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시자(Wat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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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폴
작품등록일 :
2020.12.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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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18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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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11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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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9 - 괴 물 [3]

DUMMY

“형제님이······. 어떻게 신성력을 쓸 수 있는 겁니까?”


분명 알렉사가 오러를 가득 실어 후려쳤다.


그런데 어째서 저 자식은 저렇게까지 멀쩡한 거지?


상처는커녕 오히려 압도적인 위용을 발산하고 있다.


오러를 일으킨 것도 아닌, 단순히 몸에서 흘러나오는 기세일 뿐인데도 엄청난 압박감이 느껴졌다.


안토니오가 부릅뜬 눈으로 서서히 우리에게로 다가왔다.


“형제님? 제가 묻고 있습니다. 어떻게 신성력을 쓴 겁니까?”


신성력?


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나의 표정에 안토니오가 황당하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


“큭크큭크큭······. 본인이 사용한 힘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썼다라···. 그런데 그게 신성력이다?”


안토니오가 흐트러진 자신의 머리를 뒤로 넘겨 정돈하더니 목을 꺾어 뼈 소리를 냈다.


뚜둑. 뚜둑.


“형제님은 주님 곁으로 보내드릴 생각이었습니다만······.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형제님도 저와 함께 교단으로 돌아갑니다.”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나까지 지 마음대로 하겠다니.


진짜 제대로 미친놈이구나.


그의 말에 알렉사의 얼굴이 잔뜩 구겨졌다.


오러를 컨트롤하는 게 아직은 힘이 드는지, 알렉사가 바들바들 떨리는 몸을 힘겹게 일으켰다.


그리고는 내 앞을 막아서며 입을 열었다.


“그러게 내가 도망칠 틈이 생기면 바로 도망치라고 했잖아.”


알렉사가 철퇴를 들어올렸다.


“···이제부터는 절대 움직이지 마.”


“우리 둘이 힘을 합치면 어떻게든···.”


“착각하지 마!!”


잔뜩 긴장한 그녀의 태도에 내가 사기를 진작시킬만한 말을 하려 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알렉사의 고함뿐이었다.


“안토니오는 아직 본래 힘의 2할도 쓰지 않았어! 너까지 표적이 되어버려서 이젠 너도 도망치지 못하게 됐다고!”


그럴 리가······.


2할이라니? 저렇게 무지막지한 전투력이 고작 20%밖에 되지 않는다고?


마안으로 알렉사의 정신을 깨워 알렉사가 근접전투를 하는 사이 내가 지원 사격을 하는 것이 내 계획이었다.


충분히 가능한 계획이라고 생각했다.


오러를 개방한 알렉사는 확실히 강했고 새로 배운 원죄의 화살도 절대 약한 기술이 아니다. 정신을 유지한 알렉사와 함께 협공한다면 어느 정도는 승산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적어도 도망칠 틈 정도는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알렉사의 말대로라면 그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계획이었던 것이다.


만약 안토니오가 처음부터 본신의 힘을 다 했다면 우리는 이미 죽었거나 정신을 잃고 끌려가고 있었을 것이었다.


나는 절망적인 상황에 눈앞이 깜깜해지는 것을 느꼈다.


알렉사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입을 열었다.


“제가 얌전히 따라가겠습니다. 이 녀석은 그냥 보내주세요.”


안토니오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


“두 분 다 쓰러트리고 모셔 가면 그만인데 제가 뭐 하러 그런 거래를 받아들이겠습니까? 교단의 세례도 받지 않은 형제님이 신성력을 쓰고 있습니다. 이게 가볍게 넘어갈 문제라 생각하십니까?”


안토니오가 알렉사를 따라 한 걸음을 앞으로 내딛으며 말을 이었다.


“정, 저 형제님을 구하고 싶으시다면, 저를 먼저 쓰러트리십시오.”


말이 끝남과 동시에 안토니오가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오러를 끌어올렸다.


안토니오의 전신을 중심으로 세차게 휘몰아치며 솟구치는 에메랄드빛 오러······.


나는 알 수 있었다.


저거였구나···! 저게 신성력이었구나.


