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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사자, 계약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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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엔키유
작품등록일 :
2020.12.10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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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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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01. 예언자의 정체

DUMMY

예언자 녀석은 마치 항복한다는 듯이 양손을 들어올리고 천천히 앞으로 걸어나왔다.


우리를 습격한 마법사와는 다르다고 주장하는 그.


성격은 완전히 달랐지만, 그 얼굴이 마법사 녀석과 똑같다는 게 아직도 소름돋는 부분이었다.


‘...’


만약의 사태에는 마법을 바로 쓸 수 있도록 온 신경을 녀석에게 집중시켰다.


나는 아직 그를 의심하고 있다.


그 마법사 녀석, 처음부터 이상하지 않았던가. 어쩌면 우리를 교란시키기 위해 연기를 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우리를 죽이려고 했는데, 당신을 어떻게 믿죠?”


나는 그가 짓는 표정 하나, 몸짓 하나도 놓치지 않기 위해 그를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아직 의심의 눈길이 줄어들지 않았다는 걸 느꼈는지, 양손을 들고 있는 그가 쓰게 미소지으며 답했다.


“죽이려던 건 아니다. 조금 겁을 주려고 했을 뿐.”


“조금?”


“겁?”


나와 엘론의 목소리가 겹쳤다.


우리는 기가 막혀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불속성 중 최고라는 헬파이어를 주문까지 외우며 정성스럽게 써놓고, 이제와서 ‘조금 겁을 주려고’했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 소린가!


“맞기전에 마법을 지우는 것쯤은 가능하다.”


그는 그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아니 마치 그 눈빛은 나를 향해 ‘너는 그정도도 못해?’라고 말하는 듯이 약간의 거만함을 품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를 향해 양손을 살랑살랑 흔들더니, 아무 말없이 눈을 계속 주시하며 천천히 그 손을 아래로 내렸다.


적의가 없다는 것과 싸울 마음이 없다는 것을 나타내는 몸짓인 듯했으나, 우리는 그가 손을 내리는 것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


녀석이 마법사인 이상, 손을 올리고 있든 내리고 있든 상관없다.


손을 올리고 있다고 마법을 쓰지 못하겠는가?


“그래서, 당신의 진짜 이름은 뭔데요?”


진지하게 대화를 할 생각이라면 우선 이름을 밝히는 게 순서지.


예언자 녀석의 말을 모두 믿을 수는 없지만, 우선 하는 말을 들어나 보자는 생각이었다.


확실히 그는 마법사 녀석과 닮았다. 아니, 닮았다기보다는 녀석 그자체.


큰 키에 반짝이는 옅은 금발머리도 그렇고, 하늘빛 눈동자, 심지어 어두운색의 로브까지 그대로가 아닌가.


물론 마법사 녀석은 마지막에 봤을 땐 밝은 물색 옷을 입었지만, 내 머릿속에 박힌 그의 이미지는 어쨌든 어두운 로브였다.


“흠...”


예언자 녀석은 고민하는 듯 신음을 내뱉었다.


자신이 예언자임을 말할 때보다는 톤이 높다. 하지만...그동안 겪었던 마법사 녀석의 목소리보다는 한층 낮은 목소리였다.


그것도 내가 그를 믿을지 말지를 고민하는 이유였다.


목소리가 전혀 다르다.


진지하게 나와 엘론을 번갈아 바라보던 그는 조용히 눈을 한번 깜빡이더니 이윽고 담담한 목소리로 답했다.


“...그때도 말했지만 내겐 이름이 없다. 불리우는 별명같은 것은 예언자, 미래를 보는자, 떠돌이, 그림자...그때 말한 그대로다.”


“네?”


그는 다시 한번 ‘이름이 없다.’고 말하며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숨기는 게 아니라 정말 없는 거였나.


“당신은 정말 미래를 보는 겁니까?”


“물론 미래를 보는 건 아니다. 단지, 수많은 정보를 조합해서 최선의 방법을 생각해낼 뿐.”


