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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사자, 계약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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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엔키유
작품등록일 :
2020.12.10 11:29
최근연재일 :
2021.04.2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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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1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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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96. 숲

DUMMY

초원을 가로질러 계속 걷다보니 어느새 숲 근처까지 오게 됐다.


예상대로 ‘좀더’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시간이 아니었다.


어쨌든 힘겹게 도착한 숲의 입구에서 돌아보니, 넓게 펼쳐진 초원덕분에 우리의 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뒤따라 오고 있는 병사들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처음엔 상당히 많은 수라고 생각했던 것이, 이렇게 보니 터무니없이 적고 나약해보였다.


스텔라는 조심히 숲의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고, 우리는 그녀의 뒤를 따랐다.


“배고프시지 않습니까? 이거라도 드십시오.”


그럴 분위가 아니었지만, 스텔라가 내민 작은 과일은 밝은 오렌지빛깔로 달콤하고 맛있어보였다.


“그...그럼 하나만...”


나는 그 과일을 받아 먹었다.


과일은 살짝 시큼한 맛이 나면서 뒷맛은 달콤했다.


씨앗이 없었기 때문에 한입에 넣고 오물오물 씹기도 좋았고, 시큼함이 몸에 기운을 북돋아주는 느낌을 주었다.


내가 먹는 모습이 맛있어보였는지 다른 사람들도 하나씩 과일을 가져갔다.


나는 과일을 씹으며 조심히 안쪽으로 더 걸어들어갔다.


한지점에 이르자, 스텔라는 걸음을 멈췄고 덩달아 우리도 함께 자리에 멈춰섰다.


“이제 어떻게 할 거예요?”


“...이곳에 매복하고 있어야죠.”


스텔라는 방긋 웃으며 그렇게 답했다.


그럼 그들과는 여기서 이별이었다.


하지만 내 발은 땅에 붙어버린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이곳에 더 머무르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움직일 수가 없다.


차라리 이게 스텔라가 걸은 마법이라면 조금은 마음이 편했을 텐데.


이건 그저 내 마음이 망설이고 있다는 뜻이라는 걸 알기에 더 복잡한 기분이었다.


“이제 클로이 님은 떠나시는 게 좋겠습니다. 곧 병사들이 올테니까요.”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스텔라의 눈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녀가 그런 말을 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그토록 내게 집착을 하던 그녀가 이렇게 쉽게 나를 보내준다고?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의 동행으로 희망과 함께 한다고 느끼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모두 용기가 났습니다.”


그 말은 은근히 내 마음에 와 박혔다.


‘...이래서는 간다고 말하기 더 힘들잖아...’


내가 머뭇거리자 이번엔 강하게 내 등을 떠밀었다.


“시간이 없습니다, 어서...”


스텔라는 갑자기 말을 멈췄다. 등을 떠밀면 손에도 힘이 빠진게 느껴졌다.


뒤를 돌아보니, 그녀는 숲의 안쪽을 바라보며 작은 소리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가만히 귀를 기울이고 서있었다.


그건 다른 사람들, 특히 엘론과 로즈마리도 마찬가지였다.


나 역시 무슨 소리가 들리는지 귀를 기울여 봤지만, 바람에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와 간혹 새가 우는 소리 이외에는 특별한 소리는 들리는 것 같지 않았다.


“스텔라? 무슨...”


“쉿, 조용히 해주십시오. 그들이 도착한 것 같습니다.”


나는 놀랐지만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오히려 숨소리조차 밖으로 새어나갈까 걱정되는 마음에 양손으로 입을 가리며 조용히 숨을 내쉬었을 정도다.


눈앞의 스텔라 역시 긴장한듯 아무말없이 숲을 노려보고 있었다.


진지한 그 표정은 나를 조마조마하게 만들었다.


“...생각보다 빠르군요. 클로이 님은 잠시 기다리셨다가 움직이는 게 좋겠습니다.”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얼굴에는 다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어쩌면 그 미소는 습관적이거나 만들어진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 이 상황은 전혀, 조금도 웃음이 나오지 않으니.


“...지금은 후퇴해서 병사들과 합류하는 게 어때요?”


그들이 예상보다 빨리 움직였기에 이쪽은 아직 병사들이 도착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서 그들이 오고있는 중이다.


그렇다면 지금 한발 물러서서 재정비 후 오는 게 낫지 않을까?


“아니요. 그럴시간이 없습니다. 게다가 지금 오는 사람들은...본부대가 아닐겁니다.”


“그럼요?”


“그들은....”


바스락


그때 희미하게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가깝지는 않았지만 주위를 살피듯 조심스러운 그 소리는 사람이 낸 소리인 게 분명했다.


“...! 일단 나무 뒤로 숨으십시오.”


우리는 소리가 나지않도록 조심하면서 사방으로 흩어져 나무 뒤에 숨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는 여러곳에서 울렸고, 점점 선명해지는 것으로 봐선 이쪽으로 다가오는 듯했다.


