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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붉은 입술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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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러버
작품등록일 :
2020.12.01 04:36
최근연재일 :
2021.02.17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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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17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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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구조와 한계, 그리고 방식 - 칸트의 몽상

DUMMY

아침 일찍 톰슨이 뉴욕 공항까지 데려다 주어 퀸 일가는 마이애미로 가는 팬암 항공기에 몸을 실었다. 하늘을 난다는 것 때문에 모두 긴장하고 있었고, 셀렌부인마저 비행기를 타는 것은 처음이라 상기되어 있었다. 비행기는 아직 부유층이나 영화배우 같은 사람들이 아니면 탈 수 없었다. 탑승절차는 기차 탈 때보다 더 간편해서 그냥 올라가서 정해진 자리로 안내받아 앉으면 되었다. 요란한 소음과 함께 프로펠러가 돌고, 비행기는 활주로를 달리다가 휙 날아올랐다. 몸을 공중으로 던지는 듯한 느낌에 알렉산드라는 손잡이를 꽉 잡았다. 하늘로 빨려 올라가는 느낌 속에서 창밖으로는 구름이 보이고, 그 아래로는 파란 바다와 롱아일랜드가 보였다. 비행기는 점점 더 높이 올라가서 구름들 위로 올라갔다. 앞 좌석에 앉은 사람은 쯔비그니와 타테우쉬였는데 입을 꾹 다물고 있었고, 뒷자리의 아밀리아와 체스바와도 무서워서 긴장한 듯이 보였다. 여승무원은 봉투를 나눠주며 급하면 거기에 구토하라고 말했다. 시끄러운 엔진 소리 때문에 말이 잘 안들려 자기가 구토하는 시늉을 해보였다.

퀸 일가는 저녁 무렵에 무사히 마이애미 공항에 내렸다. 하늘에서는 추웠는데 비행기를 나오자마자 뜨거운 바람이 후끈하게 불었다. 말로만 들어지 정말 겨울에도 더운 지방이 있다는 걸 몸으로 체험했다. 마이애미는 뉴욕만큼은 아니라도 아주 발달한 도시였다. 높은 건물들과 찬란한 불빛이 따뜻한 겨울 밤을 밝혔다. 그들은 호텔에 짐을 풀자마자 레스토랑으로 가서 저녁을 먹고, 따뜻한 밤바람을 만끽했다.

알렉산드라도 열대수가 늘어선 바닷가를 따라 소리치며 뛰었다. 철없는 체스바와는 아밀리아와 함께 알렉산드라 옆을 달리고 있었고, 다른 큰 아이들은 셀렌부인과 나란히 걸었다. 말이 필요없었다. 노래를 부르며 행진했다. 백사장의 파도를 따라 갔다 물러서며 깔깔 거리는 세 아이는 춤을 추는 것처럼 보였다. 모든 게 완벽한 새해 첫날 밤이었다.

그날 밤 알렉산드라는 구조와 형식에 대해서 즐거운 꿈을 꾸었다. 꿈 속에서 마저 포근하고 따뜻했다. 속삭이는 진리들은 더 이상 차갑거나 살을 베일 듯이 날카롭지 않았다. 미지근한 바닷물 같고 줄리아의 머리카락처럼 부드러웠다. 꿈에서 깨어난 새벽, 머리는 맑고 여전히 따스했다. 발소리를 죽이고 새벽 별이 총총한 베란다에 나가 바다 냄새를 맡으며 칸트를 생각했다. 알렉산드라는 스피노자, 데카르트, 그리고 뉴턴과 루소를 거쳐서 칸트에 이르렀다. 알렉산드라는 대부분의 철학자들과 마찬가지로 칸트도 좋아하지 않았다. 셀렌부인의 말에 의하면 칸트는 매우 큰 업적을 남긴 중요한 철학자로 알렉산드라에게 많은 도움이 되어야 했다. 그러나 표면적으로 도움이 될 것 같았던 칸트는 구체적으로는 알렉산드라가 자기의 생각을 뒤죽박죽시켰다가 다시 나누게 하는 번거로움을 주었다.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은 어떻게 알 수 있는지에 대한 인식론이었는데, 데카르트의 회의, 즉 의심하는 것이 한편으로는 스피노자와 루소를 거치고 다른 한 편으로는 뉴턴과 데이비드 흄을 거쳐서 "비판" 이라는 형태로 다듬어진 것임을 알렉산드라는 꿰뚫어볼 수 있었다. 루소나 뉴턴 모두 데카르트의 영향을 크게 받았던 사람들이었다. 데이비드 흄은 뉴턴의 자연연구 방법을 인간에 적용하여 자연과학이 아닌 인간과학을 주창하였으며, 칸트는 흄의 영향을 많이 받았을 뿐 아니라 뉴턴의 물리학에 깊이 빠져든 적이 있다고 하는데, 알렉산드라가 보기에 칸트는 수학자나 물리학자가 아니었다. 칸트는 알렉산드라가 알게 된 철학자들 중 유일하게 수학자가 아닌 사람이었다. 만약에 칸트가 수학자였다면 뉴턴의 프린키피아를 읽고 난 후에, 제 2법칙 상에 있는 만유인력(Universal gravity)의 본질에 대해서 깊이 탐구했어야 했다. 왜냐하면 그 법칙은 모든 점질량은 서로 힘으로 끌어당기며 그 힘은 상호작용하는 점질량의 곱에 비례하고 점질량 간의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고 하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서로 힘으로 끌어당긴다는 것은 확인할 수 없는 가정이고, 힘이 질량과 거리에 비례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현상일 뿐이므로, 반드시 점질량이 서로 힘으로 끌어당긴다고 단정하지 못한다. 설명이 된다고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알렉산드라는 뉴턴의 이 법칙에는 "어떻게"가 아닌 "왜"를 물어야 옳다고 생각했다. 왜 점질량은 서로 힘으로 끌어당기는가? 나무의 사과가 땅으로 떨어지는 것이 중력 때문이라는 말은 지적 속임수다. 땅과 사과는 왜 서로를 잡아당겼는가에 대답해야 하고, 더 나아가서는 모든 질량체는 그 크기와 거리에 상관없이 서로 힘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며, 그 보이지 않는 힘은 밧줄 같은 질량체 간의 매개체인지, 아니면 질량체가 원래부터 가지고 있는 보이지 않는 구성부분인지에 대한 고찰로까지 이어져야 한다.