“미래를 보는 게 아니라고요?”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것치고는 내게 해준 예언은 정말 놀랍도록 정확하지 않았던가. 예언이라는 것에 반신반의하던 내가 그를 완전히 신뢰해버린 것도 그 예언때문이었는데.


“그 정보는 역시 왕궁 마법사에게서 받는 건가요?”


“그렇다고 볼 수 있지.”


권력의 정점인 왕궁 마법사가 손에 넣는 정보라면, 성으로 들어오는 온갖 기밀정보도 들어있을 것이다.


그 정보들을 조합한다면 한 발 앞서서 일어날 일들을 알아 맞출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정확하게...?


“남쪽 신목에 대해 녀석에게 말하지 않은 거군요?”


그는 작게 미소지었다.


보일 듯 말 듯한 정말 미세한 표정이었다. 사실, 이제와서는 그가 미소를 지었다는 것조차 확신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건, 그가 우리의 계획을 마법사 녀석에게 완벽하게 전하지는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전했다면 마법사 녀석이 우리에게 먼저 달려오지 않았을지 모르고, 아니면 케르빌 왕자쪽에 사람을 보내 방해했을지도 모른다.


그게 우리를 돕기 위한 것인지, 자신의 계획을 위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덕분에 우리는 목숨을 건졌고 계획대로 모든 일이 흘러갔다고 할 수 있다.


“그의 말이 맞다면, 신목의 일이 계기가 되어 의심을 샀는지도 모릅니다. 이번에 맞추지 못한 게 증거가 아닐까요?”


“...그 전에도 이미 의심을 받았을지도.”


나와 엘론은 조용히 수근거렸다.


‘이번’이라고 말한 것은 스텔라의 일이었다.


그녀는 예언자의 조언을 참고해서 왕을 습격했으나, 오히려 함정에 빠지지 않았던가. 이미 그의 배신을 알아차린 마법사 녀석이 함정을 파놓았을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그게 맞다면, 이제 예언자는 녀석의 신뢰를 잃었다고 봐야겠지.


예언자는 우리의 말을 듣지 못했는지 아닌지, 그저 말없이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모든 의문을 풀려면, 우선 내 정체를 밝혀야겠군.”


잠시 침묵을 유지하던 그가 결심한 듯, 나지막히 말했다.


“난 왕궁 마법사 리안의...호문쿨루스다.”


“호문쿨루스?”


그건 생소한 단어였다.


“실력있는 마법사들이 인위적으로 만든 생명체입니다. 하지만 신성모독이라 여겨지기 때문에 레이엔에서는 금지되어 있어요.”


‘인위적으로 만든 생명체’


엘론의 설명은 순례길에서 습격했던 인형들을 떠오르게 했다.


아무런 표정도, 생각도 없이 그저 명령만을 수행하던 인형들은 쓰러져도 그 시체조차 남기지 않았었다.


“...그 ‘인형’이랑 비슷한거야?”


나는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했다.


그에게는 다양한 표정이 있었고, 여러가지 감정이 느껴졌다. 게다가 자신의 의지로 우리를 돕기도 하지 않았나?


인간과 다를 게 하나도 없어 보이는데?


“인형과는 다르다. 그것들은 말 그대로 ‘인형’, 조종자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고 사라질 뿐이지.”


“어...그럼.”


“나는 리안의 모습과 기억을 조금 나눠받아서 만들어졌다. 이러면 조금 이해하기 쉬울까?”


그렇게 말하니 더 이해하기 어려운 기분이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


“왜 자신과 똑같은 모습으로 만든거죠?”


“리안이 자리를 비울 때를 위해서지. 왕궁 마법사는 함부로 자리를 비울 수 없으니까.”


그러니까 즉,


우리를 습격해야하니 자신이 움직이기 쉽도록 그를 만들었다는 뜻인가?


“목소리가 너무 다르잖아요? 눈치채지 않았어요?”