그제야 나는 안토니오가 했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었다.


안토니오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오러, 알렉사의 눈에서 튄 스파크···. 모두 에메랄드빛이었다.


그것은 내가 이 세계에 오기 전 지구에서 봤던, 땅으로 떨어지던 빛의 색깔과도 같았다.


이게 하몬의 마나였구나···.


이게 신성력이었던 거야.


하몬의 눈을 가지고 있는 내가 눈의 능력을 썼으니 신성력이 발휘된 것이었다.


먼저 선공을 한 것은 알렉사였다.


오러를 사용할 수 있게 되자 그녀의 움직임이 전보다 몇 배는 빨라졌다.


당연히 파괴력 역시 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오러를 가득 머금은 채 쇄도하는 철퇴를 안토니오 역시 오러를 두른 주먹으로 막았다.


콰아아앙!!


두 오러의 충돌로 생긴 파장이 수십 미터나 퍼졌고 그 파동의 진원지인 두 사람이 있는 곳은 그 압력을 못 이겨 땅이 쩌적 하고 갈라지며 깊게 파이기까지 했다.


알렉사가 갑자기 막강한 위력을 내기 시작했는데도 안토니오는 오히려 그게 기쁜지 연신 광소를 터트렸다.


“크하하하!! 매번 정신을 잃은 성녀님만 상대하다가 이리도 멀쩡한 상태로 싸우게 되다니, 정말이지 감회가 새롭습니다~!!”


반면 알렉사의 표정은 어둡기만 했다.


알렉사가 사력을 다해 안토니오를 공격했지만 그때마다 안토니오는 너무나도 가볍게 그녀의 공격을 받아냈다.


콰앙!! 콰앙!! 콰앙!! 콰앙!!


“그런데 고작 그겁니까!? 이래서야 정신을 잃은 것과 다를 바가 없지 않습니까!!”


안토니오가 알렉사의 철퇴를 강하게 쳐내더니 별안간 주먹을 틀어쥐고 자신의 옆구리로 끌어당겼다.


그러더니 근육의 결이 보일 만큼 팔이 부풀어 올랐다.


“제가 말씀 드렸지 않습니까? 공격은, 한 방, 한 방, 상대를 죽이겠다는 필살의 의지를 담아야 한다고···!”


순간, 안토니오가 내 눈에도 보이지 않을 속도로 주먹을 내질렀다.


타아앙!!


단지 주먹을 내질렀을 뿐인데 마치 총알이 발사되는 것과 같은 소리가 났다.


“!!!!!”


알렉사가 급하게 철퇴로 앞을 막으려했지만 안토니오의 주먹은 눈 깜짝할 새에 알렉사의 복부에 꽂혔다.


퍼억!!


파아아앙!!


타격과 동시에 주변을 휩쓰는 기의 파동.


“커, 커헉···!”


알렉사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피를 한 움큼 토해냈다.


저 정도 파괴력이라면 그 반발력으로 알렉사의 몸이 날아갈 법도 한데 어째서인지 주먹은 여전히 알렉사의 몸에 박힌 상태였다.


안토니오가 다시 권태로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단, 확실한 후속타를 먹이기 위한 힘 조절은 예외지요.”


그리고는 곧바로 몸을 회전시켜, 뒤 후려차기로 알렉사의 머리를 강하게 차버렸다.


콰아앙!!


안토니오의 발에 맞은 알렉사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나가떨어져 처참하게 바닥을 굴렀다.


안토니오가 쓰러진 알렉사를 향해 걸음을 옮기려할 때, 내가 총을 들고 그를 조준했다.


순간, 저 멀리 있던 안토니오가 어느새 내 앞에 나타났다.


그러고는 하얀사신의 끝을 손으로 잡고 엄지로 총구를 막더니 신성력이 담긴 오른 손 검지로 내 미간을 지그시 눌렀다.


“형제님······. 팔 다리 떼고 데려가는 수가 있습니다. 낄 때, 안 낄 때 구분하시지요.”


치이익······.


안토니오가 섬뜩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주, 죽는다······.


