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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사자, 계약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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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엔키유
작품등록일 :
2020.12.10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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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2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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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1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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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89. 독약의 효능

DUMMY

던져진 약병이 천천히 회전하며 나무로 날아갔다.


실제로 천천히 움직였는지 그저 내 눈에만 그렇게 보였는지는 모르겠다.


핑-


마법사 녀석은 그게 무슨 병인지 알지 못하면서도 신목에 닿으면 위험하다고 본능적으로 느꼈는지 병을 향해 얼음을 날렸다.


얼음은 병의 마개 끝을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갔고, 그 영향으로 병은 더욱 빠르게 회전하며 날았다.


쩌어억-


마법이 스치고간 충격으로 날아가던 병의 마개가 터지듯이 갈라져버렸다.


“아~!! 그래서 마개는 유리로하면 안되는 건데!!”


병이 회전하며 독약을 주위로 뿌렸다.


하지만 다행히 뿌려진 양은 많지 않았고, 그건 이미 신목의 근처였기에 쏟아진 약도 어느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니 어쩌면 그건 내 희망사항인지도 모른다.


쨍그랑-


나무의 아래에 명중한 병이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산산조각 나버렸다.


그리고 그 내용물은 나무를 타고 천천히 아래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클로이 님, 이쪽으로.”


“...윽...”


엘론은 다리의 상처로 걷지 못하는 나를 안고 조금 떨어진 장소로 자리를 옮겼다.


“너희들..”


마법사 녀석은 조금 비틀거렸지만, 그정도는 참을 수 있는지 우리들쪽으로 손을 치켜들었다. 그리고 그 손에서부터 마법이 튀어나오려던 찰나, 그가 뒤로 물러났다.


슉! 슉!


물러선 그의 발치에 바람의 화살이 날아와 꽂혔다.


녀석은 곧바로 비앙카를 노려보았고, 비앙카 역시 인상을 찌푸리며 녀석과 대치했다.


두 사람은 지쳐있기 때문인지, 공격은 하지 않고 서로 노려보고 있기만 했다.


하지만 둘 중 한 사람이 공격을 시작한다면 다시 격렬한 전투가 시작될 것임을 알 수 있을 정도로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클로이 님, 우선 이것부터 드세요.”


“......”


엘론이 내민 것은 약병이었다.


비앙카에게서 하나 받아 온 것인지, 그 병은 바닥에 뒹굴고 있는 병들과 같은 모양을 하고 있었다.


발에 박힌 얼음은 이미 녹아 사라졌지만, 그렇다고해서 그 상처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상처에서는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고, 고통 역시 줄어들기는 커녕 오히려 불에 타는 것처럼 뜨겁게 욱신거렸다.


하지만 눈앞에 놓인 약에는 쉽게 손이 가질 않았다.


“약은 맛으로 먹는 게 아닙니다.”


내 손에 약병을 쥐어주며 엘론이 진지하게 말했다.


마치 내 마음속을 읽은 듯한 소리였다.


이런 상황임에도 언젠가 비슷한 상황에서 들은 적이 있는 그 말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약병을 쥔 손에 힘을 주어 내 앞으로 끌어당겼다.


쏴아아아-


그때, 신목의 나뭇잎들이 흔들리는 소리가 울렸다.


바람 한 점 없는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거센 폭풍이라도 만난 것처럼 세차게 흔들렸다.


“...시작인가?”


그건 분명 독약의 영향일 것이다.


쏴아아아-


거세게 흔들리는 가지 사이로 나뭇잎들이 하나 둘 떨어지더니 곧, 우수수 쏟아져 내렸다.


신목은 마치 고통에 몸부림치듯이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고, 이제는 거의 남아있지 않은 나뭇잎 사이로 통과하는 바람은 비명소리처럼 들렸다.


나는 가만히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결국 고개를 숙여버렸다.


이유야 어쨌든 아무런 죄도 없는 신목에게 독약을 먹여버렸고, 약의 영향으로 신목은 눈앞에서 비명을 지르며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기분탓인지 처음 봤을 때보다 더욱 메말라보이기까지 했다.


“으윽...”


“클로이 님, 일단 약부터 드세요.”


나는 조금이라도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손에 들고 있는 약을 입에 넣었다.


“욱...”


그리고 재빨리 손으로 입을 막았다.


그건 정신을 번쩍들게 하는 맛이었다. 재료가 뭔지 묻고 싶지도 않다. 분명 온갖 쓴 재료는 모두 집어넣고 한꺼번에 끓여낸 것이 분명했다.


세상 그 무엇보다 쓰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이런 약을 아무렇지 않게 계속 마시다니, 제정신이야?’


나는 다시 역류하려는 약을 간신히 꿀꺽 삼키며 입을 닦았다. 하지만 입을 닦는다해도 입안에 남아있는 쓴맛의 기운이 가시는 것은 아니었다.


