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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사자, 계약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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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엔키유
작품등록일 :
2020.12.10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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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2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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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1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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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92. 예언자

DUMMY

엘론은 마른 나무들을 모아 불을 피웠고, 우리는 그 주위로 둘러앉았다.


나는 불을 등지고 뒤로 돌아 가방을 열었다.


그리고 가방에 얼마나 식재료가 남았는지 기억을 더듬어보았다.


‘...이거, 가방에 뭘 넣었는지 기억하지 못하면 꺼내기도 힘들겠는데?’


가방을 열어도 보이는 건 어둠뿐이다. 이 가방은 굉장히 편리했지만 그 안에 뭘 넣었는지 기억해내야만 꺼낼 수 있다는 단점이 있었다.


드래곤이야 다 기억할 수 있을지 몰라도, 평범한 인간인 나는 뭐가 들었는지, 얼마나 남았는지 기억해내기가 쉽지 않았다.


무작정 가방에 손을 넣고 생각했다.


‘무언가 식재료를...’


그때, 손에 딱딱한 빵과 몇가지 과일들이 손에 잡혔다.


신선함을 유지시켜주는 마법석을 함께 넣었기 때문인지, 창고가 원래 그런 역할도 해주는지 가방에서 꺼내는 식료는 언제나 신선했다.


나는 예언자가 수상하게 여기지 않도록 뒤를 돌은 채로 그것들을 꺼내서 다시 앞으로 몸을 틀었다.


그리고 내 몫은 남기고 나머지는 옆으로 나눴다.


예언자는 이쪽을 살펴보는 듯했으나, 로즈마리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참견은 하지 않았다.



“이름을 물어도 되나요?”


나는 조금 딱딱한 빵을 우물우물 씹으며 물었다.


예언자는 빵을 먹을 때에도 입가를 가린 천을 벗지 않았는데, 얼굴을 보이지 않게 조심하며 천을 들어올려 빵을 입에 넣고 있었다.


“이름이라...예언자, 미래를 보는자, 떠돌이, 그림자...여러가지로 불리긴 하지만, 내겐 이름이 없소.”


“네? 이름이 없다고요?”


“당신들에겐 ‘예언자’라 말하긴 했으나 좋을대로 불러주시오.”


어떤 사람도 이름이 없는 경우는 드물었다.


어쩌면 그는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복잡한 상황에 놓여 있는 건지도 모른다.


“그럼 당신은 우리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까?”


“흐음...어떻게 생각하시오?”


“글쎄요. 우리가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서 그 장소에 서 있기는 쉽지 않을 텐데요.”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고 말하자, 예언자는 씨익 웃는 것 같았다. 실제로 입이 보인 것은 아니니 그런 느낌을 받았을 뿐이었다.


“하하, 당신은 내가 예언을 한다는 걸 잊은 것 같소.”


“아...그렇긴하지만...”


“하지만 저희를 만나려고 하신 거 아닙니까?”


“......”


그는 말이 없었다.


하지만 말문이 막혔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그렇군. 내가 예언을 하고 다니긴 하나, 그게 얼마나 맞았는지 확인하고 싶은 순간이 있소.”


그렇게 답하며 그는 검은천 안으로 작은 과일 하나를 쏙 집어 넣었다.


결국은 우리를 기다렸다는 뜻이다.


“또 무슨 예언이 나왔나요?”


“그런건 아니오.”


“그럼 정말 단순히 예언이 맞았는지 확인하려고 하신거라고요?”


“그렇다고 답했소만.”


“흐음...”


이미 여러 해 동안 예언은 해오던 사람이 갑자기 예언이 잘 맞았는지 확인한다는 게 이상했다.


그는 분명 자신의 예언이 실행됐는지 하나하나 확인하는 성격은 아닐 것이다.


분명 우리에게 볼일이 있을 것 같은데..


“이제 어디로 가시는 겁니까?”


“수도로 가려고 하오.”


“수도? 수도로 가려면 이쪽으로 가면 안되는데요?”


“물론, 지금 되돌아온 것은 예언을 확인하기 위함이오.”


우리를 만나기 위해 일부러 길을 되돌렸다는 건가?


나는 가만히 생각해봤다.


그는 어차피 우리와 목적지가 같다.


‘...게다가...’


나는 그가 불쾌하지 않도록 조심하며 천천히 그를 살폈다. 그는 온통 검은색으로 몸을 감싸고 있었고, 손에는 어떤 짐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심지어 나도 갖고 다니는 단검조차 없다.


그렇다고 로즈마리처럼 몸이 날렵하지도 않은 것 같았다.


그가 대단한 마법을 쓰는 마법사라면 모를까, 이 상태로 돌아다니는 것은 위험해보였다.


지금까지 예언으로 위험을 피해왔을지 모르지만, 그게 언제까지 통용된다고 볼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럼 저희와 함께 가요.”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 내 입에서는 자연스런게 그런 소리가 튀어나왔다.