미간에서 타는 듯 하는 고통이 밀려왔지만 내 몸을 잠식한 죽음에 대한 공포가 내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만들었다.


겁에 질려 진땀을 흘리는 내 모습에 피식 조소를 흘린 안토니오가 총을 놓고는 그대로 몸을 돌렸다.


분명 내가 총을 들고 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마치, 쏠 수 있으면 쏴보라는 듯이······.


안토니오가 알렉사를 향해 걸어갈 동안 알렉사가 비틀비틀 거리며 일어났다.


힘겹게 몸을 일으킨 알렉사가 피가 섞인 침을 뱉어내고는 다시금 철퇴를 부여잡았다.


그리고는 불시에 앞으로 돌진했다.


“으으으으!!!”


이를 악문 알렉사가 안토니오를 향해 철퇴를 마구 휘둘렀다.


공기를 찢으며 휘둘러지는 철퇴는 한 번의 궤적을 그릴 때마다 엄청난 양의 오러를 게워냈다.


철퇴에서 뿜어지는 오러는 닿는 모든 것을 가루로 만들었지만 정작 목표물인 안토니오는 몸을 이리저리 틀며 가볍게 그 오러를 흘려버렸다.


“무모합니다. 공격을 맞힐 생각을 하지 말고 ‘맞을’ 공격을 해야지요.”


순간, 안토니오가 손가락 튕겨 알렉사의 철퇴를 위로 올려쳤다.


그 무거운 철퇴가 허무하게 위로 치솟았고 그 철퇴를 쥐고 있던 알렉사의 손이 같이 딸려 올라가면서 졸지에 앞이 텅 비게 되었다.


“이렇게 말입니다.”


그 찰나의 순간, 안토니오가 기마자세를 취하고 무방비 상태의 알렉사의 몸을 사정없이 난타하기 시작했다.


쾅쾅쾅쾅쾅쾅쾅쾅!!


그의 주먹은 따라가기도 벅찰 만큼 빨랐고 주먹이 내질러질 때마다 에메랄드빛 기파가 허공에 흩뿌려졌다.


그렇게 점점 주변에 퍼지던 그의 오러가 그의 위로 악귀의 형상을 만들어냈다.


쉬지 않고 계속되던 난타가 멈추고 그가 손을 번쩍 들어 올리자 악귀의 형상이 거세게 휘몰아치며 그의 손으로 빨려 들어갔다.


안토니오의 주먹은 악귀의 형상을 머금더니 눈부시게 강한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그런 주먹을 자신의 옆구리고 끌어당긴 안토니오가 힘차게 진각을 밟았다.


콰아앙!!


진각과 함께 폭발하듯 부풀어 오르는 근육과 그와 동시에 알렉사를 향해 내질러지는 주먹.


압축되었던 오러가 한 번에 발출되었고 그 모습은 마치 거인의 주먹과도 같았다.


스치기만 해도 죽을 것 같은 오러가 지근거리에 있던 알렉사를 그대로 집어 삼켰다.


쿠아아아아!!


“알렉사아아!!!”


나는 다급하게 알렉사의 이름을 외쳤다.


그러나 단순히 그녀를 걱정하는 것 말고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저런 괴물을 상대로 대체 뭘 할 수 있단 말인가.


잠시나마 안토니오를 상대로 싸울 수 있다고 생각한 것 자체가 만용이었다.


이렇게까지 강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럴 줄 알았다면 어젯밤 알렉사와 함께 도망쳤어야했다.


나는 무지했던 과거의 나 자신을 원망했다.


안토니오의 공격을 받고 저 멀리 나가떨어진 알렉사가 안쓰러울 정도로 바들바들 몸을 떨었다.


내장을 다친 건지 끝없이 피를 토해내면서도 알렉사는 어떻게든 자리에서 일어나려했다.


“아, 알렉사! 그만해! 나, 나는 괜찮아! 그러니까 우리 그만 싸우자!”


더 이상의 전투는 위험하다.


안토니오는 정말 알렉사를 죽일 생각으로 공격하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간 알렉사가 정말 죽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의 간절한 외침에도 알렉사는 철퇴로 몸을 지탱하며 악착같이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안토니오를 향해 철퇴를 들어올렸다.


