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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붉은 입술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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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러버
작품등록일 :
2020.12.01 04:36
최근연재일 :
2021.02.17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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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17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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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세일렌 - 길은 자기 속에. Nosce to ipsum (나 자신을 알라)

DUMMY

20. 세일렌





키 웨스트에는 쿠바로 가는 공항이 있어서 도로가 붐볐다. 전쟁이 일어났지만 쿠바의 하바나로 도박하러 가는 사람은 더 많았다.

아침 일찍 퀸 일가는 햄버그만 입에 물고 렌트한 리무진에 올랐고 세븐마일 브릿지를 건너서 바다 위를 달렸다. 열대의 에머랄드 바다는 지난 겨울에 건너왔던 대서양과는 달랐다. 강한 햇살이 바닷물 속을 비추어 바닷속 지형이 녹색 구름덩어리처럼 보였다.

열린 창에 걸친 팔을 햇빛이 쪼았다. 7 Up 병을 입에 물고 있던 쯔비그니가 화장실을 가야 해서 도중에 두 번이나 멈췄다. 리조트 호텔에 도착해서는 아무 계획도 없이 마음 내키는대로 하였다. 체스바와는 스케치북을 들고 이구아나를 쫓아다녔고, 줄리아는 바닷가를 산책하고, 아밀리아와 조피아는 해수욕장으로 뛰어들었다. 셀렌부인과 알렉산드라, 그리고 바웬 등은 모두 모래사장에 놓인 의자에 누워 일광욕을 했다. 온화한 날씨 속에 시간마저 느렸다.

알렉산드라는 지그시 눈을 감고 짚모자의 틈새로 갈매기를 관찰했다. 반짝이는 흰 날개 뒤로 파란 하늘은 멀다. 대 자연의 구조 속에서 보이는 생명의 아름다움들은 모두 생존을 위한 치열함들이다. 알렉산드라는, 신이 만약에 있다면, 그 신이 인간을 창조했다면, 이 전쟁도 그들이 인간의 치열한 아름다움을 보기 위해서 만든 것일까 하고 생각했다. 이 얼마나 냉담한 아이러니인가? 세계 어느 곳에서는 폭격과 총탄으로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는데, 생명의 치열한 아름다움을 한 생명체로서 느긋하게 즐기고 있다는 것은. 이 얼마나 기막힌 사실인가? 몸을 가진 인간으로서 죽은 듯이 몸을 내려놓고 사유만 하고 있는 이 순간의 느긋함을 만끽하고 있다는 건은. 알게 뭐냐. 나는 내가 누릴 것을 누리고 있을 뿐인데. 어쩌란 말이냐. 내가 이렇게 만든 것도 아닌데. 내 눈과 손이 닿지 않는 곳까지 애써 염려하며 오지랍을 부리란 말이냐? 제 바빠서 옆에 있던 어린아이까지 버리고 간 사람들을.

전쟁터의 경험은 알렉산드라 뿐만 아니라 바웬 등의 마음에도 인간에 대한 혐오와 불신을 싹 틔웠다. 보편적 인간애는 서로가 눈치를 볼 수 있는 그 순간까지만 존재하는 위선이다. 그래서 인간애는 항상 숭고한 인간애만 존재한다. 위선적 인간애는 사람을 더 비참하게 만드는 발톱일 뿐이므로.

옆에서 바웬과 타테우쉬, 그리고 쯔비그니는 느릿한 목소리로 일본의 진주만 공 습에 대해서 이야기를 주고 받는 중이었다. 수 천명이 죽었고 전함 8대를 포함하여 백 척에 가까운 함정들이 파괴되었며 파괴된 전투기도 200 대에 육박했다.

"전쟁이 언제 끝날까?"

"이제 시작했는데 뭔 언제야?"

쯔비그니의 말에 타테우쉬가 대꾸했다.

쯔비그니가 물었다.

"내가 졸업할 때까지 계속할까?"

"글쎄. 왜?"

"입대하려고."

쯔비그니는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

타테우쉬는 더 말하지 않았다.

바웬이 물었다.

"넌 또 왜?"

"전쟁이 뭔지 좀더 자세히 알고 싶어서."

하고 쯔비그니가 말했다.

