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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사자, 계약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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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엔키유
작품등록일 :
2020.12.10 11:29
최근연재일 :
2021.04.2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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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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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1. 신의 사자

DUMMY

“잠깐 지나갈게요!”


북적이는 사람들로 복잡해진 거리에서 벗어나느라 지친 나는, 비교적 한산해 보이는 구석진 장소로 이동하여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았다.



맑은 하늘아래 요란한 소리를 내며 형형색색의 불꽃이 터지고 있었다. 하지만 어두운 밤하늘에서 그 화려함을 뽐내며 터지는 것에 비하면 그저 희미하게 빛날 뿐이었기 때문에 나는 금세 흥미를 잃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전과는 달리 거리는 활기가 넘쳐보였다. 곳곳에는 다양한 색의 꽃들로 장식되어 있었고, 메마르기만 했던 앙상한 나뭇가지사이에는 아름다운 리본들이 감겨있었다.


금방이라도 떠들썩하게 축제라도 벌일 것 같은 분위기였지만 거리에 모인 사람들은 다른 것에는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초조와 기대가 섞인 표정으로 한 곳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곁에는 새하얗고 검소해 보이는 로브를 걸친 바람의 신을 모시는 교단사람들이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그들 중에서 긴 검은 머리를 늘어뜨리며 기품 있게 서 있는 그 사람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나의 시선을 느꼈는지 그녀가 이쪽을 바라보던 순간,


“와아아아아아~“


귀가 먹먹해질 정도로 큰 환호소리가 울려 퍼지며, 이 나라의 왕자인 ‘케르빌 윈프리드 레이엔’이 화려하게 치장된 백마위에 앉아 마찬가지로 화려한 예복을 걸치고는 광장으로 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 긴 금발을 바람에 휘날리며 나아가고 있는 왕자는 대단히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천천히 말을 몰고 있었으며, 사람들의 환호와 기대에 찬 눈빛에 그 어떤 호응도 하지 않은 채 꼿꼿하게 허리를 세우고 정면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이 상황이 매우 흡족한 것인지 더욱 더 말을 천천히 몰며 그 상황을 즐기는 듯했다.




그렇게 왕자가 겨우 광장 중앙에 도착했을 때, 교인들의 중심에 있던 주교로 보이는 인물이 엄숙한 표정으로 한발 앞으로 나와 왕자를 향해 무언가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내가 서있는 이곳은 조금 떨어진 장소라 그 내용까지는 들리지 않지만, 여행의 안전을 기원하는 축복의 기도 같은 것일 거라 예상할 수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당신이 저 중심에 서 있어야 했는데..죄송합니다.”


제대로 들리지도 않는 소리때문에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보던 내가 그것을 부러워하는 것으로 보였는지, 옆에 있던 엘론이 사과를 해 왔다.


“뭐? 말도 안되는 소리하지 마. 저런거까지 해야 된다고 했으면 절대 안한다고 했을 거야.”


나는 정색하며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저렇게 많은 사람들의 기대와 환호의 한복판에 뻔뻔하고 거만한 모습을 하고 서 있는 것은 절대 하고 싶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옛 전설에 의하면, 먼 옛날엔 4명의 신이 각각 나라를 세워 다스렸다고 한다.


사람들은 신들을 찬양하는 신전을 세워 감사를 표했고 신들은 간간히 축복을 내려주기도 하며, 자신들의 대리자도 선정하여 원활한 소통을 이어갔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인간들 간의 전쟁이 발생했고, 이것은 결국 신들의 전쟁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오랫동안 지속된 격렬한 전쟁으로 많은 생물들은 목숨을 잃었고, 자연도 초토화되어 도저히 생명체가 살아갈 수 없는 환경이 되고 말았다고 한다.



이에 책임을 느낀 신들은 일단 한명만은 남기로 의견을 모으고, 다른 세 명의 신들은 자신들의 모든 힘을 사용하여 세상을 정화하고는 소멸하였다.


그때 남게 된 신이 바로 이곳의 신인 바람의 신으로, 그는 자신의 나라인 레이엔에 백년에 한 번씩 신의 축복을 내려주고 있었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선지 삼백 년 전 돌연 신은 인간과의 그 어떤 소통도 하지 않은 채 침묵했고, 세상 사람들은 드디어 바람의 왕국이 신에게 버림받았다고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축복받지 못한 나라는 점점 메말라가기 시작했고, 정령들도 하나둘 모습을 감춰버렸다고 한다.


하지만 이미 삼백 년 전의 일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전설은 그저 전설일 뿐이라고만 생각하던 어느 날, 드디어 신의 계시와 함께 신의 축복을 전달해줄 사자를 지목받은 것이다!