몸은 중심도 제대로 잡지 못해 비틀거리 있었고 철퇴를 든 손이 바들바들 떨려 그 떨림이 철퇴에 까지 이어졌다.


심지어 철퇴에 깃든 오러마저 꺼져가는 불씨처럼 약해져있었다.


그럼에도 알렉사의 눈빛만은 변하지 않았다.


안토니오가 그런 알렉사를 보더니 걸음을 멈추고 입을 열었다.


“교단에서의 삶이 그리 견디기가 어려우셨습니까?”


알렉사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나름 재밌었습니다. 그저 수호성 하나 가졌을 뿐인데 모두가 나를 우러러보고, 교단 안에서라면 하고 싶은 건 뭐든 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 말에 안토니오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그런데 떠났습니까? 왜 주님을 배신했습니까!?”


안토니오의 물음에 알렉사가 피를 잔뜩 머금은 입으로 피식 웃음을 흘렸다.


“이제 와서 그게 왜 궁금하죠? 그리고 나는, 배신 같은 거 한 적 없어···!”


말을 끝냄과 동시에 알렉사가 철퇴를 꼬나쥐고 안토니오를 향해 돌진했다.


알렉사의 공격은 형편없었다.


제대로 서지도 못하는 몸 상태로 휘두른 공격이 안토니오에게 먹힐 리가 없었다.


안토니오가 분노에 찬 눈으로 알렉사의 철퇴를 손으로 쳐 멀리 날려버리고는 그녀의 목을 사정없이 틀어쥐었다.


“커, 커헉···!”


“···이유를 물었습니다. 저는 여기서 성녀님을 죽일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답을 안 하시면 정말 주님 곁으로 가실 수도 있습니다. 어서 대답하세요.”


안토니오는 당장에라도 알렉사를 죽일 듯 그녀의 목을 쥐어짰다.


“퉷!”


알렉사는 그런 안토니오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그리고는 숨도 못 쉬어 붉어진 얼굴로 이를 갈며 그를 노려봤다.


“···조, 좇까···! 씨발···!”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그러나 그가 자신의 생명을 위협할수록 그녀의 눈에는 오히려 독기로 가득 찼다.


“알렉사 그만 하라니까! 내가 같이 따라 갈 테니까, 제, 제발 시키는 대로 해!”


내 다급한 외침에 안토니오가 권태롭고 싸늘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대답하지 않으시면 저 형제님을 죽이겠습니다.”


안토니오의 말에 알렉사가 발버둥 치며 이를 갈았다.


“쟤 소, 손···. 끝 하나라도, 건드리면······. 너, 넌 내손에 죽어···.”


알렉사는 더 이상 존칭을 쓰지 않았다.


거기에 더불어 알렉사의 눈은 온통 살기로 가득했다.


무기력하게 붙잡혀 있는 주제에 눈빛은 당장이라도 안토니오를 능지처참하려는 듯이 섬뜩하게 노려보았다.


“그럼 이유를 말하시지요. 뭡니까? 당신 오빠에게 복수를 하고자 함이었습니까?”


“푸훕, 보, 복수 같은 소리하고 있네···!”


“그럼, 역시 더 이상 주님을 모시고 싶지 않아서인 겁니까?”


“말했잖아···. 난 배신한 적 없다고······. 난 아직도 하몬님을 믿어······.”


그 말에 안토니오의 얼굴이 와락 구겨지더니 알렉사의 목을 비틀던 손을 풀고는 양손으로 그녀의 멱살을 잡고 고함을 내질렀다.


“이것도 아니다, 저것도 아니다! 그럼 대체 뭐 때문입니까!?”


“···큭, 나도 내 인생 한 번 살아보려고 그랬다, 왜!”


마침내 알렉사의 입에서 절규와도 같은 외침이 터져 나왔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하몬님을 꼭 교단에서만 모셔야 돼!? 내 스스로만 확실하고 떳떳하면 된 거 아니야!?”


알렉사의 말에 안토니오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


하지만 알렉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말을 이어나갔다.


