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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사자, 계약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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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엔키유
작품등록일 :
2020.12.10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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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2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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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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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91. 수도로 가는 길

DUMMY

비앙카의 빈자리엔 적막만 흘렀다.


그녀가 말이 많은 편이 아니었는데도 빈자리는 크게 다가왔다.


내가 빈자리를 크게 느끼는 이유는 또 있었다.


로즈마리가 또다시 몸을 감추며 우리를 따라오는 것이다. 이제 그럴필요가 없는데도 막무가내였다.


떠나기전 말했던대로 로즈마리는 다시 신목근처로 다가가 무언가를 하며 분주히 움직였다. 그러고는 밝게 웃으며 이제 됐다는 말과 함께 우리의 등을 떠밀었다.


뭘했냐는 내 물음에 그녀는 “마물의 발자국을 흉내내봤어요~”라며 미소지었다.


아무래도 마물들간의 전투로 땅이 훼손된 것으로 꾸며낸 모양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녀는 다시 어딘가에 숨어서 우리를 따라오고 있다.


나는 깊은 침묵속에 가방끈만 매만졌다.


엘론은 길을 찾기위해 지도를 유심히 보고 있었고, 나는 그걸 힐끔힐끔보며 옆을 따랐다.


처음, 둘이 여행을 시작했을 때를 떠오르게하는 모습이었다.


생각해보면 그때 짧은 기간동안 둘이 다닌 이후, 아마 첫번째 성소 이후로는 우리들 사이에 항상 누군가 있었던 것 같다.


뭐, 지금도 로즈마리가 있긴하지만...그녀는 모습을 드러내질 않으니 함께 있다고 볼 수가 없었다.


한가지 다른 점이라면, 그때보단 몸이 가볍다는 것이었다.


비앙카가 준 가방은 그녀의 말처럼 우리의 짐정도는 문제없이 들아갔다.


혹시 모르기에 엘론의 짐도 하나하나 따로 잡어넣었다. 작은 가방엔 도저히 들어가지 않을 것 같던 큰 물건들도 막힘없이 들어갔는데, 조금 힘을 주어 잡아당기면 가방이 주욱 늘어났기에 가능했다.


그렇다고 평소에도 가방이 마구 늘어나는 것은 아니었다.


무슨 마법이 걸려있는 건지 모르겠다.


어쨌든 그로써, 이제 거추장스러운 짐들은 모두 가방에 넣을 수 있었고, 그동안 메고 다녔던 가방 마저 안에 잘 쑤셔 넣으니 한결 가벼운 상태로 걸을 수 있었다.


“......”


하지만 어색한 침묵은 여전히 우리를 감싸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그걸 의식하고 있는건 나뿐일지도 모른다.


“수도도 가깝지는 않네요.”


엘론의 가벼운 목소리가 울렸다. 그는 평소와 다름없어보였다,


혼자 긴장하던 것에 멋쩍어진 나는, 나오는대로 아무말이나 떠들어댔다.


“수도까지는 많이 멀어?”


“음...지도상으로는 가까워보이지만, 길이 좀 돌아가게 되어 있어요.”


“그냥 길에서 벗어나서 가로지르면 안 돼?”


“중간에 강이 흐르기 때문에...수영이라도 한다면 모를까, 가로지르기는 어렵겠네요.”


그렇게 말하며 엘론은 미소지었다.



“...그러고 보니, 엘론은 이 일이 끝나면 교단으로 복귀하는 거야?”


“네, 일단 복귀해서 보고를 할 예정입니다.”


“일단?”


“......”


엘론은 잠시 말이 없었다.


일이 끝나면 나는 어차피 집으로 돌아갈 테니, 그와는 아무런 접점도 없어질 것이다. 어쩌면 그 이후의 일에 대해 내게 말해달라는 것은 지나친 참견인지도 모른다.


“...아마 교단의 기사는 그만둘지도 몰라요.”


그렇게 포기하고 주위 풍경으로 눈을 돌렸을 때쯤, 엘론의 목소리가 들렸다.