“호오...나와 함께 말이오?”


“네! 아, 괘...괜찮지?”


긍정적인 대답이 나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나는 미소지으며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곧, 다른 동료들의 의견을 듣지 않았다는 게 떠올라 그들의 생각을 확인했다.


“저는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가는 방향도 같은데 굳이 따로 갈 필요는 없겠죠.”


“호호, 뭐~ 제 의견이 중요한가요?”


엘론은 기사답게 꽤 무방비인 그를 보호하고 싶은 듯했고, 처음부터 예언자를 좋게 보지않던 로즈마리는 찬성하지는 않지만 반대하지도 않는 것 같았다.


아니, 그렇다기보단...반대하고 싶지만 그러지 않겠다는 뜻일까?


“...그럼, 모두 찬성했다치고...어때요?”


“하하.”


내가 다시 되물었을 때, 그는 낮은 소리로 웃었다.


즐거워서 웃는 느낌은 아니다. 오히려 조금 어이없어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소리였다.


“그래, 가는 길이 같으니 상관없소. 다만...내가 언제나 예언을 말해주리라 기대하지는 마시오.”


“무...물론이죠!”


사실 나는 그 말에 실망감이 마음속에서 솟아오르는 것을 느껴 당혹스러웠다.


그걸 노리고 권한 것은 아니었는데.


마음속 어딘가에서는 그의 예언으로 조금 편한 여행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그걸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려 애썼다.


그는 식사를 마치고 손을 털며 불에서 살짝 뒤로 물러나 자리를 잡고 누웠다.


“그럼, 잠깐동안이지만 잘 부탁하겠소.”


그리고 금세 잠이 들었는지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


“음~ 내가 보기엔...쓸데없는 짓을 했다고 봐야할까요~”


예언자가 잠들었다고 확신한 것인지, 로즈마리가 조심히 입을 열었다.


나는 은근슬쩍 그녀를 흘겨봤으나 그녀는 조금도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예언을 하지않는 예언자는 그저 일반일일 뿐이죠~ 애초에 정말 그가 예언자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전에 해준 예언은 무서울정도로 정확했어요.”


그의 예언은 마치 그 상황을 그 시점에 눈으로 본 것처럼 정확했다.


스텔라가 그의 말을 철썩같이 믿는 것도 조금은 이해가 됐다.


“제가 이런쪽으론 조금 지식이 있는데...한번 그렇게 맞췄다고 너~무 믿는 건 그다지 좋지 않아요?”


“하지만 정말 일반인이라해도, 길이 같으니 함께 가는 게 좋다고 봅니다.”


“아차차~ 제가 기사님과 함께라는 걸 잊었네요. 그럼 이 이상은 말하지 않을게요.”


로즈마리는 능청스럽게 웃어보이며 빛으로부터 몸을 숨기려는 듯, 멀리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


저렇게 멀리 떨어지면 따뜻한 기운도 그다지 닿지 않을 텐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그녀를 말리지는 않았다.




***




그리고 다음날,


우리는 조용히 길을 걷고 있었다.


곁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자주 해주던 로즈마리도 입을 닫아버렸고, 예언자도 수다스러운 타입은 아니었다.


엘론은 평소에도 말이 많지 않았지만 지금은 지도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더 침묵하고 있었다.


내가 가끔 던지는 가벼운 말이나 농담도 그다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흠, 어쩔 수 없지.’


나는 결국 길게 대화하는 건 포기하고 가방에서 책을 꺼내 들었다.


이 분위기에서는 차라리 책에 집중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내가 펼친 것은 역시 바람의 마법이 나와있는 페이지였다. 윈드 스톰이 통하지 않는다면 더 강한 마법을..그렇게 생각하는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나는 페이지를 팔랑팔랑 넘겼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이 마법책은 굉장히 두껍긴 하지만 모든 속성과 종류의 마법을 담을 정도의 두께는 아니다.


그 부분도 알 수없는 마법이 걸려있는 게 분명했다.


윈드 스톰의 다음단계 페이지를 펼쳤지만 글씨가 눈에 들어오지는 않았다.


내용이 어렵기도 했고, 무엇보다 한번 포기했던 책임에도 보면 볼수록 아깝다는 생각이 머리를 떠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 여기는 이쪽보다는 저쪽이 더 안전하오.”


“그렇습니까? 이쪽이 더 가까워 보입니다만...많이 위험합니까?”


그때 앞서서 걷던 두 사람이 정적을 깨고 토론하기 시작했다.


“가깝기는 이쪽이 가깝소. 하지만 당신은 괜찮을지 모르나, 뒤에 두 사람도 괜찮을지 모르겠소.”


“저는 마법사라고요!”


나는 그의 말에 발끈하며 소리쳤다.


물론 겉보기에는 연약해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꽤 강력한 마법을 쓸 수 있는 마법사인 것이다. 전투가 벌어졌을 때, 확실히 도움이 될 전력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예언자의 하늘빛 눈동자가 나를 향했다. 얼굴의 대부분을 가리고 있기에, 그 표정은 알아 볼 수 없었다.