‘이런 나무가 우릴 가려줄 수 있을까?’


나무를 잡고 있는 손이 떨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마물과 산 위의 파수꾼, 심지어 드래곤과 대치했던 경험이 있는 나인데도 이런 상황에 떨고 있다는 게 이상했다.


나는 조심히 주위를 둘러봤다.


엘론은 소리가 나는 쪽으로 시선을 향한 채로 언제든 뽑을 수 있도록 검에 손을 얹고 있었고, 맞은편에 있는 스텔라는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들었는데, 아무래도 마법석인 것 같았다.


그리고 그녀의 뒤로 서 있는 예언자는 숨었다고 하기엔 너무 눈에 띄는 위치였으나 온몸이 검은색으로 둘러져 있기 때문에 병사들이 쉽게 발견하긴 어려울 것 같았다.


로즈마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역시 그녀는 숨는 것과 훔치는 것에는 탁월한 능력이 있다.


나도 조용히 가방을 열어 마법책을 꺼내 들었다. 너무 긴장한 탓인지 몇 번이나 손이 미끄러졌지만 그들이 모습을 보이기 전에 간신히 책을 꺼낼 수 있었다.


바스락 바스락-


이제 소리는 제법 가까이에서 들렸다.


나는 책을 펼치려 했지만 종이가 넘어가는 소리조차 울릴 듯한 숨막히는 정적이 흐르고 있었기에 책은 펼치지 못하고 가만히 품에 껴안았다.


책을 손에 쥐고 있는 것만으로 마력이 오르는 느낌이 들었기에 꺼낸것이 쓸데없는 일은 아닐 것이다.


“이 근처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끝까지 긴장을 놓지마라.”


병사들의 목소리가 확실하게 들렸다.


그들이 모습을 나타내면 곧장 마법을 쓰기위해 소리가 나는 쪽으로 손을 뻗었다. 엘론의 검 역시 반쯤은 뽑아져 있었다.


그리고 곧 병사들의 머리가 나무 사이로 언뜻언뜻 보였다.


“냉혹한 바람이여. 날카로운 창이 되어 나의 적을 꿰뚫어라.”


나는 입에서 거의 빠져나오지도 못할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아무런 소리를 내지 않는 게 더 좋았을 테지만, 주문을 외우면 마법이 좀 더 강해지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에 오랜만에 윈드 스피어의 주문을 외우며 그들이 더 가까이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타닥-


그때, 검은 무언가 날아가 바닥에 떨어졌다.


“...뭐지?”


“무슨 소리가...!”


그들 역시 조용히 울려퍼진 그 소리를 놓치지 않았고, 웅성거리는 소리와 함께 점점 이곳으로 몰려들었다.


‘...윈드 스톰을 준비했어야 했나?!’


예상외로 갑자기 몰려드는 병사들의 모습에 당황하며 다시 주문을 외우려던 그 때,


쏴아아-


“윽?!”


“이게 무슨....!”


바닥에서 하얀 안개가 뿜어져 나왔다.


뭉개뭉개 피어오른 안개는 병사들을 덮쳤고, 갑작스런 안개에 병사들은 소란스러워졌다.


빠르게 퍼진 안개는 우리를 지나치고도 숲의 안쪽으로 더욱 나아갔다. 처음엔 앞도 보이지 않은 정도로 진한 흰색이던 안개는 지금은 은은하게, 마치 처음부터 숲에 내려앉은 듯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어쩌면 이미 숲 전체로 퍼졌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더이상 병사들의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


내가 아직 숨어서 주위를 살피고 있을 때, 스텔라가 당당한 걸음으로 나무 뒤에서 나와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나에게 손짓을 했다.


옆을 보니 이미 엘론도 밖으로 나와 병사들 쪽을 살피고 있었다.


“...무슨 일이에요?! 이 안개는 뭐죠?”


“강력한 수면향이 섞인 안개입니다.”


“병사들은 모두 쓰러져 있습니다. 상태를 보니 잠들어 있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그들을 살피던 엘론이 돌아와 스텔라의 설명을 보충하듯 덧붙였다.


“어? 하지만 우리는....”


강력한 수면향이라면 왜 우리는 멀쩡한 거지?


“여러분은 해독제를 미리 드셨기 때문에 괜찮습니다.”


해독제?


해독제라는 소리에 나는 지금까지의 기억을 더듬었다. 어디에서도 약을 먹은 기억은 없었다.


“앗...! 설마...그 과일...!”


순간 떠올린 것은 숲에 막 들어섰을 때, 그녀가 먹으라고 건네주던 오렌지빛의 작은 과일이었다.


그저 아무런 의심없이 받아먹은 과일이었는데.


“네, 그 과일안에 넣어두었습니다.”


그걸 밝히는 스텔라는 당당해보였다.


독도 아니고, 해독제라 거리낄 게 없다 이건가?