알렉산드라는 칸트가 수학자가 아니라서 언어적, 사변적 논리에 지나치게 의존했다고 생각했다. 순수이성비판에서 데카르트의 연역에 의한 인식을 부정하고 경험 이전의 선험적 방법에 의한 인식을 주장하였는데, 이는 사물이 존재하는 그대로 인식되는 것이 아니라 인식된 대로 그 사물에 대한 관념을 형성한다는 것이었다. 그 말이 사실일 수는 있지만 이러한 관념은 증명될 수가 없다. 진리와 진리 사이를 말, 적절한 말로 연결시켜 언어적, 관념적 질서를 만든 것이라는 느낌을 준다. 알렉산드라는 진리가 말 이전에 존재하고 말로 설명되지 않아도 직관으로 알 수 있다는 사실을 체험하며 자랐다. 칸트가 직관을 중시하면서도 직관은 다시 오성에 의해서 개념을 발생시킨다고 하는 부분에는 동의할 수 없었다. 그래서 칸트 스스스로 증명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지나치게 정교한 설명에는 거부감을 느꼈다. 알렉산드라의 경험은 이와 달랐기에, 인식된 대로 그 사물에 대한 관념을 형성한다는 것이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는 시각에도 직관적으로 동의할 수 없었다. 이 말은 고작 개인 간의 견해차를 설명하는, "설명하는 것" 이상의 힘을 가지지 못한다. 즉, 말하는 방법만 요란하고 복잡하게 바꿀 뿐이지 실제 이 말이 진리 탐구의 영역에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어딘지 알 수가 없다. 그런데, 칸트는 실천이성비판에서 주관적인 감정이나 상황을 벗어나서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보편적이며 객관적인 도덕을 추구하라고 하였는데, 이렇다면 존재 그대로 인식되는 것이 아니라 인식된 대로 관념이 형성된다는 그의 관념론에서 이러한 보편적 객관성이 성립할 여지가 얼마나 있는가? 각 개인이 형성하는 관념의 차이가 그 개인을 정의하는 수단이 될 것인데. 크게 양보해서 어느 정도 인정하더라도 칸트가 설명하는대로, 의지의 준칙이 보편적 입법의 원리가 되도록 행동한다면, 모든 사람이 서로 눈치보며 남들이 하는대로 따라서 같은 행동을 하라는 말이 되어버린다. 이는 히틀러 치하의 독일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아 섬짓하다. 칸트가 말하는 비판이 공산주의자들의 자아비판이니 하며 내부정화 또는 폭력의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도 무섭다. 어느 한쪽으로 경도된 사회에서 칸트의 이론이 행해진다면 이를 바꿀 수 있는 방법도 존재하지 않는다.