"전쟁이 길어지면, 전쟁을 잘 알아야 살아남을 수 있을거야. 후방에서도."

"내가 알아올테니까 걱정하지마."

타테우쉬가 툭던졌다.

쯔비그니는 동의하지 않았다.

"형은 총질만 할 거잖아."

"그게 전쟁이야. 적을 없애 버리는 거."

"둘다 쓸데없는 소리마라."

바웬이 못을 박았다.

"우리가 있어야 될 전쟁터는 여기야. 이겨야 할 전쟁터도 여기고."

바웬의 말에는 힘이 있다. 타테우쉬와 쯔비그니는 생각이 달랐지만 반박하지 않았다. 바웬의 말이 그들의 말보다 옳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푹 쉬다가 공부나 해."

멀리서 공을 가지고 노는 사람들의 외침소리를 제외하면 조용했다. 아밀리아와 조피아가 달려와서 타올을 몸에 감고 각각 의자 하나씩 차지하고 누웠다.

"차갑지 않았어요?"

하고 셀렌부인이 묻자 조피아가 대답했다.

"괜찮았어요. 들어갈 땐 조금 찬데 목까지 들어가면 따뜻해요."

"쳇, 그건 어느 바닷물이나 다 마찬가지야."

아밀리아가 투덜거렸다. 헤엄을 못쳐서 몇 번이나 물이 코에 들어간 때문이었다.

"너도 처음 아니었어? 해수욕 했던 적이 있어?"

조피아가 물었고, 아밀리아는

"있어. 이전에 그리스에 갔을 때."

하고 입을 다물었다. 이럴 때는 누구도 더 말을 시키지 않는다. 폴란드에서 죽은 엄마 아빠를 생각해야 하니까.

체스바와도 대충 스케치한 이구아나 그림을 가지고 돌아왔다. 바위에 올라있는 이구아나가 그림의 삼분지 일을 차지하고, 나머지는 해변과 바다, 그리고 하늘인 스케치였다.

햇빛이 더 강해지고 점심 때가 되었을 무렵에, 체스바와는 그림속 비워놓았던 해변을 가족들로 채워 넣었다. 나란히 놓인 의자에 누워 자거나 늘어져 있는 여섯과 생각에 잠긴 채 뭔가를 메모하는 바웬, 바닷가를 거닐고 있는 줄리아, 그리고 이빨 빠진 듯이 중간 쯤의 빈 의자 두 개를 띄워서 그렸고, 한쪽에서 그림을 그리는 자기 모습을 넣었다. 그림 속의 스케치북에도 비슷한 모습을 작게 그려 넣었다.

쿠반 레스토랑에서 바다가 보이는 창가에서 점심을 주문하고 둘러 앉아 체스바와의 그림을 보면서, 등장인물들은 자기는 이렇게 그려라는 둥, 누가 실제 보다 더 잘생기게 그려졌다는 둥하면서 간섭했다. 체스바와는 다른 형제들의 그런 주문을 좋아했다. 자기를 무시하거나 말 안들으면 못 나게 그릴 거라는 걸 대놓고 공표했다.

바웬이 셀렌부인에게 물었다.

"선생님, 허쉬씨에 대해서 생각해봤습니다. 제 생각이 맞는지 봐주십시오. 허쉬씨가 성공한 방식을 사람에게도 적용할 수 있을 것습니다."

"당연한 거 아냐? 허쉬씨처럼 하면 성공하는 거."

하고 체스바와가 말하는 걸 옆에 있던 조피아가 옆구리를 쿡 찔러 막았다. 체스바와도 자기의 실수를 알고 입을 급히 다물고 눈을 굴렸다. 셀렌부인께 묻는데 자기가 끼어든 건 매우 나쁘다. 더구나 바웬은 입이 무거워 말을 함부로 하지도 않는다.

"Interesting."

하고 셀렌부인이 미소를 지었다.

바웬이 균형잡힌 음색으로 말했다.

"허쉬씨는 좋은 상품을 만들고 그 상품에 맞는 판매 방법을 찾아내서 성공했습니다. 그런 줄 알았는데 다시 생각해보니까 그게 전부가 아닌 것 같았습니다."

