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화 크레시아VS도리노FC, 오마르 구단주의 기대
훈련이 끝난뒤 차쉭은 비슷한 나이때인 아일로를 불러 말했다.
“어제 여기 돌아다녔는데 좋은 술집이 없더라고. 추천좀해줘.”
“오자마자 술집부터 찾으면 어떡해?”
“난 술매니아야. 술없이는 살수없어.”
아일로는 정색하고 말했다.
“내가 충고하는데 우리 나이는 그렇게 하고싶은거 다하고 놀면서 몸을 제 컨디션으로 유지할수 있는 나이가 아냐. 술은 이제 그만마셔.”
“난 술을 마셔야 잘 뛸수있어. 내가 예전에 퓐헨에 있었을때도 챔스 결승전날 마셨는데 별 이상없었어.”
“오늘 훈련때도 제대로 못했으면서 뭔 소리야? 그리고 그땐 술집에서 마구 퍼마시지는 않았을테고.”
“물론 몰래 살짝 마신거긴하지. 근데 많이 마시나 적게 마시나 그게 그거야. 오늘 몸상태가 이런건 오랜만에 훈련하니 그런거고.”
아일로가 말이 통하지않자 차쉭은 귀찮게 다른 선수들을 붙잡아 술집얘기를 했다. 사생활관리로는 세리에A에서 탑에들만한 크레시아선수들이 그런 종류의 얘기를 좋아할리 없었다. 이들은 하나같이 걱정했다.
“아니. 그인간. 술집 얘기는 왜 꺼내는거야?”
“어제도 술을 마셨다더니... 이거 괜히 팀 망치는거아냐?”
“우리랑 1년반을 같이 뛰기로 한다고? 이거 사기당한거 아냐?”
“...”
지노는 엔리코 감독을 찾아가 이점에 대해 말했지만 엔리코는 차분히 답했다.
“습관이 쉽게 바뀌진 않아. 천천히 팀에 녹아들시간도 필요하고. 차쉭이 그런모습을 보인다고 해서 관계를 일부러 멀게한다던가 따돌린다던가하는일은 없어야해. 그러면 오히려 더 마이웨이식으로 갈거다.”
“물론 잘 알고있습니다만... 멀쩡한 선수들이 그런데 넘어갈까봐 문제죠. 특히 델 바이오나 데 로자같은 어린애들이 위험합니다.”
“... 내 그점은 차쉭하고 면담해서 주의주겠다. 내일 도리노에 가야하니 오늘 말해야겠군. 차쉭은 집에 갔나?”
“아까 먼저 간것같은데 집에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전화를 하고 가봐야겠군.”
차쉭의 집으로 간 엔리코 감독은 기분나쁘지않게 차쉭에게 우려하고 있는 점을 말했고, 생활태도를 고쳤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하지만 차쉭은 별거아니라는듯이 얘기했다.
“감독님. 경기장에서 전 최선을 다할거에요. 그러니 제 생활에 대해선 걱정마세요.”
“하지만 술이 몸상태를 안좋게 하는건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이야. 자네 계약때말하지않았나? 날 받아준 크레시아를 위해 희생하겠다고 말이야.”
“희생하죠. 하지만 술이 그 희생을 방해하진 않을거에요.”
“... 사람들이 우려하고 있어.”
“걱정마세요. 잘해서 그 우려를 씻어낼테니까요.”
“단순히 잘하고 못하고만 문제가 아니라 팀 전체 분위기랑도 관련이 있어.”
“그럼 분위기망치지않게 저 혼자만 즐기죠. 술싫다는 애들은 데려가지않겠습니다.”
“... 현명한 선택을 내려주길 바라네. 수많은 크레시아팬들이 자넬 응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마.”
“예. 그 응원에 반드시 보답하겠습니다.”
“그리고 우린 대륙대회진출을 노리고, 이번엔 코파우승을 바라는 팀이야. 자네능력이라면 충분히 여기에 기여할수있어. 하지만 그 능력은 건강한 심신에서 나올수 있는것일세. 이점을 잘 고려해서 생활해주게.”