그것은 바로 나, 몰락한 자작가의 첫째 딸로 태어난 클로이 사일러스였다.




계시가 내린 직후,


바람의 신의 교단에서는 나를 찾아와 이것이 얼마나 영광된 일인지를 지겨울 정도로 설명하고 축복하고 다시 설명하기를 반복했지만,


집안이 몰락하면서 재산과 영지를 모두 몰수당하고 덤으로 어마어마한 빚까지 지게 된 상황에서 당분간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엄청난 타격이었기 때문에 나는 그것을 단호히 거절하였다.



거절당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었는지 충격을 받은 듯한 그들은 너는 신앙심도 없느냐고 호소하기도 하고, 이 나라가 이대로 황폐해져도 상관없냐고 협박을 하기도 했다.





끈질기게 찾아와 설득하는 그들을 단호히 내치는 매일이 이어지던 어느 날, 긴 검은 머리의 기품이 넘치는, 교단 내에 꽤 높은 직위를 가진 듯한 여성이 나를 찾아 왔다.


“그렇다면 이 일로 저희가 당신을 고용하는 건 어떤가요?

기간은 ‘사자’로서의 임무가 끝날 때까지로 정한다면 불만은 없겠지요?”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그녀는 한 장의 종이를 내밀었다.

종이를 본 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 종이에는 이 일을 끝마치면 사례금으로 200만골드를 지급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2...200만골드?”


집안의 빚을 갚고 남는 돈으로 지금보다 훨씬 넉넉하게 살 수 있을 정도의 액수였다.


내 반응이 만족스러웠는지 그녀는 작게 미소를 지었다.



“네, 그리고 그 아래 빈곳에 원하는 조건을 채워주셔도 좋습니다.

도저히 불가능한 조건만 아니라면 최대한 맞춰드리겠습니다.”


이 말에 내 머릿속에 수백 가지의 조건들이 빠르게 스치고 지나갔다.


하지만 그것들 적기에는 내 양심과 이미 적혀있는 200만골드라는 숫자의 방해가 있었고, 결국 나는 선금으로 만골드를 달라는 것과 이 일이 끝난 후엔 나에게 그 어떤 참견도 하지 않는다는 조건만을 추가하였다.



“후후, 욕심이 없는 분이시군요. 좋습니다. 그 조건을 받아들이기로 하지요.

그리고 이것은 저희 쪽에서 요구하는 조건입니다.


자- 이 계약서에 서명해주세요.”


그녀는 펜을 들어 맨 아래 무언가를 적고는 나에게 넘겨주었다.




-위의 요구사항을 모두 들어주는 조건으로 ‘클로이 사일러스’는 신의 사자로서의 모든 의무를 충실히 실행하여야한다.


만일 이것을 어길시, 제시한 사례금의 10배를 배상해야하며, 그 어떤 신벌도 달게 받는다.





이 문장을 본 순간 펜을 들고 있던 내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10배라니!! 순간, 지금 내가 사기를 당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신의사자의 계시라는 것도 다 거짓말이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그래, 할아버지와 아버지께서 항상 말씀하셨지. 계약할 때는 신중히 계약서를 잘 확인하라고.


하지만 이미 늦은 일이었다.


내 머릿속에는 200만골드를 어디에 어떻게 쓰고 관리할지가 이미 다 정해진 후였던 것이다.








“클로이 님? 우리도 슬슬 출발하죠.”


그렇게 과거를 회상하던 사이 지루하기만 하던 기도는 끝이 났는지 어느새 왕자는 저 멀리 뒷모습만 보일 뿐이었고 사람들은 하염없이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 그래, 알았어.”


내 대답에 엘론은 옆에 놓아두었던 짐을 챙겨 들었다.


엘론은 교단에서 내게 붙여준 호위기사로, 짙은 검은 머리에 인상적인 푸른 눈동자를 지니고 있어서 그런지 이런 대단히 수수한 옷차림에도 제법 눈에 띄었다.


“아쉽지는 않으신가요?”


“전혀.”


엘론은 여전히 내가 저 화려한 배웅에 미련이 남았을지 걱정하는 눈치였다.


내가 계약을 하고 얼마 후, 교단 측은 나를 ‘신의 사자’로 알릴 수 없게 되었다는 말을 전달해왔다.


딱히 억울한 마음이 들지는 않았지만, 왜인지가 궁금하여 이유를 물어보았다. 하지만 명확한 답을 듣지는 못했다.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왕가의 협박을 받은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어찌됐든 결국 공식적으로 신의 사자로 발표된 건 첫째왕자인 케르빌왕자였다.


