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신의 사자, 계약직입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엔키유
작품등록일 :
2020.12.10 11:29
최근연재일 :
2021.04.27 21:00
연재수 :
216 회
조회수 :
19,311
추천수 :
478
글자수 :
1,126,569

작성
21.04.14 20:54
조회
53
추천
2
글자
12쪽

190. 재정비

DUMMY

로즈마리의 말대로 우리는 장소를 옮겼다.


제대로 된 장소라고 해도, 신목을 둘러싸고 있는 섬같은 공간에서 벗어나 근처 나무 그늘아래에서 잠시 쉬고 있을 뿐이었다.


비앙카는 심장을 끌어안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 아쿠아마린을 가진 사람은...”


나는 조심히 말을 꺼내 보았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서 대답이 되돌아오지는 않았다.


“아쿠아마린! 그거 분명 제가 훔쳤던 거네요.”


“...눈썰미가 좋네요. 한번에 알아봤어요?”


“그야 한번 훔쳤던 거니까요. 분명 그거였죠? ‘크라켄의 눈동자’.”


“네?! 그 환상의 마물?”


“어머, 몰랐어요? 어쩐지, 이상하게 술에 더 관심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보석에 대해 전혀 몰랐던 거군요?”


“말을 해주지 그랬어요...”


“어머, 그때 우리가 그정도로 친한 사이였던가요?”


쿡쿡 웃으며 말하는 로즈마리에게 반박할 수 없었다.


그때 우리는 잡는 사람과 도망가는 사람이었다.


도망가는 사람이 자신이 훔친 물건이 뭔지 친절하게 설명해줄리가 없지.


“하아...뭐 그렇죠...”


“뭐. 이름만 그렇지. 평범한...아니지. 아~주 고급스럽고 푸른 보석이지만요.”


어쩌면 그건 일반적인 보석이 아닐지도 모른다.


우리도 알베르 신관의 심장을 ‘드래곤의 심장’이라고 불렀지만, 드래곤이 전설의 생물이기 때문에 그게 ‘진짜’라고 믿지 않는 것처럼, 그 아쿠아마린도 진짜 크라켄의 눈동자일 가능성이 있었다.


환상의 마물이라 불릴정도로 보기 힘든 크라켄은 꽤 강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 마물의 눈동자라면, 강력한 마력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그럼 그는...”


“......”


“......”


나는 다음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은근슬쩍 로즈마리를 쳐다보았다. 로즈마리 역시 나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조금 어색하게 웃더니 한숨쉬듯 말을 꺼냈다.


“그럼~ 저는 남편의 소식을 물으러 가볼게요~”


로즈마리는 자신의 반지를 매만지며 자리를 옮겼다. 그녀의 반지 중앙에 있는 라임색 보석이 반짝 빛을 발하며 눈을 사로잡았다.


“...도둑이라 그런지 눈치는 빠르네.”


고개를 숙이고 있던 비앙카가 이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조금 쉰 덕분에 푸르던 그녀의 얼굴에 약간의 생기가 되돌아 왔다.


“그 아쿠아마린을 지닌 사람은...역시 ‘퓨린의 왕’이겠죠?”


“아마 그럴거야.”


예상은 했지만, 실제로 그렇다고 들으니 머리가 아찔해지는 것 같았다.


우리는 이로써, 왕에게 적으로 인식되어 버린 것이다.


“이제 어떻게 할거야?”


“...수도로 가야죠.”


조금 어지러운 것 같은 머리를 짚으며 말했다.


“성소를 찾아야 하니까...게다가 케르빌 왕자님 일행에게 수도에서 만나자고 했고...”


나는 마치 나에게 상기시키듯 중얼거렸다.


일이 굉장히 꼬여버렸지만, 내가 할 일은 역시 성소를 찾아 축복을 내려주는 일이었다.


“그러고 보니, 왕자님 제대로 일을 해내신 모양이네요.”


“그러게. 게다가 타이밍좋게...아, 아니지.”