“뭐?! 왜? 그래도 되는 거야? 그럼 뭘하려고?”


나는 그에게 따지듯이 한번에 많은 질문을 쏟아냈다.


엘론은 당황하면서도 미소지으며 답했다.


“원래는 그만두겠다고 그만둘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만...저는 좀 특수한 케이스라...”


그는 자세한 이야기는 하고싶지 않은 모양인지 말끝을 흐렸다. 하지만 나는 그가 어떻게 교단의 기사가 됐는지도, 그가 그 이야기를 꺼리는 이유도 알고 있었다.


‘...아이린이 일방적으로 앉혀놓은 것과 다름없으니..’


“음, 그래서 그만둘 수 있다고?”


나는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아도 된다는 듯, 그에게 다음을 재촉했다.


이유는 어차피 알고 있기도 했지만, 모른다해도 그 이유보다는 앞으로 그가 어떻게 하려는지가 더 궁금했다.


“네, 아이린 님의...누님의 허가만 있으면 가능해요.

그 뒤로는 아마도 오스왈드 님의 기사단이나 후버로 갈 것 같습니다.”


“뭐라고?”


나는 그의 결심에 적지않게 놀랐다.


교단의 기사를 그만둔다해도, 검을 좋아하는 그였기에 그에 관련된 다른 일을 할거라고는 생각했다.


하지만 설마 다른 나라로 가려고 할 줄이야...


오스왈드는 예전부터 엘론을 데려가고 싶어했으니, 말만 꺼내면 기쁘게 받아 줄 것이다. 후버의 기사단과 친해지기도 했고.


오스왈드를 따라간다면 다일로, 후버의 기사단의 들어간다면 후버로 가버리게 되겠지.


어쩐지 가슴이 답답해지고 머리가 찌릿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럼 클로이 님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응? 나?”


나는 조금 충격받은 머리로 흔들흔들 앞으로의 일을 떠올렸다.


아픈 머리로는 많은 생각이 떠오르진 않았다.


“나는...뭐, 돈을 받으면 그걸로 고향근처에 작은 땅을 사서 은둔생활을 하려고해. 사치만 부리지 않는다면 호의호식할 수 있겠지.”


그건 전부터 계획했던 일이었기에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입에서 저절로 술술 나왔다.


나는 조금 멍해진 머리를 살짝 흔들며 말을 이었다.


“...모든 게 끝난 뒤에도 만날 수 있는 날이 있을까?”


아마도 그건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는 일이 끝나면 잠시 레이엔에 머물겠지만, 그 이후로는 다른 나라로 가버릴 테니까.


“언제든지 연락하세요.”


엘론은 나를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그리고 자신의 목 주변을 손으로 더듬어 옷속으로 들어가 있던 은빛으로 빛나는 체인을 꺼냈다. 그 체인의 끝, 별모양의 은빛 줄기로 감싸여 있는 라임색의 보석을 잘 보이도록 들어보였다.


“우리들은 이게 있잖아요? 당신이 필요로하면 바로 달려가겠다고 했던 말에는 변함없어요.”


그게 언제 나눴던 대화였는지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았다. 얼마되지 않은 것같기도 하고, 먼 옛날의 일인 것 같기도 했다.


나도 내 목에 걸린 목걸이를 손으로 잡았다.


방금전까지 조금 욱씬거렸던 머리가 점점 맑아졌다.


목걸이를 잡은 건 손인데, 이상하게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응. 나도 언제든 달려갈게!”


결국 나는 그걸 다시 확인하고 나서야 마음이 놓인 것 같다.


“와우! 정령메신저? 역시~ 레이엔 사람답네요.”


그리고 따뜻했던 분위기를 깨는 것은 역시 로즈마리였다. 그녀는 지금껏 보이지 않다가 갑자기 뒤에서 얼굴을 내밀어왔다.


“으앗?! 놀랐잖아요!”


“어머, 왜 놀라고 그래요? 켕기는 구석이라도 있어요?”


“아니거든요!!”


