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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0.12.04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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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10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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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04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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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예언을 위한 시기

DUMMY

전날에 무리해서인지 화명은 좀처럼 눈을 뜨지 못했다.


히이잉 끼이익


말의 울음소리와 함께 들리는 마차의 바퀴가 멈추는 소리에 화명은 잠에서 깼다.


“뭐지?”


무슨 일인지 보기 위해 창문으로 가려 했지만, 몸이 무거워서 결국 일어나지 못하고 다시 누워 잠들었다.


“화명 일어나봐!”


“으...”


“화명!”


다시 잠 든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에밀리의 다급한 목소리에 화명은 다시 몸을 일으켰다.


“뭐야...?”


“큰일 났어.”


“큰일?”


“헬렌이 왕국에서 온 마차를 타고 갔어”


“그게 왜?”


이곳에 갇혀 있다시피 한 헬렌을 데리러 오기 위해 종종 왕궁에서 마차를 보내왔기에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야 이 바보야! 헬렌의 호위를 담당해야 할 너를 빼놓고 왕궁으로 데려갔다는 것이 이상하잖아!”


에밀리의 외침에 그제야 화명의 멈춰있던 사고가 돌아가기 시작했고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했다.


화명은 얼른 검을 챙기고서 밖으로 뛰쳐나갔지만 말조차 없고 길도 몰랐기에 무작정 갈 수도 없었다.


“어떻게 하지?”


불안감에 초조해하고 있을 때 마차 하나가 저택으로 오고 있었다.


히이잉 끼이익


마차는 정확히 화명 앞에 멈춰 섰고 처음 보는 기사가 내렸다.


“마녀의 기사 화명 맞으시죠?”


“네 맞습니다.”


“전하께서 부르십니다. 같이 가시죠”


“헬렌도 갔나요?”


“네 미리 가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따로따로 가는 것이 이상하다고는 생각했지만,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마차에 올라탔다.


화명이 타자마자 마차는 곧바로 출발했다.


갈림길에서 이제껏 가던 길이 아닌 다른 길로 마차가 달렸다.


“이 길이 맞나요?”


“네 맞습니다.”


“이제까지 왕궁으로 갈 때 이런 길로 가본 적이 없는데요?”


“왕궁으로 가는 것이 아닙니다.”


“그럼 어딜 가는 거죠?”


“가보시면 알 겁니다.”


미심쩍었지만 달리 할 말이 없었기에 일단은 조용히 했다.


한참을 달린 것 같음에도 마차는 좀처럼 도심 가에 들어서지 않았다.


“아무래도 이거 이상한데?”


에밀리뿐만 아니라 화명도 뭔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했다.


끼이익


“도착했습니다.”


“여기라고요?”


“네 여기입니다.”


“여긴 아무것도 없는데요?”


나무로 둘러싸인 곳에 마차는 멈추었다.


“이제 곧 나타날 겁니다.”


기사가 말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숲속에서 다른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람들은 하나같이 무기를 들고 있었고 친위대의 상징이 금색의 자수가 박힌 하얀 제복을 입고 있었다.


“내리시죠”


화명이 말없이 자신을 노려보기만 하자 기사가 먼저 문을 열고 내렸다.


“그대로 가만히 앉아 죽임을 당하느니 기사답게 검이라도 휘두르다가 죽음을 맞이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기사의 말에 화명의 눈은 더욱 날카로워졌고 천천히 마차에서 내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같이 마차를 타고 온 기사까지 합쳐 총 열 명이었다.


“아무래도 예언을 막기 위한 적당한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네”


말없이 기사들을 살펴보는 화명도 그 말에 동의하고 있었다.


“헬렌에게 가려면 어쨌든 이놈들 먼저 상대해야겠네”


검을 뽑자 하얀 날이 검게 물들어 가고 화명의 흑발은 점점 하얗게 변했다.


눈동자는 먹색에서 적색으로 바뀌어 한층 더 날카로운 눈빛을 만들었다.


“최대한 서둘러야 해”


기사들도 검을 뽑고서 화명을 둘러쌌지만 누구 하나 달려들지 않았다.


“나를 죽이는 게 목적이 아닌 시간을 끄는 게 목적인가?”


