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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붉은 입술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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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러버
작품등록일 :
2020.12.01 04:36
최근연재일 :
2021.02.17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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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17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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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세일렌 - 진리나 신에게도 지지 않는 길

DUMMY

조피아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암시하거나 포함하거나, 아니면 분수를 알라는 정도로 제한적일 수도 있지 않을까?."

타테우쉬가

"의미를 부여하는 건 우리야. 누가 어떻게 말했든 상관없어."

하고 툭 던졌다.

체스바와가 눈치를 보며

"이거 나 기분좋으라고 하는 소리 아니지?"

했다.

"잘하긴 체스바와 네가 잘 하는 거 같아."

하고 쯔비그니가 말했다.

줄리아가 머리를 흔들었다.

"아주 어려워. 너무 깊이 들어가는 거 같아. 그만큼 몰라도 사업 결정하는데는 충분하지 싶다. 자기 길인지 아닌지는 자기가 느낄 수 있을테니까. 나는 자기 속에서만 아니라 운명이 주는 길도 있을 것 같아."

어떤 것은 운명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사람의 인생이란 자기 자신 외에 주어진 운명이 반죽되어 만들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줄리아는 그 운명에 맞서는 것이 도전이라는 생각을 했다. 타테우쉬의 말처럼 운명에 자기가 정한 의미를 부여하면서.

타테우쉬가 말했다.

"운명이 주든 뭐든, 걸으면 자기 길이야. 같으면 따라가는 거고 아니면 가로질러 가는거지. 태어난 나 자신이 아니라 내가 만드는 내가 되어야 할 테니까."

아밀리아가 물었다.

"그냥 하고 싶은 거 하고, 되고 싶은 거 되는 거랑 뭐가 달라?"

"같아."

하고 바웬이 말했다.

"무엇을 왜 하고 싶은지가 중요할 뿐이지."

아밀리아가 질린다는 듯이 말했다.

"그럼 이제 뭐 하고 싶은지 의논하는 거야?"

"왜 하고 싶은지가 핵심일걸? 뭘 할 건지는 상황따라 주어질 수 있으니까."

하고 체스바와가 말했다. 체스바와는 이 주제에 대해서 더 이야기하고 싶어 했다. 아밀리아가 반박하지 못했다.

조피아가 말했다.

"할 수 있는지 없는지 알려면 해봐야 하는 것도 많잖아."

"해야하면 하는 거지. 할 수 있고 없고가 어디 있어?"

하고 타테우쉬가 말했다.

"난 무엇에 도전을하는 게 아니라, 하는 게 힘들면 그게 도전이라 생각해. 할 필요도 없는데 하는 건 쓸모없는 짓이야. 그건 유혹 당한 거지 도전이 아니니까 무모한 도전이라는 말도 쓸 수 없어."

"어떻게 자기를 아느냐가 문제지. 경험해보기 전에는 자기가 어떤 걸 할 수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잖아. 해야 할 일이 아닌데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 그건 뭐야? 그걸 내가 모르고 있었다면 내가 만든 길이 최선이라고 할 수 없을 걸? 난 자꾸 해보지 않았다면 아직 책도 잘 못읽을 거야."

쯔비그니가 자기 경험을 토대로 말했다.

줄리아가 말했다.

"자기를 안다는 건 정도의 문제야. 죽을 때까지도 다모를 거라고, 살면서 사람은 바뀌니까. 아마 아는 방법도 사람 마다 다를 거야."

"그럼 무의미하네. 방법도 아니고 그냥 주문처럼 외워서 명심하고 있기만 하면 되는 거네. 이것만 해도 바웬 오빠가 말하는 정도는 할 수 있을 거 같다."

하고 아밀리아가 말했다.

"어렵다."

하며 알렉산드라가 중었거렸다.

"난 내가 뭔지도 도통 모르겠는데."

셀렌부인이 말했다.

"정말 알고 싶은 건 항상 나중에 알게 되지요. 우리가 진정으로 알아야 하는 것도 우리 자신이 무엇인가 하는 것 뿐인지도 모릅니다. 긴 인생이 그저 나를 납득하는 한 과정일 수도. If you know your enermy, then yourself, you can fight a hundred times being not in jeopardy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이 말은 손자라는 사람이 쓴 Art of War (손자병법)에 나오는 말입니다. 여기서도 자기를 아는 것을 중요시 합니다. 하지만 역시 좀 공허하지요. 전쟁에서 이기기가 적을 알고 자기를 아는 것보다 훨씬 쉬울 것 같으니까요. 전쟁에서 이겼다면 이긴 것이지 그 사람이 적과 자기를 다 알았다고 할 수도 없지요. 줄리아의 말처럼 아는 정도의 문제라 한정 할지라도."

알렉산드가 말했다.

"선생님, 손자라는 사람 말이 옳고, 아는 것을 정도의 문제라고 한정하지 않으면, 적과 자기를 아는 것은 항상 지지 않는 방법이네요. 상대가 진리나 신이라 할지라도."

"그래요."

하고 셀렌부인이 대답했다.