엘론이 나에게 물통을 내밀었고, 나는 애꿏은 물만 계속 마셔댔다.


‘...응? 이상한데?’


이상하게 주위가 너무 조용하다.


나무가 흔들리는 소리만이 울려퍼질 뿐, 그 이외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나는 물을 마시며 비앙카 쪽을 살폈다.


“...아.”


그들은 대치하고 있지 않았다.


비앙카는 이렇게 되리라는 걸 알면서도 애석하다는 표정으로 기도하듯 서 있었고, 마법사 녀석은 조금 얼빠진 모습으로 신목을 바라보고 있었다.


쏴아아-


신목은 더욱 심하게 요동치며 나머지 나뭇잎마저 떨어트려버렸다.


슈우웅-


그리고 곧 밝은 빛에 휩싸이더니 그 빛이 곧게 하늘로 뻗어 올라갔다.


‘...방금 전의...!’


그건 내가 거꾸로 매달렸을 때 봤던 빛의 기둥과 같은 모습이었다. 역시 그건 남쪽의 신목이 내뿜은 빛이었던 건가?


곧이어 신목에서부터 가느다란 빛줄기가 튀어나왔다.


“크윽..”


그리고 그 빛은 마법사 녀석에게 뻗어 그에게 엉겨붙었고, 녀석은 충격을 견딜 수 없는 것처럼 힘없이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가느다랗게 연결된 선은 녀석에게서 힘을 뽑아내듯이 은은한 빛을 신목으로 옮기고 있었다.


빛줄기는 곧 시야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여전히 힘을 뽑아내고 있는지 녀석은 꼼짝도 하지 않았고, 나무의 떨림도 서서히 사라져갔다.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던 나는 급격히 정신이 되돌아왔다.


‘...기회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녀석에게 성큼성큼 걸어갔다. 내 뒤로는 엘론이 따라붙었다.


내가 앞에 서 있음에도 녀석은 자리에서 일어서지 못했다.


“......”


주위는 고요해졌다.


바람 소리조차 들려오지 않았다.


나는 허리에 찬 단검을 한손을 빼내어 높이 치켜들었다.


“......”


하지만 내려칠 수가 없었다.


사람을 공격하는 것은 역시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를 죽이겠다고 온갖 마법을 쓰며 달려들었던 인물인데도, 지금 이렇게 아무런 반항을 하지 못하고 있으니 공격을 할 수 없었다.


서로 마법을 주고 받을 때는 쉽게 공격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손을 움직일 수가 없다.


“클로이 님, 이건 제가 하겠습니다.”


뒤에 서 있던 엘론이 앞으로 나오며 검을 치켜든 내 손을 잡아 슬며시 옆으로 밀었다. 그리고 마법사 녀석 앞에 서서 그의 검을 고쳐잡았다.


“......”


기시가 적을 공격하는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고, 익숙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일반적인 기사가 아닌, 교단의 기사인 그의 손에 피를 묻히는 것에 거부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잠...”


빠직-


내가 그를 불러세우려고 하는 찰나,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엘론은 나를 붙잡고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핑- 핑-


곧이어 우리가 서 있던 자리로 날카로운 얼음이 박혔다.


“...! 이건...”


“우리 마법사가 폐를 끼친 모양이군.”


갑작스럽게 나타난 남자는 바다처럼 파란 긴 머리를 늘어트리고 있었다. 그는 우리와 비슷한 나이인 것 같았고, 인상을 찌푸린 모습은 묘하게 우리를 내려다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는 상당히 고급스러워보이는 흰색 옷에 질좋은 가죽으로 된 장갑과 부츠를 신고 있었는데, 어쩐지 케르빌 왕자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발밑에는 방금 부서진 듯한 돌가루들이 뒹굴고 있었다.


“..우리 마법사?”


중얼거린 내 말에 그의 입꼬리 한쪽이 비스듬히 올랐다. 마치 나를 비웃기라도 하는 것 같았다.


‘설마...’


권력의 정점이라는 왕궁 마법사에게 그런 호칭을 쓸 수 있는 인물은 한명밖에 없다.


그리고 그의 손에 들려있는 아쿠아마린이 눈에 들어왔을 때, 비로소 나는 그의 정체를 확신할 수 있었다.


‘퓨린의 왕!’


젊은 왕이라는 소리는 들었지만 설마 이정도일 줄이야.


그는 발걸음을 옮겨 마법사 녀석의 앞에 섰다.


“나를 공격할 건가?”


그리고 아쿠아마린을 과시하듯이 내밀며 당당하게 말했다.


분명 아쿠아마린에 담긴 마력이 강하다고는 해도, 드래곤을 상대할 정도는 아니다.


비앙카가 공격한다면 쉽게 제압할 수 있는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비앙카는 쉽게 공격하지 못했고, 나 역시 그럴 수 없었다.


어쨌든 상대는 다른 나라의 왕이다.