“제 건강을 잘 챙길겁니다. 어제오늘은 술때문에 그런게 아니라 제가 오랜만에 훈련을 해서그런것이니 너그럽게 봐주십시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겁니다.”
뭐 대답은 듣기 좋게했지만 결코 자기 뜻을 굽히지 않는 차쉭이었다. 술마시는건 사생활의 영역에 지나지 않는다며.
엔리코는 구단사무실에 가 안토니오 단장에게 차쉭의 계약서를 다시 꺼내달라고 하였다. 내용에는 위험한 활동들에 대한 금지등이 있었지만 음주금지는 써있지않았다.
“왜 이걸 빠뜨리셨습니까?”
“왜요? 술때문에 문제가 있습니까?”
“어제 술을 늦게까지 마셨습니다. 기술이나 이런거 다 좋은데 몸관리상태도 그렇고... 무엇보다 술을 멀리하려하지않습니다.”
“... 원래 좀 괴짜이긴 하죠. 하지만 걱정마십시오. 어차피 차쉭은 주전이 아니고 후반전에 조커로 투입할 용도 아닙니까? 지금 가지고 있는 능력만으로도 힘이 되죠.”
“하지만 이대로라면 자신에게도 주변 동료들에게도 악영향을 줄수있습니다. 물론 시간이 지나 차차 나아지게끔 제가 관리해야겠지만... 구단차원에서도 조금은 신경을 써주셔야할것같습니다.”
산토스 수코와 지노와 대화할때까지만해도 침착했던 엔리코였지만 오늘 차쉭과의 대화를 하고난뒤 불안을 느끼는 그였다.
“그건 물론입니다. 하지만 차쉭은 메디컬테스트도 별 문제없이 통과했고, 본인 의지도 충만한 상태니 너무 신경쓰지않으셔도 됩니다. 그리고 계약도... 6개월 선임대후 1년자유계약이라하지만... 이 자유계약조항은 일종의 조건부계약으로 이번시즌 활약여부에 따라 발동될수도 안될수도 있지 않습니까? 차쉭은 어떻게든 열심히 할겁니다.”
“...그러기위해선 저희들이 많이 노력해야할것같습니다.”
“차쉭 스스로 잘 노력할겁니다. 그 친구도 우리팀의 상황에 대해 매우매우 잘알고있고, 감독님을 매우매우 존경하고 있으니까요.”
그 말을 듣고 엔리코도 자신이 너무 과잉걱정하지않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차쉭의 저러한 모습이 계속된다면 나 자신은 괜찮더라도 코치진도 선수단도 불안해할것이다. 마음이 불안하면 잘할것도 잘 되지않는다.
‘일단 좀 지켜보자...’
코파이탈리아 4강 2차전이 열리는 그랑데 도리노 경기장. 관중석은 만석으로 꽉 들어찼고, 열기는 매우 뜨거웠다. 양팀 다 결승에 오르겠다는 의지가 충만했다. 오늘은 구단주인 알 오마르도 왔다. 구단주는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로마노에게 말했다.
“오늘 결승에 가면 40여년만이죠?”
“예. 그렇습니다.”
“이거 꼭 올라가서 첫 트로피를 들기위한 바람으로 오늘 특별히 왔습니다. 델 베네 감독이 너무 부담느끼지는 않겠죠?”
“하하... 그럼요. 부담이라뇨. 오히려 기뻐할거고 선수들 사기도 오를겁니다.”
“뭐 그러면 나야 고맙지만... 저 옆의 박이 보이십니까?”
구단주가 자리 뒤의 커다란 박을 가르켰다.
“저, 저게 뭡니까?”
“좀 이따 저 박을 대 위에 매달겁니다. 결승행이 확정되면 터지죠. 경기후 선수들 힘내라고 내 오늘 특별히 준비해온겁니다.”
“예, 예?