“네?”


나는 말을 멈추고 잠시 생각했다.


‘케르빌 왕자가 타이밍 좋게 신목에 약을 뿌렸다기보다는...’


“...예언자의 예언이 정확했다고 해야하나...?”


그의 조언대로 시간을 끌었더니 모든 게 좋은 방향으로 흘러갔다.


하지만 그게 원래 그렇게 예정되어 있던 것인지, 그의 조언을 들었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럼 슬슬 출발해야할 것 같은데...”


이곳은 신목의 근처고, 신목에서부터 밝은 빛이 하늘까지 뻗어올라갔으니 분명 누군가는 신목의 상태를 보러 올지도 모른다.


저 멀리 떨어진 남쪽의 신목 빛도 여기서 볼 수 있을 정도니, 여기의 빛도 사방으로 뻗어갔을 것이다.


아니, 그게 아니더라도 성으로 되돌아갔을 왕이 이쪽으로 병사들을 보낼 가능성도 있다.


어쨌든 그 근처의 땅은 온통 움푹 패인데다가 신목은 나뭇잎이 거의 떨어져 버렸고 비쩍마른 앙상한 가지들이 애처롭게 매달려 있다.


누가봐도 성스러운 나무를 훼손했다는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것이다.


이런 장소에 오래 머물 수는 없다.


나는 비앙카를 슬쩍 보았다.


“비앙카 님은...”


“......”


비앙카는 말이 없었다.


아직 어떻게 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한 듯 가만히 알베르의 심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결정을 내리지 못했고, 엘론도 딱히 결정을 내려줄 것 같지는 않다.


이럴 때는 역시 내가 나서는 수밖에 없다.


“...비앙카 님은 이제 그만 돌아가보시는 게 어때요?”


“뭐?”


비앙카가 고개를 들어 나를 보았다.


그 눈빛에 분노는 깃들어 있지 않은 것에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어쩌면 그녀도 그쪽에 더 생각이 기울어 있던 것인지도 모른다.


“비앙카 님은 그 심장을 되찾을 때까지만 협력한다고 했잖아요? 괜찮아요. 저희의 목적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사실 전혀 괜찮지 않았다.


성소의 위치는 짐작가는 곳도 없었고, 마법사 녀석의 힘이 약해졌다해도 공격해 올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하필 퓨린의 왕에게 눈도장까지 찍히지 않았던가.


하지만 비앙카에게 도움을 요청하기에는...그녀는 너무 지쳐보였고, 지금까지도 너무 많은 양의 약을 마셨다.


나는 최대한 미소지어보이며 그녀의 생각에 등을 떠밀었다.


“......”


“게다가 비앙카 님, 지금 몸도 좋지 않잖아요?”


“...설마 인간에게 걱정을 받는 날이 올거라고는 생각 못했어.”


비앙카는 작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자신의 어깨에 메고 있던 작은 가방을 내려 내게 내밀었다.


“이건?”


“알고 있겠지만, 약이 들어있는 가방. 마법이 걸려있으니 짐을 줄이기엔 좋을 거야.”


“가방 속이 어딘가로 연결되어 있어요?”


“..그때 봤던 내 창고 구석과 연결했어. 원하는 걸 생각하고 안을 뒤지면 쉽게 손에 잡힐거야.”


나는 언젠가 비앙카의 집에서 들어갔던 무수히 많은 재료로 메워진 방을 떠올렸다. 그때도 그 작은 집에 있을 수 없는 거대한 공간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가방에도 연결되어 있는 모양이다.


“그건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거예요?”


“...드래곤의 창고 위치를 알려달라고?”


“죄...죄송합니다.”


“아무튼, 이걸 줄게. 하지만 조심하도록 해. 이런 가방, 인간들은 만들어내기 어려울 테니까. 언제 노려져도 이상하지 않을 거야.”


나는 비앙카의 가방을 받아들었다.


가까이에서 보니, 생각보다 더 작고 가벼웠다.


