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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붉은 입술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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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러버
작품등록일 :
2020.12.01 04:36
최근연재일 :
2021.02.17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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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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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2,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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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17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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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세일렌 - 세상의 이면에서 들려오는 노래 소리 (2부 끝)

DUMMY

알렉산드라는 네 살 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공무원인 아빠를 따라 알렉산드라 가족은 폴란드어로 그단스크 또는 독일어로 단찌히라 부르는 북부 해안 항구 도시에 갔었다. 해변에서 놀 때 엄마는 알렉산드라를 얼굴만 내놓고 모래에 묻어서 인어처럼 만들었다. 폴란드는 인어에 대한 전설이 있는 나라였다. 바닷가 도시들에는 인어에 관한 기념품 같은 것도 팔았다. 엄마는 알렉산드라의 손에도 나무로 만들어 페인트 칠한 인어 장난감을 쥐어 줬었다. 엄마가 자기를 모래 인어로 만드는 도중에 알렉산드라는 가만히 하늘을 보면서 다리가 지느러미 달린 꼬리로 변하길 기다렸다.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었고, 엄마는 발치에 있어서 보이지 않았다. 가만히 있으라는 엄마의 주문에 알렉산드라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숨도 거의 쉬지 않고 하늘만 보는데, 하늘만 보였다. 구름도 없고 해도 안보이는 파란 하늘만 망막을 덮었다가 머릿속까지 뚫고 들어갔다. 파란 하늘이 물이 되어 알렉산드라에게 흘러들어 꽉 채웠다. 귀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손과 발, 피부에도 아무 감각이 없었다. 알렉산드라는 그 모든 것이 자기가 인어로 변하는 과정인 줄 알았다. 인어가 된다는 건 엄청나게 좋은 일이었다. 그래서 나중에 엄마가 모래를 해치고 꺼내줬을 때는 매우 실망했다. 다리가 그대로 있었다. 달라진 건 그냥 눈만 달라진 것 같았다. 세상이 더 잘 보였고 머릿속에 하늘이 들어온 것처럼 생각들이 선명했다. 알렉산드라는 엄마가 주문을 잘못 외워서 자기를 인어가 아니라 눈이 주먹만한 괴물로 만들어버리진 않았을까 걱정이 되어서 눈을 가리고 만져 보기도 했다. 다행히 인어가 되지도 못했지만 괴물이 되지는 않았었다. 그때의 신비한 경험은 너무 어려서 신비한 줄도 몰랐다.

꿈 속 알렉산드라가 웃었다.

"기억하는구나. 그때 내가 문에서 나왔고 네 살 때 알렉산드라는 여기로 와서 나를 위한 날개 옷을 짰던 거야. 바로 이옷."

"뜨게질을 배우지도 않았는데?"

하고 알렉산드라가 묻자 꿈 속의 알렉산드라가 말했다.

"진짜 뜨게질도 아닌데 무슨 상관이야. 날개 옷만 만들면 되는거지. 하여튼 이 옷 때문에 나는 여기로 왔고 네가 세상에 나타날 수 있었던 거지. 네 살 때 알렉산더라는 더 먼 섬으로 갔고."

"이런 식으로 되는 거면 뭐가 문제인데?"

하고 알렉산드라가 물었다.

꿈 속 알렉산드라가 한숨을 쉬었다.

"네가 날개도 없이 여기 왔단 말이야. 그게 문제야. 내가 너한테 날개옷을 전해주고 난 더 멀리 가야 되는데, 그게 이상하게 되어버린 거야. 난 아직 떠날 수 없는데 여기는 밝아져 버렸고, 이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꿈 속 알렉산드라가 자기 가슴을 가리켰다.

"난 문이야. 넌 아직 문이 되지 않았고. 내 문에서는 너만 나와야 하는 데, 이제 여기가 밝아져서 또 뭐가 내 문에서 나올 수도 있어."

"그럼 그건 내 동생이 되는거야?"

