테우쉬는 고개를 저었다.

"난 아직 많이 남았어. 쓸데도 없고."

"나도."

하고 쯔비그니가 말했다. 바웬은 지갑을 넣었다. 어리지만 타테우쉬와 쯔비그니는 남자였다. 안타깝지만 철없을 수 있는 시기를 전쟁에게 빼앗기고 남자된 아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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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20. 세일렌 - 길은 자기 속에. Nosce to ipsum (나 자신을 알라) 21.02.17 27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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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18. 중역회의 - 나무 같이 자라는 아이들 21.02.16 68 0 9쪽
72 17. With Peace and Hershey - 착한 부자, 착해서 부자가 된 사람 21.02.16 22 0 10쪽
71 17. With Peace and Hershey - 학업 중단, 어떤 사람들의 이상한 성공 조건 21.02.16 19 0 11쪽
» 17. With Peace and Hershey - 미국이 두려워 하는 것 21.02.16 28 0 11쪽
69 16. 전야의 반전주의 - 반전주의자 랜킨 의원 21.02.14 21 0 11쪽
68 16. 전야의 반전주의 - 사탕이 좋아 21.02.14 25 0 9쪽
67 16. 전야의 반전주의 - 프린스 바웬 21.02.14 23 0 10쪽
66 15. 철학하는 침대 - 데카르트의 연인, 여자 왕 크리스티나 21.02.12 31 0 14쪽
65 15. 철학하는 침대 - 모순 덩어리 철학자들 21.02.12 18 0 11쪽
64 14. 테이블 위의 전쟁 - 자유와 정의, 그리고 반전 21.02.12 22 0 10쪽
63 14. 테이블 위의 전쟁 - 이유 21.02.12 22 0 12쪽
62 12. 유혹하는 진리들 21.02.11 20 0 12쪽
61 11. 아사신 - 거래 21.02.11 28 0 13쪽
60 11. 아사신 - 암살교단의 우두머리 21.02.11 26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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