연한 핑크빛이 감도는 부드러운 가죽으로 된 가방은 그동안 그녀가 계속 갖고 다녔음에도 흠집 하나 보이지 않았다.


“들어가는데 한계는 있어요?”


“...얼마나 집어 넣으려고?”


비앙카가 기가막히다는 듯 웃음지으며 말을 이었다.


“물론 한계는 있어. 내가 지정한 공간 이상으로는 들어가지 않아. 하지만 네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넓으니, 궁금하면 한계를 시험해보던가.”


나는 바닥에 내려두었던 내 가방을 열어 작은 가방으로 물건을 하나 둘 옮겼다.


가방에 물건은 넣었지만, 마치 밑이 뻥 뚫린 것처럼 손을 넣을 때마다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소매치기 당할 걱정은 없겠어요. 이 가죽, 찢어지면 어쩌죠?”


“찢어진다해도 내용물이 쏟아지진 않을 거야. 고치면 다시 쓸 수도 있고. 게다가 그 가죽은 네가 차고 있는 그 단검정도가 아니면 쉽게 찢어지진 않을 테니 걱정하지마.”


비앙카는 땅에 떨어져 있는 날카로운 돌을 들어 가방을 꾹 눌러 그었다.


“아앗!!!”


나는 비명을 지르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재빨리 가방을 들어 상태를 살폈다.


“......”


가방에는 아무런 흔적도 없었다.


돌이 지나간 곳을 손으로 쓸어보아도 손에 걸리는 부분 하나없이 여전히 부드러운 가죽의 느낌이 그대로 살아있었다.


비앙카는 그런 나를 보며 조금 우쭐거리는 듯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 미소에는 ‘거봐, 내 말 맞지?’하는 말이 담겨져 있는 듯했다.


“...고마워요. 잘 쓸게요.”


“뭐, 필요하면 내가 약 하나 두개쯤은 넣어줄 수도 있어.”


“정말요?!”


나는 바로 비앙카를 보았다.


어이없어하는 그녀의 표정을 보니, 지금 내 눈이 얼마나 반짝반짝거리며 빛을 뿜어내고 있는지 상상이 갔다.


“너무 기대하지는 말고.”


비앙카는 우리와 마주섰다.


이제 정말 이별의 시간이 왔음을 실감했다.


비앙카의 표정은 여느 때와는 달리 밝고 따뜻했다. 약간은 창백하고 수척해진 얼굴에서도 충분히 그 밝음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미안해. 더 도와주지 못해서.”


“아니에요. 비앙카 님은 충분히 저희를 도와주셨는걸요. 어느 드래곤과는 달리...”


뒤이어 튀어나온 말에 재빨리 입을 막았다.


무의식 중에 나온 말이었지만 위험한 발언이었다. 나는 입을 막고 빠르게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그럴리는 없겠지만, 갑자기 옆에서 스승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그녀석은 어퀘이스의 제약때문에 어쩔 수 없어.”


“하지만 제자가 위험하면 도와줘야죠!”


나는 오기로 그런말을 내뱉었지만 스승의 도움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스승이 내게 윈드 스톰을 제대로 쓸 수 있게 도와준 것만으로 이미 감사할 일이었다.


그 마법이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됐던가.


“클로이, 녀석을 조심해. 만약 정말 힘들다면 윈프리드 님의 명령만 실행하고 도망쳐도 되니까. 그리고, 엘론은 클로이를 잘 부탁해.”


“물론입니다.”


“비앙카 님도 몸조심해요.”


좀처럼 우리의 이름을 불러주지 않는 그녀이기에, 이름이 불린 것만으로 가슴이 뭉클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너무 시간을 끄는 건 좋지 않으니까, 이만 가볼게.”


비앙카는 한손에는 심장을 잘 안고, 다른 한손은 우리를 향해 흔들었다. 그리고 우리가 함께 손을 흔들자, 작은 미소를 띄우며 그대로 사라졌다.


“워프...”