하고 알렉산드라가 물었다.

"나오는 게 너라면 네가 미칠 수도 있어. 네가 아니면 죽을 수도 있고. 또...... 나오지 않고 들여다 보기만 할지도 모르지. 그래서 난 여기에 숨어 있어야 하는 건데."

꿈 속 알렉산드라가 말했다.

"네가 오기 전까지, 여기는 이렇게 하늘이 밝은 곳이 아니거든. 그래서 아무도 못 찾았던 거야."

"그럼 저 애들은 뭐야? 뜨게질하는 쟤들."

알렉산드라는 곰 같은 짐승이며 새들을 가리켰다.

"쟤들도 누구 날개옷 만드는 거야? 어디서 왔는데?"

"쟤들은 달라. 쟤들은 네가 삼킨 지식들이야. 자세히 봐바. 옷을 만드는 게 아니라 자기를 만드는 중이니까."

하고 꿈 속 알렉산드라가 말했고, 알렉산드라는 그제서야 그들이 프렉탈의 일종임을 알아보았다. 곰도 새도 자기의 패턴을 반복하며 더 큰 자기를 만들고 있었다.

알렉산드라는 몸에서 힘이 점점 빠지는 것을 느꼈다.

꿈 속 알렉산드라가 화난 표정을 지었다.

"나를 때리지만 않았어도 좀더 있을 수 있었을거잖아. 바보 같이 힘만 빼고."

"내가 와서 여기가 드러났다며. 내가 가면 더 좋잖아. 다시 어두워질테니까."

하고 알렉산드라가 대꾸했다.

꿈 속 알렉산드라가 소리쳤다.

"무조건 버텨. 온갖 방법을 다 써서라도 살아 남아야 해.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내가 아까 말한 것처럼, 다 묻어두고 기다려. 막 나서지 말고. 술익히듯 익혀야 지혜가돼. 4년. 4년만 기다려. 그때까지 옷을 다 만들게."

알렉산드라는

"응."

하면서 잠에서 깨어났다.

깜짝하면서 눈을 뜨는데 파란 하늘이 눈으로 밀려 왔다. 얼굴에 그늘이 져서 눈동자를 굴려보니 체스바와와 아밀리아가 보였다.

"퀸, 움직이지마."

하고 아밀리아가 소리쳤다.

"말도 하면 안돼. 자유의 여신상 만드는 중이란 말이야."

하고 체스바와가 외쳤다.

그들은 알렉산드라 몸에 쌓아 올린 모래로 자유의 여신상을 만들고 있는 중이었다. 여신상 얼굴 한 가운데 알렉산드라의 얼굴이 있어서 얼굴을 움직여도 여신상이 깨어질 판이었다. 몸에 힘도 없어서 힘이 차오르기를 기다리며 그 말대로 가만히 있었다. 어디선가 잔잔한 노래소리가 귀속으로 들리고 있었다. 아주 낮은 소리인데 어디서 들려오는지는 알 수 없었다.

체스바와와 아밀리아는 자유의 여신상이 된 알렉산드라와 머리를 대고 세 방향으로 누웠다.

노을이 지기 전에 일어난 알렉산드라는 셀렌부인에게 귓속말로 이야기했다.

"선생님, 자꾸 노래소리가 들려요. 선생님도 들려요? 귀를 막아도 들려요."

셀렌부인의 얼굴이 미미하게 떨렸다.

"사람이 부르는 것 같지가 않!"

하고 알렉산드라가 말하는 순간에 셀렌부인이 알렉산드라의 입을 손으로 막았다. 손도 떨리고 있었다.

알렉산드라는 꼼짝도 하지 않고 가만히 기다렸다. 셀렌부인이 알렉산드라의 손바닥에 써서 물었다.

“M or F?"

남자(Male) 소리인지 여자(Female) 소리인지를 묻는 말이었다.

알렉산드라는 자기 손바닥에 F를 썼다.

셀렌부인이

"심연의 세일렌(Siren)"

하고 썼다.