칸트는 허쉬처럼 착하고 순수하게 살았던 사람일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했던 것이 다 옳은가에 대해서는 옳다고만 할 수가 없었다. 칸트는 마치 이런 비판을 짐작하기라도 했듯이 행위의 결과보다 동기가 중요하다고 역설하였고, 인간 자체가 목적이라고 하였다. 이 역시 다르게 보면 좋은 동기 또는 목적은 결과를 포함한 과정의 선악을 가리지 않는 것으로 변질 되어 버릴 수 있고, 인간 자체가 목적이라는 말이 평등으로 사람을 구속하여 버릴 가능성을 내포한다. 칸트는 청교도적인 삶을 살던 종교적 경건주의자였고, 허쉬는 역시 비슷한 정도의 메노라이트 신앙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러나 공부를 많이 하지 못했다는 허쉬가 더 훌륭하다. 그는 신앙에는 구속당했을지 몰라도 언어와 관념에 얽매이지 않았고, 자기가 꼬아낸 관념의 그물로 후인들을 옭아매지도 않았으니까. 칸트의 관념적 그물을 벗어난 사람들은 실체와 관념 사이에서 그가 의도한 바는 아니겠지만 그의 정밀하고 현란한 언어의 질서들을 발견했을 것이다.

알렉산드라는 특히 칸트가 신과 초인, 초월에 대한 것들을 과학의 영역이 아닌 윤리학의 영역으로 돌려 상상의 대상처럼 취급해버린 것을 용납하지 못했다. 신에 대한, 근원에 대한 탐구가 아니라면 과학은 고작 수레바퀴를 만든 일만 년 전에 멈춰버렸을 것이니까. 칸트의 "판단력 비판"에 대해서는 더 노골적으로 그의 과다한 사유가 빚어낸 몽상의 향연이라고 비판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철학자의 저술이나 생각이라는 것은 셀렌부인이 말한 것처럼 다 옳은 것이 아니라 단지 그들의 생각은 그러했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하물며 동의할 수 없는 여러 요소에도 불구하고 알렉산드라는 칸트에게 배우는 것이 있었다. 그의 관념적 사고는 쉽고 빠르게 치달아서 폭이 넓고 깊을 수 있다는 것과, 그 결과로 구축한 전체라는 체계 속에서 개별적 요소를 고찰하는 방법을 제시해준다. 연구보다 연구한 결과를 정리할 때 새로운 연구 목표를 설정하기 쉽게 도움을 줄 가능성이 있었다.


작가의말

칸트나 송대 주자학을 일으킨 주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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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20. 세일렌 - 길은 자기 속에. Nosce to ipsum (나 자신을 알라) 21.02.17 27 0 9쪽
79 19. 구조와 한계, 그리고 방식 - 지혜의 문을 지나서 21.02.17 26 0 7쪽
» 19. 구조와 한계, 그리고 방식 - 칸트의 몽상 21.02.17 24 0 10쪽
77 19. 구조와 한계, 그리고 방식 - 집으로 들어온 전쟁 냄새 21.02.17 21 0 8쪽
76 18. 중역회의 - 노동과 자본의 관계 형성 21.02.16 29 0 13쪽
75 18. 중역회의 - 사업에서 성공하는 법 21.02.16 22 0 8쪽
74 18. 중역회의 - 흥겨운 크리스마스 21.02.16 19 0 10쪽
73 18. 중역회의 - 나무 같이 자라는 아이들 21.02.16 65 0 9쪽
72 17. With Peace and Hershey - 착한 부자, 착해서 부자가 된 사람 21.02.16 21 0 10쪽
71 17. With Peace and Hershey - 학업 중단, 어떤 사람들의 이상한 성공 조건 21.02.16 18 0 11쪽
70 17. With Peace and Hershey - 미국이 두려워 하는 것 21.02.16 25 0 11쪽
69 16. 전야의 반전주의 - 반전주의자 랜킨 의원 21.02.14 20 0 11쪽
68 16. 전야의 반전주의 - 사탕이 좋아 21.02.14 24 0 9쪽
67 16. 전야의 반전주의 - 프린스 바웬 21.02.14 22 0 10쪽
66 15. 철학하는 침대 - 데카르트의 연인, 여자 왕 크리스티나 21.02.12 30 0 14쪽
65 15. 철학하는 침대 - 모순 덩어리 철학자들 21.02.12 16 0 11쪽
64 14. 테이블 위의 전쟁 - 자유와 정의, 그리고 반전 21.02.12 21 0 10쪽
63 14. 테이블 위의 전쟁 - 이유 21.02.12 21 0 12쪽
62 12. 유혹하는 진리들 21.02.11 19 0 12쪽
61 11. 아사신 - 거래 21.02.11 23 0 13쪽
60 11. 아사신 - 암살교단의 우두머리 21.02.11 24 0 7쪽
59 10. 크리스마스의 거미 21.02.11 20 0 18쪽
58 9. 위대한 독재자 - 비극도 행운도 언제나 옆을 스치는 세상 21.01.23 3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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