그녀는 예상대로 위프 마법을 사용했지만, 차갑게 뒤돌아갈 거라는 처음 생각과는 너무도 다른 이별을 택했다.


그래서일까?


마음 한구석에 아쉬움이 가득했다.


“아쉬운 이별의 시간은 끝났나요~?”


그리고 마음에 퍼지는 감동의 물결은 웃으며 등장한 로즈마리에 의해 깨지고 말았다.


“...로즈마리...”


“어머, 왜 노려보시는 거죠? 제 나름대로 배려를 해드렸는데.”


로즈마리는 힘겹게 커다란 꾸러미를 내려놓으며 투덜거렸다.


“...이게 뭐예요?”


“빈병이요.”


“...빈병?”


“어질러놓은 건 청소해야죠. 신목주변이잖아요?”


나는 목을 길게 빼서 호수 건너에 있는 신목 주변을 눈으로 훑었다.


멀어서 자세히는 보이지 않았지만, 그곳에 비앙카가 내던진 빈병들이 모두 깨끗하게 치워져 있는 듯했다.


“어...고...고마워요.”


“그렇죠~? 발자국도 최대한 지우긴 했으니, 웬만해선 알아보기 어려울거예요.”


“...네?! 발자국은 왜...”


나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빈병을 깨끗하게 치운 것은 고마운 일이었지만, 왜 발자국까지 지운다는 걸까?


“어머, 그야~”


로즈마리는 방긋 미소지으며 비밀얘기를 하려는 것처럼 고개를 숙이고 입가를 살짝 가렸다.


“이런건 완전 범죄로 끝내야하지 않겠어요?”


“...아.”


나는 그대로 굳었다.


로즈마리를 향해 고개를 돌리는 내 목은 삐걱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릴 것처럼 어색하게 움직였다.


“와...완전 범죄...”


“후후, 제게 맡기세요! 이건 제 전문이니까~”


“아하하...”


나라의 중요한 보물을 훼손했으니, 범죄는 범죄였다.


하지만,


억울한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신의 사자, 계약직입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완결입니다~ 21.04.27 75 0 -
216 -에필로그 +1 21.04.27 99 5 15쪽
215 215. 계약 종료 +1 21.04.27 85 4 16쪽
214 214. 마지막 축복 21.04.26 57 2 14쪽
213 213. 물의 성소 21.04.26 61 3 12쪽
212 212. 싸움의 끝 21.04.25 53 3 13쪽
211 211. 위기 21.04.25 54 3 14쪽
210 210. 접전 21.04.24 56 3 13쪽
209 209. 반격 21.04.24 53 2 12쪽
208 208. 왕궁 마법사 리안 21.04.23 54 2 13쪽
207 207. 결투 장소 21.04.23 57 3 12쪽
206 206. 예언자의 이야기 21.04.22 56 3 13쪽
205 205. 습격의 이유 21.04.22 57 3 11쪽
204 204. 훈련의 성과 21.04.21 57 2 12쪽
203 203. 다시 훈련 21.04.21 58 2 12쪽
202 202. 스승의 조언 21.04.20 59 3 12쪽
201 201. 예언자의 정체 21.04.20 57 2 12쪽
200 200. 책의 사용법 21.04.19 59 2 12쪽
199 199. 회오리 바람 21.04.19 56 3 12쪽
198 198. 약혼자 21.04.18 62 2 12쪽
197 197. 불길함 21.04.18 56 2 13쪽
196 196. 숲 21.04.17 53 2 12쪽
195 195. 협력의 형태 21.04.17 54 1 12쪽
194 194. 운명 21.04.16 53 1 11쪽
193 193. 안전한 길 21.04.16 62 1 11쪽
192 192. 예언자 21.04.15 54 1 12쪽
191 191. 수도로 가는 길 21.04.15 53 3 13쪽
» 190. 재정비 21.04.14 54 2 12쪽
189 189. 독약의 효능 21.04.14 53 2 12쪽
188 188. 예언 21.04.13 55 2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엔키유'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