그의 눈동자가 천천히 몇 번 깜빡이더니 시선이 아래로 내려갔다. 나는 그의 시선을 따라 아래를 보았다. 시선의 끝엔 책이 있었다.


‘...아!’


순간, ‘이 책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도 되나?’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나는 재빨리 책을 덮고 다시 고개를 들었다.


예언자는 이미 내게서 시선을 거두고 앞을 향하고 있었다.


‘..으음...그래, 보통 사람은 이게 굉장한 마법책이라는 걸 한눈에 알아보지 못하겠지.’


게다가 지금 그가 책을 알아볼지 걱정하며 숨긴다면, 아마 앞으로 이 책을 펼칠 수 있는 날은 영영 오지않을지도 모른다.


나는 책을 집어넣지않고 계속 펼쳐 들었다.


가방에서 꺼내지도 못하는 상태로 있어서는 책을 빌린 의미가 없다.


“그래, 나도 스스로 몸을 지킬 수 없을 테고 말이오.”


다시 책에 집중하려는 그때, 예언자의 미약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결국 자기가 안될 것 같아서 그런거였잖아..!’


나와 로즈마리를 핑계로 댔지만, 결국 자기자신의 몸을 지키기 어렵기 때문에 피하고 싶은 것에 불과했던 것이다.


나는 슬쩍 그의 등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그가 뒤를 돌아보는 일은 없었다.


“그럼...안전한 길로 가도록 하겠습니다.”


엘론과 내가 습격하는 마물을 상대하고, 로즈마리는 평소처럼 잘 도망다닌다면 못 갈 것도 없다.


문제는 저 예언자의 실력이 어느정도인가였다.


로즈마리처럼 도망만 잘 쳐도 도움이 될 텐데.


‘...아마 그게 아니니까 길을 돌아서 가자는 거겠지.’


엘론이 내게 의견을 묻지 않았다는 게 그 증거였다. 그 역시 전투가 벌어졌을 때, 예언자가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걱정된 게 분명했다.


엘론은 길을 출발하기 전, 살짝 뒤를 돌아 나를 보았다.


결정은 내렸지만 혹시 내가 다른 의견을 가졌는지 확인하려는 듯했다.


“조금 돌아간다해도 안전한 길이 좋겠지.”


내가 혼잣말하듯이 외치고 나서야 그는 다시 뒤를 돌아 걸음을 옮겼다.


그 등을 따라가며 불현듯 그런 생각이 내 머리를 스쳤다.


‘만약 우리 셋이서 갔다면 가까운 길을 택했겠지?’


예언자의 동행은 이미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게 예언에서 나오는 행동일까? 아니면 그저 우연일 뿐일까?


갑작스레 떠오른 질문의 답은 앞서 엘론과 함께 걸어가는 예언자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물어도 아무런 답을 해주지 않겠지.


말을 해주려고 했다면 이미 어젯밤에 우리에게 예언을 던져줬을 것이다.


나는 조금은 불안한 마음을 안고 그들의 뒤를 계속 쫓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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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 215. 계약 종료 +1 21.04.27 85 4 16쪽
214 214. 마지막 축복 21.04.26 57 2 14쪽
213 213. 물의 성소 21.04.26 60 3 12쪽
212 212. 싸움의 끝 21.04.25 53 3 13쪽
211 211. 위기 21.04.25 54 3 14쪽
210 210. 접전 21.04.24 56 3 13쪽
209 209. 반격 21.04.24 53 2 12쪽
208 208. 왕궁 마법사 리안 21.04.23 54 2 13쪽
207 207. 결투 장소 21.04.23 57 3 12쪽
206 206. 예언자의 이야기 21.04.22 56 3 13쪽
205 205. 습격의 이유 21.04.22 57 3 11쪽
204 204. 훈련의 성과 21.04.21 57 2 12쪽
203 203. 다시 훈련 21.04.21 57 2 12쪽
202 202. 스승의 조언 21.04.20 59 3 12쪽
201 201. 예언자의 정체 21.04.20 57 2 12쪽
200 200. 책의 사용법 21.04.19 59 2 12쪽
199 199. 회오리 바람 21.04.19 56 3 12쪽
198 198. 약혼자 21.04.18 62 2 12쪽
197 197. 불길함 21.04.18 56 2 13쪽
196 196. 숲 21.04.17 53 2 12쪽
195 195. 협력의 형태 21.04.17 54 1 12쪽
194 194. 운명 21.04.16 52 1 11쪽
193 193. 안전한 길 21.04.16 62 1 11쪽
» 192. 예언자 21.04.15 54 1 12쪽
191 191. 수도로 가는 길 21.04.15 53 3 13쪽
190 190. 재정비 21.04.14 53 2 12쪽
189 189. 독약의 효능 21.04.14 53 2 12쪽
188 188. 예언 21.04.13 55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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