스테이크를 입에 물고도 알렉산드라는 창조주가 있다면 인간인 자신을 아는 것이 창조주를 아는 방법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아름다움에 대해서 셀렌부인에게 배웠을 때, 그 아름다움은 실체가 있는 아름다움 또는 신의 조각이라는 것을 가정한 것이었다. 그에 따르면 길은 자기 속에 있었다. 심연을 넘나들고 신을 아는 것도 자기를 아는 것의 일부가 되어버리고 만다. 단지 그 가정이 옳을 때. 하지만 알렉산드라는 이제 그때보다 더 알고 있었다. 아름다움을 그처럼 정의해버린다면 아름다움 반대편에 있는 추함은 악마의 조각이라 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남아버린다. 이를 빗대서 생각하면 인간 속에는 신의 조각과 악마의 조각이 같이 있다고 해야 하는 결과가 되어 버린다. 그럼 창조주는 신의 조각과 악마의 조각을 함께 사용해서 인간을 만들었는가? 그렇다면 그 이전에 이미 창조주는 신의 재료와 악마의 재료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 재료들이 자기의 일부분인가와는 상관없이. 그러나 누가 보더라도 추함은 실체가 아니라 단지 형식의 구현이라는 것을 직관할 수 있지 않은가? 그림을 그릴 때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면 추하고 체스바와처럼 잘 표현하면 아름답다. 담으려고 했던 것에는 변함이 없는데 다만 그 형식이, 구현하려는 기술의 부족이 추하다는 결과를 낳은 것 뿐이다. 알렉산드라는 체스바와가 어떤 못생긴 강아지를 그린 것을 보았다. 주름이 온 얼굴에 늘어져 있어 아주 추한 모습을 스케치북에 담았는데, 그 그림도 예뻤다. 털이 거의 없어 무서워 보이는 개를 그렸을 때도 그랬다.

알렉산드라는 무서운 상상을 하면서도 입밖에 내지 못했다. 추함이 다만 형식일 뿐이라면 아름다움도 형식일 뿐이고, 그렇다면 인간은 내면에 신의 조각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아름다움의 실체를 가정하면 거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지고 신이 손에 잡힐 듯, 실제로는 내면에 있는 듯 그 온기까지 느낄 수 있겠지만 이는 칸트와 마찬가지로 관념이 빚어낸 이성적 환상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형식으로서의 추함도 결여된 아름다움, 즉 우리가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에 대한 "기대"에 비친 그림자일 가능성도 있다. 그러면 진정한 추함도 없다. 신도 악마도 없고 존재하는 것은 생명과 심연 뿐일지도 모른다. 그 모든 것이 단지 존재하는 알갱이들이 시간과 공간 속을 흘러가는, 우리가 늘 보던 강물 같은 것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대체 안다는 것은 무엇이기에 이렇게 멈출 수가 없는 것일까? 지식과 지혜는 오감 중에서 무엇을 건드려 자극하기에 이토록 강렬하게 사람을 끄는 것일까? 칸트가 말하는 선험(Priori, 라틴어)은 호기심에 바탕을 둔 또 하나의 감각, 여섯 번째 감각인 것인가?

자기를 알고 싶지만, 자기를 알려고 하다가 아무 것도 모르게 되어버리는 것 같기도 했다.

오후 내내 따뜻한 햇살보다 더 뜨거운 모래에 몸을 묻고, 알렉산드라는 생각이 저절로 돌아다니게 내버려 두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에 자각하지 못한 채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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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20. 세일렌 - 세상의 이면에서 들려오는 노래 소리 (2부 끝) 21.02.17 33 0 7쪽
82 20. 세일렌 - 뜨게질 하는 짐승들이 있는 바다 가운데 섬 21.02.17 31 0 6쪽
» 20. 세일렌 - 진리나 신에게도 지지 않는 길 21.02.17 28 0 8쪽
80 20. 세일렌 - 길은 자기 속에. Nosce to ipsum (나 자신을 알라) 21.02.17 27 0 9쪽
79 19. 구조와 한계, 그리고 방식 - 지혜의 문을 지나서 21.02.17 26 0 7쪽
78 19. 구조와 한계, 그리고 방식 - 칸트의 몽상 21.02.17 24 0 10쪽
77 19. 구조와 한계, 그리고 방식 - 집으로 들어온 전쟁 냄새 21.02.17 21 0 8쪽
76 18. 중역회의 - 노동과 자본의 관계 형성 21.02.16 29 0 13쪽
75 18. 중역회의 - 사업에서 성공하는 법 21.02.16 22 0 8쪽
74 18. 중역회의 - 흥겨운 크리스마스 21.02.16 20 0 10쪽
73 18. 중역회의 - 나무 같이 자라는 아이들 21.02.16 68 0 9쪽
72 17. With Peace and Hershey - 착한 부자, 착해서 부자가 된 사람 21.02.16 21 0 10쪽
71 17. With Peace and Hershey - 학업 중단, 어떤 사람들의 이상한 성공 조건 21.02.16 18 0 11쪽
70 17. With Peace and Hershey - 미국이 두려워 하는 것 21.02.16 25 0 11쪽
69 16. 전야의 반전주의 - 반전주의자 랜킨 의원 21.02.14 20 0 11쪽
68 16. 전야의 반전주의 - 사탕이 좋아 21.02.14 24 0 9쪽
67 16. 전야의 반전주의 - 프린스 바웬 21.02.14 23 0 10쪽
66 15. 철학하는 침대 - 데카르트의 연인, 여자 왕 크리스티나 21.02.12 30 0 14쪽
65 15. 철학하는 침대 - 모순 덩어리 철학자들 21.02.12 16 0 11쪽
64 14. 테이블 위의 전쟁 - 자유와 정의, 그리고 반전 21.02.12 21 0 10쪽
63 14. 테이블 위의 전쟁 - 이유 21.02.12 21 0 12쪽
62 12. 유혹하는 진리들 21.02.11 19 0 12쪽
61 11. 아사신 - 거래 21.02.11 24 0 13쪽
60 11. 아사신 - 암살교단의 우두머리 21.02.11 24 0 7쪽
59 10. 크리스마스의 거미 21.02.11 20 0 18쪽
58 9. 위대한 독재자 - 비극도 행운도 언제나 옆을 스치는 세상 21.01.23 3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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