“하하...너희도 목소리가 다르다는 걸 알면서도 리안으로 착각하고 공격했잖나.”


“윽...그야...”


똑같이 생긴 사람이 또 있을 거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으니까.


아, 그런가.


보통, 완벽하게 똑같이 생긴 인물이 목소리가 조금 다르다고 해서 다른 사람일거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게다가 왕궁 마법사를 사칭하다니, 제정신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당신도 우리를 습격했다면서요.”


“...내가 한 건 세 번이다. 처음은 레이엔에서...두 번째는 후버의 산속, 마지막은 이곳 퓨린이군.”


“...!”


“그때, 늑대를 소환했던 게 당신이었습니까?”


마지막 습격은 늑대사건 때 보였던 검은 그림자가 그였나.


어쨌든 세 번 모두 무언가를 소환해 공격했으며,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공통점은 있었다.


겉모습은 마법사 녀석과 완벽하게 똑같은데. 왜지?


혹시, 이미 처음부터 습격에 의욕이 없었다고 보는 게 좋은 걸까?


“그럼 지금 우리에게 그 사실을 알리는 이유는 뭡니까?”


“글쎄...말하자면...”


그는 잠시 말을 아꼈다.


지금 이렇게 봐도, 겉모습은 정말 마법사 녀석과 판박이다. 아무리 호문쿨루스라해도 이렇게까지 똑같이 만들 수 있는 건가.


“나는...리안이 미쳤다고 생각한다.”


그 말에 나는 자연스럽게 고개가 끄덕여졌다.


내가 그의 말을 깊게 생각해보기도 전에, 몸이 자연스럽게 반응해버린 것이다.


“...둘 다 동의하는 건가?”


오히려 당황한 것은 예언자 쪽이었다.


자신의 말에 긍정해주는 것인데도 당황한 채로 말을 잇지 못했다.


“응?...둘?”


나는 옆을 보았다.


엘론이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는데, 나와 눈이 마주치자 움직임을 딱 멈추고 놀란 듯 눈을 깜빡였다.


그 역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끄덕였던 모양이다.


“크흠...그건, 지금까지의 행동을 보면...”


그리고 엘론답지 않게 말끝을 흐리며 허둥거렸다.


“맞아요. 처음봤을 때부터 미쳐보였으니까.”


나는 엘론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며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녀석은 처음부터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은 모습이었다.


“우리에게 원하는 게 뭔데요?”


“뭘해달라고 부탁하려는 건 아니다. 그저...망설일 필요없다는 말을 하고 싶을 뿐이다.”


망설일 필요없다라...


그건 분명 마법사 녀석의 마지막을 가리키는 말이다.


나는 지난 신목에서 녀석을 확실하게 없앨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임에도 결정적인 순간에 망설이고 말았다. 조금의 망설임 덕분에 그는 달아날 수 있었고, 결국 변함없이 우리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됐다.


“왜...갑자기 마음이 변한건데요? 그가 미쳐서?”


“갑자기가 아니다. 계속생각해왔던 거다.”


예언자는 허탈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부우우우-


멀리서 나팔소리가 울려퍼졌다.


저건 분명 스텔라의 신호였다. 그리고 더이상 이야기를 계속 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지나긴 했겠네.’


나팔을 불었다는 건 이제 곧 출발한다는 뜻인데...


“너...너무 멀리와버린 거 아니야?!”


문제는 너무 멀리까지 왔다는 것이었다. 지금부터 열심히 뛰어도 십분 안에 도착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녀가 기껏 멀리가지 말라고 말했는데, 늦어버리면 면목이 없다.


“이...일단 빨리 돌아가자.”


하루만에 모든 걸 이해하기는 너무 머리아픈 일이다.


일단 돌아가서 스텔라를 따라 수도로 가는 게 우선이었다. 나머지 사정은 가면서 들으면 되겠지.


나는 서둘러 뒤를 돌아 달려갈 준비를 했다.