“그런 것 같네”


수적 우위에 있음에도 먼저 공격해오지 않는 다는 것은 그것말고는 생각할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먼저 공격하기에는 부담되었다.


자칫 잘못하면 완전히 포위당할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이렇게 있을 수도 없지”


심호흡을 한번 하자 전신에서 푸른 빛이 발현되었고 검까지 퍼졌다.


“단기 결전으로 간다.”


타앗


화명이 정면에 있는 기사에게 달려가자 그에 맞춰 움직이기 시작했다.


목표가 된 기사를 제외하고 나머지들은 거리를 좁히며 들어왔다.




“악”


앞으로 빠르게 달려가던 화명은 갑자기 멈춰서서는 뒤돌아서 바로 뒤에 있는 기사를 베며 포위망을 빠져나왔다.


“우선 한 명”


생각지도 못한 움직임에 동료가 당해버리니 기사들은 동요하기 시작했다.


타앗


화명은 재빨리 다른 기사를 향해 달려가 이들이 재정비할 시간을 주지 않으려 했다.




그래도 기사는 기사였기에 어느정도 실력을 가진 이들은 쉽사리 당해주지 않았다.


“역시 쉽지 않네”


공격이 막히자 화명은 재빨리 다시 거리를 벌렸다.


그 사이 기사들은 정신 차리고 재정비했고 이번에는 먼저 공격해 왔다.


세 명 씩 나뉘어서 정면과 양옆으로 나뉘어서 달려오기 시작했다.


“이거 어떻게 하지?”


마치 지금을 위해 준비했던 것처럼 기사들의 움직임은 일사불란했다.


일단 화명은 왼쪽에 있는 적들을 향해 달려갔지만 세 명을 한 번에 상대하기에는 무리였고 그사이 다른 기사들도 가세하려 했다.


챙 챙


겨우겨우 공격을 막으며 물러났지만 기세를 탄 기사들은 곧바로 쫓아왔다.


“하앗”


마녀척살단 보다는 분명 적은 수였지만 검술을 정식으로 배운 기사들을 그것도 친위대를 상대하는 것은 화명 혼자서 상대하는 것은 너무 힘들었다.


“읍”


점점 수세에 몰리고 있었고 점점 한계가 다가오고 있었다.


“앗?!”


뒤로 물러나며 공격을 막던 중 발을 헛디디며 균형을 잃었고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기사의 검 중 하나가 쫓아왔다.


“안돼...”


균형을 잃은 화명은 검을 휘두르는 것조차 제대로 할 수 없이 그저 자신에게 검이 오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화명의 검이 아닌 다른 검이 앞에 나타나 기사의 검을 튕겨냈다.


“괜찮나 화명?”


“페오? 네가 어떻게 여기에?”


“마녀척살단은 항상 그쪽의 동태를 살피고 있어서 네가 이쪽으로 온 것도 알 수 있었지”


“그건 왠지 좀 소름 끼치네”


자신의 모든 일거수일투족이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이 절대로 기분 좋을 수 없었다.


“잠깐 그러면 헬렌이 어디로 간 것인지도 알고 있어?”


“그래 왕궁으로 갔어.”


“아직 괜찮아?”


“왕궁으로 들어간 뒤로는 알 수 없어”


헬렌의 상황을 알 수 없다는 것에 화명은 걱정이 가득한 표정이 되었다.


“어서 구하러 가야 해”


“나도 같이 싸울 테니 너무 초조해 하지 마라”


“알겠어”


둘은 나란히 서서 기사들을 향해 검을 겨누었고 페오의 등장은 기사들에게 있어 당혹감을 주었다.


“온다.”


그렇다 해도 기사들이 해야 할 일이 변한 것은 아니었고 그들에게 있어 상대해야 할 적이 하나 더 늘어난 것에 불과했다.


챙 챙


기사들은 다시 한번 세 방향에서 공격해왔고 서로 눈빛을 교환한 화명과 페오는 정면에서 오는 기사들을 향해 뛰었다.


“으악”


정면의 세 기사는 갑자기 상대가 두 명이 되니 당황했는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두 명이 더 쓰러졌다.