직원들이 박 안에 커다란 축하 카드를 구겨놓고 있었다. 로마노는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자신도 알 유세프 회장도 코파 이탈리아는 별로 중요시하지않았지만 구단주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던것이다.
“유로파도 유로파지만 이 대회에서 우승하면 더 기쁠것같습니다. 오늘 베스트맴버가 다 선발이라죠? 델 베네 감독도 제 생각과 같은것같아 매우 기쁩니다. 다른 세리에 감독들은 이 대회를 무슨 그냥 있으면 좋고 없어도 괜찮은 그런 정도로 여기는데 그래서 세리에가 국제경쟁력을 잃은겁니다. 모든 대회에 다 최선을 다해야죠.”
준결승에서도 이렇게 압박을 주는데 결승에 가면 얼마나 더할까... 로마노는 내심 델 베네의 선택이 옳았다고 생각했다.
‘이 대회를 신경쓰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면 마이너스점수를 얻어겠군....’
로마노는 옆의 알 유세프 회장을 쳐다보았다. 유세프도 별말없이 네네 구단주 형님의 말씀이 백번옳지요를 연발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겨야한다. 이기지못하면 실망감이 매우 커질거야...’
“크레시아도 요새 잘한다기에 걱정입니다. 허허.” 구단주가 미소를 지었고 로마노가 따라 어색하게 웃었다.
“예. 오늘 선발라인업입니다. 먼저 홈팀 도리노FC. 골키퍼 권순우, 수비 갈리초, 아르딜로, 몬타나, 칼레제, 미들 그레고리 고마, 공미 산조네, 윙포 지오반니 페르코비치, 공격수 안드레. 평소와 같은 4-2-3-1전형. 다음 원정팀 크레시아. 골키퍼 이바니치, 수비 루소, 코스타, 지노, 비안키, 수미 음바고, 미들 아일로, 파올로, 공격 이정석, 문라온, 리치. 여기도 평소같이 4-3-3전형입니다. 두팀 다 베스트로 나왔어요.”
“예. 그만큼 양감독 이 경기를 매우 중요시하고 있다는거죠. 최근 고마가 부상복귀이후에 좀 부진한 모습을 보이긴했지만 그래도 팀 핵심답게 델 베네 감독이 계속 신뢰를 주고 있고요, 크레시아의 비안키는 저번 리그경기에 이어 선발로 나왔는데 율리안선수가 최근 부진하고 있고, 또 저번 메로나전에서 1도움을 하는등 좋은 모습을 보이지않았습니까? 오늘도 그 좋은모습을 이어갈수있을지 기대됩니다.”
“예. 연패를 빠져나와야하는 도리노FC, 그리고 역사상 첫 결승을 노리는 크레시아 모두 다 이 경기를 매우 중요시하고있다는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오늘 양팀 새로운 선수들 모습이 보이는데요. 모두 왕년에 이름을 날렸던 노장선수인 그리스의 카라기야스와 터키의 차쉭선수에요. 이 선수들은 옛날에 한팀에서 좋은 호흡을 보인 선수들 아니었습니까?”
“나라가 앙숙인것과는 다르게 선수개인의 호흡은 잘 맞았죠. 테크니션이면서 둘다 퓐헨에서 좋은 활약을 보였고, 선수로서 이룰건 다 이룬선수죠. 말년에 좀 안좋단 평가를 받곤 하지만... 뭐 여기서 잘하면 선수생활 유종의 미를 거둘수있는것 아니겠습니까? 도리노FC와 크레시아의 스카우터진은 냉철하거든요. 분명히 이들에게 많은걸 기대하고 있을겁니다.”