“그렇게 서두르지 말거라.”


“스승님..!”


그때, 귓가에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대로 빠르게 돌아서서 그와 마주봤다.


맞아! 스승님이 계셨지!


드래곤의 워프라면 바로 돌아갈 수 있다.


스승은 나를 한번 바라보고는 손을 가볍게 한번 휘둘렀다.


그러자 주위 풍경이 스르르 움직이더니 순식간에 그 모습이 바뀌었다.


부우우-


그리고 뿔피리 소리가 더욱 크고 선명하게 들려왔다. 분명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그들이 있는 것이다.


“그럼, 뭐...열심히 하거라. 일이 다 끝난 뒤에 책을 회수하러 오겠다.”


“아...그냥 가시는 거예요?”


“이미 말했듯이, 나는 너희를 도우러 온 것이 아니라, 제자를 구하러 왔을 뿐이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어퀘이스가 이일은 우리 인간에게 내려진 시련이라며 돕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스승은 나를 구하러 와준 것이다.


그것만으로 감사할 일이었다.


“그럼...책에 대해 더 하실 말씀은 없나요?”


책에 대해 물었을 뿐이었는데, 스승은 조용히 나를 내려다보며 말이 없었다. 그저 가만히 입을 다물고 내려다보고 있는데도 그에게 풍겨오는 기운에 위축되는 것만 같았다.


“...애초에 너희가 위험하지 않았다면 끝까지 입다물고 있었을 것이다.”


가만히 보고만 있던 스승의 입이 드디어 열렸다.


“네? 왜요?”


“그런 사용법이 있다는 걸 알면, 마법을 열심히 배웠겠느냐?”


뜨끔.


순간적으로 마음 한구석이 찌릿하고 가시가 박힌 것처럼 아팠다. 하지만 그건 정말 스쳐지나가는 듯한 아픔이었고, 금세 아무렇지 않은 듯 멀쩡해졌다.


양심의 가책을 받는다는 게 이런 건가?


부우우우우-


나팔소리는 아직도 내 귀를 치며 주위에 울려퍼지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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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 215. 계약 종료 +1 21.04.27 85 4 16쪽
214 214. 마지막 축복 21.04.26 57 2 14쪽
213 213. 물의 성소 21.04.26 61 3 12쪽
212 212. 싸움의 끝 21.04.25 53 3 13쪽
211 211. 위기 21.04.25 54 3 14쪽
210 210. 접전 21.04.24 56 3 13쪽
209 209. 반격 21.04.24 53 2 12쪽
208 208. 왕궁 마법사 리안 21.04.23 54 2 13쪽
207 207. 결투 장소 21.04.23 57 3 12쪽
206 206. 예언자의 이야기 21.04.22 56 3 13쪽
205 205. 습격의 이유 21.04.22 57 3 11쪽
204 204. 훈련의 성과 21.04.21 57 2 12쪽
203 203. 다시 훈련 21.04.21 58 2 12쪽
202 202. 스승의 조언 21.04.20 59 3 12쪽
» 201. 예언자의 정체 21.04.20 58 2 12쪽
200 200. 책의 사용법 21.04.19 59 2 12쪽
199 199. 회오리 바람 21.04.19 56 3 12쪽
198 198. 약혼자 21.04.18 62 2 12쪽
197 197. 불길함 21.04.18 56 2 13쪽
196 196. 숲 21.04.17 53 2 12쪽
195 195. 협력의 형태 21.04.17 54 1 12쪽
194 194. 운명 21.04.16 53 1 11쪽
193 193. 안전한 길 21.04.16 62 1 11쪽
192 192. 예언자 21.04.15 54 1 12쪽
191 191. 수도로 가는 길 21.04.15 53 3 13쪽
190 190. 재정비 21.04.14 54 2 12쪽
189 189. 독약의 효능 21.04.14 53 2 12쪽
188 188. 예언 21.04.13 55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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