“후후, 뭘 그리 정색하고 그래요? 그건 목걸이 형태군요. 멋지네요~”


뒤에 서 있는 로즈마리는 더 자세히 고개를 내밀어 목걸이를 들여다봤다.


레이엔에서도 누구나 가지고 다닐정도로 흔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특이할 정도는 아니었다.


어쩌면 다른 나라에 와서도 고향의 물건을 보는 게 반가웠는지도 모른다.


“이것 보세요~ 저도 하나 갖고 있어요~”


로즈마리는 한손으로 내 어깨를 감싸 안으며, 다른 손을 앞으로 쑥 내밀었다.


빠르게 다른 사람들의 물건을 훔치는 그녀의 손은 길고 아름다웠다. 그런 일을 하고 있음에도 따로 관리를 하는 것처럼 아무런 상처도 없이 깨끗했고, 부드러워 보였다.


그리고 길게 뻗은 그 손가락에 장식된 은빛 꽃 사이로 라임색의 보석이 반짝였다.


“...정령메신저?”


“맞아요~ 저와 남편이 함께 맞춘거죠.”


로즈마리는 자신의 반지를 자랑하려는 듯, 내 눈 바로 앞까지 가져와 이리저리 굴린 후 다시 손을 거두었다.


“남편은...그 동굴에 왔던 사람이요?”


“그래요. 그 사람이에요.”


다일에서 다 잡은 그녀를 놓치게 만든 장본인, 갑자기 등장했던 의문의 남자가 떠올랐다.


‘...함께 다니지는 않는 건가?’


떠오른 의문은 입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그들에게도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로즈마리는 언제까지 그렇게 숨어서 다니실 겁니까?”


“그야...당신들이 도둑과 나란히 걷는 건 싫어하는 것 같으니까요~”


로즈마리는 슬픈 표정을 지어보이며, 한손은 자신의 뺨에 갖다대었고, 다른 한 손의 긴 손가락으로 눈가를 조심히 쓸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 눈에서는 눈물 한방울도 흐르지 않았다.


“......”


“그렇죠?”


슬며시 나를 보는 로즈마리의 눈에 슬픔의 빛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조금도 싫지 않으니까! 매번 그렇게 숨지 말고 옆으로 와요.”


“어머나~”


로즈마리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내 옆으로 왔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더니 또 금세 밝은 표정으로 노래를 부르고 있다. 표정이 정말 잘도 변한다.


‘..역시 도둑은 함부로 믿어선 안돼...’



결국 우리 셋은 나란히 길을 걷게 되었다.


아직까진 누군가 이 길을 통해 신목으로 향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가끔 로즈마리의 실없는 농담에 어울리며 걸었다.


저녁이나 여행의 중간중간, 내 작은 가방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식사재료나 담요에도 로즈마리는 아무런 의문을 품지 않았다.


가끔 가방을 물끄러미 쳐다보는 모습을 보니 궁금하지 않다기보다는, 지나친 관심을 두지 않는 편이 나을 거라고 판단한 것 같았다.


겨우 한 사람이 늘었을 뿐인데, 어색했던 분위기는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아니, 어색해했던 것은 나 혼자뿐이었으니 내 마음이 안정되었을 뿐일까?


“...누군가 옵니다.”


“적의는 없어보이네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로즈마리는 한 발 뒤로 물러났다.


내 뒤로 슬그머니 다가와 몸을 낮추는 그 모습은 그야말로 언제든지 도망갈 준비가 되어있다는 뜻으로 보였다.


“제가 잘 도망치는 게 오히려 도움이 될 텐데요?”


기가막혀하는 내 시선을 느낀 그녀는 방긋 미소지으며 말했다.


나는 한숨을 쉬며 앞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래, 뭐 눈앞에서 위험을 겪는 것보단 낫지.’


로즈마리는 도망치는 것이나 훔치는 것은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실력을 가진 것 같았지만, 전투는 조금도 할 줄 몰랐다.


남편이라는 사람이 그 부분을 담당하는 듯하나, 지금은 같이 행동하는 것 같지도 않고.