그런 이유라면 미리 설명해주면 좋았을 텐데.


설마 해독제가 들어있다고 우리가 그걸 거부할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


“혹시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미리 먹어둬서 다행입니다.”


“하지만 병사들의 수가 많지 않아보였습니다.”


“응? 왕은?”


“지금 온 병사들은 숲에 미리 정찰 온 자들입니다.”


“아...!”


그래, 왕과 귀족들이 직접 참여하는 사냥대회에 경비가 이렇게 허술할리가 없지.


일단 선발대가 주위를 미리 살핀 후, 본부대가 뒤에 오는 모양이다.


“그...그럼 이제 어떻게 할 거예요?”


“우리 병사들이 그들의 옷으로 갈아입고 매복할 예정입니다. 아마 뒤따라 오는 것은 사냥감을 풀어놓을 병사들일 겁니다. 그 뒤에 왕과 그 호위 기사들이 오겠죠.”


앞으로의 계획을 우리에게 설명하는 스텔라의 표정은 담담해보였다.


설명을 듣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쿵쾅쿵쾅 뛰는 나와는 다르다. 그녀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런일을 각오하고 있었던 걸까?


“그리고 왕이 무방비로 노출될 때를 기다리면 됩니다.”


말은 쉬웠다.


설명으론 정말 간단한 일이다. 하지만 그게 그렇게 쉬울리가 없다.


“......”


“자, 이제 정말 시간이 없습니다. 클로이 님, 어서 길을 떠나십시오.”


“...네?”


“이곳에서 서쪽이 어딘지는 지도에 나와있을 테지만, 예언자님이 안내해주시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지금부터 저희가 하려는 일은 정말 위험한 일입니다.”


스텔라는 예언자를 설득한 후 내게로 다가와 내 손을 마주잡았다.


“처음엔 당신께 도움을 요청했습니다만, 이 일은 상관없는 사람들을 말려들게 해선 안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여기까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당신께 희망을 나눠받은 기분이 듭니다.

당신의 앞날에도 희망이 가득하길...”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내 손을 한번 꼬옥 쥐었다가 놔주었다.


나는 아무말도 나오지 않았다.


이상한 기분이었다. 마치 다시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안타까움이 심장을 움켜쥐는 것 같았다.


‘이 일을 마치고 나면 다시 못보는 건 맞잖아...?’


나는 애써 자신을 속이듯이 그렇게 생각했지만, 지금 내 마음은 그것과 다르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이제 곧 저희쪽 병사들이 올테니, 걱정마십시오.”


스텔라는 고개를 돌려 엘론에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출발하도록 합시다.”


엘론과 예언자는 이미 마음을 굳혔는지 내게로 모여들었다.


나는 스텔라의 얼굴을 보았다. 그녀는 이미 확고하게 결심한듯 잔잔한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


어차피 그녀의 계획에 나는 방해만 될 것이다.


‘...자연스럽게 퓨린의 병사를 연기할 자신도 없고.’


“...행운을 빌어요.”


“감사합니다.”


결국 그 말을 끝으로 나는 등을 돌렸다.


숲에 은은하게 껴있는 안개때문에 스산한 기운이 감돌았다.


나는 소름이 돋은 팔을 손으로 한번 쓸고는 천천히 앞을 걷는 두 사람을 따라 길을 걸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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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 213. 물의 성소 21.04.26 61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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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 211. 위기 21.04.25 54 3 14쪽
210 210. 접전 21.04.24 56 3 13쪽
209 209. 반격 21.04.24 53 2 12쪽
208 208. 왕궁 마법사 리안 21.04.23 54 2 13쪽
207 207. 결투 장소 21.04.23 57 3 12쪽
206 206. 예언자의 이야기 21.04.22 56 3 13쪽
205 205. 습격의 이유 21.04.22 57 3 11쪽
204 204. 훈련의 성과 21.04.21 57 2 12쪽
203 203. 다시 훈련 21.04.21 58 2 12쪽
202 202. 스승의 조언 21.04.20 59 3 12쪽
201 201. 예언자의 정체 21.04.20 58 2 12쪽
200 200. 책의 사용법 21.04.19 59 2 12쪽
199 199. 회오리 바람 21.04.19 56 3 12쪽
198 198. 약혼자 21.04.18 63 2 12쪽
197 197. 불길함 21.04.18 56 2 13쪽
» 196. 숲 21.04.17 54 2 12쪽
195 195. 협력의 형태 21.04.17 54 1 12쪽
194 194. 운명 21.04.16 53 1 11쪽
193 193. 안전한 길 21.04.16 62 1 11쪽
192 192. 예언자 21.04.15 54 1 12쪽
191 191. 수도로 가는 길 21.04.15 53 3 13쪽
190 190. 재정비 21.04.14 54 2 12쪽
189 189. 독약의 효능 21.04.14 53 2 12쪽
188 188. 예언 21.04.13 55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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