그리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

"대꾸하지도 말고 따라하지도 말아요. 듣지 않는 것처럼 해요. 보이는 세상 이면이니까."

알렉산드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꿈 속에서 열 살 때의 알렉산드라가 했던 경고들이 실감났다. 세일런은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남자를 유혹하여 죽이는 전설속 바다의 괴물이다. 심연의 세일런도 그와 비슷할 것 같았다. 두려움이 밀려왔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셀렌부인이 알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가 되었다. 셀렌부인의 손을 꼭잡고 숙소를 향해서 걸었다. 속으로 절대로 죽지 않고 살겠다고 두려움 속에서 다짐했다.


작가의말

알렉산드라 퀸, 본명 알렉산드라 보이칙의 이야기 끝이났습니다. 

3부에서는 석기와 알렉산드라가 만나지만 이 이야기는 여기서 멈춥니다. 

처음부터 읽어주신 분들께(있다면) 감사드립니다.

중간에 멈춘 분들께는 무거운 글로 불편하게 해드린 점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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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세일렌 - 세상의 이면에서 들려오는 노래 소리 (2부 끝) 21.02.17 35 0 7쪽
82 20. 세일렌 - 뜨게질 하는 짐승들이 있는 바다 가운데 섬 21.02.17 31 0 6쪽
81 20. 세일렌 - 진리나 신에게도 지지 않는 길 21.02.17 28 0 8쪽
80 20. 세일렌 - 길은 자기 속에. Nosce to ipsum (나 자신을 알라) 21.02.17 27 0 9쪽
79 19. 구조와 한계, 그리고 방식 - 지혜의 문을 지나서 21.02.17 27 0 7쪽
78 19. 구조와 한계, 그리고 방식 - 칸트의 몽상 21.02.17 24 0 10쪽
77 19. 구조와 한계, 그리고 방식 - 집으로 들어온 전쟁 냄새 21.02.17 21 0 8쪽
76 18. 중역회의 - 노동과 자본의 관계 형성 21.02.16 30 0 13쪽
75 18. 중역회의 - 사업에서 성공하는 법 21.02.16 23 0 8쪽
74 18. 중역회의 - 흥겨운 크리스마스 21.02.16 20 0 10쪽
73 18. 중역회의 - 나무 같이 자라는 아이들 21.02.16 68 0 9쪽
72 17. With Peace and Hershey - 착한 부자, 착해서 부자가 된 사람 21.02.16 22 0 10쪽
71 17. With Peace and Hershey - 학업 중단, 어떤 사람들의 이상한 성공 조건 21.02.16 19 0 11쪽
70 17. With Peace and Hershey - 미국이 두려워 하는 것 21.02.16 27 0 11쪽
69 16. 전야의 반전주의 - 반전주의자 랜킨 의원 21.02.14 21 0 11쪽
68 16. 전야의 반전주의 - 사탕이 좋아 21.02.14 25 0 9쪽
67 16. 전야의 반전주의 - 프린스 바웬 21.02.14 23 0 10쪽
66 15. 철학하는 침대 - 데카르트의 연인, 여자 왕 크리스티나 21.02.12 31 0 14쪽
65 15. 철학하는 침대 - 모순 덩어리 철학자들 21.02.12 18 0 11쪽
64 14. 테이블 위의 전쟁 - 자유와 정의, 그리고 반전 21.02.12 22 0 10쪽
63 14. 테이블 위의 전쟁 - 이유 21.02.12 22 0 12쪽
62 12. 유혹하는 진리들 21.02.11 20 0 12쪽
61 11. 아사신 - 거래 21.02.11 28 0 13쪽
60 11. 아사신 - 암살교단의 우두머리 21.02.11 26 0 7쪽
59 10. 크리스마스의 거미 21.02.11 22 0 18쪽
58 9. 위대한 독재자 - 비극도 행운도 언제나 옆을 스치는 세상 21.01.23 3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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