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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붉은 입술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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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러버
작품등록일 :
2020.12.01 04:36
최근연재일 :
2021.02.17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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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17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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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세일렌 - 뜨게질 하는 짐승들이 있는 바다 가운데 섬

DUMMY

꿈속에서 알렉산드라는 뜨게질을 하다가 실뭉치로 장난을 치고 있었다. 장소는 가 본 적이 없는 곳이었지만 익숙했는데 산 꼭대기의 평평한 곳이었다. 사람은 알렉산드라 혼자 뿐이었고 주변에는 이상한 짐승들이 제각기 뜨게질을 하는 중이었다. 곰 비슷한 큰 짐승도 있었고 다람쥐 같은 동물도 있었다. 날개에 빨간 깃털이 있는 새와 실을 물고 천천히 날면서 뜨개질하는 작은 물고기들도 있었다. 알렉산드라는 실뭉치로 놀고 있는 자기에게 물었다.

"여긴 어디야?"

꿈 속의 알렉산드라는 공 같은 실뭉치를 던졌다 받았다 하면서 대답했다.

"바다 가운데 있는 큰 섬."

"바다가 안 보이는데."

"섬이 커서 그래."

"어떻게 왔어?"

"날아서 왔지."

하며 꿈 속의 알렉산드라가 날개를 보여 주었다. 등 뒤의 날개가 그림자처럼 보였다가 사라졌다.

"왜 왔는데?"

하고 묻자 꿈 속 알렉산드라는 투덜거렸다.

"평생 묻고 답하는 거만 할 거야? 뜨게질도 해야지. 자꾸 묻기만 하면 아무도 널 좋아하지 않을 걸."

"그럼 어떻게 해야 돼?"

하고 알렉산드라가 물었다.

꿈 속 알렉산드라가 속상한 듯이 얼굴을 찡그렸다.

"또 묻지. 그런 건 묻어둬. 씨앗처럼. 너 이전에 강낭콩 훔친 적 있잖아. 예뻐서 한 주먹 훔쳤다가 숨길 데가 없어서 흙에 묻었지. 그렇게 묻어두라고. 그러면 강낭콩이 싹 튼 것처럼 의문들도 스스로 입을 열 테니까. 네가 안 물어도."

알렉산드라는 비난을 받았지만 또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럼 난 뭘해?"

꿈 속 알렉산드라가 벌컥 소리쳤다.

"바보야! 자꾸 네 문제를 나한테 묻지마. 자기 문제를 드러낸다는 건 옷을 홀딱 벗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천박하게."

알렉산드라는 화가 나고 속이 상했다. 하지만 물었다가는 또 바보 소리 들을 것 같아서 입을 다물었다. 그 와중에 체스바와 심정이 좀 이해가 되었다. 꿈 속 알렉산드라에게는 마음이 읽히지 않았다. 이건 꿈이다. 마음대로 해도 되는 꿈이다. 알렉산드라는 내키는대로 달려들어서 주먹으로 코에 한 방 먹여 버렸다.

"아코! 왜 때려려?"

하며 꿈 속 알렉산드라가 화를 냈다.

알렉산드라는 왼손 훅으로 턱을 갈겨 버렸다. 꿈 속 알렉산드라가 푹 고꾸라지면 실뭉치를 놓쳤다. 알렉산드라는 한 걸음 더 다가가며 명령했다.

"다 털어놔. 더 맞기 싫으면."

꿈 속 알렉산드라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너, 내가 누군줄 알고."

"그것도 털어놔."

하면서 알렉산드라는 꿈 속 알렉산드라를 협박했다.

꿈 속 알렉산드라가 식식 거리며 말했다.

"네가 심연을 오갈 때 나는 놀고 있은 줄 알고? 이 머저리가. 죽고 싶으면 마음대로 악!"

알렉산드라는 얼굴을 들이미는 꿈 속 알렉산드라의 코를 이마로 받아 버렸다. 뒤로 나자빠진 꿈 속 알렉산드라의 멱살잡고 오른 무뤂으로 가슴팍을 눌렀다. 어차피 꿈이었다. 알렉산드라는 아빠에게 배웠던 주먹질로 꿈 속 알렉산드라를 마구 때렸다. 마침내 꿈 속 알렉산드라가 항복했다.

"넌 나한테 이러면 안 돼. 이래선 안 돼. 안 그래도 많이 아팠는데 너 조차."

하고 꿈 속 알렉산드라가 울분을 토했다가

"더 맞아라."

하는 알렉산드라의 말에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꿈 속 알렉산드라를 더 겁주려고 발 옆에 구르는 실뭉치를 주워서 순간 알렉산드라는 꿈 속 알렉산드라가 누군지 알았다. 열 살 때의 알렉산드라였다. 전쟁이 일어나고 피난 길에서 엄마를 잃으면서 함께 잃었던 열 살의 알렉산드라였다. 실뭉치의 한 끝이 알렉산드라의 발에 묶여 있었다.

"나...... 꿈이 아니라 내 무의식 속에 들어왔구나."

하고 알렉산드라가 중얼거렸다.


꿈 속 알렉산드라가 쏘아보면서 말했다.

"밤낮 질문만 해대더니 참 빨리도 알았다."

"그러니까...... 이게 내 무의식 안이네."