그가 어디까지 우리의 사정을 알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지금 공격해버리면 전쟁의 불씨가 되어버릴 가능성이 높았다.


“......”


우리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러자 그는 마치 전쟁에서 승리라도 한 것마냥 미소지으며 돌을 하나 꺼내 높이 들었다.


“옛 말에 그런 말이있지. 휘두를 수 없는 검은 뽑지도 마라.”


“읏...”


돌에서부터 번쩍 빛이 쏟아져나왔다.


빛은 시야를 가득 메울정도로 밝게 빛났지만, 금세 사그라들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 있던 두 사람 역시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


“내가 참견할 문제가 아닐지도 모르지만, 방금 그건 절호의 기회였어.”


“......”


“아마 그런 기회는 다시 없을 거야.”


비앙카의 말에는 빈정거림 같은 건 없었다. 단지 그녀는 내게 현실을 깨닫게 해주고 있는 것일 뿐이었다.


앞으로도 신목은 녀석의 힘을 흡수할 것이다.


하지만 녀석은 오늘같이 틈을 보이진 않을지 모른다. 아니, 분명 이 이상의 틈을 보일리가 없다.


내게로 다가온 비앙카가 가만히 나를 쳐다보았다.


정확히는 내 손을 보고 있었다.


나는 손에 들고 있는 붉은 보석, 알베르 신관의 심장을 그녀에게 내밀었다.


비앙카는 잠시 물끄러미 그것을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심장으로 손을 뻗었다. 천천히 다가오는 그녀의 손이 심하게 떨리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 손은 곧바로 심장을 잡지 못했다.


심장을 닿기 전, 잠시 머뭇거리며 허공에 머물렀던 그녀의 손이 천천히 심장을 만졌다.


형태를 확인하려는 듯 표면을 어루만지던 비앙카는 조심스럽게 그것을 들어 자신의 품으로 가져갔다.


“...비앙카?”


심장을 품에 안은 비앙카의 눈이 심하게 요동치는 것 같았다.


그것이 차오르는 눈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기까지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르는 일은 없었지만, 지금껏 당당한 모습을 유지하던 그녀의 이런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가슴이 아려왔다.


잠시 심장을 바라보던 비앙카가 그자리에 주저앉았다.


“...! 비앙카! 괜찮아요?”


“...별거 아니야. 긴장이 풀린거겠지.”


하지만 고개를 숙인 비앙카의 얼굴은 너무나 창백해보였다.


‘역시 약을 너무 마신 후유증일지도...’


“뭐, 사정은 모르겠는데...일단 제대로 된 장소에서 쉬어야하지 않겠어요?”


어디에 숨어있던 것인지 알 수 없던 로즈마리가 튀어나와 비앙카를 지지하며 일으켰다.


나도 서둘러 그녀를 도우며 말했다.


“...이런 곳엔 숨을 곳도 없다더니, 전투 때는 전~혀 안보이던데요?”


“어머, 잘 피해다니라고 했던건 당신이었잖아요? 게다가 당신이 못봤을 뿐이지, 저는 계~속 여기에 있었다고요?”


이런 가벼운 언쟁에 새삼 전투가 끝나고 잠깐의 평화가 찾아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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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 213. 물의 성소 21.04.26 61 3 12쪽
212 212. 싸움의 끝 21.04.25 54 3 13쪽
211 211. 위기 21.04.25 54 3 14쪽
210 210. 접전 21.04.24 56 3 13쪽
209 209. 반격 21.04.24 53 2 12쪽
208 208. 왕궁 마법사 리안 21.04.23 54 2 13쪽
207 207. 결투 장소 21.04.23 57 3 12쪽
206 206. 예언자의 이야기 21.04.22 56 3 13쪽
205 205. 습격의 이유 21.04.22 57 3 11쪽
204 204. 훈련의 성과 21.04.21 57 2 12쪽
203 203. 다시 훈련 21.04.21 58 2 12쪽
202 202. 스승의 조언 21.04.20 59 3 12쪽
201 201. 예언자의 정체 21.04.20 58 2 12쪽
200 200. 책의 사용법 21.04.19 59 2 12쪽
199 199. 회오리 바람 21.04.19 56 3 12쪽
198 198. 약혼자 21.04.18 63 2 12쪽
197 197. 불길함 21.04.18 56 2 13쪽
196 196. 숲 21.04.17 54 2 12쪽
195 195. 협력의 형태 21.04.17 54 1 12쪽
194 194. 운명 21.04.16 53 1 11쪽
193 193. 안전한 길 21.04.16 62 1 11쪽
192 192. 예언자 21.04.15 54 1 12쪽
191 191. 수도로 가는 길 21.04.15 53 3 13쪽
190 190. 재정비 21.04.14 54 2 12쪽
» 189. 독약의 효능 21.04.14 54 2 12쪽
188 188. 예언 21.04.13 55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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