케르빌왕자는 귀족특유의 거만하고 안하무인의 성격으로 소문이 나있었던 터라, 이번 기회에 이미지도 바꾸고 사람들의 지지도 받으려는 계획인 것 같았다.



어차피 이미 고용인의 입장인 나에겐 거부권은 없었고,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화려하게 보내는 것보다 이렇게 뒤에서 움직이는 편이 나에게는 더 편했기 때문에 별 불만도 없었다.


“첫 번째 성소는 얼마나 걸릴까?”


엘론을 따라나서며 가장 궁금했던 일정에 대해 물어 보았다.


‘신의 사자’의 의무라는 것은 말로하면 꽤 간단한 것으로, 나라의 주요 성소 세 곳을 돌아 그 제단에 꽃을 바치고 돌아오면 끝이었다.

그렇게 간단히 끝날 거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말이다.



“글쎄요..그다지 멀지는 않으니까, 당신의 걸음으로는 아마 걸어서 2일 정도면 도착하지 않을 까요?”


2일이면 생각보다는 가까운 거리긴 했다. 다른 곳도 그렇게만 걸린다면 내 예상보다는 훨씬 빨리 일을 끝마칠 가능성도 있을 것 같았다.


어? 아니 잠깐..



“어? 뭐? 걸어가는 거야?”



내가 살고 있던 마을에서 이곳까지 올 때는 화려하진 않지만 제법 넉넉한 사이즈의 폭신폭신한 쿠션까지 깔려있는 세련된 마차로 편하게 이동했기 때문에 성소까지도 그렇게 갈 것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지금까지 타고 온 마차는..?”


“돌려보냈습니다. 이제는 순례를 떠나는 거니까요. 순례는 걸어가는 것이 관례입니다.”


“그런 얘긴 계약서에 없었는데..!!!”


내 말에 엘론은 어깨를 한번 으쓱하더니 가방을 다시 고쳐 메고는 길을 나섰다. 잠시 멍하게 서있던 나는 서둘러 따라 걸어갔다.



“아, 잠깐! 왕자는 말을 타고 갔잖아?”


나는 방금 전 봤던 광경을 떠올리며 물어보았다. 왕자는 분명 화려하게 치장된 백마를 타고 여유롭게 출발하지 않았던가?


게다가 따라붙었던 호위 기사들 역시 말을 타고 있었다.


“아..네, 뭐..그건..”


엘론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주위를 한번 둘러보고는 조용히 다가와 말했다.


“어차피 정식사자가 아니니까요.

뭐, 말을 타고가든 마차를 타고가든 상관없을 겁니다.”



아, 반드시 걸어가는 순례는 ‘사자’ 한정이었던 것같다.


이미 ‘사자’로서의 의무를 다하겠노라고 계약서에 서명한 이상, 나는 그저 단순한 고용인일 뿐이었다.


그래, 200만골드가 쉽게 벌 수 있는 돈이 아니지..


벌써부터 후회가 되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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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 214. 마지막 축복 21.04.26 57 2 14쪽
213 213. 물의 성소 21.04.26 60 3 12쪽
212 212. 싸움의 끝 21.04.25 53 3 13쪽
211 211. 위기 21.04.25 54 3 14쪽
210 210. 접전 21.04.24 56 3 13쪽
209 209. 반격 21.04.24 53 2 12쪽
208 208. 왕궁 마법사 리안 21.04.23 54 2 13쪽
207 207. 결투 장소 21.04.23 57 3 12쪽
206 206. 예언자의 이야기 21.04.22 56 3 13쪽
205 205. 습격의 이유 21.04.22 57 3 11쪽
204 204. 훈련의 성과 21.04.21 57 2 12쪽
203 203. 다시 훈련 21.04.21 58 2 12쪽
202 202. 스승의 조언 21.04.20 59 3 12쪽
201 201. 예언자의 정체 21.04.20 57 2 12쪽
200 200. 책의 사용법 21.04.19 59 2 12쪽
199 199. 회오리 바람 21.04.19 56 3 12쪽
198 198. 약혼자 21.04.18 62 2 12쪽
197 197. 불길함 21.04.18 56 2 13쪽
196 196. 숲 21.04.17 53 2 12쪽
195 195. 협력의 형태 21.04.17 54 1 12쪽
194 194. 운명 21.04.16 52 1 11쪽
193 193. 안전한 길 21.04.16 62 1 11쪽
192 192. 예언자 21.04.15 54 1 12쪽
191 191. 수도로 가는 길 21.04.15 53 3 13쪽
190 190. 재정비 21.04.14 53 2 12쪽
189 189. 독약의 효능 21.04.14 53 2 12쪽
188 188. 예언 21.04.13 55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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