"의식이 확장돼서 나를 찾은 거지. 원래는 무의식이었지만."

꿈 속 알렉산드라가 토라진 음성으로 말했다.

"넌 너무 빨리 왔어. 그 바람에 위험하게 되었고."

"뭐가 위험한데?"

하고 알렉산드라가 물었다.

꿈 속 알렉산드라가 화난 음성으로 말했다.

"비행기 타보니까 좋었지? 너무 빨리 날면 비행기 어떻게 될 거 같아? 추락하고 만다고."

"내가?"

알렉산드라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꿈 속 알렉산드라가 말했다.

"넌, 아니 우린 이제 큰 일 난 거야."

"왜?"

"난 문(Gate)이니까. 지금의 네가 시작된 문."

"더 자세히 말해봐."

"우리가 엄마를 잃어버렸을 때, 난 문이 되었어. 그리고 넌 내 문에서 나왔고 나는 무의식 속에 숨었어. 아무도 못찾게."

"네가 나를 낳은 거야? 엄마처럼?"

하고 알렉산드라가 물었다.

꿈 속 알렉산드라가 대답했다.

"비슷해. 동일한 개체가 진행되는 시간 속에 있으면 언제나 앞의 시간에 있는 것이 뒤의 시간에 있는 것을 낳은 것과 같으니까."

"문은 뭐야? 지혜의 문 같은 거야?"

"아니. 달라. 하지만 나도 몰라. 어딘가로 통한다는 것만 알 뿐이야. 누가 자기 자신을 다 알겠어."

꿈 속 알렉산드라가 샐죽하게 말했다.

알렉산드라가 물었다.

"뭐가 큰 일인데? 내가 죽기라도 하는 거야?"

꿈 속 알렉산드라는 자기가 짜던 옷을 보여주었다. 긴 튜픽 드레스를 만들려고 하는 모양인데 다 만들려면 아주 많이 남아있었다.

"네가 너무 빨리 왔단 말이야. 옷은 요만큼밖에 못 만들었는데."

"그럼 천천히 만들어."

"바보 같은 소리. 네가 이 옷을 못 입으면 넌, 아니 우린 다 죽어."

꿈 속 알렉산드라가 다시 자기 등의 날개를 펴 보였다.

"이 날개가 그냥 생긴 줄 알아? 네 살 때 알렉산드라가 만들어준 옷을 입었으니까 생긴 날개라고. 이게 없었으면 우린 엄마 잃어버렸을 때 죽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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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20. 세일렌 - 세상의 이면에서 들려오는 노래 소리 (2부 끝) 21.02.17 33 0 7쪽
» 20. 세일렌 - 뜨게질 하는 짐승들이 있는 바다 가운데 섬 21.02.17 31 0 6쪽
81 20. 세일렌 - 진리나 신에게도 지지 않는 길 21.02.17 27 0 8쪽
80 20. 세일렌 - 길은 자기 속에. Nosce to ipsum (나 자신을 알라) 21.02.17 27 0 9쪽
79 19. 구조와 한계, 그리고 방식 - 지혜의 문을 지나서 21.02.17 26 0 7쪽
78 19. 구조와 한계, 그리고 방식 - 칸트의 몽상 21.02.17 24 0 10쪽
77 19. 구조와 한계, 그리고 방식 - 집으로 들어온 전쟁 냄새 21.02.17 21 0 8쪽
76 18. 중역회의 - 노동과 자본의 관계 형성 21.02.16 29 0 13쪽
75 18. 중역회의 - 사업에서 성공하는 법 21.02.16 22 0 8쪽
74 18. 중역회의 - 흥겨운 크리스마스 21.02.16 20 0 10쪽
73 18. 중역회의 - 나무 같이 자라는 아이들 21.02.16 68 0 9쪽
72 17. With Peace and Hershey - 착한 부자, 착해서 부자가 된 사람 21.02.16 21 0 10쪽
71 17. With Peace and Hershey - 학업 중단, 어떤 사람들의 이상한 성공 조건 21.02.16 18 0 11쪽
70 17. With Peace and Hershey - 미국이 두려워 하는 것 21.02.16 25 0 11쪽
69 16. 전야의 반전주의 - 반전주의자 랜킨 의원 21.02.14 20 0 11쪽
68 16. 전야의 반전주의 - 사탕이 좋아 21.02.14 24 0 9쪽
67 16. 전야의 반전주의 - 프린스 바웬 21.02.14 22 0 10쪽
66 15. 철학하는 침대 - 데카르트의 연인, 여자 왕 크리스티나 21.02.12 30 0 14쪽
65 15. 철학하는 침대 - 모순 덩어리 철학자들 21.02.12 16 0 11쪽
64 14. 테이블 위의 전쟁 - 자유와 정의, 그리고 반전 21.02.12 21 0 10쪽
63 14. 테이블 위의 전쟁 - 이유 21.02.12 21 0 12쪽
62 12. 유혹하는 진리들 21.02.11 19 0 12쪽
61 11. 아사신 - 거래 21.02.11 24 0 13쪽
60 11. 아사신 - 암살교단의 우두머리 21.02.11 24 0 7쪽
59 10. 크리스마스의 거미 21.02.11 20 0 18쪽
58 9. 위대한 독재자 - 비극도 행운도 언제나 옆을 스치는 세상 21.01.23 3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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