“내가 나 하고 싶은 대로 살겠다는 게 그렇게 큰 잘못이야? 시체처럼 죽은 듯이 눈치만 보면서 살아줬잖아! 12년을 니들 하라는 대로 그렇게 살아줬잖아!! 그 정도면 된 거 아냐? 나보고 죽을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말고 교단에만 처박혀 있으라고!? 나도 내 인생 살고 싶다고! 내가 결정하고 행동하는 내 인생!!”


알렉사가 그간 품어왔던 속마음을 절규하듯 뱉어냈고 안토니오는 가만히 그런 알렉사를 바라볼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나, 평생을 눈치만 보고 살았어. 혹시나 남들에게 나쁘게 보여 지지는 않을까? 그럼 가족들이 내 달라지지 않은 모습 때문에 날 영영 보지 않으면 어쩌지? 매일매일 그런 걱정으로 살았고, 갑자기 내 안에 그게 폭발할까봐 누구한테도 곁을 주지 않았어! 누구나 할 수 있는 요만큼의 나쁜 생각도 내 안에 그 악귀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걸까봐 짓누르고 자책하면서 살았다고!”


알렉사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나도 좀 편하게 살아보고 싶어···. 누가 뭐라고 해도 좋으니까······. 조금만이라도, 아무 눈치 안 보고 나인 채로 살고 싶다고······. 그게 그렇게 잘못인 거야?”


“······.”


안토니오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지만 그녀의 말에 내 머릿속은 하얗게 변해버렸다.


평생을 주변의 눈치만 보며 살았을 알렉사의 인생.


나도 다르지 않았다.


나는 부모 없이 자랐다.


생각해보면 내가 부끄러울 일은 아닌데 그때는 그게 왜 그리 부끄러웠는지 모르겠다.


고아라는 꼬리표가 항상 따라다녔던 나는, 자꾸만 주변의 눈치를 보고 잘못된 행동은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내가 하는 모든 행동들이 ‘쟤는 엄마 아빠가 없으니까’로 돼버릴까 봐······.


남들 시선에만 맞춘 삶은 나라는 사람을 점점 지워갔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남겨진 것은 더이상 내가 아니었다.


그저 인위적으로 조립하듯, 좋아 보이게 만들어진 존재일 뿐이었다.


알렉사도 그런 삶을 살아왔을 거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려왔다.


그게 얼마나 힘든지 알아서 더 안쓰러웠다.


그러지 말지, 그렇게 살지 말지······.


나는 이제라도 자신의 삶을 찾으려는 알렉사를 돕고 싶었다.


이상하게도 이 한 목숨 바쳐서 알렉사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면, 그녀를 도울 수만 있다면 지금 죽어도 나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를 악물고 하얀 사신을 들었다.


그리고는 안토니오를 조준하고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었다.


여기서 죽나, 끌려가 해부 돼서 죽나, 죽는 건 매 한가지다.


어차피 죽을 거라면 추하게 죽고 싶지는 않다.


그렇게 방아쇠를 당기려는 그 순간.


“모두 멈춰라아!!”


우레와도 같은 고성이 지축을 흔들었다.


나와 알렉사, 안토니오, 그 자리에 있던 세 사람의 시선이 소리가 난 곳으로 쏠렸다.


그곳에는 족히 백 명은 넘을 병사들이 우리가 있는 곳을 향해 무기를 겨눈 채 좌우로 포진해 있었다.


당황한 내가 상황을 파악하려 주변을 둘러보고 있을 때, 그들의 최선두에 선 사람이 보였다.


내가 아는 사람이었다.


백색의 풀 플레이트 아머를 입고 2m는 되어 보이는 커다란 랜스를 치켜든 채 당당하게 서있는 사내.


중무장한 병사들을 이끌고 나타난 이는 다름 아닌, 이 도시 스텔란의 수호대장.


“에, 에드워드······.”


모두가 인정하는 군신(軍神).



“그 손 놓으시오. 안토니오 대주교.”




백사자, 에드워드 웰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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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036 - 신 안 (神 眼) [1] 21.01.07 5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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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034 - 그녀의 속사정 [1] 21.01.05 60 1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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