물론 양팀 감독들의 생각은 최악의 상황이나 아니면 아주 최선의 상황이 오지않는 이상 이들을 투입할리는 없다는거였다. 둘다 3일전에 합류하였고, 몸상태도 좋지않았다. 카라기야스는 담배를 많이 피웠고, 차쉭은 음주를 많이했기때문이다. 그래도 클래스는 있는만큼 반드시 활용해야하고, 그 활용을 위해 언젠가는 경기감각을 찾아야하는데 이왕이면 오늘 진출이 거의 확정된 상황에서 막판에 투입시키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어떻게든 초반에 기선을 제압하고 빨리 골을 넣어야해’
양 팀 감독의 생각이었다. 물론 이러한 생각에는 위 두 선수의 지분도 있었지만 가장 더 큰 이유는 체력낭비를 하지않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엔리코 입장에서는 원정골을 넣으면 유리하기에 선수들 심적안정을 위해서도 빠른 골이 필요하다 보았다. 델 베네는 전반에만 2점차이상으로 벌려 크레시아의 추격의지를 꺾는게 중요하다 보았고. 그는 경기전 선수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어차피 먹히면 지는거야. 그러니 상관말고 쭈욱 공격적으로 가자. 저번에 우리가 어떤 플레이를 하다 무승부를 거두었는지 잘 생각해라.”
옆에 있던 체르치 수석코치가 무안한 표정으로 헛기침을 했다.
“그리고 오늘은 구단주양반도 와계신다. 너희들이 받는 급여가 왜 부족한지를 구단주앞에서 직접 보여줄 좋은 기회란 말이다.”
선수들이 일제히 웃었다. 그 말이 가장 와닿을 산조네만 빼고.
“어쨋건 무조건 이겨야하는 오늘 시원하게 골들 박고 결승에 올라가자!”
마침내 경기가 시작되고, 양팀은 수비따윈 없다는듯 서로 라인을 올리며 부딪혔고, 페르코비치가 공을 잡으면 음바고, 아일로, 루소가 순식간에 에워싸 압박했고, 반대로 전방의 문라온이 중앙선까지 내려와 공을 잡으면 산조네까지 내려와 그레고리, 고마와 함께 압박했고 산조네의 태클로 공이 밖으로 나갔다.
“오늘은 수비도 하는거냐?”
공이 밖으로 나간뒤 문라온이 산조네에게 미소지으며 말을걸었다.
“너도 곧 나를 막으려고 애를 쓰게 될거야.”
산조네는 무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래. 그렇게좀 되게 해다오. 그래야 나도 열심히 뛰지.”
제작년 지난 시즌이 생각나는 문라온이었다. 그땐 산조네가 문라온을 그림자처럼 따라붙었고, 나름 잘 제어해냈다. 오늘은 그정도까진 아니지만 산조네의 열의가 보통이 아님을 알수있는 정도였다.
“그래. 날 1:1로 막긴 힘들지.”
문라온은 재빨리 드로인볼을 받아 순식간에 전방으로 드리블을 치고 나갔고, 리치에게 빠르게 넘겨주었다. 리치는 빠르게 나아가다가 뒤에오는 비안키에게 주고, 비안키는 그자리에서 바로 크로스를 올렸다. 측면에서 침투한 이정석이 헤딩으로 떨궈주고 달려온 문라온이 그자리에서 슛을 날렸다.
“골, 골입니다! 크레시아 1:0으로 앞서갑니다.”
“진짜 순식간의 일이네요. 저렇게 원터치로 바로 찬 문라온선수도 대단하지만 비안키선수의 크로스, 이정석선수의 위치선정도 매우 좋았고요. 너무 높이 올린 라인이 결정적이었죠. 이렇게 되면 크레시아 원정골로 인해 심적으로 매우 안정된 경기를 할수있죠.”
VIP석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안좋아졌다. 그 사람좋은 알 오마르 구단주의 표정이 붉어지며 주먹을 부르르 떠는게 보였다.
“문라온, 문라온 하더니 진짜 대단하긴 하구만... 페르코비치도 곧바로 저렇게 되갚아주겠지요?”
“...”
<123화 크레시아VS도리노FC, 오마르 구단주의 기대 끝>
- 작가의말
123화 마칩니다. 다음화에 4강전을 끝내기로 하고, 내일 19시~20시에 올리겠습니다. 즐독하시고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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