준비했던 전술이 무너져 버리니 기사들은 어찌할 줄 몰라 했고 그 기세를 타 화명과 페오가 먼저 공격했다.


“하앗!”


혼자보다는 둘이 확실히 편했고 이미 진영이 무너져 버린 그들이 실력이 좋아봤자 각개격파 되는 순간 화명과 페오의 상대는 될 수 없었다.


결국 하나둘씩 쓰러져 가다가 서 있는 사람은 화명과 페오 말고는 없었다.


“이제 헬렌을 구하러 가자”


“그러지”


“근데 어떻게 가야지?”


어디인지 모를 숲속에 내려졌고 왕궁까지 거리도 상당할 텐데 그냥 걸어서 가는 것은 힘들었다.


“페오 님”


어디서 나타난 것인지 가면을 쓴 마녀척살단 한 명이 나타났다.


“근처에 있는 마차와 마부를 찾았습니다.”


“거기로 안내해 줘”


“네”


안내를 받아 간 곳에는 마녀척살단이 마차를 포위하고 있었고 마부는 두 손을 들고 벌벌 떨고 있었다.


“왕궁으로 가는 길을 알고 있겠지?”


페오의 차가운 푸른 눈동자와 목소리는 서늘한 분위기를 풍겼고 그 분위기에 압도당한 마부는 대답은 하지 못한 채 고개만 끄덕였다.


“우릴 거기로 안내해라”


마부는 살짝 망설이는 듯한 기색을 보였다.


“여기서 죽고 싶나?”


고개를 격하게 저으며 마부는 살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주었다.


“그럼, 거기로 마차를 몰아라”


압박에 못 이긴 마부는 고개를 끄덕였고 화명과 페오를 태우고 왕궁으로 향했다.


“후우~”


왕궁으로 가는 내내 화명은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헬렌은 괜찮을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


“응...”


조금은 초조함을 누그러뜨릴 수 있었지만, 여전히 불안해했다.


“다 온 것 같네”


성벽이 보이기 시작했지만 하나의 문제가 남아있었다.


“어떻게 들어가지?”


페오는 성문의 웅장함에 놀란 듯 눈을 떼지 못했다.


“강행 돌파해야지”


화명은 멈춘 마차에서 내려 성문으로 걸어갔다.


“누구냐?”


성벽 위에서 고함치는 소리가 들렸지만, 화명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스르릉


화명은 검을 뽑아 들었고 순식간에 흑발은 백발이 되었고 새하얀 날은 검게 물들었다.


“에밀리, 네 마력 조금 많이 써야 할 거야”


“마음껏 써”


성문을 올려다보는 화명의 붉은 눈동자는 모든 것을 태워버릴 듯이 불타고 있었고 검에서는 눈부신 푸른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무질서하게 뿜어져 나오던 푸른빛은 점점 그 형태를 잡아가더니 날카롭고 거대한 날이 되었다.


“하앗!”


두 번 검을 휘둘렀고 성문에는 교차하는 사선이 그려졌다.


끼이이이익 쾅


제 기능을 상실한 성문은 굉음을 내며 쓰러졌고 자욱한 흙먼지를 만들어냈다.


“뭐야?”


“무슨 일이야?”


“습격이다!”


자욱한 흙먼지 속에서 사람들이 당황한 소리가 들려왔다.


저벅저벅


무너진 성문을 밝고서 화명은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다.


병사들과 기사들이 뒤섞여 온갖 무기를 들고서 화명을 겨누고 있었다.


하지만 겨누고만 있을 뿐 아무도 먼저 공격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어디로 가야 하는 거지?”


찬찬히 주위를 둘러보며 어디로 가야 할지 살펴보았지만 애초에 에밀리가 어디 있는지 조차 모르니 함부로 나아갈 수도 없었다.


“에밀리 혹시 헬렌의 마력이 느껴져?”


“잠시만”


에밀리는 잠시 눈을 감고서 양손을 펼쳐 앞을 쭉 훑었다.


“저쪽인데 엄청나게 약하게 느껴져 아무래도 마력을 약하게 만드는 공간에 있는 것 같아”


“알겠어”


화명은 에밀리가 가리킨 방향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화명 잠깐!”