지금껏 무사히 도망쳐 다녔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었다.


주위가 어두워지고 있었지만, 다가오는 그림자는 점점 더 선명하게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림자는 검은 로브에 검은 후드를 눌러쓰고 있었다. 자세히는 보이지 않았지만 그 입가에도 검은 천이 드러워져 있는 것이 분명했다.


‘...예언자...인가?’


분명 지난밤봤던 예언자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확신할 수는 없었다.


그런 모습을 하고 다니는 자가 그 예언자 이외에 또 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우리는 그 사람의 모습을 확실히 아는 게 아니지 않은가?


우리가 그 모습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는 위치까지 다다른 그는 잠시 멈춰섰다.


그리고 우리도 더 이상 다가가지않고 그 자리에 우뚝 섰다.


엘론의 손이 조심스럽게 검으로 옮겨졌다.


저쪽은 명백하게 우리를 의식하고 멈췄다. 적일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잠시 그렇게 대치하고 있을 때, 그가 먼저 반응을 보였다.


“여기서 만난다는 것은...위험에서 잘 벗어났다는 뜻이겠군.”


“예언자님!?”


기억속에 있던 것과 같은 목소리를 들은 나는 그를 향해 달렸다. 뒤이어 엘론이 나를 쫓아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


반가운 마음에 그의 앞까지 내달린 것까진 좋았으나, 그가 우리를 반가워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는 입은 물론이고 깊게 쓴 후드로 눈빛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 일은 끝마쳤소?”


“예언자님의 조언덕분에요!”


“하지만 예언자라면 우리가 이곳에 올 것도 이미 예언했어야하는 거 아닌가요?”


쫓아오는 발소리도 들리지 않았던 로즈마리의 빈정거림이 뒤에서 들려왔다. 나는 휙 고개를 돌려 그녀를 노려보았다.


어쨌든 그는 우리를 구해준 은인이라 할 수 있는데!


로즈마리는 여전히 미소지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예언자라 해도, 세상 모든 것을 볼 수는 없는 법이오. 벌어지는 모든 일은 한 길로 흐르는 것이 아니니.”


그녀의 도발에도 예언자는 침착하게 답을 건넸다.


해는 지고 있고 어둠속을 걷는 건 위험했다.


우리는 다시 근처로 자리를 잡고 이 예언자를 초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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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 213. 물의 성소 21.04.26 60 3 12쪽
212 212. 싸움의 끝 21.04.25 53 3 13쪽
211 211. 위기 21.04.25 54 3 14쪽
210 210. 접전 21.04.24 56 3 13쪽
209 209. 반격 21.04.24 53 2 12쪽
208 208. 왕궁 마법사 리안 21.04.23 54 2 13쪽
207 207. 결투 장소 21.04.23 57 3 12쪽
206 206. 예언자의 이야기 21.04.22 56 3 13쪽
205 205. 습격의 이유 21.04.22 57 3 11쪽
204 204. 훈련의 성과 21.04.21 57 2 12쪽
203 203. 다시 훈련 21.04.21 57 2 12쪽
202 202. 스승의 조언 21.04.20 59 3 12쪽
201 201. 예언자의 정체 21.04.20 57 2 12쪽
200 200. 책의 사용법 21.04.19 59 2 12쪽
199 199. 회오리 바람 21.04.19 56 3 12쪽
198 198. 약혼자 21.04.18 62 2 12쪽
197 197. 불길함 21.04.18 56 2 13쪽
196 196. 숲 21.04.17 53 2 12쪽
195 195. 협력의 형태 21.04.17 54 1 12쪽
194 194. 운명 21.04.16 52 1 11쪽
193 193. 안전한 길 21.04.16 62 1 11쪽
192 192. 예언자 21.04.15 53 1 12쪽
» 191. 수도로 가는 길 21.04.15 53 3 13쪽
190 190. 재정비 21.04.14 53 2 12쪽
189 189. 독약의 효능 21.04.14 53 2 12쪽
188 188. 예언 21.04.13 55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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