줄리아 등이 의아한 듯이 보았다. 그들도 허쉬씨의 성공 방법을 이해하고 있었지만 그 외에 무엇이 있는지는 몰랐다.

바웬이 말을 이었다.

"허쉬씨는 자기가 살아온 것을 상품에 반복시켰더군요. 선량하고 달콤한 허쉬씨는 자기가 좋은 사람이 되었고 좋은 사람이 얻을 수 있는 신뢰를 얻어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자기에게 맞는 방법으로 살았으니까, 그분이 카라멜을 만들어서 성공했던 것과 똑 같은 길을 먼저 걸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소리가 타테우쉬와 줄리아의 입에서 먼저 터져나왔다.

셀렌부인은 놀라며 말했다.

"그렇군요. 허쉬씨는. 또 바웬도 허쉬씨와 마찬가지로 하고 있는군요. 나는 그렇게까지 생각 못했어요."

바웬이 말했다.

"저는 이게 자기의 길이라고 느꼈습니다. 상품마다 판매 방법이 다르듯이 사람도 각자 자기에게 맞는 방법으로 살아야 할거라고. 그 길은 허쉬씨처럼 아마 자기 사는 방법에 따라 만들어질 것 같습니다."

셀렌부인이 곰곰 생각하고 말했다.

"길은 자기 속에서 나오는군요. 자기 속에서 나온 길을 따라 살아야 순탄하고 바르게 살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자기 길이 아닌 남의 길을 걸으며 사는 것 같네."

"예."

하며 바웬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엇을 선택한다면, 그 선택이 자기 길에 있는 것인지 아니면 외부에서 주어진 것인지를 먼저 판단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길 밖에 있는 것이라면 선택하지 말아야 하겠지요. 무엇을 해야 한다면 자기 속에서 길을 찾아야 하는 거고."

셀렌부인은 감탄하며 바웬을 칭찬했다.

"살아온 날들을 보니 딱 맞는 말이예요. 바웬이 하는 말이 사람이 살아가야 할 방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사람들이 이걸 몰라서 가난하고 힘들게 살고 세상은 혼란스러운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바웬이 물었다.

"Nosce te ipsum(나 자신을 알라, 라틴어). 그 말이 이걸 의미하는 것이었을까요?"

Nosce te ipsum은 로마 때 시인이자 저술가인 유베날리우스의 "De Caelo(천국으로부터, 라틴어)"에 나오는 말이지만 누구의 말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아폴로 신전에 씌여있다고도 하고 솔론이나 피타고라스 또는 소크라테스가 했다고도 전해진다. De Caelo는 자기 절제와 자성에 대하여 유베날리우스가 쓴 책이다.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은 의미의 변형이 거의 없는 오역이거나 의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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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20. 세일렌 - 뜨게질 하는 짐승들이 있는 바다 가운데 섬 21.02.17 30 0 6쪽
81 20. 세일렌 - 진리나 신에게도 지지 않는 길 21.02.17 27 0 8쪽
» 20. 세일렌 - 길은 자기 속에. Nosce to ipsum (나 자신을 알라) 21.02.17 27 0 9쪽
79 19. 구조와 한계, 그리고 방식 - 지혜의 문을 지나서 21.02.17 26 0 7쪽
78 19. 구조와 한계, 그리고 방식 - 칸트의 몽상 21.02.17 23 0 10쪽
77 19. 구조와 한계, 그리고 방식 - 집으로 들어온 전쟁 냄새 21.02.17 21 0 8쪽
76 18. 중역회의 - 노동과 자본의 관계 형성 21.02.16 29 0 13쪽
75 18. 중역회의 - 사업에서 성공하는 법 21.02.16 21 0 8쪽
74 18. 중역회의 - 흥겨운 크리스마스 21.02.16 19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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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17. With Peace and Hershey - 착한 부자, 착해서 부자가 된 사람 21.02.16 21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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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17. With Peace and Hershey - 미국이 두려워 하는 것 21.02.16 25 0 11쪽
69 16. 전야의 반전주의 - 반전주의자 랜킨 의원 21.02.14 20 0 11쪽
68 16. 전야의 반전주의 - 사탕이 좋아 21.02.14 24 0 9쪽
67 16. 전야의 반전주의 - 프린스 바웬 21.02.14 22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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