뒤에서 쫓아오던 페오가 멈춰 세웠다.


“왜?”


한시가 급했기에 화명은 조금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어딘지 알고 가는 건가?”


“헬렌의 마력을 느낄 수 있어.”


이해하기 힘든 말이었으나 페오는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가자”


둘은 다시 뛰려 했으나 제정신을 차린 것인지 성벽을 지키던 병사와 기사가 앞을 막았다.


“시간 없는데”


화명이 얼굴이 굳어졌다.


“에밀리 마력을 좀 많이 쓸게”


“잠깐만 네 몸이 감당하기에는 힘든 마력을 너무 많이 썼어 이 이상 쓰면 네 몸이 버티지 못할 거야”


“그래도 지금은 이걸 뚫고 가려면 어쩔 수 없어”


“지금 당장 이 병력을 뚫고 나간다 해도 안으로 들어갈수록 더 힘들어질 텐데 벌써 힘을 소모하면 나중에 어떻게 하려고 그래?”


“어떻게든 해야지”


조급함에 화명은 이상적인 판단을 하지 못했고 상황이 좋지도 않았다.


“누구랑 이야기하는 거지?”


옆에서 서 있는 페오에게는 그저 화명이 혼잣말하는 걸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내게 마력을 주는 사람”


아무런 설명도 없는 말에 페오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무슨 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힘을 아껴라”


“지금 힘을 아낄 여유는 없어”


“그런가? 그러면 여기는 다른 사람들한테 맡기도록 하지”


“다른 사람? 누구?”


“기다려봐”


페오는 품속에서 손바닥 크기의 동그란 무언가를 꺼내서 땅바닥에 두었다.


“이게 뭐야?”


“신호탄”


“뭐?”


의미 모를 페오의 말에 미간을 찡그리자 바닥에 두었던 동그란 것에서 회색 빛줄기가 뿜어져 나와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그리고 동그란 것을 중심으로 회색빛으로 빛나는 마법 진이 생기더니 그 위에 사람의 형태가 만들어졌다.


“저 사람은...”


화명은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서 있는 것은 마녀척살단의 수장이자 페오의 누나인 하라즈가 서 있었다.


“누나 이제 좀 도와줘야겠어”


“그래 뭐 대충 상황은 알겠네”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화명을 뒤로 둘은 무언가를 얘기했다.


“화명 맞지?”


대뜸 하라즈는 멍하니 서있는 화명을 불렀다.


“이걸로 빚은 갚은 거다.”


“빚?”


무언가 할 말이 많았지만 뒤돌아서 하라즈는 양팔을 크게 벌렸고 그림자가 순식간에 말도 안 되는 크기로 커졌다.


그리고는 수십 개로 분열되더니 사람의 형태를 띠더니 단숨에 수십 명의 마녀척살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쳐라”


“와아!”


평소 말하듯이 말했을 뿐인데 마녀척설단은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돌진했고 그곳은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이 틈에 가자”


“어...어...”


화명과 페오는 이따금 달려드는 병사들을 베면서 앞으로 달려갔다.


“부디 무사해라”


하라즈는 그 둘의 뒷모습을 보며 조용히 읊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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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언을 위한 시기 21.03.04 69 0 13쪽
80 누나와 동생 21.03.03 71 0 12쪽
79 이제 네 차례다 +1 21.03.01 72 1 12쪽
78 마녀척살단의 수장 21.02.27 68 0 11쪽
77 재회 21.02.25 76 0 12쪽
76 결승전 21.02.24 68 0 12쪽
75 익숙한 만남 21.02.23 69 1 12쪽
74 검술 대회 21.02.22 70 0 12쪽
73 연결과 속박 21.02.21 74 0 12쪽
72 다시 돌아오다. 21.02.20 77 0 12쪽
71 금기된 마법 +1 21.02.19 71 1 14쪽
70 도망치자 21.02.18 81 1 12쪽
69 조금씩 앞으로 21.02.17 69 1 12쪽
68 하얀 마녀 21.02.16 87 0 11쪽
67 초승달 뜬 밤 21.02.15 71 0 12쪽
66 오두막 속 친구들 21.02.14 6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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